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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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콩고 Fist of Justice 16
온순하다 못해 슬퍼 보이던 눈이 광폭한 살기로 번들거렸다. 온순한 초식동물이 순식간에 맹수로 돌변했다.
‘내가 점마에게 못할 짓을 하는 거 아이가!’
블랙맘바는 가슴이 아렸다. 쌈디는 마사이족이다. 마사이족은 창 한 자루로 사자와 맞설 만큼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고 용맹하다. 쌈디는 특히 유전적 형질이 뛰어난 마사이다. 그 때문에 MK울트라 프로젝트팀의 표적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쌈디의 몸에는 수십 개의 총탄 흔적이 남아있다. 실험체였던 쌈디가 탈출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반쯤 죽어가는 쌈디를 발견한 부두교 호웅간이 좀비로 만들었을 것이다. 자아를 잃고 살아온 세월이 수십 년이다. 천신만고 끝에 인간으로 돌아온 기구한 존재가 쌈디다. 그를 다시 피의 강으로 밀어 넣는 처사가 과연 온당한가?
“와키르, 삐딱한 눈으로 보면 무섭다.”
“응? 회의실로 들어가자.”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만 나누는 회의는 지겹다. 앉아있으면 엉덩이에 자갈이 박힌다. 에밀에게 간다.”
쌈디는 이리저리 재고 눙칠 줄 모른다. 자신의 의사를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때로는 현자 같고 때로는 유아적인 쌈디다.
“보급창에 간다고?”
“내 무기가 오늘 도착한다고 에밀이 말했다.”
“그래? 리퀴드 메탈이 개발되었나 보지. 좋도록 해. 회의 끝나면 내가 찾아가겠다. 말썽부리면 안 된다.”
“와키르, 걱정 마. 쌈디 철들었다.”
쌈디가 잡을세라 휭 사라졌다. 쌈디는 유난히 삽에 집착했다. 블랙맘바는 아예 삽을 제작 의뢰했다. 당시에 DGSE 기술부에서 제안한 재료가 개발 중인 리퀴드 메탈이었다.
“최강의 삽이 어떤 형태일지 나도 궁금하구마.”
블랙맘바가 중얼거리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DGSE 중동/아프리카 작전과장 아리바와 정보부 플로베르 매키시 과장이 번갈아 선행 작전의 경과와 현황을 설명했다.
“잠깐, 실제로 과학자들을 납치한 반군 규모가 200명 내외로 추정된다고? 은타간타의 세력이 알려진 것과 다르단 말이냐?”
“아니다. 마이마이 군은 프롤리나트처럼 군벌 연합체다. 신의 군대라 칭하는 은타간타 직속 부대는 4,500명이다. 근거지는 루웬조리 산맥 내 늪지대인 스텐리봉 중턱으로 추정된다. 그 외에 십여 명의 지도자가 이끄는 병력이 대략 3,500명이다. 이들은 이투리 정글과 르완다의 늉웨 삼림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한다. 납치 집단은 카룽고가 이끄는 소규모 무장 세력이다. 카룽고는 부두교 호웅간으로 추정된다.”
“납치된 지 육 개월이나 지났다. 훈련된 군인도 견디기 험악한 환경이다. 인질이 살아있다는 확증이 있나?”
“정황 증거로 보면 인질 대부분이 살아있다. 놈들이 정글 외곽의 반투족 마을에서 밀가루와 외상 약품을 구입해간 정보도 있다.”
“놈들이 최근에 잘라 보낸 손목은 뭔가?”
“DNA 검사 결과 동양인의 손목으로 밝혀졌다. 인질 중에 동양인은 없다. 놈들이 정부를 압박하려는 수작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놈들도 자금과 무기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놈들은 인질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망할 놈의 추정, 또 추정! 추정밖에 없군. 아무것도 모른다는 소리 아닌가?”
블랙맘바의 말에 짜증이 묻어났다.
