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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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콩고 Fist of Justice 11
땀 흘려 번 돈은 달콤하다고 한다. 피 흘려 번 돈은 핏값만큼 무겁다. 자신의 손에 죽은 인간이 몇이던가! BNP파리바 은행에 잠들어있는 3억 3천만 프랑과 황금 350kg은 수미산보다 더 무거운 애물단지다.
노바토피아 건설에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은 프랑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 중이다. 자잘한 지출은 도바 농장의 배당금과 와킬 상회의 수익으로 충당된다. 매달 송금되는 마조르 정규 봉급도 쓸 데가 없어 잔고만 늘어나고 있다.
밥값? 할 만큼 했다. 배부른 사자는 살찐 영양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돈은 벌 만큼 벌었다. 말이 좋아 나쇼널 트레조르지 본색은 칼네임이라고도 불리는 콜네임이다. 프랑스가 내놓을 보상은 돈밖에 없는데 돈이 아쉽지 않으니 마음이 내킬 리 없다.
“참사관님이 탐탁지 않아 하면 전하라는 주앙 대령의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레종 에뜨랑제 필립 장군이 보고 싶어 한답니다.”
“이런 젠장! 필립이 찾는다고?”
무쌍은 자신도 모르게 버럭 했다. 필립 장군은 사헬에서 죽은 동료를 적극적으로 챙겨주었다. 쇼일지 모르지만, 필립은 적어도 후안무치한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는 아니다. 보답으로 두 번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約束)은 두 번이나 묶는다는 뜻이다. 지키라는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 자신은 선거가 끝나면 목이 콘크리트로 변하고, 곧바로 중증 치매에 걸리는 국개의원이 아니라 뚜바이부르파다.
필립이 찾는다면 공식적인 작전이다. 마음껏 설치라는 뜻이다. 또다시 피의 강을 철벅대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제 겨우 깨알 같은 재미를 보려는 판에 태클이다.
‘오 성모 마리아 시여, 불쌍한 종을 긍휼히 여기사 참사관님의 똥집을 진정시켜 주소서.’
바우트 중위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잔뜩 쫄았다. 다마스쿠스 대사관의 ‘아 샤끄 쥬흐 쉬피 싸 페느.(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사건은 외교부에서 세계 각국의 공관에 긴급 훈령을 띄운 사건이다.
특별군사고문을 몰라보고 꼴통 짓한 사코 리베리 상사의 위병 조는 묵사발 나도록 얻어맞고 영창에 처박혔다. 리베리 상사는 2계급 강등, 병사들은 1계급 강등당했다. 그것도 엑조세 무관이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완화된 처벌이다. 들리는 말로는 대사까지 참사관에게 걷어차였다고 했다.
‘망할 인간, 거시기에 옴이나 생겨라.’
바우트 중위는 잠자는 자신을 깨워서 출장 보낸 경비대장을 씹고 또 씹었다.
“알았다. 돌아가라.
“소관이 모시겠습니다.”
바우트 중위는 바로 모셔오라는 대사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쌈디가 바우트 중위를 쓱 노려보았다. 60mm 박격포 포판같은 손을 슬쩍 흔들었다.
“중위, 와키르님이 돌아가라고 했다. 버르장머리 없으면 맞는다.”
우르릉 울리는 저주파 음에 바우트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인간이 아니라 로랜드 고릴라다. 무지막지한 덩치의 흑인이 뿜어내는 포스에 숨이 막혔다.
“곧 출발하겠다. 돌아가라.”
무쌍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우트 중위는 이유도 모르고 말 한마디를 전달하려고 서울에서 먼 길을 달려왔다. 불쌍한 중위에게 성질 낼 일이 아니다.
“악트!”
바우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특별군사고문이 대사보다 백배는 더 무서운 존재다. 멀리 있는 대사의 잔소리보다 눈앞의 시커먼 주먹이 천 배는 현실적이다.
“바우트 중위!”
무쌍이 막 차에 오르는 중위를 불렀다. 화전민촌에 처박아놓은 아베 일당을 손쉽게 처리할 기회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위!”
