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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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
“써글, 더럽게 넓네.”
지도를 들여다보던 블랙맘바가 머리를 저었다. 콩고의 주는 11개다. 이투리 정글이 속해있는 동북부의 북키부 주와 동부 주의 땅덩이만도 한국의 6배 크기다.
서쪽 끄트머리에 수도를 박아놓고 광대한 동부를 방치한 모부투가 한심했다. 남 말 할 때가 아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아니라 땅은 넓고 정보는 부실했다.
“짜바리, 지형도, 사진 지도, 기복도 전부 챙겨와.”
경찰의 비칭인 짜바리는 유도의 들어 메치기 기술의 속어이기도 하다. 블랙맘바는 헌병대와 DGSE를 통틀어서 짜바리라 불렀다. 고공낙하로 침투한 루만 작전이 그리웠다. 광대한 정글에 떨어지면 동서남북을 구분 못 한다. 방향과 거리를 잃지 않으려면 GPS와 대조 확인할 지형이 머리에 입력되어 있어야 한다.
마음이 편하면 사오정이다. 경험하지 못한 정글 작전이다. 그것도 소거가 아니라 까다로운 인질 구출이다. 구출 작전은 소거 작전보다 백배는 까다롭다. 인질이 죽어버리면 작전실패에 더해서 하이에나 같은 언론에 사정없이 물어뜯기는 심적 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
“넨장, 재작년엔 사막과 황무지에서 모래를 파먹고, 작년에는 땅속에서 죽어라 헤매고, 올해는 정글에서 피그미 면회를 가게 생겼구마.”
나오느니 한숨이요, 느는 것은 한탄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일을 말끔히 정리하지 못하고 끌려온 상황이 짜증 났다. 정신이 산만하니 지도를 암기하기도 쉽지 않다.
“씨바, 돈 벌기 쉽지 않네요잉.”
블랙맘바가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 질렀다.
“께 스 낄 이아?(무슨 일이십니까?)”
놀란 귀도가 벌떡 일어났다. 블랙맘바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었다.
“특별고문님, 커피 드시지요. 에티오피아산 알라타 모카입니다.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오 고맙다.”
다른 요원이 진한 향이 물씬 풍기는 담배를 내밀었다.
“특별고문님, 한 대 태우시지요. 카스토르가 피웠다는 코히바입니다.”
“허, 비행 중에 담배를 권하다니 서비스 죽이는 항공사구먼. 고맙다.”
“고문님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된다면 담배가 문제겠습니까!”
정보원들이 과잉친절과 아부를 퍼부었다.
‘존만이들이 아예 죽은 놈 취급 하는구마. 이 자식들아 속 보인다.’
블랙맘바는 DGSE 정보원들의 지나친 친절에 혀를 찼다. 하긴 그들이 볼 때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살갑게 챙기는 이유는 살았을 때 잘해주자는 마음도 있고, 행여나 이투리 정글로 끌려들어 갈까 봐 겁이 나서다.
지원팀은 작전에 투입되지 않는다. 그들은 차량 이동이 가능한 이루무나 부니아에 캠프를 치고 후방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자신이 훼까닥해서 정글로 끌고 들어가면 인생 종 치는 셈이다.
‘귀찮게 입국카드를 쓰지 않아도 되고, 게이트에서 접종카드와 여권을 제출하고 기분 나쁜 눈초리를 받지 않아도 되니 좋은 거 아이가.’
턱도 없는 이유를 들어 마음을 달랬다.
항공기가 고도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발아래 시커먼 지상이 급격히 다가섰다. 거친 산악 틈바구니에 거시기처럼 길게 찢어진 탕카니카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고교 시절에 지리과 부도를 통해 익힌 아프리카 대협곡이다.
블랙맘바는 다시 한 번 경로를 탐색했다. 부카부에서 부니아까지 동쪽 루트를 타면 험준한 산악 정글을 770km나 뚫고 가야 한다. 바이크 이동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대가 낮은 서쪽 루트는 수많은 강과 소택지, 늪이 뒤엉킨 열대 우림 지역이다. 구출팀들이 포기한 루트다.
