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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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10
“큰 나리, 저것은 미찌 플라이(midge fly, 깔따구)입니다. 저것 중에는 살이 썩어들어가는 병을 옮기는 미찌 유르도 있습니다.”
“미찌 유르? 반갑지 않은 흡혈귀로군.”
이투리 최악의 생물은 맹수나 독사가 아니라 모기, 개미, 미찌 유르 같은 연약한 곤충이다. 블랙맘바의 동공이 텅 빈 듯 활짝 열렸다. 뇌로 직접 물체를 보는 관안이다. 구름 기둥을 형성한 비행 곤충이 손바닥에 올려놓은 듯 커졌다.
날벌레 대부분이 체장 1mm 내외지만, 크기가 2~3mm인 일부 군집에 눈이 빨간 놈이 섞여 있다. 눈이 빨간 깔따구가 미찌 유르다. 미찌 플라이는 귀찮고 성가실 뿐 별다른 해가 없지만, 미찌 유르는 다르다. 모기가 야간 흡혈귀라면 미찌 유르는 주간 흡혈귀다.
미찌 유르 중에도 눈이 빨개진 놈은 단순한 흡혈귀가 아니라 말파리(cleg, 클랙)의 숙주가 된 놈이다. 말파리는 체장 15mm로 덩치 큰 흡혈 파리다. 말파리에 물리면 펄쩍 뛸 만큼 따가움을 느낀다.
말파리는 미찌 유르의 몸속에 자신의 알을 까놓는다. 미찌 유르가 동물의 피를 빨 때 말파리 유충(망고 버그)이 숙주의 몸을 뚫고 나와 동물의 땀샘으로 파고든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망고 버그는 조직을 뜯어먹는다. 피하에 기생하면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피부가 괴사한다. 눈에 기생하면 실명하고, 뇌에 기생하면 편타손상이나 사지 마비증상이 발생한다. 피를 빠는 말파리도 혐오 곤충이지만, 유충인 망고 버그는 더 끔찍스럽다.
사하라 사막의 환경은 위압적이고 가혹하다. 지글거리는 태양, 불타는 모래, 천지를 덮는 모래바람, 물 한 방울 없는 암석 지대는 고통을 강요한다. 한편으론 인내 속에 겸손을 배우고, 장엄한 대자연이 성찰의 기회를 부여한다.
반면에 이투리의 속살은 불길함이다. 환각과 속임수가 이투리를 지배한다. 별것 아닌 깔따구도 치명적인 한 수를 숨기고 있다. 밀림의 음습한 망령이 불길한 축축함으로 다가섰다.
“망할 놈의 이투리! 가지가지 하는구마.”
검은 기둥 한 줄기가 언덕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면에서 상공으로 수십 미터 솟구친 검은 기둥이 회오리치듯이 이동하는 광경은 보기에도 섬뜩했다.
깔따구 떼는 짝짓기를 하려고 뭉쳐서 비행한다. 짝짓기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려고 수백만 마리의 작은 흡혈귀가 몰려오고 있다. 물론 블랙맘바는 하등 생물의 섹스 비행에 에너지를 공급해줄 자비로운 인간이 아니다.
“앗, 이쪽으로 몰려옵니다.”
언덕을 향해 몰려드는 검은 기둥을 발견한 올룸보가 허둥지둥 방수포를 꺼냈다. 블랙맘바가 슬그머니 락샤샤 핸들을 잡았다. 방수포를 덮어쓴다고 좁쌀보다 작은 곤충을 막을 수는 없다. 화염방사기를 사용해도 구축할 수 없는 규모다.
현대식 무기를 갖춘 구출팀이 맥도 못 추고 괴멸된 이면에 미찌 유르같은 살인 곤충이 있다. 망고 버그에 감염된다고 당장 죽지는 않는다. 전투력 저하와 2차 피해가 목숨을 잃게 만든다.
“락샤샤가 없었으면 곤란할 뻔했군.”
윙- 전장 10m에 달하는 거대한 채찍이 허공에서 춤을 췄다. 검은 기둥이 들이닥쳤다. 이이잉- 고주파 음에 귀가 찌릿찌릿해졌다. 쐐애액- 락샤샤가 작은 토네이도를 일으켰다.