화들짝 놀란 바우트가 돌아서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귀관은 산에서 내려가는 즉시 주앙 대령에게 연락하라. 이동 인원은 열여섯, 전세기를 성남공항으로 보내고, 외교번호판 소형 버스를 이곳으로 즉시 출발시켜라. 필요한 물품은 군복 열다섯 벌이다.”
“한 번 더 말씀해 주십시오.”
중위는 무쌍이 전달한 명령을 복창하고 산에서 내려갔다.
“떠그럴, 기말고사를 못 보면 큰일인데. 락샤샤는 만들어 놓았으려나. 이번만 뛰고 은퇴해야겠어.”
오랫동안 평화롭게 지내서일까. 호출이 영 달갑지 않았다. 보니파스의 말대로 자신이 움직이면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말하기 좋아서 일인군단이다. 카파루자에서 의도치 않은 피를 수천이나 흘렸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존재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부의 말씀도 마음에 걸렸다.
세 시간 삼십 분 후 20인승 마이크로버스가 천성사에 도착했다. 무쌍은 버스를 화전민촌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관목과 덤불이 덮인 좁은 산길을 더듬는 버스 기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우억!”
귀틀집 방문을 연 쌈디가 후다닥 물러났다. 유기물이 부패하는 냄새, 피 냄새, 인간의 체취가 뒤섞인 엄청난 악취에 급습당했다. 심각한 타격을 받은 쌈디는 코를 틀어막고 눈물마저 찔끔했다.
“와키르, 가스를 뿜는 전술 병기 열다섯 개가 있다.”
“크으, 아니라고 말 못하겠구마.”
무쌍도 인상을 찌푸렸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이틀간 방치된 히가시혼간지 문하생 셋과 양아치 열두 명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저것들 풀어주고 버스에 태워.”
“에이, 병균이 옮을 것 같은데.”
쌈디가 발목을 잡고 끌어내서 버스에 던져넣었다.
“우아악, 사람 살려!”
장마철에 물러버린 수박 취급을 당한 양아치들이 아우성쳤다. 무쌍은 웃음이 나왔다. 발목을 잡혀 대롱대롱 매달린 양아치들이 시장에서 어르신네의 손에 들려 퍼덕거리는 닭과 진배없었다. 닭을 잡을 때는 한 손으로 양쪽 날개죽지를 모아 잡아야 꼼짝 못한다. 어설프게 다리를 잡으면 푸드득 거리고 난리가 난다.
“협조하면 풀어주기로 약속하지 않았소?”
아베가 항의했다. 턱이 깨지고 이빨이 털려서 알아듣기 힘든 웅얼거림이다.
“닥쳐,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묻어뿌마 간단할 일을 개고생하는 거 안 보여? 내가 툭하면 말 바꾸는 쪽발이로 보여? 엉!”
무쌍이 버럭 했다. 진심이다. 묻어버리면 간단할 일을 살인이 싫어 번거로움을 자처했다.
“버르장머리없는 놈!”
퍽- 솥뚜껑 같은 손이 아베의 뒤통수를 때렸다. 쌈디는 통인지 된장이지 구분 못하는 버르장머리없는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와킬은 딱 보면 저항 불가능, 고개를 숙여야 할 존재다. 쌈디는 이해력이 부족한 인간에게 교훈을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존귀한 와킬의 말씀에 대꾸하는 놈, 와킬에게 따지는 놈, 와킬에게 눈을 부릅뜨는 놈은 무조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은 맞아야 한다. 큰 주인도 버르장머리 없는 놈은 맞아야 한다고 했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다. 옴부티 바이러스에 이어 쌈디의 버르장머리 신공이 등장했다.
서대문구 합동에 소재한 프랑스 대사관,
22인승 마이크로버스가 정문을 통과했다. 아베 일당은 연락을 받고 대기 중이던 의료진에게 신병이 넘어갔다. 무쌍과 쌈디는 곧바로 브리핑실로 향했다.
“……현재 인질 22명의 생사는 알 수 없습니다.”
