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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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콩고 Fist of Justice 17
윙- 채찍이 블랙맘바의 부름에 답하듯 부르르 떨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블랙맘바는 물결치듯 흔들리는 락샤샤의 몸짓을 알아차렸다.
물질의 최소단위는 파동이며 세상은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병이 주인을 알아본다는 말은 신병에 스며든 백과 유기물의 주파수가 사용자의 주파수와 공명한다는 의미다.
진정한 신병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병기에 백이 스며들고 무기물과 유기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고대의 장인은 신병을 탄생시키려고 자신의 피, 영물의 심장, 인간의 뇌, 심지어는 자식과 아내까지 용광로에 집어넣었다. 한과 염원이 특별한 파동으로 무기물에 전이되어 신병을 낳았다.
“락샤샤! 좋은 이름이다. 힌두교에서는 아수라를 도와서 세상을 박살 내는 끔찍한 여신이지만, 불교에서는 회개한 악신인 나찰이지. 자네 요구대로 만들긴 했지만, 핸들도 없이 이렇게 길어서야 제대로 휘두를 수나 있겠나?”
보니파스가 걱정할만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채찍의 길이는 10피트 이하다. 락샤샤의 송(thong)은 30피트가 넘는다. 게다가 송과 폴을 제어할 핸들도 없다.
채찍의 생명은 질김과 유연함이다. 탄력성과 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가죽으로 촘촘하게 땋은 심을 덧가죽으로 싼 다음 그 위에 가죽끈으로 촘촘히 땋고, 마지막에 부드럽고 질긴 가죽으로 오버레이 한다.
땀 수가 많으면 유연성이 좋지만, 내구성이 떨어지고, 땀 수가 적으면 반대로 된다. 보스사우루스 힘줄은 대구경 총탄을 방어할 정도로 탄성과 강도가 뛰어나다. 발사라를 사용해야 재단할 수 있는 힘줄을 가공하느라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채찍은 손잡이인 핸들(handle), 몸체를 이루는 송(thong), 실제 타격부위인 폴(fall), 송과 폴을 잇는 폴 히치(fall hitch), 팡팡 소리를 내는 채찍 말단부인 파퍼(popper)로 구성된다.
채찍의 종류를 크게 나누면 핸들이 있는 불 휩과 핸들이 없는 스네이크 휩으로 나눌 수 있다. 인디아나 존스가 휘두르는 채찍이 불 휩이다. 스네이크 휩은 휴대성이 좋으나 다루기 어렵다.
채찍의 용도는 본래 동물 순치용으로 야만의 상징이다. 동물을 때리고 노예를 때리고 죄수를 때리는 용도다. 채찍을 휘두를 일이 없는 현대인은 채찍에 대해서 잘 모른다. 웃기게도 현대인에게 친숙해진 채찍은 미국과 일본의 천박한 SM에 등장하는 나인 테일 휩이다.
락샤샤의 형태는 일반 채찍과 형태가 판이했다. 핸들, 송, 폴, 파퍼의 구분없는 민자 형이다. 손잡이 부분부터 파퍼까지 시커먼 묵광이 도는 동일 재질로 굵기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파퍼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오망성 수리검 형태의 크래커가 달렸다. 크래커는 입을 벌린 뱀 대가리 형태다. 굳이 구분하자면 송과 크래커만 있는 스네이크 휩이다.
“연장을 가리는 목수는 얼치기다.”
블랙맘바가 락샤샤를 잡았다. 완강하면서 말랑한 감촉이 손에 착 달라붙었다. 락샤샤로 다시 태어난 보스사우루스가 우르르 용트림했다. 블랙맘바는 현대화기를 손에 들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뿌듯한 충만감을 느꼈다.
“락샤샤!”
공진을 담은 굉량한 하울링이 회의실을 우르릉 뒤흔들었다. 쿠오오오- 소리 없는 거창한 파동이 일어났다. 락샤샤는 수억 년 전에 사라진 보스사우루스의 힘줄이 주재료다. 아득한 과거로부터 이어진 공룡의 광폭함이 아수라의 부름에 공명했다. 락샤샤를 쥔 천주부동세의 블랙맘바, 진정한 아수라의 현신이다.
