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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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개미 지옥 4
“그만, 작전은 계속 진행한다.”
열 쌍의 눈이 일제히 깨비텐을 향했다.
“깨비텐, 정보를 획득했습니까?”
부리머의 질문에 깨비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올롱가 마을에서 래쿤이 접선을 기다린다.”
팀원들이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딴생각 마라. 우리는 용병이다.”
깨비텐이 못을 박았다.
옴부티가 지도를 펼쳤다.
“올롱가는 보델레 저지 아래쪽 니제르의 빌마 방향에 있는 마을이요. 코로타로에서 210km거리요.”
부리머가 머리를 움켜쥐었다.
“으윽, 미친 듯이 동쪽으로 달려 왔는데 다시 서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DGSE놈들은 전부 장님이란 말이요?”
늘 조용하던 모리스가 소리를 질렀다.
용병들의 얼굴이 너나없이 딱딱하게 굳었다.
납득이 안 되기는 깨비텐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전에 마쿰보의 본대가 은자메나를 향해 카넴주를 통과했다. 양동작전이라는 DGSE의 설명도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그는 내내 개운치 않았다.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에 휘둘리는 느낌이었다.
마쿰보같은 너구리가 자신의 병력을 남하시키고 보루쿠에서 얼쩡거릴 이유가 없었다.
권력에 미친 마쿰보같은 인간이 부하들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자신을 미끼로 던졌다?
그렇게 말하는 놈의 입을 찢어 줄 용의가 있었다.
챠드 중북부 지역은 프랑스보다 수 배 넓다. 정보 없이 너구리를 찾기란 밀밭에 떨어진 보리알 찾기다. 미심쩍어도 정보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깨비텐의 심사는 사하라의 모래바람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혔다.
프롤리나트도 혼선을 일으켰다.
라텔팀이 예기치 않게 빌마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라텔팀을 영격하려고 탕가와 치차 인근에 매복한 제3군이 헛물을 켰다. 병목 지점에 깔린 정찰대도 김이 빠졌다. 덕분에 라텔팀은 쓸데없는 소모전을 피할 수 있었다.
운 좋게 대규모 접전을 피했지만 위험도는 크게 상승했다.
얼디 하마르 전투로 인해 프롤리나트 상층부는 크게 놀랐다. 위원회는 대규모 프랑스군이 사헬 지역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카넴, 티베스티, 엔네디주의 프롤리나트 군세가 일제히 보델레 저지로 몰려들었다. 그로 인해 보델레 아래쪽 네델리와 하자레 간 축선이 텅 비었다.
DGSE 작전처장 보니파스는 쾌재를 불렀다.
“미구엘, 기가 막히지 않나?”
“기가 막힙니다. 라텔팀이 네델리 하자레간의 회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프리카 과장 미구엘도 감탄했다.
백도어 작전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용병팀이 우수리 적록 역할을 생각이상으로 잘 해 주었다.
“래쿤이 이동하지는 않았겠지?”
“네델리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네델리는 보델레 남쪽 120km지점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정작 너구리는 이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지젠느는 준비되었나?”
“은자메나에 2개조가 대기 중입니다.”
“작전 개시해.”
“옙, 그런데~”
“문제가 있나?”
미구엘이 머뭇거리자 보니파스가 희뜩한 눈초리로 쳐다 보았다.
“레종 에뜨랑제와 문제가 없을까요?”
“국가를 위한 일이야. 이럴 때를 위해서 용병 부대를 운용하고 있지 않은가. 밥값을 해야지.”
보니파스는 냉정했다. 외인부대를 키우는 이유가 분쟁지역에서 써먹기 위함이다. 적을 죽이려고 총을 들었으면 자신도 당연히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죽음을 전제로 살아가는 존재가 용병이다.
“블랙맘바를 소모품으로 쓰기엔 아깝지 않습니까?”
