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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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7
안내인을 잃고 한국 땅덩어리에 필적하는 열대우림을 방황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숲은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 콜로부스원숭이가 꽥꽥거리는 소리와 쌈디가 마체테로 덩굴과 수풀을 쳐내는 소리만 무거운 정적을 흔들었다.
퍽퍽- 쌈디가 억센 덤불을 잘라내느라 지체했다. 악어 이빨 같은 가시가 가득한 발목 굵기의 덩굴은 월송산의 칡덩굴과는 수준이 달랐다. 윤형 철조망이 무색한 가시덩굴을 쳐내려면 천하의 쌈디도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한숨이 나왔다. 이래서야 가는 도중에 인질은 다 죽을 판이다.
“쌈디, 시간이 없다. 삼일 내에 돌파해라.”
쌈디가 마뜩잖은 눈으로 올룸보를 흘끗 돌아보았다.
“약해빠진 놈 때문에 어렵다.”
‘미쳤나?’
올룸보는 거한이 눈치챌세라 고개를 숙이고 입을 삐죽거렸다. 어이 상실이다. 맘바사까지 직선거리로 190km다. 이투리 정글은 공원이 아니다. 악명높은 늪과 절벽, 계곡이 즐비하다. 강은 보트로 건넌다지만 늪과 절벽을 만나면 우회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경험상 이투리 정글은 서두른다고 빨리 지나갈 수 있는 숲이 아니다. 아무리 서둘러도 하루에 10km~15km 전진이 고작이다. 무리해서 체력을 소진하면 속도는 오히려 늦어진다, 자신이 말한 열흘도 두 사람의 뛰어난 능력을 감안한 기간이다.
“안내인이 고객을 따라오지 못하면 밥숟가락 놓아야지. 걸리적거리면 버리고 간다.”
“헉, 갑니다. 가요. 삼일이면 가고 말고요.”
기절초풍할 소리에 놀란 올룸보가 손을 내저었다. 이투리 정글에 홀로 남겨지느니 르웬조리 마하가리타 빙하 크레바스에 뛰어들고 만다. 빙하에 빠져 죽으면 시체라도 온전히 남지만, 이투리 정글에서 죽으면 뼈도 남지 않는다.
“저 친구가 문제없다는데!”
블랙맘바가 쌈디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알았다.”
쌈디가 마체테를 백팩에 거치하고 뽁뽀기를 꺼냈다. 삽날에 봉 한 개를 조립하자 120cm짜리 방천화극이 나타났다. 휘이잉- 뽁뽀기가 풍차처럼 돌아갔다. 길이 50cm 삽날이 관목, 덤불, 고사목을 사정없이 쳐날렸다.
쏴아아- 분쇄된 풀과 나뭇조각이 시야를 가렸다. 덤불 속에 숨어있다가 미처 피하지 못한 뱀, 도마뱀, 조류가 횡액을 맞았다. 쌈디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인간 불도저가 따로 없구마.”
블랙맘바의 입꼬리에 웃음이 매달렸다. 쌈디를 끌고 온 결정한 탁월했다.
“우우!”
놀란 올룸보는 코끼리 떼가 질주한 듯 뻥 뚫린 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해? 뛰어!”
등 뒤에서 괴수가 으르렁거렸다.
“으헉!”
생명의 위협을 느낀 올룸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그는 이투리 정글에서 뜀박질한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정글에 진입한 지 두 시간이 지났다. 숲은 밤인 듯 어두컴컴해졌다. 드디어 캐노피가 형성된 진정한 이투리 정글이다. 이투리는 2차 3차 식생이 발달한 열대우림이다. 지상에서 20m 지점에 중층 캐노피가 형성되기 때문에 햇빛이 거의 차단된다. 그로 인해 검은 숲이란 악명을 얻었다.
