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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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콩고 Fist of Justice 12
너구리 찾느라 사헬 이만리, 지저 세계를 빠져나오느라 중동 땅속 천 리를 헤매었다. 이번엔 아마존 정글을 찜쪄먹는다는 이투리 정글을 뒤져서 인질을 구해 오란다. 납치된 지 육 개월이 지난데다 정보도 제대로 없다. 물 뺀 수영장에 다이빙하라는 소리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인질 구출은 테러작전 중 가장 난도 높은 작전이다. 정보가 부족한 인질 구출 작전은 백 프로 실패한다. 블랙맘바의 능력으로 볼 때 표적이 명확한 타격목표는 작전 환경이나 적 전력이 작전 수행에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프랑스군이 난공불락이라 여기는 ANO 훈련소와 비밀 기지 격파는 인질 구출보다 훨씬 쉬운 작전이다.
문제는 정보와 인질의 안전 확보다. 눈치를 보아하니 인질범의 정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마이마이 반군이라고 추정할 뿐 인질범이 어떤 단체인지, 어느 지역에 웅거해 있는지, 인원 규모와 전투력 수준도 어느 정도인지 깜깜이다.
아프리카 땅덩어리는 지도로 보는 것과 달리 매우 크다. 면적은 주변 섬을 더해서 3천2십만km²로 육지 면적의 20.4%를 차지한다. 중국(9백6십만km²), 미국(9백8십만km²), 캐나다(9백9십만km²)를 합친 넓이보다 크다. 메르카토르 도법상 왜곡되어 작아 보일 뿐이다.
연암 박지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땅이 크면 물산도 크다. 작전 지역인 이투리 대삼림과 르웬조리 일대는 한반도 서너 배 땅덩이다. 기함일 일이다.
정보도 없이 한국만큼 넓은 정글에 들어가서 뭘 어쩌란 말인가. 하긴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테러 부대만 열 개가 넘는다. 쉬운 일이면 값비싼 자신에게 넘어올 리 없다.
“한국땅만큼이나 넓은 십만 제곱킬로미터를 뒤져서 육 개월 전의 흔적을 찾아내라고? 아니 악마의 숲에다 달의 산맥까지 뒤지면 십 년은 걸리겠어. 프랑스 군부와 정보국은 무슨 일을 이 이따위로 하는 거야.”
딱히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짜증이 쏟아졌다. 대상이 특정되지 않으면 당연히 눈앞의 인물이 압박받는다. 주앙은 식은땀을 흘렀다. 고문의 불평은 당연하다. 주앙 본인도 동아시아 3국을 관리하는 컨설턴트다. 말도 안 되는 작전임은 자신이 잘 안다.
힘센 놈이 화나면 얼른 숙여야 맞지 않는다. 주앙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마누라 생일을 잊어먹은 죄로 야밤에 내쫓긴 남자 얼굴이다.
“오우, 고문님의 말씀이 지당합니다. 소관도 공감하지만, 극동에 처박혀있는 저 같은 조무래기를 갈궈봐야 똥밖에 더 나오겠습니까. 총국 데스크에서 통신기나 들고 흔드는 밥벌레들을 족쳐야 합니다. 대가리를 후들겨야 금화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요. 오바뉴 본부에 가면 옛 전우와 해후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여행가는 셈 치고 일단 가시지요. 세 시간 후 전세기가 성남공항에 도착합니다. 후딱 끝내고 은자메나와 도바에 벌려놓은 사업체도 점검해야지요.”
주앙 대령은 무쌍을 살살 달랬다. 외교부에서 내려온 훈령은 가히 위협적이었다. 아쥐 레머를 설득해서 본국행 전세기에 태워라. 실패하면 대령 본인이 이투리 정글로 출장 가라는 끔찍한 내용이었다. 이투리 정글에 기어들어가기 싫으면 사직서를 던져야 한다. 연금을 받으려면 자식뻘 고문의 엉덩이라도 핥아야 할 판이다.
