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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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3
아프리카 벌은 종류를 불문하고 성질이 고약하다. 똥집이 틀어지면 수 킬로를 추적하고 한 마리가 공격하면 떼로 덤벼든다. 특히 장수말벌은 동료가 타살당하면 죽기 살기로 덤벼든다. 벌집을 공격당한 장수말벌이 가만있을 리 없다.
“피해라. 방수포를 뒤집어쓰라.”
“카포랄, 화염방사기!”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냉각 이산화탄소는?”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망할!”
“아악!”
고함과 비명이 난무했다. 장수말벌이 무서운 이유는 덩치만큼이나 강력한 독침과 집요한 공격성이다. 미처 방수포를 덮어쓰지 못한 용병은 차량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개미와 벌은 대체로 기름 냄새를 싫어한다.
미처 피신하지 못한 용병은 전투복 상의를 벗어서 휘둘렀다. 이것도 저것도 못한 방거치들은 죽을 둥 살 둥 도망쳤다. 우웅- 작은 폭격기 편대가 도망자들을 추적했다.
“떠그럴, 요란뻑적한 환영이구마.”
블랙맘바는 덤벼드는 벌 몇 마리를 툭툭 쳐서 떨어뜨리고 벌떡 일어났다. 수천 수만 마리의 장수말벌이 달려들면 인간 30~40명은 한순간에 괴멸당한다.
“말벌떼에 전멸당한 최초의 외인부대가 나오게 생겼구마. 우짜노. 봉생도 불쌍하지만, 인생을 외면할 수 없다 아이가. 나무아미타불!”
블랙맘바가 돌중 흉내를 내며 백팩 하단에 수납된 락샤샤 핸들을 잡아당겼다. 위이잉- 송 길이가 10m에 달하는 거창한 채찍이 허공을 휘돌았다. 구웅- 무지막지한 힘과 공진이 채찍에 밀려들어 갔다. 락샤샤의 송을 따라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원심력이 강해질수록 가속도는 더욱 커졌다. 거창한 인공 토네이도가 만들어졌다. 우우웅- 왕잠자리 수만 마리 비행 음이 울리자 장수말벌떼가 멈칫했다. 검은 토네이도가 말벌떼를 덮쳤다.
따다다다- 콩 볶는 소리가 요란했다. 검은 토네이도에 휩쓸린 장수말벌이 땅바닥에 비 오듯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량위에서 빙빙도는 벌떼를 끝장낸 회오리 바람이 도로를 타고 달렸다. 용병을 뒤쫓던 벌떼가 락샤샤가 일으키는 회오리에 말려들었다. 으깨진 잔해가 회오리를 따라 돌았다. 살아남은 소규모 무리가 급상승했다.
“우오오오~”
긴 장소성이 울렸다. 공진이 실린 강력한 저주파 음이 공기를 확 밀어붙였다. 식겁한 장수말벌떼가 허겁지겁 사라졌다.
할 일을 마친 락샤샤가 감쪽같이 백팩 속으로 사라졌다. 동부 아프리카 정글의 첫 인사는 장수말벌떼였다. 천고의 병기인 락샤샤가 고작 말벌떼를 쫓느라 세상에 선보였다.
장수말벌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먼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건드렸다. 그들은 유충과 알을 지키려 했을 뿐이다.
“쌈디, 뭐해?”
“와키르, 이거 맛있다.”
쌈디가 장수말벌의 날개를 떼고 연신 입에 집어넣었다. 큼직한 손바닥에 꿈틀대는 말벌이 가득했다. 락샤샤에 갈린 말벌이 아니라 쌈디가 간식용으로 잡은 말벌이다.
“쏘이면 아프지 않나?”
“간지럽지도 않다.”
하긴 전직 좀비에게 말벌 침이 대수랴.
‘허, 점마가 지구 생물의 최상위 포식자구마. 하긴 좀비가 뭘 못 먹겠어.’
블랙맘바가 탄식했다. 천적인 벌꿀 오소리도 쫓아내는 장수말벌의 침이 쌈디에겐 무용지물이다. 진정한 독물은 독물을 잡아먹으면서 독을 축적한다. 쌈디가 입으로 독을 풀풀 뿜는 망가적 상상이 떠올랐다.