“나도 답답하다. 이투리 정글은 워낙 넓은 데다 미개척지다. 정보원은 정글과 싸우고 무장 반군과 싸워야 한다. 휴민트 정보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
“DGSE도 한물갔군. 초기 대응 실패는 지나간 일이니 그렇다 치자. 이래서야 후속 대응도 엉망 아닌가. 네놈들은 여섯 달 동안 정글에서 원숭이와 포커만 친 거냐?”
블랙맘바가 삐딱하니 힐난했다.
“아쥐레머, 말이 심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정보원들이 정글에서 죽어가고 있다. 정보부 요원 수십 명이 이투리와 루웬조리를 뒤지고 있지만, 마당에 뿌려놓은 콩 한 줌에 불과하다. 죽은 요원들을 욕되게 하지 마라.”
매키시가 울컥했다. 카룽고는 정의의 주먹과 두 차례 난타전을 치른 뒤로 하늘로 날아올랐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흔적없이 사라졌다. 자신도 미칠 지경이다.
“내 말이 심하다고? 맥키시, 입은 빵 먹고 변명하라고 뚫린 게 아니다. 첩보원 수십 명이 그림자도 찾지 못한 인질을 나 혼자 찾으라고? 정보도 없이 파리 면적의 500배나 되는 정글을 뒤지라는 거냐? 방어능력이 전무한 인질 22명을 구해서 수천 명의 무장 반군이 우글거리는 악마의 숲을 빠져나오라고? 이 자식아, 내가 신이냐?”
짜증이 만장을 치솟은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저절로 발동된 공진파가 맥키시의 뇌를 흔들었다.
‘윽!’
맥키시가 신음을 뱉었다. 절벽에서 떨어진 듯 눈앞이 캄캄해지고 속이 메슥거렸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고 쓴 물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아차, 저놈은 악마다.’
맥키시는 눈앞의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잠시 망각한 머리를 원망했다. 블랙맘바에게 당한 DGSE 간부들이 눈앞을 주르르 스쳐 갔다. 블랙맘바는 적뿐만 아니라 DGSE에도 악마적인 존재다. 미구엘은 백린에 불타고, 모질게 구타당한 발부에 과장과 랑드르 과장은 병신이 되었다.
KGB 몰로 암약하다가 블랙맘바에게 꼬리가 잡힌 클로드 과장은 자살했다. 자살한 클로드 과장의 후임이 바로 자신이다. 한차례 구타당한 아리바도 블랙맘바 포비아에 걸렸다. DGSE 간부 킬러 블랙맘바, 간부들은 아쥐레머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색이 변한다. 왜 그 사실을 잊었던가! 맥키시의 얼굴이 꺼멓게 변했다.
“신은 아니지만, 악마지.”
묵묵히 듣고 있던 보니파스가 한마디 툭 던졌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고 했다. 맥키시가 블랙맘바의 기세를 계속 받으면 공황증에 걸린다. 보니파스는 적시에 분위기를 바꾸었다.
“됐고, 이투리 정글을 상세히 설명하라. 나는 아르고스가 아니라 이레이저다.”
블랙맘바는 납치범들 숫자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백 명이든 천명이든 쓸어버리자고 마음먹으면 못할 것 없다. 정작 불안한 부분은 경험 없는 적도 정글이다. 생소한 지형과 식생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사헬과 지저 세계에서 질리도록 경험했다. 문제는 인간이 아니라 환경이다.
“후우~”
맥키시가 긴 한숨을 뱉었다. 피부가 따끔거리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스르륵 사라졌다.
‘상종 못 할 인간!’
맥키시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빳빳이 앉아있는 블랙맘바를 훔쳐보았다. 선배들이 슈퍼박테리아보다 무서워하는 이유를 절감했다.
“수십 미터 뻗어 올라간 교목이 하늘을 가리고, 관목, 가시덩굴, 기생수가 뒤섞여서 시야 확보도 제대로 안 된다. 숨쉬기도 어려울 지경인데 정보 활동이 제대로 되겠나. 나침반도 소용없다.”
“왜?”