‘아이고, 내가 않느니 죽지!’
무쌍이 진저리쳤다. 죽상이 된 머리 허연 50대 중년 남자가 억지웃음을 가득 짓고 아양을 떠는 모습은 코믹하다 못해 처절했다.
“아차! 대령, 부탁이 있다.”
“얼마든지 하십시오. 고문의 부탁을 거절할 만큼 간덩이가 부은 프랑스인은 없습니다.”
“내가 끌고 온 놈들은 죄질이 나쁜 아동 테러범이다. 놈들을 사하라 사막의 엔네디 고원 공사장으로 보내야겠다.”
“아동 테러범이면 최소 종신형일 텐데 한국 정부에 넘겨버리지요. 노동력이라면 아프리카에 넘치지 않습니까?”
주앙이 머리를 갸웃했다.
“한국의 법률이 문제다. 법체계는 대륙법인데 법조계 인물은 어설픈 영미법에 경도되어 있다. 범죄자 인권에 지나친 관대함을 보이지만 피해자의 인권과 보호 시스템은 개판이다. 승무원을 폭행하고 여객기를 강제로 되돌린 항공사 임원에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럴 수가! 항공 테러에 준하는 범죄는 최소 20년 형을 선고해야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상상도 못 할 판결입니다.”
주앙이 펄쩍 뛰었다.
“복장 터지는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놈들은 고아원 방화미수범에 아동 살해범이다. 난 놈들을 물렁한 한국 법정에 세우는 자비를 베풀고 싶지 않다.”
“노동 계약서를 쓰고 여권을 발급하고 비자를 내는 복잡한 절차는 생략하고 현장에 직투를 하고 싶은 거죠?”
“당근이지. 은자메나 아베찰스골 4지구에 와킬 상회가 있다. 놈들을 와킬 상회의 옴부티 사장에게 넘겨라.
‘괜히 끌고 다녔어. 묻어버리는 건데.’
무쌍은 번잡스러움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진작 없애버렸어야 할 놈들을 끌고 다니려니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 구제역 걸린 돼지 살처분 하듯이 땅에 묻어버렸어야 했다.
“알겠습니다. 한국 경찰이 알아서 좋을 일이 없겠군요. 놈들은 본국으로 퇴출당하는 근무 불량 경비원입니다. 호송요원을 붙여서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성남공항으로 들여보내면 됩니다.”
퉁 하는 소리가 나면 이웃집 호박 떨어지는 소리다. 한국 정부와 외교 마찰을 빚을 큰 사건이지만 들키지 않으면 된다. 외교관은 출입국 심사가 없으므로 들킬 일도 없다. 주앙이 정통 외교관이 아니라 첩보원이기에 가능한 대처다. 주앙이 인터폰을 눌러서 부관을 불렀다.
“부관, 거지새끼 열다섯에 군복과 군모를 착용시켜라. 호송버스는 썬팅을 진하게 해서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하라. 부관이 직접 경비대를 지휘해서 놈들을 전세기에 탑승시켜라.”
“위!”
블랙맘바는 아베 일당을 DGSE 측에 넘기고 손 털었다. 혹을 뗀 듯 후련했다. 놈들을 기다리는 운명은 종신 노역이다. 괜히 평생 고생시키겠다고 주접떠는 바람에 피로도만 늘었다. 쫄따구 선우현의 특별관리를 받는 종신 노역이 매몰보다야 고통스럽겠지만 말이다.
“좋아, 밥값은 해야지. 오랜만에 물주를 보러 가볼까?”
주앙 대령의 얼굴이 오월의 장미처럼 환하게 피어났다.
