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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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콩고 Fist of Justice 7 ->여기까지 17권
“어때? 정신이 번쩍 들지?”
무쌍이 입술만 비틀어 웃었다. 아베는 극악한 히가시혼간지 닌자 수련을 거친 일대 제자다. 고통은 생활 일부분이다.
“흐흐흐, 시간이 지났군. 이럴 시간이 없을 텐데.”
아베가 피로 물든 벌건 잇몸을 드러내고 이죽거렸다. 눈알이 가학적인 흥분으로 반들거렸다.
“지랄하네. 찐따 쪽발이 여섯은 묵사발로 만들어서 처박아 놓았거든. 이 자식아, 꿈 깨!”
“칙쇼!”
아베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피투성이 얼굴이 일그러지자 악귀가 따로 없었다.
“어이구 이 자식 보게. 열 받으니까 쪽발이 말을 쓰네.”
짝- 짝- 무쌍이 사정을 두고 따귀를 연속 올려붙였다. 깨진 잇몸에서 이빨이 연속 튀어나왔다. 범우 스님과 형동은 물론이고 양아치 다섯도 후드득 몸을 떨었다.
“분하다! 미개한 조센진 한 놈이 대업을 망쳤어.”
아베가 웅얼거렸다.
“대업! 어린애들을 태워죽이는 게 대업이라고? 와 이 새끼 진짜 악질이네.”
쾅- 쾅- 열 받은 무쌍이 아베의 안면을 연속 인조 대리석 바닥에 내리찍었다.
“임마, 어린애는 무조건 보호하고 돌봐야 아껴야 해. 한국인은 인성이 미개한 니네와 달라. 얼래, 이 새끼 맛텡이 갔네. 뭐 이래 허약해.”
무쌍이 축 늘어진 아베를 탈곡 끝난 짚단 던지듯 휙 집어던졌다. 바닥에 쿵 떨어진 아베가 한차례 부르르 떨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사무실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형동아, 이 새끼들 몽땅 굴비 두름 만들어라.”
형동이 빨랫줄로 사용하는 나일론 밧줄을 한 묶음 들고왔다. 두목 아베, 닌자 무기술을 쓴 놈 둘, 회계사, 양아치 다섯까지 아홉 명이 굴비 두름처럼 엮였다. 무쌍은 스산한 눈초리로 칠성시장파 일당을 훑어보았다.
“존만아, 비럭질도 상판대기 보고 하는 기다. 쪽발이 새끼에 빌붙은 니들은 양아치도 아니여. 기생충 새끼들.”
빡- 빡- 승표에 달린 표창이 양아치들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공포에 질린 양아치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무쌍이 기절한 아베를 툭툭 찼다.
“이봐, 선수끼리 왜 이러나. 히가시혼간지 직전 제자가 그 정도 충격에 정신줄을 놓으면 말이 안 되지. 사문의 명예를 생각하라고.”
“크윽! 어떻게 알았나?”
아베가 고개를 들었다. 앞니가 왕창 털리고 입술이 찢어져 발음이 쉭쉭 새나갔다. 시멘트 바닥에 연속 처박힌 안면이 성할 리 없다. 안면이 뭉개져서 이목구비가 구분되지 않았다. 일반인이라면 열 번은 쇼크사할 수준이다. 역시 일급 닌자는 틀렸다. 무쌍이 비시시 웃었다. 넘겨짚은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딱 보면 알아. 최도식, 아니 사이 도지쿠를 아나?”
“헉, 네놈이 사이 상을 어떻게 알고 있나?”
놀란 아베가 반문했다.
“내가 그놈에게 한 수 배웠거든.”
아베는 어리둥절했다. 놈이 사이 상에게 배웠다면 자신과 동문인데 스승을 놈이라 칭하는 제자는 없다.
“무치시바리아게도 잘 알겠네.”
“빌어먹을!”
아베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무치시바리아게는 장로급 제자가 익히는 고문술이자 근골강화술이다. 자신도 2단계를 통과 못 한 극악한 수련법이다.
