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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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콩고 Fist of Justice 9
무쌍이 개차반 뺏긴 똥개처럼 으르렁거렸다. 시커먼 경찰봉으로 난타하고, 뺨을 떡 치듯 때리던 갈치 대가리 장치수, 만들어진 진술서에 도장만 찍으면 때리지 않는다고 꼬드기던 놈의 입 냄새가 훅 느껴졌다.
어린 시절에 당한 폭행은 깊은 상처로 남는다. 증거를 조작한 백부도 더러운 인간이지만, 장치수는 더 나쁜 놈이다. 놈은 장 씨의 부탁으로 자신을 유치장에 가둬놓고 날마다 때리고 자백을 강요했다. 얼마나 분했으면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을까.
깡패와 형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세금으로 먹고살면 형사고, 삥 뜯어서 먹고살면 깡패다. 비슷한 부류라 잘 어울리기도 한다. 담당 구역의 양아치들과 커넥션을 형성해서 형님 아우로 지내는 형사가 많다. 양아치를 정보원으로 활용한다지만, 불법행위를 눈감아주고 뒷돈을 받는 공생 관계가 대부분이다. 무쌍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경찰에 대한 관념이 썩 좋지 않았다.
“스님께 고아원을 팔라고 말한 견찰이 누굽니까?”
“형사과 강 경장이라 하더이다.”
“탈탈 털어야 할 놈이 추가됐구마.”
무쌍은 남부서 형사과 강 경장을 머리에 입력해 두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똥 덩어리를 외면하면 언젠가는 내게도 똥물이 튄다.
“그나저나 인애원 재정이 그리 좋지는 않은듯합니다만.”
무쌍이 쉽지 않은 말을 어렵지 않게 뱉었다. 범우 스님의 인격은 믿을만했다. 아이들에게 해장국 한 그릇 온전히 사주지 못할 정도면 운영이 어렵다는 뜻이다. 대덕식당 주인이 형동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쪼다.
“원래는 이곳이 아니라 안지랑이에서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밥을 먹였지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일반 주택으로는 감당이 안 되더군요. 우연히 알게 된 향심여객 박거사님이 5년전에 이 건물을 기부했어요.”
“향심여객 박인보 사장이요?”
뜨악해진 무쌍이 재차 확인했다. 박인보라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뚫는 소린가?
“나무아미타불, 무아 스님도 그분을 아시는구려. 보살이 따로 없더이다. 딱한 사정을 한탄했더니 쓸만한 건물을 사라고 통장과 도장을 내 주더이다. 그 통장으로 매달 운영비까지 보내주었지요.”
“허, 이걸 믿어야 하나!”
무쌍이 머리를 저었다. 백부는 자신에게 이득이 없으면 10원짜리 동전 한 개 남에게 줄 인간이 아니다. 자린고비 백부가 대지 500평이나 되는 건물을 고아원에 기부하다니 별일이다. 장 씨와 경영권 싸움이 붙었길래 그 성품이 어디 가나 했다. 웬 보살행이란 말인가!
“그분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어요. 박 거사가 도와주는 고아원이 여기 말고도 세 곳이나 있다오. 내 여태 살아오면서 그토록 담백한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학교 보내라는 말밖에 없었지요.”
‘배불리 먹이고 학교 보내라고? 당신이 그따위 개소리를 하면 안되지!’
무쌍은 기가 막혀 눈만 멀뚱거렸다. 5년 동안이나 밥을 주지 않고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백부다. 개입에 상아가 날 리 없고, 박인보라는 남자의 입에서 나올 보살어가 아니다. 죽을 때가 되었거나 철저한 위선자다.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남은 세월이라도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다고 하더이다. 박 거사의 도움으로 재정에 여유가 생겨서 아이들을 거두다 보니 어느새 사십 명을 넘겼다오. 그런데 여섯 달 전부터 향심여객의 기부금이 끊어졌어요. 고전중이지만 부처님의 보살핌으로 그럭저럭 운영은 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기부금이 끊어진 이유는 뭡니까?”
“글쎄요. 말도 없이 그럴 양반이 아닌데 사정이 있겠지요. 걱정되지만 폐가 될까 저어되어 연락도 않고 있습니다.”
“사정이라~ 그 인간이 죽을 때가 되었나?”
생각에 잠겨있던 무쌍이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응! 무슨 말씀인지?”
“아, 아닙니다. 스님이 이 건물을 살 때부터 지하실이 있었습니까?”
“처음엔 지하실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숨바꼭질하던 아이들이 발견했지요. 서늘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곳이라 사용하진 않습니다.”
“그렇군요.”
무쌍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실엔 음차원의 기운이 가득했다. 상고머리의 말대로 뭔가 있다.
“스님, 인애원을 저에게 파시지요.”
범우 스님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저놈들은 스님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위험한 놈들입니다. 끈질긴 놈들이라 오늘 같은 일이 언제든 벌어집니다. 음기가 성한 땅이라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스님께서 적당한 장소만 잡으십시오. 제가 건물을 지어 드리지요. 그때까지 이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시고요.”