험악한 여정에 낙도 없다. 인질 손목을 잘라 배달하는 인간말종,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종, 귀신들려 미쳐 날뛰는 광신도, 표범, 악어, 파리, 모기, 거머리, 말벌, 칸딜라의 열렬한 환영을 각오해야 한다.
‘떠그럴!’
달군 바늘로 귀를 찌르는 통증이 밀려들었다. 이착륙 시 기압차이로 인한 내이 통증은 여전했다. 볼이 빵빵해지도록 바람을 불어넣어서 펌핑시켰다. 친토산에서 고공 강하할 때 샤트르가 가르쳐 준 방법이다. 웃기게도 쌈디도 얼굴을 찌푸리고 열심히 펌핑중이다.
공항과 비행장은 개념이 다르다. 공항은 관제탑, 서비스동, 출국장, 입국장, 화물창, 탑승동, 주기장 등 온갖 부대시설이 필요하다. 반면에 비행장은 활주로와 에이프런만 있으면 된다.
부카부 공항은 그나마 비행장 개념을 벗어난 공항이다. 관제탑 비슷한 망루와 저유소, 유도등을 갖춘 활주로를 갖추었으니 말이다.
기이잉- 허큘리스가 슬랩(주날개 앞쪽에 붙은 조종 날개)과 플랩을 올려 속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추력이 떨어지자 동체가 부들부들 떨었다. 블랙맘바가 목을 빼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녹색 세계다. 녹색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비행장만 장판에 난 담뱃불 자국처럼 빠끔했다. 차드에서 그토록 그리웠던 녹색이 공포로 다가섰다.
공항은 한국의 시골 버스 정류장보다도 한산했다. 아프리카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닐 원주민이 몇이나 있겠는가? 탐승객 대부분은 관광객과 사업가들이다. 주기장에 비행기 한 대와 헬기 한 대만 덩그러니 보이고, 푸른 군복을 입은 경비대원들이 떼 지어 어슬렁거렸다. 일반적인 아프리카의 공항 모습이다.
‘헉, 조때따.’
블랙맘바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눈이 밝아서 탈이다. 패이고 금 간 활주로 아스팔트가 눈에 환하게 들어왔다. 거대한 동체가 활주로를 벗어나서 배수로에 처박히는 영상이 생생히 그려졌다.
기우였다. 쿠르르- 신의 도움인지 조종사가 신인지 알 수 없지만, 허큘리스는 가볍게 착륙 절차를 마쳤다.
“헉!”
비행기 트랩을 밟은 블랙맘바가 진저리쳤다. 습도 높은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이투리 정글에 들어서기도 전에 축축하고 뜨거운 공기가 환영했다. 사하라는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폐를 태운다. 자이르 동부의 고온다습한 공기는 폐를 짓눌렸다. 습도가 높으면 같은 온도라도 체감 온도는 더 높아진다. 몸을 옥죄는 뜨거움이 밀려들었다.
동부 아프리카 삼림지대의 습도가 95%에 달하는 이유는 나무가 기공을 통해서 엄청난 양의 수분을 공기 중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림발리 고목 한그루가 하루 동안 증발하는 물이 500kg에 달한다.
“특별고문님, 인기 좋습니다. 환영객이 잔뜩 나와 있습니다.”
귀도가 비행장 외곽에 늘어서 있는 기동차량을 가리켰다.
“자네 회사의 써펀트가 신경 썼구먼.”
블랙맘바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선두 차량에서 훌쩍 뛰어내리는 인물은 지부티 13 외인 여단에 근무 중인 폴 대위다.
“울라! 블랙, 마누라 다음으로 자네가 보고 싶었네.”
폴이 우르르 달려들어 왈칵 껴안았다.
“반갑다. 코카서스가 니그로로 바뀌었네. 역시 아프리카는 대단하구먼.”
폴은 얼굴은 수분이 빠지고 멜라닌 색소가 늘어나서 새카맣게 변했다. 회색으로 변한 머리카락도 오글오글해졌다. 원주민과 구분이 불가능했다.
“지부티는 지구에서 햇볕이 제일 뜨거운 곳이다. 친구 덕분에 새카맣게 타는 중이지.”