“좋군!”
손목을 까닥해서 크래커(채찍 끝에 달린 편추)를 되돌렸다. 주둥이를 딱 벌린 크래커가 물어뜯을 듯이 달려들었다. 먹이를 향해 스프링처럼 달려드는 블랙맘바 그대로다. 가벼운 손놀림에 락샤샤가 블랙맘바의 상체를 주르륵 휘감았다. 시커먼 블랙맘바가 인간을 칭칭 감은 모습이다. 야만과 야성의 극을 달리는 포스다. DGSE 간부들이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내가 제공한 재료와 달라졌군. 유연성이 좋아지고 강도도 높아졌다. 다른 재료를 섞었군.”
“전장 10m, 중량 30kg, 핸들 부분의 지름은 35밀리, 폴 끝단의 지름은 20밀리다. 재료는 고문이 제공한 미상의 힘줄에 폴리케톤과 리퀴드 메탈을 섞었다. 재료는 전부 100 밀리텍스(tex는 섬유의 굵기 단위, 1km 무게가 1g이면 1tex다. 밀리텍스는 텍스의 1/1,000)로 뽑아내서 중합했다. 세 가지 재료에 일산화탄소를 섞고, 바륨과 스트론튬 화합물을 촉매제로 사용해서 300밀리텍스 섬유를 뽑아냈다. 뽑아낸 섬유를 진공에서 압축해서 근 섬유 다발 형태로 가공했다. 실험치 인장력은 500톤을 상회했다. 내마모성은 다이아몬드에 필적한다. DGSE 기술부만이 만들 수 있는 최강의 유니크 아이템이다.”
아리바가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뭔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복잡하군. 물성은?”
“2,000도 화염에 변형되지 않았다. 강도는 강철의 50배, 티타늄의 20배다. 놀랍게도 탄성계수는 제로에 가깝다. 기술부에서 이런 물질은 다시는 만들어 낼수 없다고 했다.”
“호오! 대단하군.”
블랙맘바가 락샤샤 중동을 양손으로 잡고 힘을 썼다. 락샤샤가 고무줄처럼 쭈욱 늘어났다. 손을 놓자 츙 소리를 내며 본래의 크기로 돌아갔다. 탄성계수 제로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크래커 재료는 뭔가?”
블랙맘바가 묵직한 오망성 수리검 형태의 편추를 들고 물었다. 본래는 발사라를 채찍 끝에 매달려고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발사라와 억수갑은 천고의 보물이다. 락샤샤는 보스사우루스 힘줄만 있으면 현대 기술로 제작할 수 있지만, 발사라는 현대 기술로 흉내도 못 낸다. 행여나 분실하면 땅을 치게 된다.
“리퀴드 메탈이다. 표면은 다이아몬드 코팅, 중량은 3kg이다.”
“좋군!”
블랙맘바가 좋다는 말을 세 번째 했다. 그만큼 락샤샤가 마음에 쏙 들었다. 홍수에 휩쓸려 분실한 오셀롯의 채찍은 락샤샤에 비하면 새끼줄이다.
“고문, 중량 30kg 채찍은 타이탄이나 휘두를 수 있는 물건이다.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까?”
블랙맘바는 맥키시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상체를 살짝 흔들었다. 후우웅- 락샤샤가 좌르르 풀려서 전면으로 쭉 뻗었다. 우웅- 공진이 몸속을 휘돌아 락샤샤를 타고 흘렀다. 보스사우루스 힘줄이 공진을 부드럽게 흡수했다. 쮸웅- 늘어져 있던 락샤샤가 코브라 대가리처럼 꼿꼿하게 일어섰다. 몸체를 따라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합!”
제대로 휘두르면 좁은 실내가 톱밥처럼 갈리게 된다. 패앵- 크래커가 창날처럼 뻗어 나갔다. 꽈앙- 회의실 벽면에서 폭음이 울렸다. 회의실이 우르르 몸살을 앓았다. DGSE 간부들과 필립의 시선이 벽을 향했다. 두께 십 인치 콘크리트벽이 뻥 뚫렸다.