일급 무관 주앙 대령이 서밍업을 끝내고 무쌍의 눈치를 살폈다. 미친개에 물리면 약도 없다는 소문이 난 인물, 꼴통 중의 꼴통이라고 소문난 특별군사고문이다. 꼴통이 하급자면 별 문제없지만, 상급자면 호랑이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특별군사고문은 계급은 마조르지만, 직위는 장관 멱살을 잡아 흔드는 차관급 VIP다.
“멍스, 정의의 주먹은 개뿔이. 여섯 달 동안 아까운 청춘만 정글에 잔뜩 묻었구먼. 더 맛있는 열대 과일이 열리겠구마.”
GIGN은 도심에 특화된 대 테러부대다. 정글에 축차 투입해서 어쩌겠단 말인가. 자신이야 산 좋고 물 맑은 한국에서 태어난 덕분에 정글을 모른다. 제르맹 장관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지휘관으로 근무했다. 정글 전투에 경험 있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작전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삽질이 되었습니다. 제르맹 장관은 DGSE를 견제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의 일반적인 속성이지. 권력다툼에 눈이 멀면 밥 팔아 똥 사 먹고, 깨 줍느라 기름병을 들어엎게 되거든.”
무쌍이 다리를 삐딱하니 꼬고 앉아서 이죽거렸다. 명령은 늙은이가 내리고 피는 병사가 뿌린다. 전장에서 얻어지는 승리는 이름없는 병사들의 핏값이다.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는 안전한 후방에서 병사들의 핏값을 가로챈다.
“한국에서 흔히 보는 현상입니다. 최고 권력자의 눈에 들려고 다투고, 표에 눈이 멀어서 판을 엎어버리더군요. 하하하!”
주앙이 낄낄거렸다.
“젠장, 아니라고 말은 못하겠군. 나를 호출한 인간은 제르맹이 아니라 너구리 보니파스겠지? 빌어먹을 인간이 편한 꼴을 못 본다니까.”
꼬인 심사가 풀리지 않았다. 함포구복하는 자신을 피의 강으로 불러낸 인간은 필립이나 제르맹이 아니라 영물 너구리 보니파스다. 가운뎃손가락을 세우고 퍽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너무 멀었다.
“화끈한 여행 다녀온다고 생각하시지요. 한국에 있어봐야 최루탄 연기 흡입량만 늘어나지 않습니까.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정착하려면 오십년은 지나야~.”
핏- 뻑- 무엇인가 볼을 스치고 휙 지나가서 벽에 벅혔다. 주앙 대령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얼음처럼 굳었다. 삐드득 고개를 돌려 물체를 확인한 주앙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묵직한 유리재떨이가 삼나무로 마감된 벽에 박혀있다.
“하하, 소관이 조금 많이 나갔죠!”
주앙이 억지웃음을 지었다.
“대령, 그 화끈한 여행을 나하고 함께 갈 의향 없나?”
무쌍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주앙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꼴 보기 싫어도 내 식구, 내 나라를 남이 험담하면 기분나빠진다.
“헉, 제르맹이나 보니파스나 능력도 없으면서 탐욕을 부리는 밥벌레들이죠. 기껏 할 줄 아는 거라곤 고문님의 허리춤을 잡고 늘어지는 것밖에 없습죠. 헤헤헤!”
화들짝 놀란 주앙 대령이 즉각 아부 신공을 발휘했다. 주앙 대령의 숨은 신분은 DGSE 작전부 동아시아 담당 컨설턴트다. 눈앞의 남자가 아쥐 레머임을 알고 있는 그는 잽싸게 상관을 씹어서 물타기를 시도했다.
“제르맹은 몰라도 보니파스는 밥버러지가 아니야. 기분 나쁜 늙은이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렇죠. 그 양반이 DGSE를 반석에 올려놓았지요. 프랑스 국익을 위해서는 자신의 목이라도 떼 줄 양반이지요.”
주앙이 또 한 번 말을 바꾸었다.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나 정글이다.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든지 꼬리를 흔들든지 택일해야 한다.