비명과 고함이 사라졌다. 난리법석이던 장내에 콜로부스원숭이가 꽥꽥거리는 소리만 요란했다. 짱박혔던 용병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벌을 피하느라 혼비백산한 용병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했다.
블랙맘바가 락샤샤를 뽑아들고, 장수말벌이 사라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20초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은 쌈디와 폴이 유일했다.
“이게 뭐야?”
무섭게 공격하던 말벌이 바닥에 새카맣게 널려있다. 연유를 모르는 용병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누가 냉각 이산화탄소를 뿜었나?”
“깨비텐이 살충제를 뿌렸을걸.”
“멍충아, 대가리 몸통 날개 전부 박살 난 거 안 보여?”
“운 좋게 토네이도가 지나갔나 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가장 근사한 대답이다.
“자넨 누군가? 내 친구 블랙이 맞나?”
얼빠진 폴이 얼빠진 소리를 했다.
“폴, 전사는 하루만 지나도 달라진다. 벌써 이년이나 지났다.”
블랙맘바가 빙그레 웃었다. 폴이 놀랄만했다. 사헬에서 작전을 벌일 당시에 비하면 자신도 놀랄 만큼 발전했다.
“젠장, 하루만 지나도 달라진다고? 날마다 근육이 늘어지고 뼈마디가 쑤시는 나는 뭐냐고!”
폴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폴, 불쌍한 척 쇼할 시간 없을 텐데. 저놈들은 장수말벌이다.”
“아차, 위생병!”
놀란 폴이 위생병을 불렀다. 항히스타민 처리가 늦어지면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
“위!”
“벌에 쏘인 놈이 몇이냐?”
“일곱입니다. 칸딘스키와 버락이 중탭니다.”
“멍청한 놈, 레종 에뜨랑제가 그까짓 벌에 쏘였다고 맛이 간단 말이야.”
폴이 콧김을 뿜었다. 블랙맘바의 보호를 받아 무사한 주제에 큰소리를 탕탕 쳤다.
“폴, 저 친구들 살리려면 서둘러야겠다.”
폴은 곧바로 말뜻을 알아들었다.
“중위, 대원을 지휘해서 되돌아가라. 우회로를 찾지 못하면 10분 후 복귀하라.”
“위!”
차량이 일제히 먼지를 날리며 되돌아갔다.
“쌈디, 치워라.”
“알았다.”
쌈디가 기관총을 내려놓았다. 백팩에서 보기에도 섬뜩한 철판과 정교하게 가공된 봉을 꺼냈다. 삽날 길이 0.5m, 전장 2.4m짜리 거대한 삽이 세상에 모습을 선보였다.
“뭐 뭐야?”
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전 본적이 없는 특이한 도끼, 아니 삽이다.
“우웍!”
쌈디가 뽁뽀기를 들고 림발리 고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윙- 삽날이 번쩍했다. 아이 서넛 낳은 아줌마 허리통 두께의 가지가 싹둑 잘려나갔다. 윙 윙 윙- 삽날이 인터벌없이 돌아갔다. 도로를 가로막은 림발리 가지가 사라지고 원목 둥치만 남았다. 퍽- 퍽- 퍽- 좌우 사선으로 내리치는 삽날에 나무 둥치가 푹푹 파여나갔다.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절묘한 조합이다. 두 명이 못다 안을 거대한 나무둥치가 순식간에 절단되었다.
“우워억!”
쌈디가 잘린 둥치 한쪽을 잡고 불끈 힘썼다. 쿵- 림발리 고목이 도로 옆 구릉으로 굴러내려 갔다. 무지막지한 벌목꾼은 딱 5분 만에 작업을 끝냈다.
“히! 뽁뽀기도 쓸만하다.”
쌈디가 블랙맘바를 돌아보며 허연 이빨을 온통 드러내고 웃었다.
“으으으!”
폴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놈은 인간이 아니다. 파야의 호텔에서 부리머를 죽인 오셀롯이란 존재의 데자부다. 폴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블랙맘바가 부하들이 못 보도록 한 이유를 알만했다.