중국에 횡련태보라는 비슷한 수련법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횡련태보는 굵은 몽둥이로 때리지만 무치시바리아게는 엄지손톱 굵기의 물푸레나무나 박달나무를 사용한다. 무치시바리아게 연정화기(煉精化氣)는 기절도 못 하는 통증의 연속, 고통이 파도처럼 중첩되는 끔찍한 과정의 연속이다. 생각만 해도 신경이 놀라고 근육이 오므라들었다.
“도대체 네놈은 누구냐?”
“너 닭대가리냐? 축생은 물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나는 질문하고 너는 대답한다. 성실히 대답하면 살려줄 용의도 있다. 네놈의 대답이 불성실하면 난 무척 슬퍼질 거야. 나는 슬퍼지면 무치시바리아게로 기분을 달래는 버릇이 있어. 참고로 웅호제상고액은 없다. 무슨 뜻인지 알지?”
“크윽!”
아베는 땅이 꺼지는 절망을 맛보았다. 웅호제상고액까지 알고 있는 저놈은 진짜다. 어쩌면 사이 사부가 사문을 배신하고 몰래 기른 제자일지도 몰랐다. 아차 하면 관절 12개가 박살 난 몸으로 시장바닥을 기어다니게 생겼다.
“최도식의 신분은?”
“히가시혼간지 대사부다. 30대 중반에 인술, 의술, 격술, 요술을 집대성한 최고의 천재였다.”
아베가 의문을 밀어두고 성실히 대답했다.
‘다행이군.’
무쌍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본에 최도식 수준의 능력을 갖춘 인간이 열 명만 있어도 한국으로선 재앙이다.
“최도식은 어디에 있나?”
“모른다. 우리도 사이 상을 찾고 있다. 5년 전에 실종된 후로 연락이 끊어졌다.”
“실종이라!”
무쌍이 머리를 끄덕였다. 5년 전이라면 놈이 방태산에서 치명상을 입고 도주한 시점이다. 아베의 뇌파와 혈류, 심장 박동은 평이했다. 거짓말이 아니라는 소리다.
‘죽었을까?’
상처로 보면 당연히 죽어야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백백교주 최도식이다. 결정적인 상처는 목 관통상, 복부 관통상, 왼팔 절단이다. 치명상이지만 그 정도 상처를 입어도 죽지 않는 존재는 셋이나 있다. 오셀롯, 쌈디, 그리고 자신이다. 응앵가 호수에서 죽여버린 반인반수 괴물의 재생력도 식겁할 정도다.
예전에는 최도식의 죽음을 예단했지만, 자신의 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생존 쪽으로 기울었다. 그 정도 고수는 목을 잘라버리기 전에는 사망 판정을 내릴 수 없다. 고수는 죽음을 통해 한 단계 수준이 높아진다. 그가 다시 나타난다면 훨씬 강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네놈이 칠성시장파를 장악했으니 뱀장어는 짚불에 올라갔겠군. 빠가사리를 아나?”
“능력 있는 중간보스다. 사문에 보내서 키우려 했는데 실종되었다.”
역시 아버지 무덤을 파헤친 놈들이 칠성시장파다. 이래서 악연은 선연보다 질기다 했던가.
“네놈같이 뛰어난 실력을 갖춘 놈이 왜 한국에 들어와서 허접한 양아치 두목 노릇을 하고 있나?”
“……”
아베는 대답을 못 하고 인상만 잔뜩 그렸다. 뭉개진 안면이 추상화를 그렸다.
“말 안 해도 돼. 나는 스트레스 해소하고 너는 똥오줌을 지리며 비참하게 맞아 죽으면 돼.”
“제기랄, 차라리 죽여라.”
“흐흥, 고문엔 자신 있다는 거군. 너희 두 놈도 쪽바리냐?.”
무쌍이 승표를 쓴 스포츠머리와 절편 수리검을 휘두른 상고머리를 노려보았다.
“그렇다. 우리는 히가시혼간지 이대 제자다.”