“현재 이투리와 르웬조리에 정보 거점이 있나?”
“마비비에 작전부 거점이 있었습니다만, 1960년에 콩고가 독립하고, 루뭄바와 모부투간에 내전이 격화되는 바람에 철수했습니다.”
“정보 체계에 20년이란 구멍이 뚫렸다는 소리군.”
무쌍의 이마에 골이 생겼다. 인질 구출은 정보가 생명이다. 정보는 하루 이틀에 얻어지지 않는다. 첩보는 일정 기간 축적되고 걸러져서 진위 판명의 기준이 서야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급작스럽게 자원을 투입해서 첩보를 산더미처럼 모아봐야 쓰레기에 불과하다. 정보 없이 뛰어든 사헬에서 피똥 쌌는데 또 그짓을 하면 닭대가리다.
“그런 셈입니다. 부카브에 ‘동아프리카 자원개발처’가 있습니다. 작전부 요원들이 그곳에서 폐쇄했던 마비비 거점을 되살리려고 활동 중입니다.”
“천하의 보니파스도 씨 뿌리지 않은 감자를 거둘 수는 없었겠지.”
보니파스를 나무랄 수만은 없다. 콩고 강 서쪽의 콩고는 프랑스령, 동쪽의 콩고는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1세의 사유지였다. 한국의 이십 배가 넘는 사유지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그것이 19세기 제국주의의 민낯이다. 자국령이 아닌 나라에서 프랑스가 멋대로 정보활동을 하기엔 껄끄러움이 많다.
“요원 투입 규모는?”
“작전부 요원 50명이 이투리 정글과 달의 산맥 스텐리봉 인근 습지대에 투입되었습니다. 콩고, 우간다, 르완다 3개국의 게릴라들이 횡행하는 지역이라 인명 피해에 비해서 얻는 정보는 한정적입니다.”
“그렇겠지.”
무쌍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투리 정글은 전혀 모르지만, 달의 산맥이라 불리는 르웬조리 일대는 조금 안다. 아프리카 대지구대에 위치한 르웬조리 산맥은 에드워드 호수와 앨버트 호수 사이에 있다. 그곳은 4,500m 이상인 고산이 스무 개 이상 즐비하게 늘어선 고산지대다.
콩고와 우간다에 걸쳐있는 르웬조리 산맥을 서방세계에 알린 탐험가가 리빙스턴 박사를 찾아 나선 스텐리다. 미국이 위대한 탐험가라 치켜세우는 모턴 스탠리(Henry Morton Stanley)는 콩고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협잡꾼이다. 한국판 이토 히로부미랄까.
미국이 벌이는 영웅 만들기는 유치할 정도로 유명하다. 얼토당토않은 인물도 영웅으로 추켜세우는 만행을 거침없이 저지른다. 스탠리도 그중의 한 명이다. 영웅은커녕 이념에 경도되어 역사적 인물을 깎아내리기에 바쁜 한국이 배울점일지도 모른다.
콩고를 탐험한 스탠리는 땅 욕심에 눈이 뒤집힌 레오폴드 1세에 빌붙어서 국제콩고협회라는 어거지 조직을 만들었다. 레오폴트 1세는 스탠리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의 승인을 얻어 콩고를 사유 영지화했다.
베를린 조약으로 프랑스는 콩고 강 서쪽을 가져가고 벨기에는 동쪽을 가져갔다. 을사늑약으로 나라를 뺏긴 한국만큼이나 콩고의 역사도 기구했다. 힘없고 분열된 나라의 비극이다.
“한정적이라~ 이투리 정글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는 소리군.”
“한 마디로 미지의 땅입니다. 식물과 동물의 천국이자 인간에겐 악마의 숲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면적조차도 5만 제곱 킬로부터 10만 제곱 킬로까지 왔다갔다 합니다. 원주민들도 숲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숲 깊숙이 들어갔다간 시체도 못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십만 평방킬로라고? 어이구, 내 팔자야!”
무쌍이 머리를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