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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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개미 지옥 3
코로타로는 보루쿠의 오아시스 도시다. 보델레 저지의 동쪽 초입에 있는 도시로 카넴주 경계에서 100km떨어져 있다. 서북주로는 은자메나에서 바르엘가잘 수로를 따라 코로타로까지 연결된다. 카넴주와 달리 보루쿠주는 프롤리나트의 안마당이다.
라텔 팀은 카넴주의 몬도에서 4일간 하릴없이 1000km 이상을 헤맸다. 숏빠지게 싸우고 달려서 악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 민 셈이다.
깨비텐은 코로타로를 20km 남겨 둔 지점에서 숙영을 지시했다. 코로타로 북서쪽은 보델레 저지, 북쪽은 사막, 동쪽은 황량한 엔네디 고원이다. 보델레 저지대는 끝없이 넓다. 예전에는 습지였다고 하나 현재는 습지가 황무지로, 다시 사막으로 천이되고 있다. 수 십 킬로미터를 달려도 원주민 마을을 만나기 어려운 지역이다.
동료들이 캠프를 치는 동안 블랙맘바는 슬그머니 AK47을 들고 나갔다. 얼디 하마르에서 망가진 파무스 대신 들고 온 물건이다. 본격적인 충돌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영점을 잡고 손에 익히기 위해서다.
깔비에서 AK47을 다루어 보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총기는 사수와 일치를 이룰 때 제 성능을 발휘한다. 이곳은 친토산 훈련장이 아니라 생사가 걸린 반군 지역이다. 생존 확률을 높이려면 총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총기는 상태도 좋고 관리도 잘되어 있었다. 총강 수입 상태도 좋고 격발도 부드러웠다. 총기 상태만 보아도 계곡 후면을 기습한 게릴라들이 정예임을 알 수 있었다.
사헬 지역은 사막화 되어 가는 초지다. 초지가 있고 초식 동물도 당연히 서식한다. 벨매스티구어(Bell’s Mastigure)라는 이름의 그물 무늬 도마뱀이 대표적인 초식 동물이다.
“머꼬? 마카 오데 갔노?”
사냥을 나선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기감에 잡히는 동물은 기껏해야 방울뱀이나 도마뱀처럼 민첩하고 작은 놈들 뿐이었다. 빌마 인근의 사헬은 메마르고 황량한 지역이다. 숲과 초원이 빈약하다보니 사냥감도 빈곤했다. 영양, 가젤, 사막여우, 타조가 서식한다고 들었지만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쉭- 황갈색 도마뱀의 머리에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표창이 꽂혔다. AK를 한 몸처럼 다루게 되자 표창과 돌멩이를 던져서 작은 동물을 잡았다. 투척 무기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머리에 뿔을 달고 몸부림치는 놈은 빌마 인근의 우점종인 벨매스티구어다. 성체 체장이 10인치 남짓한 이놈은 특이하게 초식성 도마뱀이다.
“오늘도 도마뱀 구이나 묵어야 겠구먼.”
블랙맘바는 표창으로 벨매스티구어 다섯 마리를 잡았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에 비해 육질이 질기고 노린내가 많이 난다. 날고기의 포화 지방산이 근육에 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육식동물보다 초식동물의 고기 맛이 좋다. 벨매스티구어의 불운도 맛 때문이었다.
블랙맘바는 이틀 동안 한 번도 흡족한 사냥감을 잡지 못했다. 만만한 것이 파충류였다. 벨매스티구어, 오시렉트, 자이언트플레이트같은 도마뱀류, 뿔살모사와 이름도 모를 파충류들의 머리가 박살났다. 몸길이 6미터에 달하는 아프리카 비단뱀이 식단에 오르기도 했다.
유감스럽게도 아프리카 최악의 치명적 동물이라는 블랙맘바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블랙맘바는 아프리카 동남부 지역에 서식한다. 챠드 중부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소문만큼 무서운 놈인지 확인해 볼 기회가 없었다.
장쒼은 중국인답게 요리 재료에 까다롭지 않았다. 경험해보지 못한 재료를 받은 그는 왕성한 탐구욕을 보였다. 장쒼은 벨매스티구어의 꼬리 가시에 찔려가며 요리를 만들었다. 올리브유를 발라서 구워 낸 도마뱀 구이는 대환영을 받았다.
도마뱀 구이를 맛 본 용병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파충류라는 선입견으로 도마뱀 구이를 거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블랙맘바도 만족했다.
쇠고기와 닭고기 맛을 버무린 듯 한 연한 육질은 레토르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몸길이만 10인치가 넘는 놈이다. 뜯어 먹을 고기도 제법 많았다.
