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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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1
에밀이 FN MAG을 팽개치듯이 집어던졌다. 쌈디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기관총을 발등으로 툭 차올려 잡았다. 쌈디의 인상이 비틀렸다. 서늘한 쇠붙이의 감촉, 눈에 익은 운반 손잡이와 이중 방열판, 눈에 익은 총기다. 무엇인가 떠오를 듯 머리 한쪽이 간질간질해졌다.
“레종 에뜨랑제의 교훈을 잊었나. 풋내기는 죽이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는 거라고.”
“죽어버리면?”
에밀이 눈살을 찌푸렸다. 쌈디가 아무리 피지컬 능력이 뛰어나도 총 맞으면 죽는 건 마찬가지다. 쌈디가 친구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이다.
“쌈디 안 죽는다.”
쌈디가 불쑥 끼어들었다.
“임마, 엉아끼리 이야기하는데 핏덩이가 왜 끼어들어.”
에밀이 눈을 부라렸다.
“진짠데.”
쌈디가 억울한 듯 투덜거렸다.
“풉!”
블랙맘바가 실소했다. 주인의 친구만 아니면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은 눈치다. 에밀은 쌈디의 정체를 모른다. 핏덩이라니! 쌈디의 나이가 최소한 50살은 넘었다. 쌈디의 나이와 전직을 알게 되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이다.
“천부적인 전투 감각을 타고 난 녀석이다. 쉽게 죽을 놈이 아니다.”
“자네가 인정할 정도면 쫄다구보다는 낫겠구먼. 젠장, 내가 따라가야 하는데……. 예방주사 맞고 다시 와라. 장비를 꾸려놓을게.”
에밀이 구시렁거렸다. 한 끗발 하는 전사인 쫄따구도 데려가지 않는데 자신이 따라가 봐야 짐이다.
“친구가 있으니 편해서 좋군. 자넨 최고의 기관총수였고, 이젠 최고의 병기 보급관이라고.”
에밀의 심사를 짐작한 블랙맘바가 애드벌룬을 띄웠다.
“당연하지. 한번 파트너는 영원한 파트너다. 친구는 목숨을 몇 번 살려주었는데 난 해 줄 게 없네. 남은 다리라도 떼줄까?”
“인간 뒷다리를 먹으면 뒈지게 맞는다. 먹지도 못할 다리를 어따 쓰게.”
“임마, 끔찍한 농담 말아.”
천연덕스런 쌈디의 말에 화들짝 놀란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보기와 달리 농담도 할 줄 아는 녀석이네.”
에밀이 마음에 든다는 듯 빙글거렸다.
“에밀, 이 녀석 데리고 가서 사격을 가르쳐라. 총기 핸들링과 조준선 정렬, 화망 구성, 포복과 간단한 엄폐 정도만 가르치면 될 거야.”
“아이고, 제식 훈련도 안된 놈을 어떻게 가르쳐. 난 못해. 카스텔노다리로 보내라고.”
에밀이 비명을 질렀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기관총이라면 자네가 최고 아닌가. 우는 소리 말고 인간 만들어 봐.”
블랙맘바가 추어주자 단순한 에밀의 입이 헤 벌어졌다.
“핏덩어리를 두세 시간 가르쳐서 인간으로 만들라고? 끔찍하다 끔찍해. 따라와 임마. 한 따까리가 뭔지 보여주지.”
끔찍한 일은 쌈디가 아니라 블랙맘바가 당했다. 의사와 덩치 좋은 남자 간호원이 달려들어 끝없이 주삿바늘을 찔러댔다. 사헬에 들어갈 때 접종받은 예방주사 몇 가지는 새발의 피였다.
사막과 달리 열대우림의 풍토병과 기생충은 알려진 것만도 수십 종이다. 예방접종은 끝이 없었다. Yellow fever, Hepatitis-A, Hepatitis-B, Typhoid, Meningococcus, Polio, Rabies, Measles, Tetanus-diphthetia, Vibrio Cholerae……. 좀비화된 쌈디가 부럽기는 처음이었다. 어떤 병균과 바이러스가 좀비를 침범하겠는가!