“소승이야 나쁠 것 없지요. 무아 스님이 너무 손해지 않습니까?”
세상을 욕심 없이 살다 보면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이 생긴다. 범우는 자신이 속세에서 말하는 귀인을 만났음을 알았다.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마당에 지체할 이유가 없다.
“명색이 법호를 받은 놈인데 신외지물에 연연하면 모양이 빠지지요.”
“허허허, 그도 그렇습니다. 내가 관상을 조금 볼 줄 아는데 무아 스님은 액운을 복으로 바꾸는 관상이요. 당장 계약서를 쓰지요. 내 액운을 한시라도 빨리 무아 스님께 옮기고 싶소이다.”
“그러지요.”
무쌍이 빙그레 웃었다. 두 사람은 즉석에서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여어, 푹 쉬셨는감?”
자정 무렵, 형동이 지하실에 들어섰다. 무쌍에게 뒈지도록 얻어맞고, 온종일 지하실에 갇힌 아베 일당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묵은 감정이 쌓인 형동이다.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얼래, 이것들이 왜 이래?”
형동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양아치들이 서리맞은 배추처럼 시들시들했다. 눈동자가 흐리멍덩하고 입가에 거품을 뽀글거리는 놈도 있다. 무쌍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뭔가 있는 지하실이다.
“이것들이 쇼하네.”
철썩- 철썩- 무쌍이 떡 치듯 뺨을 갈겼다. 뺨을 얻어맞은 양아치들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무쌍은 정신이 돌아온 양아치들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봉고에 쑤셔 박았다.
1981년 출시된 기아차의 봉고 코치는 정원이 9명에 불과하다. 작은 차에 덩치가 꾸역꾸역 밀려들자 피 냄새, 땀 냄새가 섞여서 살인적인 악취를 풍겼다.
“대장, 저건 차가 아이고 달구지가. 뒀다 국 끓여 먹을라 카나?”
봉고 운전석에 앉은 형동이 아우성쳤다.
“아이쿠, 내 정신 봐라!”
무쌍이 인애원 입구에 서 있는 승용차를 보고 이마를 쳤다. 놈들의 차량을 이곳에 남겨두면 안 된다.
“점박이, 바가지머리, 운전할 줄 아나?”
“옙, 잘합니다.”
점박이와 바가지머리가 벌떡 일어나서 부동자세로 대답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맞으면 순해진다.
“바가지는 살롱, 점박이는 포니 운짱해라.”
“옙, 알겠심더!”
좁은 공간에 하늘 같은 고참들 틈에 끼인 그들로선 죽을 맛이었다. 점박이와 바가지머리가 좋아라. 봉고에서 내렸다.
무쌍은 닌자 셋을 로얄 살롱에 태우고 조수석에 앉았다. 세 놈은 명색이 정통 닌자다. 예상치 못한 한 수를 감추고 있는 존재다. 어깨를 뽑아놓았지만, 시야에서 벗어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승용차 두 대와 승합차 한 대가 대구를 빠져나갔다. 무쌍은 천생산 북쪽 사면 깊숙이 들어앉은 화전민촌으로 차를 끌고 들어갔다.
“우와! 대장, 여는 어디고? 귀신 나오겠구마.”
놀란 형동이 입을 쩍 벌렸다. 그럴만했다. 5년 만에 찾아온 화전민촌은 귀신이 나올 듯 을씨년스러웠다. 화전민이 십여 년 전에 모두 떠나가고 퇴락한 집 다섯 채만 남았다. 이곳에서 화자를 생매장하려고 땅을 파다가 사부를 만났다. 인연은 돌고 돌아서 다시 찾아왔다.
“니는 알 필요 없다. 진짜로 귀신이 나오는 곳이거든.”
“씨바, 오줌 싸겠구마. 점마들 우얄라 카노? 땅 파고 묻어뿌까.”
“임마, 내는 마음이 약해서 그런 짓은 못 한다. 묻을건 따로 있능 기라.”
‘개뿔이, 대장 니가 마음 약한 인간이마 내는 머꼬.’
형동이 속으로 투덜거릴 때 무쌍이 난데없이 멀쩡한 차량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빠각- 텅- 적막한 산중에 난데없는 소음이 울렸다.
승용차 두 대가 뻥튀기 과자처럼 산산이 뜯겼다. 보닛이 우두둑 떨어져 나가고 엔진을 조각나고, 문짝이 떨어졌다. 발길에 차인 바퀴가 엑슬에서 뚝 떨어져 데구루루 굴러갔다. 구동축인 유니버설 조인트와 덩치 큰 엔진은 발사라로 뚝뚝 자르고 바디는 손으로 반죽하듯이 뭉쳤다. 차량 두 대가 순식간에 해체되어 고철 더미가 되었다.
“우와! 저 저…….”
형동은 입을 쩍 벌렸다.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의식도 못 했다. 사람은 사람이지 폐차장의 브레이커가 아니다. 형동이 놀랄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쉬르르- 무쌍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형동의 눈이 화등잔으로 변했다. 무쌍은 원래 특별한 인간이다. 고아원에서 칠성시장파를 때려잡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은 그러려니 할 수준이 아니다.