“흐으~”
기묘한 신음이 새나왔다. 네 사람의 입이 쩍 벌어졌다.
‘과연 블랙맘바!’
보니파스의 눈빛이 야릇하게 빛났다.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의 눈빛이다. 기분이 좋아진 블랙맘바가 품에서 수표책을 꺼냈다. 일만 프랑짜리 수표가 맥키시에게 넘어갔다.
“무게 중심도 좋고 탄성도 나무랄 데 없군. 맥키시, 기술부 요원들과 밥이나 먹어라.”
“채찍도 화끈하고 고문님도 화끈하십니다.”
맥키시가 허리를 구십 도로 숙였다. 그는 자신의 뇌에 입력된 블랙맘바의 평가를 무자비한 맹수에서 통 큰 맹수로 수정했다.
이로써 발사라, 억수갑, 락샤샤 삼종 신기를 얻었다. 천외천의 아이템은 돈이 있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하늘의 뜻이 있어야 얻을 수 있다. 기쁨도 잠시다. 편안한 일상이 멀어질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보니파스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블랙맘바의 모습에 가슴이 뿌듯했다. 블랙맘바의 마음을 살 수 있으면 노바토피아가 아니라 코르시카도 내주고 싶었다.
“고문, 또 한가지 선물이 있다.”
“선물은 많을수록 좋지.”
“흐흐, 진정한 안내인을 소개하겠다. 맥키시, 고문에게 보여 드려라.”
“아, GPS! 깜박했습니다.”
맥키시가 알루미늄 하드 케이스에서 두꺼운 옥편 크기의 장비를 꺼냈다.
블랙맘바는 의아한 눈으로 생소한 장비를 들여다보았다. 전면 중앙에 손바닥보다 작은 화면이 있고 하단에 몇 개의 버튼과 트랙볼이 달려 있다.
“시제품으로 만들어진 지피에스(GPS, Global Positioning System)다. GPS는 네 개의 위성으로부터 위치 신호를 수신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놀랍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할 필요 없다. 사용할 줄 알면 된다. 자동차 구조를 몰라도 운전하는 데 지장 없지 않은가. 사용법은 간단하다.”
맥키시는 언제 주눅이 들었느냐는 듯 자신만만했다. 현재의 지점을 마킹하고, 코르시카 깔비를 입력했다. 트랙볼을 굴리자 현 지점에서 깔비까지 방향과 거리가 표시되었다.
“헉!”
블랙맘바의 두 눈이 커졌다. 출발지와 목적지의 위치와 거리를 알려주는 매직 아이템이다. 그는 수백, 수천 킬로를 이동하며 싸우는 용병이다. 기계의 엄청난 가치를 곧바로 이해했다.
“허으! 사헬에서 GPS가 있었으면 아무도 죽지 않았겠군.”
블랙맘바가 깊은 탄식을 흘렸다. GPS가 있었으면 동료들이 사막에서 방향을 잃고 헤맬 이유가 없었다. 쓸데없는 이동이 체력을 갉아먹고, 판단력과 위기 대응력을 떨어뜨렸다.
“쓸데없는 소리. GPS는 특별고문이 첫 사용자다. 시제품이라 좌표 안정성이 떨어진다. 입력된 자이르의 지도도 정확지 못하다. 그래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고맙다. 최고의 안내인이다.”
블랙맘바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GPS는 정글과 사막에서 총기보다 더 소중한 물건이다.
“저팔계가 따로 없구마.”
회의를 끝내고 레종 에뜨랑제 보급창을 찾은 블랙맘바가 실소를 흘렸다. 쌈디가 거대한 삽을 맹렬히 휘두르고 있다.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얻은 아이에 다름 아니다.
“친구, 회의는 끝났나?”
에밀이 전동 리프트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의족에 완전히 적응한 몸놀림이다.
“응, 부실한 정보를 선물로 때우더군. 저놈은 언제부터 저러고 있나?”
“한 시간쯤 지났다. 내 살다살다 저놈처럼 힘 좋은 놈은 처음 보았다. 파야에서 만났던 끔찍한 놈보다 힘과 체력이 더 좋은 것 같다.”