“블랙, 저놈 통제할 수 있나?”
“걱정할 것 없다.”
“다행이다.”
폴은 블랙맘바의 장담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인간관계망에 들어있는 모든 인간의 믿음을 합쳐도 블랙맘바의 한마디만 못하다. 저런 부하가 있으니 쫄따구를 비롯해서 역전의 용병 누구도 부르지 않았다.
부우웅- 우회로를 찾으러 간 쿠아치 중위가 돌아왔다.
“깨비텐, 우회할만한~ 억!”
쿠아치의 입이 쩍 벌어졌다. 눈앞이 훤하다. 도로를 덮은 거대한 고목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쿠아치가 후다닥 뛰어가서 현장을 확인했다. 둥치가 잘린 고목과 거대한 가지가 도로 밖 구릉에 굴러떨어져 있다.
“깨비텐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뭘?”
“길을 막은 고목 말입니다. 저게 보이지 않습니까?”
쿠아치가 손가락으로 나무를 가리켰다.
“바람에 날려갔다.”
“바람이요?”
심드렁한 대답에 선임 소대장 쿠아치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자~ 출발!”
폴은 쿠아치 중위의 의문을 풀어줄 만큼 자상하지 못했다. 기동차량 행렬은 다시 험악한 길을 헤쳐나갔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용병들은 말 수가 줄어들었다. 동료가 둘이나 사경을 헤매는 판이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전투 손실보다 전투 외 손실이 더 사기를 떨어뜨리는 법이다.
안내인 올룸보도 침울해졌다. 일천 프랑에 혹해서 나섰지만, 죽으면 일천 프랑이 무슨 소용인가. 그는 쉴 새 없이 악령을 쫓는 주문을 웅얼거렸다.
전진 과정은 여전했다. 차량이 구덩이에 빠지면 일제히 하차해서 밀고 당겨서 빼내고, 물고랑이 끊어놓은 도로는 공병삽으로 메꾸고, 도로에 굴러떨어진 바위는 도로 밖으로 밀어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후덥지근한 기후다. 용병들은 땀과 흙범벅이 되었다. 블랙맘바와 쌈디는 오불관언 손도 까딱하지 않았다.
“만만치 않네. 사헬은 양반이었어.”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폴이 지겹다는 듯이 머리를 털털 털었다. 먼지가 뿌옇게 날렸다.
“내 말이!”
사헬의 에르그와 하마다는 도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오프로드 차량으로 얼마든지 달릴 수 있다. 정글은 도로를 벗어나면 꼼짝도 못 한다. 지형도 험악하고 바위와 나무가 우거진 경사지를 헤쳐나갈 재간이 없다.
“누가 천당과 지옥의 차이를 묻는다면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라고 말해줘야겠어.”
“내 말이!”
블랙맘바가 맞장구쳤다.
“미적 감각은 없어도 엔진은 끝내주는군.”
블랙맘바가 대시보드를 탕탕 두드렸다.
“르노사는 전차 파워팩을 생산하거든. 엔진의 정숙성은 떨어져도 힘은 좋아. 저 자식 게기네.”
탕탕- 폴이 파무스로 위협사격을 가했다. 워억- 도로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있던 실버백이 펄쩍 뛰어서 사라졌다. 인간의 무서움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놈이다.
기동차량은 온갖 악조건에 불구하고 시간당 30km라는 놀라운 속도로 북상했다. 강력한 엔진과 튼튼한 바디, 대원들의 헌신적인 노가다가 극악한 자이르의 사회간접자본을 극복했다.
한낮의 더위를 무릅쓰고 달린 일행은 르웬조리(Ruwenzori)산맥 서쪽의 무랑가(Mutwanga)부근에서 돈좌되었다. 땅강아지가 된 13연대 용병들이 농 쁘라블램을 외쳤지만, 폴은 숙영을 택했다. 부하들은 인간이지 블랙맘바 같은 괴물이 아니다. 자신은 한니발도 아니고 나폴레옹도 아니다. 체력이 바닥난 부하들을 끌고 해발 3,000m~5,000m에 달하는 르웬조리를 통과하기란 무리다.