전투식량에 물린 팀원들이 블랙맘바의 등을 떠밀어 사냥을 내 보냈다. 벨매스티구어 수난이 시작되었다. 본래 인간은 맛이 좋거나 정력에 좋다는 소문만 나면 씨를 말리는 종족이다. 쥐고기가 정력에 좋았으면 그 엄청난 생존력을 가진 쥐도 멸종되었을 것이다.
깨비텐도 말리지 않았다.
얼디 하마르 전투로 인해 프롤리나트 군과 라텔팀의 숨바꼭질은 이미 시작되었다. 블랙맘바의 컨디션 유지는 팀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깨비텐은 정찰대에게 꼬리를 잡힐 위험성보다 블랙맘바의 컨디션 난조가 가져 올 위험도를 더 높이 평가했다.
마이크가 사냥을 해 보겠다고 나섰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스나이퍼일 뿐 블랙맘바가 아니었다. 사냥감을 찾아내기도 어려웠고, 작고 재빠른 사냥감을 명중시키기도 어려웠다.
성공해도 문제였다. 강력한 탄환이 작은 도마뱀을 박살내기 일쑤였다. 도마뱀이나 뇌조의 머리끝을 스치듯이 맞혀서 사체를 온전히 보전시키는 능력은 블랙맘바만이 가능했다.
되지엠 랩 최고 스나이퍼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마이크는 스나이핑 능력이 사냥 스킬의 일부에 불과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날 새벽, 블랙맘바는 변함없이 사냥을 나섰다.
캬악- 타조 울음소리다. 블랙맘바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간만에 만난 대형 사냥감이다. 블랙맘바의 신체가 고무줄이 늘어나듯 스윽 이동했다. 사부에게 머리통을 맞아가며 배운 첨질보다.
300m쯤 전진하자 잡목이 우거진 풀숲에 쑥 솟아오른 타조 머리가 보였다. 커다란 눈망울이 짚은다리 누렁이를 연상시켰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주먹크기의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거리 30m는 눈 앞에 있는 표적이다.
쉥- 포탄처럼 날아간 돌멩이가 타조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우와!”
동행한 모리스와 미구엘이 환성을 질렀다. 그들은 블랙맘바가 돌멩이로 헬기를 격추시켜도 놀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리스와 미구엘이 타조를 들고 나타나자 동료들이 환성을 질렀다. 큰 닭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모두 침을 줄줄 흘렸다. 켄터키 치킨은 아니지만 씨레이션 닭볶음보다야 훨씬 낫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돌았다. 이런 소소한 도락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어쩌나?”
장쒼은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대형 조류를 앞에 두고 한숨을 쉬었다. 정작 음식 재료를 요리로 변신시킬 책임이 있는 사람이 엄두를 못 내고 우물쭈물했다. 기가 질린 것이다.
“조금 큰 닭이거니 하라구.”
“조금이 아니다. 엄청 큰 닭이다. 털을 언제 다 뽑나?”
부리머가 부담을 덜어 주려 했지만 장쒼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내가 처리해도 되겠소?”
옴부티가 블랙맘바에게 정중히 물었다.
‘이 양반이 왜 네게 묻지?’
블랙맘바는 뜨악했다.
“당신은 임모하렌이다. 천한 일을 할 수 있겠나?”
옴부티의 우멍한 눈에 웃음이 떠올랐다.
“와킬이 먹을 음식이오. 하인이 당연히 할 일이오.”
“나는 주인이 아니고, 당신은 하인이 아니다.”
“투아레그 전사는 한 번 뱉은 말을 번복하지 않소.”
‘에구 내가 앓느니 죽지.’
블랙맘바는 완강한 옴부티의 태도에 뒷목을 움켜쥐었다.
“보다시피 친구가 쩔쩔매고 있다. 부탁한다.”
“알겠소.”
옴부티는 타조 머리를 메카 방향으로 돌려놓고 경건히 기도를 올렸다.
“……비스밀라!”
옴부티는 도살 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을 끝맺고 허리에 차고 있던 샴시르를 뽑아 단번에 목을 잘랐다.
타조의 목에서 왈칵 피가 쏟아졌다. 무슬림은 동물의 피를 불결하게 여긴다. 꾸란에도 피를 먹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도축시 피를 모아 땅에 묻는다.
선지 해장국을 즐기는 한국 사람은 뜨악할 것이다. 마장동 도축 시장에서 선지 한 양동이가 오천 원에 팔리니 말이다.
먹거리 문화는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다.
선지 해장국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음식 중에 한 가지다. 대구 앞산 밑의 ㄷ식당은 선지해장국 전문점이다. 하루에 나무젓가락이 리어카 한 대분이 나온다고 한다. 아랍인이 선지 해장국을 맛나게 먹는 한국인을 보면 기겁을 하고 나자빠질 것이다.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이 야만인이라고 핏대를 세운 프랑스 여배우는 인류 문화사를 이해 못하는 무식한 여자일 뿐이다.