1985년 5월 20일, 성남공항에서 에어프랑스 전세기가 이륙했다. 승객은 블랙맘바와 쌈디, 프랑스군 복장의 아베 일당 열다섯이 전부였다. 이들은 일본으로 간다고 좋아했지만, 전세기는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모진 인연에 엮인 아베 일당과 국산 양아치들은 비참한 운명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연의 그물은 성기지만 때로는 섬뜩하도록 촘촘하다. 무쌍이 선우방나 모녀를 만나고, 대덕식당에서 형동을 만나고, 아베 일당과 엮인 모든 사건이 우연 같은 필연이다.
레종 에뜨랑제 오바뉴 본부,
사령관 디망쉬 중장의 회의실에 모인 면면은 정의의 주먹 작전 컨트롤 타워다. 제르맹 국방장관, 국방부 전략 자문관 페롱, 되지엠 랩 필립 소장, 보니파스 DGSE 작전부장 외에 디망쉬 사령관이 옵저버로 참석했다.
회합은 페롱 자문관의 요청으로 제르맹 장관이 한국에서 날라오는 특급 컨설턴트를 만나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차관급인 페롱의 보안등급은 나쇼널 트레조르 블랙맘바의 존재를 알 만큼 높지 않았다. 그는 블랙맘바를 아쥐 레머라 불리는 특급 컨설턴트로 알고 있을 뿐이다.
제르맹은 미련을 깨끗이 털었지만, 또 한 명의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인 페롱은 군부의 자존심을 쉬이 버리지 못했다. 회의는 여름철 소불알처럼 늘어졌다. 페롱이 아쥐 레머를 만나기 전에는 작전 승인을 할 수 없다고 꼬장을 부렸기 때문이다.
“보니파스 부장,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아쥐 레머도 당신 말도 신뢰할 수 없소. 지젠느와 하파스, 공정대가 실패한 작전이요. 일 개인을 투입해서 어쩌겠단 말이요.”
‘아놔, 늙은이가 사람 미치게 하네.’
보니파스는 짜증이 만장으로 치솟았다. 프랑스 안보 체계의 병폐다. 지휘계통의 전횡과 오판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참모 라인의 강화가 시도때도없이 발목을 움켜잡는다. 처음부터 국방부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블랙맘바를 투입해서 깨끗이 끝냈을 일이다. 사건을 시궁창에 밀어 넣은 주제에 노욕까지 부리니 환장할 노릇이다. 이런 식으로 국정이 운영되면 나라가 망할 것 같았다.
“이투리 정글과 르웬조리 산악은 시긴트(신호 정보)활동이 불가능한 지역이오. 휴민트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소. 해당 지역이 미개한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끔찍한 홀로코스트와 몬도가네라는 사실을 잊은 거요. 악마의 정글과 험준한 산악,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와 나뭇잎도 빨아들이는 늪, 온갖 부류의 무장 폭도들과 반정부군,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부두교도들, 인육을 먹는 원주민들, 작전을 펼치기엔 최악의 장소요. 정보부는 연대 병력을 투입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소.”
“우리 프랑스군은 용맹하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아니오. 그까짓 야만인들은 걸림돌이 되지 못하오.”
페롱이 책상물림 출신답게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했다.
“그까짓 야만인과 정글이 GIGN 타격대 셋, 하파스 중대 둘, 공정단 중대 둘, 작전부 요원 한 팀을 먹어버렸소.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너무나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소. 정글을 헤매다 총탄과 화살에 맞아 죽고, 독충에 물려 죽고, 기생충 감염으로 죽고, 늪에 빠져 죽고, 식물에 먹혔소. 자문관은 네 번째 구출팀마저 실패했을 때 정치적 부담을 이겨낼 대책이 있소?”
보니파스가 신랄하게 쏴붙였다.
“끄응!”
페롱 자문관은 된 신음을 뱉었다. 국방부는 개떼처럼 몰려든 언론에 물어뜯기고, 야당 공세에 밀려서 만신창이가 되었다. 한 번 더 실패하면 자신도 회전의자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DGSE로 작전이 넘어가면 성공해도 자신의 몫이 없다. 은퇴 후 아레바 사에 고문으로 취임하려던 계획이 껄끄러워진다. 군부에서 아레바의 인질을 구해야 자신의 체면도 선다.