팡- 팡- 팡- 원심력과 가속도를 받은 락샤샤가 음속을 돌파했다.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이 도플러 효과에 의해 폭음으로 변했다. 폭음의 간격이 점점 조밀해졌다.
락샤샤가 일으킨 회오리에 낙엽, 나뭇가지, 흙, 작은 돌멩이까지 말려들어 가서 허공을 휘돌았다. 지름 20m짜리 회오리와 깔따구 기둥이 부딪쳤다.
쏴아아- 지름 5m 높이 20m에 이르는 깔따구 기둥이 속절없이 회오리에 말려들어 갔다. 큰 뱀이 작은 뱀을 삼키듯 토네이도 회오리에 깔따구 기둥이 쭉 빨려 들어갔다. 바바박- 듣기 거북한 마찰음이 연속 터졌다. 흡혈귀 무리가 맷돌에 갈린 듯 분쇄되었다.
“주인, 대단하다. 아니 락샤샤 대단하다.”
엄청난 광경에 쌈디조차 입을 딱 벌렸다.
“오오, 마하두라카시여!”
올룸보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찧었다. 현신한 마하두라카가 아니면 어떤 존재가 눈앞의 이적을 보일 수 있겠는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쌈디가 붉은 눈알을 불렸다.
“앗, 아닙니다. 소인의 정신이 잠시 외출했나 봅니다.”
화들짝 놀란 올룸보가 벌떡 일어났다. 마하두르카의 실명을 입 밖에 내다니 큰일 날뻔했다.
“별 싱거운 놈 다 보겠네.”
쌈디가 피식 웃고는 눈을 돌렸다. 상황은 순식간에 끝났다. 거대한 깔따구 기둥을 먹어치운 회오리가 흔적없이 사라졌다. 땅바닥이 깔따구 사체로 꺼멓게 덮였다. 거대한 채찍을 갈무리하는 주인을 바라보는 쌈디의 눈이 황홀함으로 반짝거렸다.
블랙맘바는 몸이 달았다. 지체할수록 인질의 생존율은 하락한다. 하루가 아까운 판에 날벌레와 투닥거리는 자신이 한심했다.
‘시간이 없는데 이게 무슨 꼴이야?’
그렇다고 낙동강에 멱감듯이 늪에 첨벙 들어갈 수도 없다. 숲이 늪으로 변하면서 위험도는 한층 높아졌다. 불투명한 수면 아래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방태산의 손바닥만 한 흑소에서 괴물 구렁이가 튀어나왔다. 이투리 늪 속에서 괴물이 튀어나와도 그리 놀라울 게 없다. 당장 수면에 동동 떠 있는 수많은 초록색 눈깔은 악어다.
고무보트를 띄우기도 마땅치 않았다. 늪 곳곳에 가로누운 고사목의 마른 가지는 위협적이다. 손가락보다 긴 가시가 잔뜩 달린 나무 등걸도 수없이 널려있다. 고무보트가 십 인치짜리 억센 가시에 찔리고 무사 할 것 같지 않았다.
고약한 상황이다.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인질의 생존 확률은 자신이 소모하는 시간에 반비례한다. 시간에 쫓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질 구출 작전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다. 블랙맘바는 거대한 늪이 되어버린 숲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느라 머리에 자갈 구르는 소리가 났다.
“쌈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가야 할 길이 있다. 아무것도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든 하는 게 좋다.”
쌈디는 블랙맘바가 늘 하던 말을 당사자에게 들려주었다. 블랙맘바가 빙긋이 웃으며 쌈디의 어깨를 두드렸다.
“옳은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조차 얻지 못하지. 올룸보 보트 띄워라!”
“큰 나리, 이투리 강의 악어가 익사한 동물을 먹으려고 벌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악어도 무섭지만, 칸디루가 더 무섭습니다. 하루 이틀만 기다리면 물이 빠집니다.”
올룸보가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2인승 고무보트는 세 사람이 타기에 너무 위험했다. 마하두라카와 보둔은 인간이 아니지만, 자신은 연약한 보통 인간이다. 물속에 빠지는 순간에 저승에 한 발 걸치게 된다.
“와키르의 말씀이다. 맨몸으로 건너가고 싶나?”
쌈디가 으르렁거렸다. 올룸보를 늪에 집어 던질 기세다.
“아이고, 그럴 리가요. 당연히 보트를 타고 물을 건너야지요.”