푸악- 땅속으로 사라졌던 무쌍이 포탄처럼 튀어나왔다. 뚫어진 구멍에 고철을 몽땅 처넣고 흙을 메운 다음 커다란 바위를 옮겨다 쿵 내려놓았다. 로얄 살롱과 포니의 흔적은 세상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무쌍이 얼빠진 형동의 어깨를 툭 쳤다.
“형동아, 내가 사는 세상과 니가 사는 세상은 다른 기라. 무슨 뜻인지 알제?”
“조또 무신 소린지 알아묵었다. 내는 암것도 본 적 없고 니를 만난 적도 없능 기라.”
무쌍이 씨익 웃었다.
“이 새끼, 얼라들 델꼬 놀더니만 눈치만 백 단으로 늘었구마. 점마들은 세상에서 사라진다. 니는 그렇게만 알고 있거라.”
“씨바, 대장 맞제? 갑자기 존나 무서버진다.”
“임마, 씰데없는 이바구 하덜 말어. 사람이 껍데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능 기라. 알맹이만 달라지지 않으마 된다.”
“알따, 내도 달라진 거 없다. 점마들은 우야노?”
“일단 보관해 놔야지.”
무쌍은 그나마 지붕이 내려앉지 않은 귀틀집에 아베 일당을 처박았다. 날이 밝으면 대사관 차량을 불러서 부산항으로 보내버릴 작정이다.
“존만아, 니들은 이제 좇된거여. 그러게 좀 착하게 살지 그랬냐.”
형동이 양아치들의 머리를 한 대씩 갈기고 방문을 쿵 닫아주었다.
“저 새끼들이 불쌍해 보이기는 첨이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 것이 인생 아이가. 열심히 살아라. 열심히 살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씨바,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려운 말 하는 건 똑같네. 내가 억수로 궁금한기 있는데 말이야. 대장이 하는 일이 머꼬?”
“정의의 사자다.”
“씨바, 그 칼줄 알았다. 내 갈께. 니가 사준 해장국은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갈게.”
형동이 봉고를 몰고 휭 떠났다.
무쌍은 왠지 개운치 않은 기분을 짊어지고 암자로 돌아왔다. 백부가 계속 머리를 어지럽혔다.
“아이들은 배불리 먹고 학교를 댕기야 된다꼬!”
논밭과 집을 돌려줄 때부터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백부는 일찍 죽을 인간이 아니다.
살생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십오 년간 칼을 갈아왔다.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굴에 들어갔다가 죽어가는 늙은 호랑이를 만난 기분이랄까. 기운이 쭉 빠졌다. 암자 마당에 들어선 무쌍의 눈이 둥그레졌다.
“허, 점마 보게!”
법당에 황촉불이 환히 켜져 있다. 쌈디가 포단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경을 읽고 있다. 아니 스승의 가르침을 외우고 있다. 좀비를 불자로 만든 사부는 진정 대단한 분이다. 아니면 희대의 사기꾼이거나.
불교 역사상 전무후무한 좀비 선사가 탄생할 판이다. 자신은 쌈디처럼 진중하게 경을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좀비보다 못한 놈이라고 야단맞아 싸다.
“길바닥에 박힌 돌은 걸림돌이다. 걸림돌에 걸려 자빠지더라도 걸림돌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부주의함을 탓하라. 걸림돌이 없으면 평탄한 길의 고마움을 어찌 알겠는가. 걸림돌이 툇마루 아래 놓이면 섬돌이 되고, 개울에 놓이면 징검돌이 된다. 섬돌과 징검돌은 디딤돌이다. 디딤돌은 가장 낮은 신발 바닥을 받치는 더 낮은 자리에 있으므로 존재 가치가 있다. 가장 존귀한 자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다. 복은 검소함에서 생기고, 덕은 겸양에서 생기며 지혜는 명상에서 생긴다. 근심은 애욕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기며 죄는 참을성이 없어 생긴다. 눈으로 남의 그릇됨을 보지말고 입으로 실없는 소리를 말라. 오는 것을 거절하지 하지 말고 가는 것을 잡지 마라. 천석꾼이 한 섬 쌀가마니에 기뻐하겠는가? 배고픈 중생은 한 바가지의 쌀에 행복함이니 행복을 찾으려 말라. 사는 것이 행복이다.”
무쌍은 법당 그늘에 우두커니 서서 쌈디가 외는 계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미친 듯이 바쁘게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사부님의 말씀대로라면 자신은 스스로 신세를 곤궁하게 만드는 놈이다. 일을 만들어서 스스로 바쁘게 된 인생이다. 그러면 형동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에 들어왔을 때 못 본 척해야 했을까? 자신은 죽어도 그렇게 살지 못한다.
“걸림돌을 탓하지 말라고? 내는 곡괭이로 캐내거나 오함마로 때려 박아 줄끼다. 쌈디 이놈아, 니가 백날 불경을 읽어봐라.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가는 기다.”
무쌍이 피식 웃고는 쌈디를 방해하지 않고 살며시 요사채로 내려갔다. 가지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그냥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