“후딱 소령으로 진급해서 깔비로 돌아가야겠네.”
“흐흐, 친구를 만났으니 진급은 따논 당상이지.”
폴은 인질 문제가 해결된 양 키들거렸다.
“이런, 지부티의 태양은 DNA까지 개조하는군. 자네가 친구를 출세의 발판쯤으로 여기는 사악한 인간으로 변하다니 슬프군.”
“흐흐흐, 친구가 잘나갈 때 쪽쪽 빨아먹어야지. 에밀의 연락을 받았다. 대단한 쫄따구를 얻었다며?”
폴이 블랙맘바의 뒤에 버티고 서있는 쌈디를 흘끗 쳐다보았다. 쌈디가 한 발 쓱 나서며 솥뚜껑 같은 손을 내밀었다.
“폴 반갑다. 나는 쌈디다. 친구라도 와키르에게 버릇없으면 혼난다.”
“뭐라고? 와하하! 이 친구 물건이군. 맞다. 뚜바이부르파는 내 친구이자 보스다. 잘 지켜라.”
폴이 기분 좋게 쌈디의 손을 잡았다.
“이 친구만 데리고 들어갈 생각인가?”
“응, 시야가 제한된 정글에 전투병을 끌고 가봐야 허수아비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나는 얼치기를 챙기는 보모가 아니다.”
“다른 놈이 그따위 건방진 소리를 뱉었으면 옥수수를 털어버리겠지만, 자네 말이니 참아야지. 무조건 자네 지시를 따르라는 명령을 세 곳에서 받았다. 노망난 늙은이들이 새벽부터 잔소리를 퍼붓더군.”
“흐흐 알만하군. 디망쉬 사령관, 보니파스 부장, 공정여단의 스빠쉬 소장이겠지. 늙으면 아랫도리 정력이 입으로 옮겨간다. 젊은 폴이 이해 하라구. 보고서를 쓸 때 이름을 올려줄 테니 이투리에 따라 들어올 생각은 말어. 사헬의 교훈을 잊지 않았겠지.”
폴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사헬의 교훈’은 뼈아픈 말이다. 자신의 고집 때문에 부하를 잃고 팀을 위기에 빠뜨렸다.
“알았네. 그나저나 저놈을 끌고 험로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일세.”
폴이 기동차량을 가리키며 투덜거렸다.
“웬일이야? 프랑스군이 기동차량을 운용하다니 별일이군.”
“필립 장군에게 고기동 차량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쳤지. 저것들은 르노에서 시험 제작해서 주행 시험도 마치지 않은 물건일세. 자네가 오지 않았으면 이삼년 뒤에나 보급되었을거야.”
“철판을 덧댄 도요타 픽업보다야 낫지. 안내인은 어디 있나?”
“올룸보!”
“엉셩떼. 즈 쒸 올룸보.”
폴이 소리치자 삼십 대 반투족 청년이 달려와서 블랙맘바의 얼굴에 코를 들이밀었다. 질색한 블랙맘바가 후다닥 물러섰다.
“이런, 버르장머리없는 녀석!”
쌈디가 올룸보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번쩍 들었다.
“이 이게 무슨 행패요.”
대롱대롱 매달린 올룸보가 항의했다.
“더러운 상판대기를 어디 들이미나. 주인께 버르장머리 없으면 맞는다.”
“무례한 소리 마시오. 나는 파리에서 대학을 다닌 인텔리요. 정중히 인사를 나누려 했을 뿐이오.”
“정중한 인사는 하지 않아도 된다. 안내인이 박사든 일자무식이든 상관없다. 허풍떨지 말고 안내나 잘해라.”
쌈디가 눈을 부릅뜨고 으르렁거렸다.
“아 알았소.”
물정 모르는 동양인 책임자에게 무게를 잡아보려던 올룸보는 기분 잡쳤다. 끔찍하게 힘센 흑인에게 엉켜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허풍쟁이군.”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사헬의 안내인 옴부티와 시리아의 안내인 자이툰은 속이 꽉 찬 인간들이다. 올룸보라는 녀석은 사기꾼 기질이 농후했다.
