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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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8
“턱도 없는 소립니다. 피그미족은 이투리 외곽의 흑인들이 바보로 여길 만큼 온순합니다. 행동이 제멋대로인 이유는 개인적인 소유관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체격이 큰 인간을 존경하는데, 키고마족과 바난데족이 순진한 피그미족을 하인처럼 부려 먹기도 합니다. 피그미족은 절대로 사람을 죽일 만큼 사악한 족속이 아닙니다.”
올룸보가 펄쩍 뛰었다. 피그미족이 백인을 죽인다는 말은 원숭이가 표범을 잡아먹었다는 말 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소리다.
“이투리와 르웬조리 일대에서 다수의 프랑스인이 독화살에 맞아 죽었다. DGSE는 피그미족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인간 사냥꾼들에게 죽었습니다.”
“인간 사냥꾼?”
확신한 찬 올룸보의 단정에 블랙맘바가 반문했다.
“반투어족에 속하는 몇몇 고약한 부족이 흑인 알비노와 백인, 피그미족을 살해하거나 납치합니다. 그들은 흑인 알비노나 백인의 신체 일부를 지니고 있으면 부와 권력을 얻고, 성공과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피그미족을 먹으면 힘과 정력이 좋아진다고 믿습니다. 인간 사냥꾼은 백인을 잡아서 부위별로 판매합니다. 손목과 발목, 넓적다리뼈, 빗장뼈가 비싸게 팔립니다. 알비노 갓난아기는 소 열 마리 값에 팔리기도 합니다. 더러운 인간 사냥꾼 놈들과 주술사들이 자신의 악행을 피그미족에게 덮어씌운 거죠.”
블랙맘바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사마리아 농장의 교회 지하에 무더기로 쌓여있던 손목이 생각났다.
“배후가 주술사인가?”
“네, 부두교 주술사도 있고, 토속 신앙의 마라부(서아프리카의 제사장)도 있습니다. 사악한 주술사들이 무지한 원주민을 부추겨서 돈벌이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키웁니다.”
“기분이 더러워지네.”
블랙맘바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올룸보의 말은 그냥 넘길 말이 아니다. 납치범이 단순한 반군이 아니라 사교 무장 집단일 가능성이 높았다. 끔찍한 상상이 이어졌다. 아레바사 탐사대에는 가임기의 여성이 몇 명 있다.
사교 무장 집단이 이투리 정글 깊숙한 곳에서 인질을 돼지 키우듯이 은밀히 사육한다는 의심이 부쩍 들었다. 납치범들이 프랑스 정부를 위협하는 한편 협상을 질질 끄는 이유가 설명된다. 이렇게 되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놈들의 거점을 찾아내기 힘들어지는 반면 인질의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인간은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의 조건을 잃으면 한없이 추해진다. 종교의 가면을 쓰고 악행을 저지르는 놈은 죽어 마땅하지만, 탐욕에 휩쓸려 쉽게 이용당하는 가난하고 무지한 인간들도 동정의 여지가 없다. 타인의 생명을 취하는 자는 자신의 생명도 내놓아야 한다.
“쌈디야, 너는 인간의 조건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쌈디는 머리 나쁘다. 복잡한 생각 못 한다. 큰 주인이 말했다. 무조건 주인을 보고 배우라고 했다.”
쌈디가 한국어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탈바꿈하면 가르치지 않아도 혀로 곤충을 낚아채서 잡아먹는다. 개구리는 곤충을 먹이로 인식해서가 아니라 움직이기 때문에 잡아먹는다. 메뚜기도 움직이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하고 돌멩이도 움직이면 삼킨다. 움직이는 물체에 반응해서 혀를 뻗는 개구리의 행태는 생득적 유발기구(IRM)라는 특정한 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주술사에게 어이없이 속아서 동족을 포식하고, 터무니없는 존재를 숭배하고, 미신을 믿는 그 모든 어리석음이 유전자에 새겨진 IRM 때문이다. 인간의 진화는 IRM을 극복하는 대뇌피질 발달의 역사다. 인간이 인간을 해치고 잡아먹는다면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 너는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두 번을 생각하도록 해라.”
말하다 보니 답답했다. 쌈디는 단순무식하다. 어떻게 설명해야 이해할 수 있을지 개념이 잡히지 않았다. 사부가 자신을 가르칠 때 얼마나 큰 고심을 했을지 짐작되었다.
“와키르, 백인과 흑인의 고기 맛은 똑같다. 피맛도 다르지 않다. 백인을 먹어봐야 달라질 것 없다. 주술사는 사기꾼이다. 사기꾼이 믿는 종교도 가짜다. 똑똑한 인간들이 왜 사기꾼의 말을 들을까?”
“흐흐흐, 모든 종교는 추종자들을 세뇌한다. 신자들이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선택받았다고 느끼도록 만든다. 현세에서 불신자나 다른 종교를 믿는 자들보다 더 우월해지고, 내세에는 엄청난 보상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종교지도자는 양심과 도덕에 따라서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설교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 종교가 만든 세상은 편협하기 때문이다. 자선 행위와 같은 이타주의적 행위는 동일한 종교를 가진 신자에게 집중된다.”