캐노피(canopy)는 열대우림에 나타나는 정글의 지붕을 말한다. 열대우림의 나무는 40m~50m까지 자란다. 우듬지의 조밀한 가지와 나뭇잎이 뒤엉켜서 10m 두께의 층을 형성한다. 이투리의 캐노피는 양탄자가 펼쳐진 듯 연속된다.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
캐노피는 폭풍과 폭우를 막아주기 때문에 열대우림의 토양을 보호한다. 폭우가 캐노피 없이 지표에 그대로 쏟아지면 유기물층이 쌓일 틈도없이 유실된다. 캐노피는 햇빛을 차단해서 식물 생육을 억제하는 동시에 자신의 발치에 비료를 듬뿍 주는 셈이다. 열대우림이 파괴되면 회복이 어려운 이유다.
컴컴한 숲이 갑자기 확 밝아졌다. 제법 넓은 강이 앞을 막았다.
“이투리 강입니다.”
“이투리 강? 이투리 정글에 강이 몇 개나 흐르나?”
“아무도 모릅니다. 폭우가 쏟아지면 없던 강도 생깁니다. 큰 강은 다섯 개, 작은 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소인이 알고 있는 강은 30개쯤 됩니다.”
“휘유, 올랑드가 고무보트를 두 개나 준비한 이유가 있었군.”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난히 숲이 우거지고 다양한 동물이 살아가는 바탕에 강과 늪이 있다. 물이 풍부해야 식물이 번성하고, 식물이 번성해야 동물이 풍부해진다. 1억 종으로 추정되는 동물 중에 60%가 열대우림에 서식하고, 사막 서식종은 0.01%에도 못 미친다.
“와키르, 땀도 많이 났는데 헤엄쳐서 건널까?”
무지막지한 쌈디다운 말이다.
“안됩니다. 강과 늪에는 칸디루가 득실득실합니다. 생식기와 항문으로 파고들어 가면 몸부림치다가 죽습니다. 피그미족도 칸디루가 무서워서 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올룸보가 질겁했다. 칸디루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동부에 서식하는 메기류의 물고기다. 반투명한 몸통은 20~30mm에 불과하지만 치명적이다. 주로 물고기의 아가미에 파고들어 흡혈하지만, 암모니아 냄새를 추적해서 동물의 뇨도와 항문을 파고들어 간다. 혈관으로 침입해서 피를 빠는 놈도 있고, 부드러운 장기를 파먹는 놈도 있다.
“별 지저분한 생물이 다 있네. 안내인, 공기를 넣어라.”
쌈디가 두말하지 않고 백팩에 결박해둔 소형 고무보트를 내렸다. 쌈디인들 구멍으로 파고드는 칸디루가 기분 좋을 리 없다. 고무보트를 펼쳐서 공기 주입구를 찾던 올룸보가 작업을 멈추고 나직이 불렀다.
“큰 나리!”
올룸보의 시선이 머무는 5m 측방에 대가리를 치켜든 회갈색 뱀이 보였다. 새카만 눈동자가 미동도 없이 올룸보를 향해 있다.
“킹코브라인가?”
기분이 나쁜 듯 일미 터쯤 들어 올려진 대가리에서 갈라진 혓바닥이 쉿 쉿 거리며 뻗어 나왔다. 혐오스러운 파충류가 뿜는 악의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공기 중에 퍼진 공격 대상의 냄새 분자와 열을 맹렬히 검색 중이다. 분석이 끝나면 공격이 시작된다. 체장 5m에 가까운 독사, 킹코브라가 언 듯 떠올랐다.“아닙니다. 블랙맘바입니다.”
“응! 저놈이 블랙맘바?”
콜네임을 블랙맘바로 받은 무쌍이 정작 블랙맘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악명만큼 그리 포스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덩치 큰 뱀이다. 하긴 블랙맘바가 신경 써야 할 만큼 사나운 동물이 지구에 존재하면 일대 사건이다.
“듣던 대로 아가리 속이 시커멓구마. 주제도 모르는 게 눈깔 부릅뜨고 혀를 날름거리고 지랄이가.”
블랙맘바의 도발에 블랙맘바는 혀를 찼다. 움직이지 않는 뱀의 눈과 날름거리는 혀를 보고 기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포유류 맹수는 본능적으로 상대의 강함을 알아본다. 파충류와 양서류는 IRM(생득적 행동 유발기구)에 따른 반응이 주를 이룬다. 블랙맘바는 애초에 주제 따위는 모르는 하등 동물이다.