상고머리가 가슴을 쭉 폈다.
“어이구 잘났다. 이 새끼야!”
무쌍이 상고머리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퍽퍽 때렸다. 한 대 맞을 때마다 이마가 인조 대리석 바닥에 쿵쿵 부딪혔다. 상고머리는 고집스럽게 상체를 세웠다.
“일본 최강 닌자 가문의 실력자들이 한국에 건너와서 지방도시의 썰렁한 시장을 차고앉았다? 이거 정말 이상해.”
무쌍이 스포츠머리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감정이 조금 더 들어갔다. 이마가 바닥에 부딪는 소리가 쿵쿵 울렸다. 스포츠머리도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바닥에 처박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자존심을 버리지 않겠다는 항변이다. 물론 무쌍은 손톱만치도 감동하지 않았다.
“변두리 고아원을 먹으려고 건물과 수십 명의 아이를 태워버린다? 어떤 새끼가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꾸민 거야? 이해가 안 돼. 너희라면 이해되겠냐?”
무쌍은 아베의 뒤통수를 패기 시작했다. 그가 뒤통수를 때리는 이유가 있다. 공진을 방사해서 후두엽의 인식 체계를 흔드는 동시에 전두엽의 방추세포를 뒤흔드는 중이다. 방추세포는 자기인식, 공감, 의지력과 관계있다.
닌자 수련관을 통과한 놈들은 단순 고통에 이골이 난 놈들이다. 손가락을 꺾고 피부를 벗겨도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정통 닌자는 자신만의 자살 비법이 있다. 무치시바리아게를 당하면 비밀을 지키려고 자결할 위험이 있다.
제로기에 편도 연료만 싣고 폭탄을 가득 채워서 미군 함정 연통에 처박은 미친 인간이 쪽발이다. 미친놈은 먼저 제정신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다시 묻겠다. 네놈들이 별 볼 일 없는 고아원에 집착하는 이유가 뭐냐?”
“우린 이곳에 절을 세우려고 한다. 히가시혼간지 한국관을 세우고 포교를 할 계획이다.”
“그래? 믿어주지. 그러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매입하면 되지 않나?”
“처음엔 평당 40만 원까지 제시했다. 스님이 거부했다. 나는 화가 났다. 그래서 가격을 낮추었다.”
“이놈아, 아이들의 학교가 전부 이곳에 있고, 일터도 이곳인데 어디를 가란 말이냐?”
듣고 있던 스님이 버럭 했다. 무쌍이 아베를 노려보았다. 이놈의 말은 거짓말이다. 조용히 세력을 확장해야 할 놈이 세상이 놀랄 물의를 일으킨다고? 말도 안 된다. 무쌍은 가장 고전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아베, 거짓말을 하려면 아귀가 맞게 해라. 네놈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겠다. 너희 세 놈은 공범이다. 그것도 어린아이를 집단으로 태워죽이려 한 극악한 범죄자다. 진실을 말하는 놈은 풀어준다.”
“흥, 대일본제국의 무사는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럴까? 시험 해보지.”
무쌍이 상고머리를 끌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이놈들은 ‘텐노 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며 가미카제 돌격을 한 무리다. 과연 그만한 충성심과 의리가 있는지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이봐, 난 당신 이름도 묻지 않았어. 무슨 뜻인지 알지? 당신이 입을 열면 그냥 놓아주겠다는 뜻이야. 그런데 말이야 당신이 입을 열지 않고, 다른 놈도 입을 열지 않으면 전부 경찰에 넘길 거야. 당신은 일을 열지 않고, 다른 놈이 입을 열면 당신은 무치시바리아게 2단계로 다져서 돼지 먹이로 던져 줄 거야. 아, 짱구 돌리지 말어. 난 거짓말 탐지기 찜쪄먹을 탐지 능력이 있어. 거짓말을 할 경우엔 당신 가족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상고머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쌍의 제안은 잔인했다. 상고머리가 입을 열면 풀려난다. 상고머리가 묵비권을 행사할 때 스포츠머리가 배신하면 상고 머리는 극악한 고문을 당하고 돼지 먹이가 된다.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경찰에 넘겨져 처벌받는다.