일반인은 삼사일에 걸쳐 접종해야 할 예방 주사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에볼라 바이러스와 히브는 주의하란 경고로 접종을 대신했다. 블랙맘바는 자신의 몸에 주입된 각종 고름과 세균 찌꺼기에 몸서리쳤다. 에피듐의 항체는 최강의 보툴리누스 톡신을 눌렀다. 차라리 에피듐의 해독 항체를 믿고 병균과 직접 싸우는 게 백번 나을 것 같았다.
블랙맘바가 초췌해진 얼굴로 사격장에 나타났다. 서서쏴 자세로 기관총을 난사하는 쌈디가 눈에 들어왔다. 10.5kg 메그도 쌈디에게 작대기에 불과했다. 탄띠를 서너 겹 어깨에 두르고 물찬 제비처럼 이동 사격을 하고 있다.
“어이 친구, 그 꼴이 뭔가? 설마 아작시오 창녀촌을 깡그리 돌았나? 그런 거야? 크크크!”
에밀이 킬킬거렸다. 다크서클이 늘어진 블랙맘바의 얼굴이 생소하고 웃겼다.
“말도 마. 병균이 우글거리는 고름을 한 바가지 몸속에 퍼넣었어. 가운과 주삿바늘만 봐도 경기할 지경이라고.”
“크크크, 블랙맘바의 천적이 간호원이라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선물을 줄 테니 기운 내.”
에밀이 손바닥보다 작은 알루미늄 케이스를 내밀었다.
“친구, 이건 내가 DGSE 기술부에 친구 이름을 빌려서 요청한 특별품이다. 이투리 정글은 산악이다. 꼭 필요할 거야.”
“친구가 좋긴 좋군.”
블랙맘바가 뚜껑을 열었다. 낚싯줄처럼 돌돌 말린 회색 로프와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앙증맞은 마름모꼴 표창이 이다. 직경 1.5mm 남짓한 로프는 차라리 실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가늘었다.
“끙!”
양손으로 로프를 잡고 힘썼다. 실처럼 가는 로프가 자신의 힘을 거뜬히 이겨냈다. 인장 강도가 5톤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우와, 이거 재료가 뭐냐?”
“락샤샤를 만들고 남은 힘줄에 다이니마를 초미세 가닥으로 뽑아서 화학처리후 합사했다. 지름 1.5밀리, 길이는 200미터다. 표면은 꼬이지 않도록 티탄 코팅했다.”
“허, 천잠사가 따로 없구먼.”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투리 정글은 말만 들어도 끔찍한 곳이다. 험준한 산악 정글에서 로프는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200m면 웬만한 협곡을 건너거나 절벽을 오를 때 모자람이 없다.
“내가 준 물건은 남았나?”
“손가락만큼 남은 물건을 회수했다. DGSE 기술부 팀장이 땅을 치고 아까워하더군. 그 친구가 얼마나 눈독을 들이는지 삥땅 못 치게 쫄따구 한 놈을 연구실에 상주시켰거든.”
“잘했다.”
보스사우루스 힘줄은 인세에 존재하지 않는 화석 물질이다. 쓸데없이 학계로 빠져나가면 평지풍파가 일어난다. 무대뽀 에밀은 뜻밖에 세심했다.
표창 꽁무니에 작은 구멍이 보였다. 대충 알만했다. 옥매듭으로 표창을 로프에 연결했다.
“어디 한번 시험해 볼까.”
표창이 블랙맘바의 손을 떠났다. 쒜에엑- 로프가 끝없이 풀려나갔다. 퍼억- 150m 밖의 히말라야삼나무 동체에 표창이 틀어박혔다. 피피핏- 블랙맘바의 손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휘돌았다. 돌돌 말린 로프가 손바닥에 얌전히 올려졌다.
“휘유!”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신기에 에밀이 휘파람을 불었다.
“쓸만해?”