“와키르, 맛있어 보인다.”
“임마, 더 맛있는 거 많아. 뱀은 기생충 때문에 날것으로 먹으면 안 돼.”
한가하기 이를 데 없는 대화다. 올룸보는 속이 탔다. 블랙맘바는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독사다. 킹코브라도 인간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덤비지 않는다. 블랙맘바는 인간을 먼저 공격하는 유일한 독사다. 블랙맘바가 신체의 절반을 들어 올렸다. 눈높이보다 높은 곳에서 흔들거리는 뱀 대가리는 공포 그 자체다.
“어헉, 놈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
올룸보가 비명을 질렀다. 몸을 곧추세웠다는 것은 놈의 기분이 무척 나빠진 상태라는 신호다. 블랙맘바는 빠르고 무자비한 놈이다. 코브라나 살모사에게 당한 부족민은 살아도 블랙맘바와 붐슬랑에게 당한 부족민은 병원에 갈 틈도 없이 죽었다. 5m는 블랙맘바가 한번 도약하면 닿을 거리다. 올룸보는 세로로 찢어진 기분 나쁜 눈에 홀렸다.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임마, 정신 차려. 사람이 가만히 있어도 공격하나?”
“그 그렇습니다.”
공간지각력을 발휘하는 블랙맘바가 뱀의 움직임을 놓칠 리 없다. 글록 손잡이로 손이 갔다. 슈악- 블랙맘바가 땅을 박차고 날아들었다. 에스 자로 움츠렸던 긴 몸이 쭉 펴지며 꼬리 부분이 땅을 박찼다. 블랙맘바는 깜짝 놀랐다. 뱀은 기어 다니는 동물이지 점프하는 동물이 아니다. 도약하는 뱀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악!”
올룸보가 비명을 질렀다. 블랙맘바는 글록을 다시 벨트에 밀어 넣었다. 아직 쇼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미물에 총탄 한발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쌈디가 있는데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다.
“버르장머리 없는 것!”
사삭- 쌈디가 블랙맘바의 앞을 막아서며 뽁뽀기를 사선으로 그었다. 번쩍- 빽빽한 수목 사이로 삐쳐 들어온 햇빛에 삽날이 반짝했다. 블랙맘바의 목 한뼘앞에서 오리지널 블랙맘바의 목이 뎅겅 잘렸다. 긴 몸통이 철퍽 떨어지고 뒤이어 잘린 대가리가 떨어졌다.
“으워!”
올룸보가 요령부득의 비명을 질렀다. 블랙맘바가 덤벼들어도 눈도 깜짝 않는 인간, 엄청나게 큰 무기를 휘둘러서 목을 잘라버리는 인간, 둘 다 사람이 아니다.
졸지에 대가리를 잃은 블랙맘바의 몸체가 맹렬히 몸부림쳤다. 잘린 대가리도 시커먼 입을 연신 딱딱 벌렸다. 파충류의 생명력은 포유류보다 강하다. 신경절이 대뇌의 신호만 받지는 않으므로 목이 잘렸다고 당장 죽지는 않는다.
“어라, 저건 또 뭐야?”
블랙맘바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기상천외의 광경이 벌어졌다. 잘린 대가리가 통통 튀더니 꿈틀거리는 몸통을 덥석 물었다. 블랙맘바는 자신의 몸을 자신이 깨문 상태로 뒹굴었다. 신경이 살아있는 몸통이 머리를 떼어내려고 발광하고, 머리는 악착같이 몸통을 물고 늘어졌다.
“히끅!”
엽기적인 장면에 올룸보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적어도 지구 상의 생물이라면 대가리를 잘리고 살 수는 없다. 블랙맘바는 죽어가면서도 공격성을 발휘했다. 인간 셋은 파충류가 벌이는 광란 자해 극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뱀 중에 제일 독한 놈이 블랙맘바라더니 과연 한가락 했다. 별것 아닌 놈이지만 성질은 확실히 더러웠다. 인간도 성질이 더러운 놈은 자신의 신체를 자해한다. 과히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좀비 같은 것!”