블랙맘바는 프랑스 군부에서 유일하게 콜네임을 받은 인재다. 1회용으로 쓰기엔 너무 아까웠다.
“마쿰보를 얻으면 챠드를 얻을 수 있어. 다랑어를 잡으려면 정어리 정도는 미끼로 던져야 해. 블랙맘바가 살아있는 한 용병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 용병들이 할 일은 난장이고, 우리가 할 일은 너구리를 빼 내 오는 거야. 블랙맘바에겐 꼬레앙 최초로 레종 도뇌르 슈발리에를 안겨 줘야겠지. 물론 추서가 되겠지만. 흐흐!”
미구엘은 섬뜩했다.
과연 뱀같은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 했다. 보니파스 처장의 별명이 셀펀드(Serpent)다.
“이봐 미구엘, 우린 DGSE라고. 인간은 총알과 다를 게 없어. 자넨 적의 가슴에 총알을 박아놓고, 그 총알을 아까워하나?”
미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세포적이지만 설득력은 충분한 말이다.
처장의 말이 틀리지 않았지만 미구엘은 뒤가 찝찝했다.
최강의 독사 블랙맘바, 블랙맘바가 살아남는다면? 뭔가 개운치 못했다.
블랙맘바가 정어리일까? 처장실을 나가며 미구엘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젠느 2개조가 육로를 통해 네델리로 투입되었다.
새로운 작전조의 움직임은 그 누구도 몰랐다. 레종 에뜨랑제 사령관도 배제되었다. 진실은 프랑스 군부 고위층과 DGSE 보니파스 처장만이 쥐고 있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이 있다. 보니파스 작전 처장은 동양 격언을 훌륭하게 써 먹었다.
보니파스의 속셈을 알 리 없는 라텔팀은 DGSE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올롱가로 달렸다.
우수리 적록은 늑대 떼의 추적을 받으면 무리 중의 한 놈을 낙오시킨다. 낙오된 놈이 무리와 다른 방향으로 늑대 떼를 끌고 간다. 라텔팀이 바로 미끼가 된 우수리 적록 꼴이다.
빌마에 가까워질수록 반사막 지대가 사막으로 바뀌어 갔다. 녹색을 보기 힘들어지고, 늪과 와디는 물이 말랐다. 동물의 개체 빈도는 더욱 낮아졌다.
“제기랄, 또 깡통으로 배를 채워야 하나. 블랙도 다 됐어. 도마뱀 한 마리 잡아 오지 않네.”
장쒼이 투덜거렸다. 이틀째 고기 재료를 공급 받지 못했다. 요리라는 소소한 도락을 즐기지 못한 그는 스트레스가 쌓였다.
사막은 남극과 함께 동물이 서식하기에 가장 열악한 환경이다. 생태계 베이스인 식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식물마저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선인장, 솔트부시, 크레오소트부시처럼 가시로 무장하거나 투루가, 아데니움처럼 독으로 무장한 식물이 다수다. 동물의 빈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동물 진화는 잉여 에너지 축적 시스템의 강화라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모든 동물은 잉여 에너지를 지방 형태로 축적한다. 축적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대체적으로 체구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사막에서 높은 체온을 견디고, 신진대사율을 감당하려면 체력 소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몸을 식히고 삼투압 균형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사막은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고온과 물 부족은 동물이 생존하기에 지극히 불리하다. 자연 선택과 진화를 거쳐 살아남은 사막 동물은 몇 가지 특성을 가진다.
첫째, 몸집이 작다.
사막 특화 종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대형종이 거의 없다.
포유류, 파충류, 곤충을 불문하고 크기가 작은 편이다. 섭취 가능한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큰 몸집은 생존에 불리하다. 오토바이 연료통을 가진 트럭은 십리도 못가서 퍼진다.
둘째, 개체수가 많지 않다. 군집 생활을 하는 놈도 별로 없다. 사냥 기회가 빈곤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먹이가 군집 개체를 받쳐 주지 못한다. 사막 하이에나는 사바나 하이에나와 달리 무리를 이루지 않고 단독 생활을 한다.