울상이 된 올룸보가 고무보트에 니들을 꽂고 수동 펌프를 열심히 밟았다. 보둔에게 맞아 죽기보다는 모험이 낫다.
철벅 철벅- 고무보트가 태고의 숲을 파고들었다. 올룸보는 잔뜩 긴장했다. 정원을 초과한 고무보트는 아차하면 뒤집어진다. 그는 물에 잠긴 빽빽한 숲을 조심스럽게 헤쳐나갔다.
늪이 되어버린 숲은 익사한 짐승 사체만 더러 보일 뿐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원숭이가 꽥꽥거리는 소리도 없고,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올룸보가 패들을 젓는 소리만 철벅거렸다. 이이잉- 깔따구 떼가 성가시게 달려들었다.
“떠그럴, 이노무 것들은 사막이나 정글이나 도움이 안 되는구먼.”
블랙맘바가 손바람으로 깔따구를 쫓으며 투덜거렸다. 윙윙거리는 날갯짓에 감각이 흐트러지고, 고글에 달라붙은 놈들은 시야를 방해했다. 흑갈색 물이 뱃전을 넘을 듯 찰랑거리는 상황에서 락샤샤를 휘두를 수도 없다.
‘악어인가?’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속에서 무엇인지 보트를 따라오고 있다. 깔따구 때문에 정확한 위치와 형상을 잡기 어려웠다.
퍽- 쌈디가 뽁뽀기로 물속을 내리쳤다. 키엑- 악어가 물 위로 펄쩍 솟구쳤다가 첨벙 떨어졌다. 보트가 출렁했다. 식겁한 블랙맘바는 황급히 반대쪽으로 중심을 이동해서 보트를 안정시켰다. 하마터면 보트가 뒤집힐뻔했다.
목이 절반쯤 잘린 악어가 배를 뒤집고 떠올랐다. 피 냄새를 맡은 악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몽땅 죽여준다.”
쌈디의 눈이 번쩍였다. 떼거리로 달려드는 포식자, 떨어져 나가는 신체와 튀어 오르는 핏물, 핏물을 뒤집어쓰고 싶은 욕구가 불쑥 일어났다.
“쌈디, 내가 처리한다.”
블랙맘바가 MP5를 뽑았다. 쌈디에게 맡겨두었다간 보트가 뒤집히기 십상이다. 좁은 보트에서 사용하기엔 총기가 최고다.
퍽- 퍽- 보트에 접근하던 악어 두 마리의 대가리에 구멍이 뚫렸다. 키에에- 끔찍한 비명이 울렸다. 맹렬히 몸을 뒤틀던 악어가 흰 배를 드러내고 뒤집어졌다. 쏴아아- 녹색 눈알이 죽은 악어 주위로 속속 모여들었다. 물보라가 솟아올랐다.
“쩝!”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벌떼처럼 달려든 악어가 동족의 몸뚱이를 물고 맹렬히 몸을 뒤틀었다. 죽은 악어는 산산이 찢어져서 동족의 배속으로 들어갔다. 그야말로 사망유희(死亡遊戱)다.
“아악, 이포포땀!(하마!)”
선수를 감시하던 올룸보가 비명을 질렀다. 물속에서 거대한 대가리가 불쑥 솟아올랐다. 보트와 겨우 5m 거리에서 시뻘건 입이 쩍 벌어지며 거대한 이빨이 드러났다. 블랙맘바의 시선이 홱 돌아갔다.
“기가 막히는군!”
물속에서 보트를 뒤따라오던 놈이다. 깔따구와 악어의 광란에 정신이 팔려서 놈을 잊었다. 수면에 드러난 거대한 아가리와 두 뼘이 넘는 어금니가 끔찍했다. 저놈에게 물렸다간 두 동강이 나거나 팔뚝만큼 굵은 구멍이 서너 개 뚫리게 생겼다.
“야, 까불지 말고 그냥 가라.”
블랙맘바가 하마를 타일렀다. 그는 하마의 공격성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하마는 초식성이지만 성질이 고약하기로 유명하다. 영역 집착성이 강한 하마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상대를 무조건 공격한다. 이상한 동물이 영역을 침범했는데 가란다고 갈 하마가 아니다.