“그건 비논리적이다.”
“오! 많이 똑똑해졌다. 종교에서 비논리성은 약점이 아니라 핵심 강점이다. 피그미나 백인을 잡아먹으면 힘이 세지고 병이 낫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강하게 결속한다. 외부인이 그들의 행위를 비난하면 개인의 믿음을 침해하고, 위대한 선지자의 가르침을 모욕하는 대적자로 간주한다. 의심을 제기하는 내부인은 처단해야 할 이단자가 된다. 멀쩡한 인간이 삿된 종교와 주술적 믿음에 빠져서 개구리가 되는 이유는 탐욕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 없이 타인이 애써 이룩한 노력을 뺏으려는 탐욕 말이다. 너도 스스로의 욕구를 누르고 참는 훈련을 해야 한다.”
“나 사람 피 마시지 않는다.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쌈디가 항변했다. 인간의 살을 뜯고, 피를 마시고 싶어도 꾹 참았다. 별 맛없는 동물의 피를 마시며 견디는데 또 참으라는 와키르가 야속했다.
“너는 잘하고 있다. 욕망을 절제하는 자는 어리석음에 말려들지 않는다. 인간이 되려면 탐욕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은 개구리가 아니라 인간이다.”
“그럼 개구리 같은 인간은 죽여도 되나?”
“죽여도 된다. 인간이 인간의 조건을 상실하면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신을 모르지만 내 양심은 안다. 신은 부정하지만 내 양심은 부정하지 못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인격과 자유, 재산을 지킬 권리가 있다. 인격, 자유, 재산 세 가지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바탕이다. 침해를 받으면 당연히 퇴치해야 한다. 죄인이란 무엇인가? 바로 타인의 인격, 자유, 재산을 무단으로 침해한 인간이다. 죄를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하릴없는 사람이 있다. 너는 당연히 인간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죄를 지은 손을 미워하고 죄를 계획한 머리를 미워하고 죄를 짓기로 한 가슴을 미워해라.”
두웅- 의도하지 않은 간섭장이 쌈디의 인식체계를 흔들었다. 대우선사가 애써서 심은 불살계 암시가 힘없이 흩어졌다.
“와키르는 똑똑하다. 이제야 생각이 분명해졌다. 쌈디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인간의 조건을 상실한 놈은 손을 자르고, 눈을 파내고, 다리를 자르고, 심장을 뽑고, 머리를 자르겠다.”
쌈디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붉은빛이 번득였다. 갈 곳 몰라 방황하던 자아가 중심을 잡았다. 닻을 내릴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영혼이 블랙맘바라는 의지처에 안착했다.
‘천살성은 바로 저놈이군.’
블랙맘바는 가슴이 서늘했다. 손오공의 긴고아는 무조건 발동이다. 사부의 긴고주가 과연 조건식으로 작동할지 두고 볼 일이다.
세상사에 우연은 없다. 자신이 지구 반대쪽 이투리로 날아온 이유가 인간 아닌 인간들을 지우라는 하늘의 뜻이라면 쌈디가 이투리에 온 이유가 다를 바 없다.
블랙맘바와 쌈디가 나눈 대화는 훗날 노바토피아 건국대전에 다음과 같이 실렸다. [타인의 자유, 인격, 재산을 침해한 자를 개구리 인간이라 칭한다. 개구리 인간은 상대방의 손해를 두 배로 보상하고, 정해진 기간동안 개구리로 취급한다.]
‘혹시 나를 잡아먹으려나?’
큰 나리와 보둔의 대화가 심각했다. 큰 나리는 엄숙하고 보둔은 흥분한 기색이다. 자신의 마을에서도 쉬쉬하면서 피그미족을 잡아먹은 사람이 여럿이다. 이투리에서 인간의 고기와 뼈는 암암리에 거래된다. 보둔이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한 개로 자신을 죽일 수 있다. 한국어 대화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한 올룸보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소통 부재는 엄청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훗날 한국의 정치판에 소통 문제가 화두로 등장했을 때 올룸보 신드룸이라는 신조어가 나돌기도 했다.
블랙맘바와 쌈디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고무보트가 건너편 강 언덕에 닿았다. 강 건너의 분위기는 또 달랐다. 상당수 거목의 나무껍질이 덕지덕지 갈라 터졌다. 푸른 안개 덩어리가 이끼로 뒤덮힌 고사목을 타고 흘렀다.
이투리 숲 속의 물안개는 왜 푸른색일까? 나뭇잎에서 증발된 물기는 캐노피로 인해 숲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물기에 나무가 뿜어낸 방어용 휘발성 화학 물질이 섞여 푸르스름한 색을 띠게 된다.
부식 유기물이 잔뜩 쌓인 바닥은 전투화 발등이 물에 잠길 만큼 축축했다. 기생 덩굴과 착생식물이 내려뜨린 덩굴은 풀어헤친 귀신 머리카락이다. 게다가 덩굴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음산한 분위기다. 이곳은 음수림 단계를 지난 죽어가는 숲이다.