“최고다. 이놈의 이름은 아미(ami, 친구)로 하지.”
“흐흐흐, 영광이다.”
“쌈디는 가르칠만해?”
“말도 마라. 저놈도 자네 못지않은 괴물이다. 적응력도 대단하고 동체 시력과 몸놀림은 인간이 아니다. 자세와 스킬을 두 번 보여줄 필요 없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 오셀롯과 같은 종류냐?”
“아니다. 쌈디는 평범한 인간이다.”
에밀은 도마뱀처럼 땅바닥을 빠르게 기어가는 쌈디를 노려보았다. 낮은 포복이 자신이 뛰는 수준이다.
“쳇, 저놈이 평범한 인간이면 나는 루게릭 환자다. 저놈은 이동 사격과 포복 연습을 조금 더 해야 해. 창고에 가서 물품을 챙겨보자고.”
블랙맘바 전용 무기는 오바뉴 본부 무기고와 DGSE 기술부 연구실 두 군데에 각각 보관되어 있다. 에밀의 주 임무가 블랙맘바의 무기와 장비 관리다. 개조 드라구노프, MP5sd3, 글록, 쿠크리, 표창은 에밀의 콜렉션으로 상시 준비되어 있다.
블랙맘바는 에밀이 챙겨둔 장비를 차근차근 확인해서 백팩에 정리했다. 방탄 방수 백팩, 방탄조끼와 스커트, 상박과 허벅지를 가리는 방탄 토시, 2파운드 무게의 위성전화기, 자이르 동북부 군사 지도, 벌레 퇴치용 강력 아로마 스프레이, 방충망이 달린 해먹, 수통, 강력 정수제……. 무기외에도 에밀이 챙겨둔 비품이 끝없이 나왔다.
그는 미사일이라도 내 줄 기세로 설치는 파트너를 말렸다. 에밀이 준비한 레일과 도트사이트도 사양했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사양이다. 무기는 연사에 따른 총신 피로도를 감안해서 MP5sd3와 메그 총신만 추가로 챙겼다.
1985년 6월 1일 드골 공항,
먹물 같은 어둠이 덮인 주기장에 지프가 줄줄이 들어섰다. 선두 지프에서 백팩을 맨 블랙맘바와 쌈디가 내렸다. 지프가 속속 도착했다. 지프에서 내린 의료진과 정보원들이 부산하게 짐을 챙겼다. 그들의 임무는 블랙맘바 후방지원이다. 지부티에서 출발한 13 외인 여단의 병력과 장비는 이미 부카부 비행장에 도착해 있다.
“페롱 자문관이 보이지 않는군.”
블랙맘바가 아리바 과장을 돌아보았다.
“자문관은 어제저녁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프로방스로 내려갔다.”
아리바가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뱉었다.
“뭣이라! 사직?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작전 참모로 임명된 자가 도망을 쳐? 수많은 젊은 피를 뿌려놓고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 고관이 사직서를 던지면 그만인가? 프랑스가 자랑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덤에 들어갔구먼.”
블랙맘바가 기가 찬다는 투로 투덜댔다.
“페롱 자문관은 지시 불이행으로 연금 50%를 박탈당했다. 페롱 본인은 관짝과 연금 50%를 교환했다고 생각하겠지. 꼴 보기 싫은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를 쫓아버리는 게 자네 목적이지 않나.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는 그만 놓아주게.”
시니컬한 보니파스의 말에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할 일도 많은데 무책임한 양아치 늙은이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지. 가자!”
페롱이 사직서를 제출할 줄 이미 예상했다. 늙을수록 노욕이 강해지고, 자투리 목숨에 연연하는 추한 인간은 의외로 많다. 인생을 정리할 나이에 권력에 빌붙어 떡고물을 챙기는 인간, 물건이 서지도 않는 주제에 젊은 여자를 추행하고 딸 같아서 귀여워해 줬다고 강변하는 후안무치한 늙은이는 한국에도 널렸다.
“뚜바이부르파, 무운을 비네. 이번엔 정의의 주먹을 꼭 보여주게.”