쌈디가 으르렁거렸다. 평소 무표정하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퍽퍽퍽- 뽁뽀기 날이 블랙맘바를 수십 조각으로 분쇄했다. 블랙맘바는 쌈디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존재부정이다.
“작업 계속해라.”
“옙!”
올룸보의 대답에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올룸보는 페달형 공기펌프를 밟아서 고무보트를 빵빵하게 부풀렸다. 2인승 보트에 덩치 좋은 쌈디까지 올라탔다. 강물이 고무보트 뱃전을 넘을 듯 찰랑거렸다. 올룸보가 조심조심 노를 저었다.
“올룸보!”
“옙, 큰 나리”
“왜 이런 위험한 일을 자청했나?”
“소인은 프랑스 정보부 소속입니다. 명령이 떨어지면 당연히 명령을 수행해야 합니다.”
“쓸데없는 소리는 치워. 진짜 이유가 뭐냐?”
“장가가고 싶습니다. 장가가려면 소 다섯 마리와 염소 열 마리를 여자 집에 줘야 합니다. 소인은 돈이 없습니다.”
찔끔한 올룸보가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렇지. 남자는 장가들고 새끼를 까야지. 장가들려면 작전을 마칠 때까지 죽으면 안 되겠지?”
“넵!”
“네 임무는 안내다. 너는 전투에 끼어들면 안 된다. 어떤 짓을 하던 자신의 목숨을 지켜라.”
“알겠습니다.”
“너는 쌈디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
“보 보둔입니다.”
“그렇다. 쌈디는 보둔이다. 정보원 교육을 받을 때 비밀누설 금지 서약서에 사인했지?”
“넵, 비밀 발설자는 DGSE 이레이저팀이 쥐도 새도 모르게 지웁니다.”
“그렇다. 네가 나와 쌈디, 작전에 대해서 발설하면 쌈디가 이레이저 팀보다 먼저 찾아간다. 무슨 뜻인지 알겠나?”
“네, 영혼까지 소멸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끝까지 살아남아라. 작전이 완료되면 별도로 일천 프랑을 주겠다.”
블랙맘바가 올룸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큰 나리 감사합니다. 소인은 보잘것없는 놈이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아닙니다. 소인이 한 마디라도 지껄이면 보둔에게 영혼까지 먹힐 것입니다.”
올룸보가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일천 프랑이면 아내를 얻고 가축을 살 수 있는 큰돈이다. 그전에 큰 나리와 보둔은 너무나 무서운 존재다.
“믿겠다. 피그미족과 대화할 수 있나?”
“옙, 그들은 자체 언어가 없습니다. 반투어를 씁니다.”
“좋다. 이번 작전의 성패는 피그미족에게 달려있다. 나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의 환심을 사라.”
아리바와 폴의 조언이 아니래도 피그미족을 먼저 찾을 생각이었다. 작전의 성패는 무력이전에 정보다. 정글 자체가 은폐, 엄폐물이다. 정보가 중요할 뿐 게릴라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반군의 숫자가 많으면 귀찮고 성가실뿐 이다. 이투리 정글에서 정보를 얻을 곳은 피그미족밖에 없다. 침팬지나 고릴라에게 길을 물을 수는 없지 않은가.
“소인이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피그미족은 강한 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합니다. 큰 나리의 능력을 살짝만 보여주어도 복종합니다.”
“그래? 원시 본능이 남은 종족은 외부 인간을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그들이 왜 백인을 죽였지?”
보고서에 의하면 정의의 주먹 3차 팀 희생자 중 상당수가 피그미족의 독화살에 당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에서 검출된 독은 피그미족이 사용한다는 파랑 독개구리 독과 혹부리 두꺼비 독을 혼합한 독이었다. 피그미는 이투리 정글의 유일한 사냥꾼으로 알려졌다. 박자가 딱딱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