옴부티는 익숙한 솜씨로 타조 껍질을 벗겨 냈다.
장쒼은 거대한 조류의 깃털을 일일이 뽑을 생각에 난감해 했지만 옴부티는 간단히 해결했다. 경험의 차이다.
옴부티는 블랙맘바에게 선물 받은 스페츠나쯔 대검으로 배를 쭉 갈랐다. 장쒼이 내장을 꺼내고 몸체를 토막 쳐서 해체했다. 타조를 올려놓은 방수포에 고인 피가 주르르 흘러내려서 붉은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옴부티가 굵은 철망을 들고 왔다.
픽업이 모래 웅덩이에 빠졌을 때 탈출용으로 쓰는 철망이다. 에밀과 미구엘은 마른 아카시아 등걸을 모아 왔다.
붉은 색조의 황무지 바위 언덕위로 배고픈 달이 떠올랐다. 사헬의 달은 차가웠다. 달이 쏟아 낸 냉기를 받은 황무지가 퍼렇게 빛났다.
모닥불이 거세게 타올라 냉기를 밀어냈다.
모닥불을 중심에 두고 용병들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각자 대검으로 타조 고기를 잘라먹었다.
불빛에 비친 얼굴들이 말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각질이 허옇게 일어났다. 블랙맘바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작전 기간이 길어지면 컨디션 유지가 문제가 된다. 월송산에서 이상한 유골을 만나지 않았으면 자신도 동료들의 몰골과 다를 바 없다.
벌겋게 달아오른 아카시아 숯과 지글거리는 타조 생고기, 숯에 떨어진 기름이 치익 불꽃을 일으키는 사헬의 밤이 그렇게 깊어 갔다.
작전 7일째,
라텔 팀은 코가 열자나 빠졌다. 옴부티와 블랙맘바, 에밀이 원주민들을 접촉하고, 나머지 팀원들이 3인 1조로 은신 가능한 지역을 탐색했다. 3일간 코로타로 인근에서 정보활동을 벌였지만 소득이 없었다.
결국 너구리 꼬리도 발견하지 못하고 예정된 작전 시한을 넘겼다. FAP정찰대를 피해서 움직이느라 날짜만 잡아먹었다.
성과도 없고, 진척도 없었다. 모두 스트레스가 잔뜩 쌓였다.
“더 이상 본부를 믿을 수 없어. 미친개처럼 돌아다니기만 하다가 전부 뒈질 거라고. 당장 철수해야 한단 말이야.”
며칠간 잠잠하던 마이크의 불평이 쏟아졌다.
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블랙맘바를 향했다.
마이크가 움찔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블랙맘바는 멀찍이 떨어져서 다리를 꼰 이상한 자세로 앉아 있다. 저런 자세로 앉아 있을 때는 주변에 전혀 관심이 없다.
“안 돼. 작전은 끝나지 않았다.”
부리머가 반대하자 마이크가 성질을 부렸다.
“썬 오브 비치, 우리는 모두 죽을 거라고. 빌어먹을 본부 놈들이 우리를 버렸단 말이야.”
“마이크 함부로 말하지 마라.”
“난 함부로 말 한적 없다. 현실을 똑바로 보자는 이야기다.”
“쯧!”
블랙맘바가 입맛을 다셨다.
‘헙!’ 놀란 마이크가 입을 다물었다.
동료들이 옥신각신 하는 바람에 명상이 깨졌다.
블랙맘바는 설전을 벌이는 동료들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퇴출하든 작전을 계속하든 별 관심이 없었다. 군인은 명령에 따르면 된다. 떠들어 보아야 작전팀이 명령을 엎을 수는 없다.
짬밥이 낮은 장쒼은 갑론을박에 끼어들지 못하고 블랙맘바에게 걸어왔다.
“향채를 넣은 샤오미엔을 먹고 싶다. 따꺼도 그렇지?”
뜬금없는 장쒼의 말에 블랙맘바는 실소를 지었다. 불안한 장쒼의 속내가 드러났다. 사람은 극도로 불안해지면 고통스런 기억보다는 좋았던 기억을 떠 올린다.
“크큭, 그것만은 사양하겠어.”
사헬에 중국집도 없지만 역한 냄새가 나는 향채를 넣은 중국요리는 다시 먹고 싶지 않은 목록이다. 얼큰한 김치찌개가 간절했다.
“블랙은 어떻게 생각해?”
“우린 용병이다. 돈을 받았으니 밥값을 해야지.”
블랙맘바의 말에 장쒼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가 결정하면 따르면 그만이다.
“그건 그렇지. 마이크 저놈의 병이 도졌나봐.”
“흐흥, 교훈이 부족하면 채워 넣어야지.”
나지막한 말소리를 들은 마이크의 얼굴색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