필립 소장이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정의의 주먹은 개뿔이, 쫌생이 노친네.’
트랩에 한 발을 올려놓은 블랙맘바가 영혼 없는 손을 흔들었다.
“어제 자베르 회장이 원전 기술 이전을 약속했네. 정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네.”
보니파스가 블랙맘바의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고맙다.”
“열흘이 지나면 인질을 처단한다는 협박 따위는 신경 쓰지 말게. 돈과 무기가 필요한 놈들은 인질을 쉽게 죽이지 못해. 나는 솔직히 인질 22명보다 고문이 훨씬 소중하다. 무리할 필요 없다.”
“헐, 차관급 고관이 그렇게 말해도 되나?”
“당연히 안 되지. 내 말을 녹음해서 언론에 팔아먹을 놈은 없으니 하는 말이야.”
“부장과 나는 갈수록 손발이 잘 맞는다.”
“과거에 원수였나 보지.”
보니파스가 비시시 웃었다. 블랙맘바도 따라서 비시시 웃었다. 이심전심은 나이와 인종에 불구하고 통한다.
허큘리스가 활주로를 질주했다. 여명을 등지고 거대한 동체가 불쑥 솟아올랐다.
“필립 소장, 당신은 보니파스를 따라가려면 멀었어.”
창밖을 보며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힘들 일을 할 때면 배를 불려줘야 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인간은 자신의 말 한마디가 요술이라도 부리는 줄 착각한다.
드골 공항에서 부카부 비행장까지 비행 거리로 9,200km다. 허큘리스가 경제 비행하면 15시간 걸린다. 항속거리는 유상탑재량(승객과 화물을 합산한 중량)을 감안한 최대 비행 거리로 산정된다. 이때 예비연료는 계산하지 않는다. 연료 무게와 유상탑재량은 반비례하는 셈이다.
실제 항속거리는 비행기의 속도와 고도, 풍향, 풍속에 따라 달라진다. 제트기류를 타는 것만으로 항속거리를 20~30% 늘릴 수 있다. 유상탑재량을 최대한 줄이고, 연료 탑재를 늘리면 허큘리스의 항속거리는 5,250km에서 8,300km까지 늘어난다. 카이로 공항에서 중간 급유를 마친 C-130이 홍해를 거쳐 자이르 부카부 비행장으로 향했다.
일주일이나 휴식을 제대로 취한 블랙맘바는 비행 내내 쌈디의 허벅지를 베고 단잠에 빠졌다.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소문대로 대단한 인간인가 무신경한 인간인가?’
정보부 요원 귀도는 감탄했다. 코를 고는 동양인은 지옥행 티켓을 끊은 인간이다. 이투리 정글은 내로라하는 특수전 부대를 세 차례나 삼켜버렸다. DGSE 정보부가 이투리 정글을 지옥행 티켓과 동일시한 지 오래다.
흑인 거한도 대단했다. 열 시간이 넘도록 미동도 않았다. 조금만 소음을 내면 눈을 부라리는 바람에 귀도와 동료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병아리를 품은 암탉이 따로 없다.
난기류를 만난 동체가 우르르 떨었다. 블랙맘바가 부스스 일어났다.
“어딘가?”
“자이르 수도인 킨샤샤 상공을 통과 중입니다.”
귀도가 잽싸게 대답했다.
“으갸갸, 대충 도착한 건가?”
블랙맘바는 찢어지라 기지개를 켜고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방울을 찍어냈다.
“조금 더 쉬십시오. 아직 세 시간은 더 비행해야 합니다.”
“자이르에 도착했다며?”
블랙맘바가 뜨악한 눈으로 귀도를 쳐다보았다.
“부카부까지 아직 1,700km 남았습니다.”
“떠그럴!”
블랙맘바는 여명이 밝아오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몸은 세계를 무대로 돌아다니는데 의식은 여전히 좁은 한국에 머물러있다.
“슬슬 준비해야지. 지도!”
귀도가 1:7,000 군사지도를 얼른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