상고머리 입장에선 어떤 경우든 입을 열어야 자신이 풀려난다. 과연 동료를 믿고 묵비권을 행사할 것인가? 이들이 과연 개체보존의 본능을 이길 만큼 집단의식이 강한가?
“자 5분의 시간을 준다. 약속은 지킨다. 나 정도의 고수는 자신이 한 말을 무겁게 여긴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마침 적당한 물건도 있군.”
촤르르- 무쌍이 승표 쇠사슬을 흔들었다. 무언의 압박이다. 상고머리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눈앞의 인간은 상상도 못 할 고수다. 인간이 저 정도 수련을 하려면 백번은 죽고 살아나야 한다. 정신력이 최고에 달하고 스스로 자부심이 강해서 거짓말을 못 한다. 그가 풀어준다면 풀어준다는 뜻이다.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어린 아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무술을 가르쳐주고 넉넉한 생활비를 지급한 사문의 은혜는 크고도 깊다. 상고머리의 뇌가 난마처럼 얽혔다.
“니임주신 바암에 씨이앗 뿌렸네 사랑의 물로~”
무쌍은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사헬에서 돌아와 서울역 광장을 가로지를 때 노점상 리어카에서 흘러나온 노래다. 가사가 얼마나 절절한지 가슴을 헤집고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지난 세월이 먹먹하고, 현실이 허무했다.
돈이 많으면 무슨 소용인가. 부평초로 떠도는 인생에 무슨 낙이 그리 있겠는가? 돈은 누군가를 위해서 쓸 때 낙이 있고, 명예는 친인이 자랑스러워할 때 빛나는 것이다. 뿌리가 없기에 허무한 것이다.
‘장가를 가야 하나? 아니지 엄마를 먼저 찾아야지.’
상고머리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도깨비 인간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도무지 요량을 할 수 없는 존재다.
“말하겠소.”
“그러던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지.”
상고머리가 비장하게 외쳤지만, 무쌍은 심드렁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쪽발이의 충성심과 집단의식은 역시 허구였다. 집단 광기와 누천년에 걸친 복종의식에 물든 비뚤어진 집단 최면일 뿐이다. 상고머리의 입에서 황당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곳은 조선 5대 총독 야마나시 한조의 개인 창고가 있던 곳이오. 야마나시 총독은 조센진 조명하가 타이완에서 구니노미야 구니히코를 찔러죽인 사건 때문에 곤경에 빠졌소. 구니노미야는 히로히토의 장인이요. 불안해진 그는 다나카 군벌을 움직일 뇌물을 준비하기 시작했소.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인은 조선 골동품이라면 눈이 뒤집히지요. 당시에 야마나시 총독은 고려청자, 조선백자, 왕실 옥새, 서화, 서적 등 수천 점의 골동품을 수집했고, 그중엔 국보급 문화재도 백여 점이 넘는다고 전해졌소.”
“그런 일이! 당신들은 그 정보를 어떻게 얻었나?”
무쌍은 깜짝 놀랐다. 이건 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우째 자신이 가는 곳마다 보물이 따라다닌다.
“야마나시 총독은 히가시혼간지 출신이요. 그리고 조선엔 친일파가 많소.”
“니미 떠그럴! 그놈이 누구야?”
무쌍의 눈이 번쩍했다. 언제나 그놈의 친일파가 문제다. 상고머리의 말인즉슨 한국의 친일파 권력자가 뒷배를 봐준다는 소리다. 뒤집어엎더라도 자신이 엎어야지 친일파가 나라를 좀먹는 꼴은 못 본다.
“한국의 협조자는 나도 모르오. 나는 장로원으로부터 이곳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고 파견되었소.”
“그런 일이라면 조용히 처리해야 할 일인데 왜 어린애들을 태워죽이려 했나?”
“정말 풀어 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