블랙맘바는 도강 즉시 위성전화 안테나를 세웠다. 위성전화기는 사헬 작전 당시와 비교하면 놀랄 만큼 콤팩트하고 사용법도 간편해졌다. GPS를 켜서 위치를 확인하고 송수화가를 들었다. 상대방은 베이스캠프의 올랑드 팀장이다.
-알파 나와라. 브라보다.
약간의 딜레이를 두고 응답이 왔다.
-브라보, 알파다.
-이투리 강을 건넜다. 현재 위치 이루무다.
-계속 남서진하라. 맘바사 근처 에풀루강 하류에서 놈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롸저
블랙맘바는 간단히 통신을 끝내고 올룸보를 돌아보았다.
“올룸보, 에풀루 강을 알고 있나?”
“옙, 이투리 정글에서 두 번째로 큰 강입니다. 맘바사 근처의 하류라면 이곳에서 서쪽으로 삼일을 걸어야 합니다.”
눈치 빠른 올룸보는 거리를 조정했다. 블랙맘바는 GPS에 에풀루강을 입력하고 트랙볼을 굴렸다. 화면에 십자선이 그어지고, 이투리 정글을 가로지르는 에풀루강이 표시되었다. 맘바사 하류에 임의의 지점을 마킹하자 두 지점 사이에 파란 선이 죽 그어졌다. 서남서 방향 185km다.
“보물이군!”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물이다. GPS 수신기에 위치를 마킹하고 화면을 오프시켜서 배낭 깊숙이 밀어 넣었다. 가슴에 넣어두었다가 총탄에 맞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중요 물품 순위가 바뀌었다. GPS 수신기가 식수를 밀어냈다. 식수는 2번으로 밀려나고, 위성전화기가 3번을 차지했다. 4번은 안내인, 5번은 식량, 무기는 꼴찌가 되었다.
“망할, 185km를 뚫으라고? 카파루자에서 두더지 노릇을 하더니 이투리에서는 토끼가 되는 셈인가?저놈은 뭘하는겨?”
쌈디를 돌아보았다. 바위에 궁둥이를 붙이고 흰개미를 날름날름 주워 먹고 있다. 기둥처럼 굵은 손가락으로 잘도 집어 먹는다. 몸빵 쌈디는 답답할 일이 없다.
안내인을 떼놓고 쌈디와 이동하면 맘바사까지 하루면 충분하다. 문제는 피그미족과 대화를 하려면 방거치를 끌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출발! 우리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고, 해야할 일이 있다. 시간당 5km로 이동속도를 올린다.”
무지막지한 소리에 올룸보의 얼굴이 노래졌다. 지칠 줄 모르는 인간 불도저 쌈디가 굴 파기에 나섰다. 빽빽이 들어찬 2차 식생으로 인해 그야말로 굴을 뚫고 나가는 모양새다.
캐노피가 형성된 극상 정글의 바닥은 햇빛 부족으로 인해 관목이나 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이투리는 이야기가 달랐다. 대나무만큼이나 뻣뻣한 잡초와 양치식물, 덩굴이 뒤엉켜서 벌목도를 휘두르지 않고는 전진할 수 없다. 바이크를 타겠다고 했을 때 총 맞은 얼굴이 된 올룸보가 이해되었다.
그만큼 위험도 증가했다. 풀숲에 서식하는 온갖 독충이 쏟아졌다. 쌈디와 블랙맘바의 전투복은 두건 달린 헬멧과 상의 목깃이 벨크로로 연결되어있다. 총알개미, 군대개미, 검정과부거미, 타란툴라, 거머리 등 나무에서 떨어지는 독충 방지용이다.
압권은 나무 거머리다. 나무 거머리는 감각의 지존이라 불린다. 생쥐가 지나가는 미세한 진동도 감지한다. 나무 아래로 동물이 지나가면 진동을 감지해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린다.
나무 거머리에 물려도 통증은 없지만 몇 시간 동안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거머리 타액에 들어있는 강력한 마취제이자 항응혈제인 히루딘 때문이다. 손가락 크기의 나무 거머리는 체적의 5배에 달하는 피를 빨아먹는다.
열 마리쯤 달라붙으면 빈혈로 쓰러진다. 블랙맘바는 세 차례나 락샤샤를 휘둘러서 나무에서 낙하하는 거머리떼를 몰아내야 했다.
이투리 정글의 물을 마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거머리 때문이다. 하추루라 불리는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반투명한 거머리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물을 마셨다간 코와 입, 목구멍에 이놈들이 붙는다. 결과는 빈혈로 죽기 전에 질식사한다.
“교활한 놈이군.”
지상 5m 높이의 케크로피아의 가지에 납작 엎드린 흑표범이 눈에 들어왔다. 놀라운 은신술이다. 진한 회색에 가까운 흑색이 컴컴한 숲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쌈디조차 모르고 지나쳤음은 놈이 호흡을 죽였다는 소리다.
놈은 교활하게도 강하고 억센 쌈디를 보내고 뒤따르는 허약한 올룸보를 노렸다. 원주민들이 이투리를 악마의 숲이라 부를만 했다. 보보마다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방부가 파견한 타격대가 세차례나 묵사발 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