“끝없는 녹색의 바다에 풍덩 빠지면 방향감각을 상실한다. 자철광 노두가 많아서 나침반이 제 역할을 못 한다.”
“자철광이라~ 부럽군. 진입 코스를 설명해라.”
“키부 호수를 거쳐 무툼바 산을 넘는다. 그곳은 절벽과 늪, 온갖 독충과 맹수가 들끓는 지역이다. 밀렵꾼, 밀수꾼, 게릴라 등등, 온갖 인간쓰레기가 둥둥 떠다닌다. GIGN 타격대와 공정대원 20명이 무툼바에서 목숨을 잃었다. 일단 무툼바 산을 지나서 이샹고로 들어가면 평탄한 고원지형이 펼쳐진다. 이샹고에서 베니로 들어간다. 길을 잘못 들어 루웬조리 산맥 동사면으로 진입하면 큰일 난다. 그곳은 지도도 없다. 잠입 루트는 현지 정보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맥키시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블랙맘바의 표정이 굳어졌다. 짚은다리에서 자연의 심술과 무서움을 질리도록 겪었다. 한국의 자연환경이 얌전한 여고생이라면 아프리카의 환경은 양아치 깡패다.
“가지가지 하는군. 하긴 항공 정찰이 불가능한 지역이니 이해는 된다.”
“방법이 없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단 병력을 투입해도 불가능한 작전이다. 정글에 숨은 놈들을 찾아낼 수도 없고 찾아내도 인질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는 고문의 능력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다.”
“설마 무작정 헤매고 다니란 이야기는 아니겠지?”
“항공 정찰이 가능한 정글 지역은 1%도 안 된다. 은타간타 연합군은 앨버트 호수 서쪽 부니아와 이루무 근방에서 부정기적 회합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롱고가 이끄는 콩고 혁명군으로 추정되는 테러범을 그곳에서 사살했다. 부니아에서 맘바사 방향으로 더듬어 들어가면 흔적을 찾을 수있을 것이다.”
“허, 또 그놈의 추정! 미치겠군.”
블랙맘바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타작마당에 돗바늘 한 개 던져 놓고 찾으라는 억지보다 더하다. 주앙 무관에게 대충 들었지만, 실제 상황은 생각보다 더 나빴다.
“미안하다. 정확한 위치 정보는 계속 전달하겠다.”
브리핑하는 맥키시도 난감했다. 지옥으로 뛰어드는 블랙맘바에게 빈약한 추정 첩보밖에 제공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특별히 주의해야 할 맹수가 있나?”
“매복 습격이 특기인 표범과 블랙맘바가 치명적이다. 늪에는 하마와 악어, 알려지지 않은 독사를 조심해야 한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괴물도 있다. 생존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키가 2m에 달하는 거대한 새의 습격을 받았다고 했다.”
“키가 2m나 되는 새라고? 타조가 정글에도 서식하나?”
블랙맘바가 사오정 같은 소리를 했다.
“돌연변이 타조인지도 모르지. 생존자의 증언에 의하면 말다리 비슷한 근육질 다리와 도끼처럼 생긴 거대한 부리를 가진 맹수라고 했다. 괴물 새가 덤불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구출팀을 공격했다. 도끼 같은 부리에 등을 찍인 포터는 척추가 부러지고, 발에 걷어차인 GIGN 대원은 복부가 찢어져 죽었다.”
“이거야 원, 이투리 정글 속에 신생대 니치가 남아있단 이야기네.”
블랙맘바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중생대 공룡이 남아있는 판에 신생대 생물이 원시림에 남아있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황당한 소리다.
“그럴지도 모른다. 정보부는 4천만 년 전에 번성한 숲의 폭군 가스트로니스로 추정했다.”
“갈수록 태산이군. 원주민과 독충도 문제겠군.”