휴식 명령이 떨어지자 체력이 고갈된 용병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졌다. 13연대는 지부티에 주둔한다. 이들이 언제 정글을 경험해 보았겠는가.
“이런 미친놈들 봤나. 당장 일어나지 못해.”
놀란 쿠아치 중위가 엉덩이를 걷어찼다. 땅바닥에 그대로 앉았다간 독사나 독충의 습격을 받는다. 용병들이 부산하게 텐트를 치고 붕산과 명반을 주변에 뿌렸다.
“블랙, 용병은 평생 먼지와 함께 굴러야 할 팔잔가 봐. 사헬의 모래먼지에 진저리쳤더니 콩고의 황토 먼지도 만만치 않네. 자네 꼴을 에델에게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흐흐흐!”
폴이 블랙맘바를 쳐다보며 낄낄거렸다. 먼지를 덮어쓴 블랙맘바의 얼굴은 가부키 배우와 같았다. 회칠한 듯 뿌연 얼굴에 눈알과 콧구멍만 빤했다.
“자네 꼬락서니도 만만치 않아. 그나저나 시간이 문제다.”
블랙맘바가 첩첩이 솟아오른 르웬조리 산맥을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렇겠지. 지금까진 그래도 도로 비슷한 토끼 길이라도 있었지만, 내일부턴 온전한 오프로드 랠리를 벌여야겠구먼. 올룸보!”
“예, 나리!”
“부니(Bunia)까지 얼마나 남았나?”
“200km 남았습니다. 르웬조리 동쪽으로 붙어서 통과하면 30km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저기를 통과하자고?”
블랙맘바가 입을 딱 벌렸다.
“알버트(Albert) 산에서 마르게리타(Margherita)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해발 4,000m가 넘습니다. 늪과 절벽이 많아서 차량으로 통과할 수 없습니다. 산맥 안쪽을 피해서 알렉산드라(Alexandra)산 옆으로 빠지면 해발 2,000m밖에 안 됩니다. 차량으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점마가 장난치나?’
블랙맘바가 올룸보를 슬쩍 노려보았다. 2,000m가 얼라 장난인가. 블랙맘바의 눈길을 오해한 올룸보가 얼른 덧붙였다.
“마르게리타는 해발 5,109m입니다. 맨몸으로도 넘기 힘듭니다. 그리고 산맥 안쪽에 자리 잡은 바콘조족은 식인종입니다.”
“이거야 원! 생각했던 것보다 더하지 않은가.”
블랙맘바가 탄식했다. 식인종이야 문제 될 게 없지만, 산맥이 문제다. 해발 5,109m라니 백두산에 한라산을 얹은 것보다 더 높다. 이투리 정글에 들어서기도 전에 지쳐나자빠질 판이다. 보니파스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촉박한 시간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블랙, 너무 상심하지 말게.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특급 요리사가 따라왔으니 먹는 걸로 마음을 달래자고.”
폴이 블랙맘바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건 반가운 소식이군. 맛있는 요리는 인생의 축복이지.”
블랙맘바가 반색했다. 폴의 말대로 다 먹자고 하는 일이다. 요리다운 요리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폴이 식사준비 중인 용병을 가리켰다.
“저 친구는 디망쉬 사령관의 요리사다. 대단한 친구를 둔 덕분에 사령관의 요리를 먹는 영광을 누려 보는구먼.”
폴이 영광이라고 할 만했다. 프랑스에서 자신의 요리사를 보내주는 행위는 상대를 친구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본인은 죽을 맛이지만 우리야 좋지.”
블랙맘바가 툴툴 웃었다. 어릴 때 본 동네잔치가 생각났다. 잔치에 쓰일 돼지는 며칠 전부터 우리를 청소해주고, 배불리 먹인다. 도살 전에 베푸는 선심이다. 요리사까지 파견해준 늙은이의 선심이 짚은다리 돼지로 도치되었다.
‘먹지도 못할 명예는 가져가라고 나는 돈이 좋아.’
블랙맘바는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의 선심을 기꺼이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