툭 튀어나온 눈이 붉게 물들었다. 웡- 하마가 번개처럼 돌격했다. 퍽 퍽 퍽 퍽- MP5가 불을 뿜었다. 총탄을 덮어쓴 하마가 피 거품을 뿜으려 발광했다. 접근하던 악어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분노한 하마가 보트 선수를 물어뜯었다.
“버르장머리 없는 것!”
쌈디가 뽁뽀기를 휘둘렀다. 중량 40kg짜리 예리한 삽날이 하마 정수리를 찍었다. 뻐억- 무지막지한 일격이 단단한 두개골을 반으로 쩍 갈라놓았다.
우어엉- 굉량한 비명이 호수를 울렸다. 하마 성체의 몸무게는 삼 톤에 달한다. 거대한 짐승이 단말마의 몸부림을 치는 서슬에 보트가 훌렁 뒤집어졌다. 날개 없는 인간과 좀비는 속절없이 흙탕물에 처박혔다. 수십 줄기의 물살이 슈르르 갈라졌다.
“으아아!”
올룸보가 정신없이 팔을 휘저으며 비명을 질렀다. 공포에 먹힌 그는 정신줄을 놓았다. 굶주린 악어떼가 얼씨구나 하고 달려드는 판에 멀쩡할 인간은 없다.
올룸보의 곁에 인간 아닌 존재가 둘이나 있다. 쩍- 쌈디가 솥뚜껑 같은 손바닥으로 올룸보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약해빠진 놈, 정신 차려!”
따귀 한 방에 비명이 뚝 멎었다. 쌈디가 올룸보를 번쩍 들어서 자신의 백팩 위에 올렸다. 악어 한 마리조차 감당 못 하는 약해빠진 인간이다. 내버려뒀다간 내일이면 짐승 똥으로 나온다.
“골때리는 짐승이구마.”
블랙맘바가 고개를 흔들었다. 바로 눈앞에서 악어떼가 하마 사체를 뒤덮었다. 두꺼운 피부를 물고 맹렬히 회전해서 찢어내는 놈, 고개를 쳐들고 뜯어낸 살덩이를 삼키는 놈, 살 한 덩이를 물고 냅다 도망치는 놈, 긴 주둥이를 휘둘러서 작은놈을 밀쳐 내는 놈, 늪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지옥도가 따로 없다. 날카로운 이빨이 근육을 찢어내는 퍽퍽 소리에 천하의 블랙맘바도 소름이 끼쳤다.
“휴, 어쩐다?”
블랙맘바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사방 어디를 봐도 물이다. 난처한 상황을 빨리 타개하지 못하면 더욱 난처해진다. 물론 하마가 인간보다 훨씬 난처했다. 인간은 갈 길이 지체되었지만 서식지를 지키려던 하마는 생명을 잃었다.
악어 따위야 두려울 것 없지만, 요도를 파고드는 칸디루는 찝찝했다. 명색이 척추동물인데 공진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도 장담 못 한다. 게다가 거머리가 옷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저놈은 신이 났구먼.’
쌈디는 일행에게 접근하는 악어를 뽁뽀기로 장난치듯 두 동강이 내는 중이다.
“악어와 놀 시간 없다. 노느니 염불이라도 해라.”
“목탁이 없어서 염불할 수 없다.”
“어휴, 뗏목을 만들란 소리다.”
“와키르, 말을 쉽게 해라. 이놈은 버릴까?”
쌈디가 백팩에 올라탄 올룸보를 흘끗 돌아보았다.
“아악, 큰 나리 살려주십시오.”
놀란 올룸보가 비명을 질렀다.
“억수로 귀찮은 놈이네.”
팟- 블랙맘바가 수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쌈디의 어깨에 가볍게 올라선 그는 올룸보를 옆구리에 끼고 쌈디의 어깨를 받침 삼아 도약했다. 허공으로 솟구친 블랙맘바는 거대한 마호가니 나뭇가지를 한 손으로 잡고 올룸보를 나뭇가지에 올렸다.
뻑- 뻑- 아름드리 마호가니가 쌈디의 뽁뽀기질 서너번에 우지끈 넘어갔다. 길이 사미터짜리 원목을 덩굴로 엮은 급조 뗏목이 준비되었다. 일회용품에 정성을 들일 계제 (階梯)가 아니다. 퉁- 블랙맘바가 올룸보를 안고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