“몸놀림은 오셀롯보다 못하다. 둘이 붙으면 볼만할 거다.”
“휴, 내가 보급관으로 빠지길 잘했지. 세상이 어찌 되려고 저런 괴물들이 자꾸 세상에 나타나는 거야.”
“임마, 너도 무식하기론 저놈에 못지않아. 천하의 무대뽀가 약한 소리를 하고 그래.”
블랙맘바가 에밀의 들을 펑펑 두들겼다. 미니미를 들고 전장을 질주하던 친구다. 창고에서 총기 상자나 운반하는 모습이 짠했다. 그것도 용병의 숙명이다.
“쌈디, 그만하고 이리와.”
푸와앙- 쌈디가 세차게 삽을 허공에 휘젓고 동작을 끝냈다. 쌈디가 삽을 어깨에 척 메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와키르, 이거 정말 마음에 든다.”
쌈디가 싱글벙글했다. 블랙맘바가 삽을 받아서 찬찬히 살폈다. 코끼리도 한 방에 묵사발 낼 무식한 물건이다. 삽날 폭은 200mm, 길이는 무려 500mm다. 중앙부 두께는 10mm로 두툼하고 가장자리는 면도날처럼 날카롭다. 삽자루는 삼단 조립형의 통짜 봉이다. 각 봉은 600mm, 모두 연결하면 삽날까지 2.4m다.
말이 삽이지 방편산이다. 서유기에 나오는 사오정의 무기가 방편산이다. 원래 방편산은 무기 이전에 땅을 파는 용도다. 중국은 땅이 넓고 인명이 경시되는 만큼 행려 시체가 많았다. 운수행각하는 스님들이 맹수를 물리칠 겸 길에버려진 시체를 묻어주는 용도로 쓰였다. 쌈디에게 딱 맞는 병기다.
“보기보다 훨씬 가볍군. 40kg쯤 되려나?”
“딱 40kg이다. 리퀴드 메탈을 다이캐스팅으로 뽑아서 단조 접쇠 가공했다. 삽날은 다이아몬드 코팅마감이다. 강도와 내마모성이 티타늄의 세배쯤 된다.”
“돈깨나 들었겠구먼.”
“리퀴드 메탈은 황금보다 비싼 생산비 때문에 실용화되지 않았다. 돈을 물쓰듯하는 DGSE가 아니면 이따위 미친 짓을 못하지. 블랙맘바가 무섭긴 무섭나 봐. 크크크!”
에밀이 실실 웃었다. 콧대 높은 DGSE 기술부에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배경에 블랙맘바가 있다. 뺀질이들도 블랙맘바의 요청이라는 말 한마디면 껌벅 죽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지. 어디 강도를 한번 볼까?”
슈악- 거대한 삽날이 번쩍 대기를 갈랐다. 쿵- 보급창 앞의 표지판 쇠기둥 상단이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헐!”
에밀이 숨을 들이켰다. 지름 150mm 쇠파이프가 소리도 없이 잘렸다. 그러려니 하지만 볼 때마다 위화감이 느껴졌다.
“쓸만하네. 쌈디야 니 무기는 뽁뽀기다.”
뽁뽀기라니 참 모양 빠지는 작명 센스다.
“뽁뽀기 좋다.”
쌈디가 좋다고 하며 뽁뽀기를 분리해서 백팩에 집어넣었다.
“에밀, 쌈디가 사용할 화기는 찾아봤나?”
“50구경 중기관총을 들려줄까 했는데 급탄과 총열이 문제다. 정글 깊숙이 들어가면 추가 보급이 어려워질 텐데 고장 나면 말짱 황이지.”
에밀이 목재 박스에서 기관총을 꺼냈다.
“7.62mm 탄을 쓰는 벨기에 FN 사의 원판 메그(MAG)다. 파괴력은 M2보다 떨어지지만, 안정성에선 따라올 놈이 없는 최고다. 저 친구에겐 이쑤시개 수준이겠지. 그만큼 탄환을 충분히 보유해라. 분당 850발을 쏟아붓고 총열 교체는 10초면 충분하다. 부족한 화력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저 친구 총은 쏴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