“그렇다. 원주민들은 적대적이다. 외지인을 침입자로 간주해서 경고 없이 독화살을 날린다. 피그미족이 사용하는 독은 마비독이지만, 흑인들이 사용하는 독은 살상 독이다. 이투리 늪지대에 사는 파랑독개구리는 남미의 노랑독개구리보다 훨씬 치명적인 독물이다. 흑인들은 파랑독개구리 피부에서 추출한 독을 화살과 창에 바른다. 창상을 입으면 곧바로 무력화되고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식인종들도 조심해야 한다. 피그미족을 잡아먹으려는 식인종들이 뱀처럼 소리없이 돌아다닌다. 특히 은타간타가 이끄는 반군들은 백인의 고기를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정의의 주먹 팀원 상당수가 독화살에 맞아 죽거나 잡아먹혔다.”
“지랄맞군.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총탄보다 더 무섭긴 하지.”
“정글에 진입하면 독충이 가장 문제다. 종류가 워낙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다. 주의해야 할 독충은 말파리 유충, 군대개미, 말벌, 독거미, 나무 거머리, 칸딜라, 말라리아모기……”
“됐다, 위험하지 않은 놈이 없구먼.”
블랙맘바가 말을 잘랐다. 듣고 있던 필립 소장도 머리를 흔들었다. 마이마이 반군을 휩쓸어봐야 인질을 구출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 없다. 천하의 블랙맘바지만 최악의 환경, 최악의 세력을 상대로 무력한 22명의 인질을 구출할수 있을까? 정의의 주먹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특별고문, 되지 엠 랩에서 필요한 인원과 장비는 얼마든지 지원하겠다. 말만 해라.”
걱정스러운 필립의 권유에 블랙맘바는 잠시 생각하다 머리를 흔들었다. 원시의 악의를 극복하는 가장 강한 무기는 인간 본연의 신체와 의지다. 정글 자체가 장애물이자 은폐물이기에 지원화기와 장거리 타격무기는 써먹지도 못한다. 정의의 주먹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근접전과 암살이 기본 전술이다.
“고맙지만 사양한다. 보모 노릇은 내 팔자에 없다.”
이투리 정글은 자신도 위험한 지역이다. 공간지각력과 공진파, 안법을 활용하면 정탐원 수천 명의 이목을 능가한다. 쌈디 외에는 애꿎은 희생만 늘릴 뿐이다.
“안내인은 준비되어 있나?”
“부카부 비행장에 대기 중이다.”
“루만 작전 꼴 나는 건 아니겠지?”
뒤끝 있는 블랙맘바가 뼈있는 말을 던졌다. 아리바와 맥키시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블랙맘바의 원한을 사느니 악마와 맞장뜨라는 말이 DGSE에 공공연히 퍼져있다. 블랙맘바의 협박을 받은 조프레 소령은 공포에 질려 자살했다.
지은 죄가 있는 보니파스도 움찔했다. 카파루자에서 CIA 이중첩자인 자이툰을 안내인으로 붙이는 큰 실수를 범했다. 푸짐한 보상을 받은 블랙맘바가 쿨하게 넘어간 덕분에 살아남았다.
“내 목을 걸겠다.”
작전과장 아리바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그 목 간수 잘해라.”
서늘한 말에 아리바가 부르르 떨었다.
“충분한 정보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 추가할 장비를 말하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맥키시가 간이라도 빼줄 듯이 말했다.
“내 전용 장비와 통상적인 작전 물품이면 된다. 아리바, 채찍은 완성되었나?”
“아, 그 무지막지한 물건 말이군.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맞추느라 기술부에서 고생깨나 했다.”
아리바가 알루미늄 손가방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개방했다. 시커먼 묵광이 번들거리는 거대한 채찍이 구렁이처럼 꽈리를 틀고 있다.
“제작 기간은 6개월, 오백만 프랑이 투입되었다. 인류 역사상 이보다 더 비싼 개인용 무기는 없었다. 음지에서 프랑스의 영광을 지켜준 고문의 노고에 대한 보상이자 선물이다.”
보니파스가 뿌듯한 얼굴로 생색냈다.
“잘 빠졌군. 최고의 선물이다.”
“예쁜이에게 이름을 줘야지.”
“락샤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