“나도 딱히 아쥐 레머의 투입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아무리 뛰어난 요원이라도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요. 그가 차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지만 되지엠 랩의 조력을 받지 않았소. 사막에서 한 칼 했다고 정글에서도 먹히겠소. 겨우 이십 대 중반의 애송이에게 기대가 너무 크지 않소.”
보니파스는 답답했다. 되지엠 랩 특공대는 블랙맘바의 조력자가 아니라 보호대상이었다. 그렇다고 극비사항을 페롱에게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기도 난감했다.
“정글은 반군과 무장 군벌의 안마당이오. 우리는 군사적 효율과 동시에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소. 방법은 블랙맘바뿐이오.”
말을 마친 보니파스가 제르맹을 흘끗 쳐다보았다. 저런 인간을 왜 데려왔느냐는 의미다. 제르맹은 침울했다. 자신은 이미 미테랑의 눈밖에 벗어났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실패하면 엉덩이를 걷어차일 게 뻔했다. 그도 당달봉사가 아니다. 사심을 가진 페롱의 속셈이 뻔히 보였다.
“페롱, 그만하시오. 아쥐 레머는 단순한 컨설턴트가 아니요. 군부가 휘두른 정의의 주먹은 끝장났소. 나는 지금부터 작전권을 보니파스 부장에게 넘기겠소. 다른 말은 마시오. 보니파스 아쥐 레머 지원 방안을 말해 보시오.”
보니파스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블랙맘바의 능력을 10%도 모른다. 블랙맘바의 가공할 전투력은 스나이핑과 근접격투술만이 아니다. 그가 죽음의 천사라 불리는 진짜 이유는 은신, 잠입, 대량 학살 능력이다.
미구엘이 파야 호텔에 파견한 7명의 말살팀은 블랙맘바의 역공을 받아 간단히 전멸당했다. 미구엘 과장이 알프스 산록 별장에서 불타고, 땅쉬 대령이 부대 내 숙소에서 배가 갈렸다. 그때는 간이 떨어질 만큼 놀랐다.
수사관이 한 트럭이나 달려들었지만, 손톱만 한 흔적도 찾지 못했다. 당시에 블랙맘바는 발데그라스 육군병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DGSE는 블랙맘바가 범인임을 확신했다. 정글은 온갖 종류의 암살자가 돌아다닌다. 인간도 먹이사슬의 정점이 아니다. 암살자의 왕, 블랙맘바가 악마의 숲에 강림한다.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피가 뛰었다.
“장관님도 아시다시피 이투리 정글은 뤽상부르 공원이 아닙니다. 정예 전투병을 파견해도 전투 환경이 전투력을 잡아먹습니다. 강력한 전투력과 결합한 은신, 잠입, 생존력을 갖춘 아쥐 레머만이 정글과 게릴라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팀 구성은 오히려 블랙맘바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큽니다. 그가 단독으로 움직이든 팀을 만들던 본인에게 맡겨야 합니다. 우리는 열심히 정보만 물어다 주면 됩니다.”
삐- 인터폰이 울렸다. 듣고만 있던 디망쉬 사령관이 수화기를 들었다.
“기다리던 인물이 왔네. 전세기가 드골 공항에 착륙했다는군.”
“보니파스와 필립이 목메어 기다리던 해결사 등장인가?”
페롱이 이죽거렸다.
“페롱 자문관님, 김칫국 마시지 마시오. 아쥐 레머는 아직 작전투입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필립이 쏘아붙였다.
“동의? 군인이 무슨 동의요. 명령이 떨어지면 움직이는 인형이 군인이지 않소?”
“페롱, 그 친구는 프리랜서요. 일방적인 명령이 먹힐 인간도 아니고, 본인이 거부하고 전역해 버리면 큰일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