키부 호는 동아프리카 대지구대가 만든 호수로 남북 길이 90㎞, 동서 너비 48㎞에 이르는 큰 호수다. 부카부는 키부 호 남단에 위치한 도시다. 부니아로 가려면 키부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북3 공로를 타야 한다.
기동차량 십여 대가 맹렬히 북상했다. 맹렬이라는 표현은 차량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가 아니다. 차량에 탑승객들이 맹렬히 움직였다는 뜻이다.
자이르 동부 산악지대의 도로 인프라는 차드보다 더 엉망진창이다. 정부는 열악한 재정과 낙후된 기술로 인해 험악한 지형에 도로를 닦을 엄두도 못 냈다. 북3 공로도 벨기에 식민지 시절의 비포장도로다.
비포장도로도 등급이 있다. 아프리카의 비포장도로는 한국의 신작로처럼 자갈로 다져진 도로가 아니라 그냥 흙바닥이다. 도로 관리? 전무하다. 웅덩이와 물 고랑은 보통이고 툭하면 도로가 끊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도로가 아니라 정글 속에 나무만 제거한 좁고 긴 공터다.
블랙맘바는 짐칸에 실린 아시방의 용도를 깨달았다. 기동차량이 돌파하기 어려운 웅덩이를 만나자 용병들이 아시방을 웅덩이에 걸쳤다. 차량이 조심조심 건너면 잽싸게 아시방을 걷어서 적재했다. 웅덩이 지름이 아시방 길이보다 크면 도로를 벗어나서 우회해야 한다. 속력이 날 리 없다.
덜커덕- 차량이 정지했다. 열세 번째다. 블랙맘바는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거대한 나무가 도로를 가로막았다. 폭풍에 쓰러진 지름 1m, 수고 30m에 달하는 림발리 고목이다. 도로 양쪽은 깊은 구릉이라 후회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용병들의 눈빛이 암울해졌다.
“쿠아치 해결할 수 없나?”
폴 대위가 중위를 돌아보았다.
“농 뿌로블램! 뭐해? 치워.”
용병 십여 명이 차량 휀다에 거치 된 공병 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몇몇은 마체태를 들고 가세했다. 퍽퍽- 용병들이 서로 교대해가며 도끼질을 했지만, 하세월이다.
둥치만이 아니라 한 아름씩이나 되는 가지를 쳐내야 거목을 옮길 수 있다. 공병 도끼와 마체태를 휘둘러봐야 작업효율이 나오지 않았다.
“와키르, 내가 해결할까?”
답답해진 쌈디가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안 돼. 앞으로도 내 명령이 있기 전에는 절대 나서지 마라.”
용병들이 쌈디의 괴력을 보아서 좋을 게 없다. 블랙맘바와 쌈디는 하릴없이 길이 뚫리기만을 기다렸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블랙맘바가 귀를 기울였다. 우우웅- 수많은 날갯짓이 대기를 흔드는 소리다.
“폴, 애들 빨리 불러들여라.”
“뭐라고?”
“이런, 늦었다.”
고목 뿌리 부분에서 시커먼 구름이 확 솟아올랐다. 구름이 곧장 도끼질 중인 용병들을 덮쳤다.
“아악!”
“말벌이닷!”
웃옷을 벗어젖히고 도끼질하던 용병들이 혼비백산했다. 모두 머리를 싸쥐고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몰려든 벌은 일본인이 오오스즈메바치, 중국인은 왕작봉(王雀蜂), 미국인은 General Hornet이라 부르는 아프리카 장수말벌이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인 끔찍한 이놈은 단순한 벌이 아니다. 거미줄에 걸리면 덤벼드는 거미를 먹어치운 다음 거미줄을 끊고 유유히 탈출하는 힘 좋은 놈이다. 사마귀와 맞붙어도 앞다리와 대가리를 동강 내서 먹어치우는 곤충계의 강자다. 단검같은 침에 쏘이면 과민증이 있는 사람은 한방에 맛이 간다. 주둥이에 물어뜯기면 살점이 뚝뚝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