셋째, 일격 필살의 비기를 보유하고 있다.
사막은 생물 빈도가 낮다. 먹이 활동의 기회가 많지 않으므로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잡아야 한다. 따라서 전갈, 방울뱀, 뿔살모사같은 맹독성 육식 동물이 많다.
넷째, 초식동물이 없다. 식물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사막이란 환경 자체가 에너지 과소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초식으론 에너지 충전이 쉽지 않다.
성체 호랑이는 하루 식사로 고기 10kg이상을 먹는다. 호랑이가 고기 10kg에 상당하는 에너지를 초식으로 보충하려면 하루에 100kg이상의 풀을 뜯어 먹어야 한다.
한마디로 사막에서 사냥으로 배를 채우겠다는 생각은 턱도 없는 이야기다. 그나마 블랙맘바이기에 사냥이 가능했다. 전투 식량이 있는데 전갈과 풍뎅이까지 잡아먹을 필요는 없지 않는가!
“니미 조또!”
에밀이 의미도 모르는 한국어 욕설을 뱉었다.
미세한 모래를 동반한 메마른 사하라 열풍에 숨이 턱턱 막혔다. 블랙맘바의 팬이 된 에밀은 한국어 욕설이 입에 붙었다.
“휴식!”
깨비텐을 손을 들어 올렸다.
에밀이 뻐근한 어깨를 주물렀다. 꼬박 여섯 시간 동안 야간 운전을 했다.
동료들이 모두 수면에 빠진 새벽녘, 블랙맘바는 슬그머니 침낭을 빠져 나왔다. 사헬의 거친 새벽 기운이 쏴아 몰려들었다. 바위에 올라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암수 하이에나의 망할 짓거리에 깨져 버린 외부 감응 공진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다.
‘젠장, 별똥별이 쏟아져야 되나?’
놓쳐 버린 감응은 쉽게 꼬리를 드러내지 않았다. 명상을 포기한 블랙맘바가 총을 들고 나섰다.
“봉쥬흐!”
“웁스, 블랙 인기척을 내고 다녀라.”
바위틈에 잠복해 있던 모리스가 식겁을 하고 들어 올렸던 총구를 내렸다. 툭하면 허깨비처럼 불쑥 나타나는 블랙맘바다. 매번 간이 떨어졌다.
“엑스뀌제 므와!”
“됐다 됐어.”
블랙맘바가 사과를 하자 모리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녀석은 스나이퍼가 아니라 어쎄신이다.
블랙맘바가 30미터 떨어진 곳의 작은 플라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부리머, 오흐브와흐(부리머, 수고가 많아.)”
톡톡- 경계 근무 중이던 부리머가 총신을 두드려 인사를 보냈다.
“부리머 중사님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나?”
모리스 병장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급 스나이퍼의 은신 능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블랙맘바와 접점이 없었던 모리스는 깜짝 놀랐다. 경인할 전투력보다 은신 감지 능력이 더 놀라웠다.
“그냥 안다.”
“젠장, 인간 같지 않은 놈”
블랙맘바가 플라스크를 던져 주자 모리스가 풀썩 웃었다.
모리스 병장은 지부티 13외인연대에서 되지엠 랩 화기소대로 전입했다. 블랙맘바가 같은 인간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여러 번이다.
이미 여명이 텄다. 세 시간 경계 근무가 끝나는 시간이다. 빈속에 와인이 들어가자 추위에 굳었던 몸이 풀렸다.
“오늘은 하이에나라도 잡아오라고. 신선한 고기를 먹고 싶다.”
블랙맘바가 머리 뒤로 손을 흔들어 주고 잡목지대로 들어갔다. 과묵한 모리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동료이기 망정이지 적이라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바위 그늘을 벗어나자 관목과 초본이 무성한 수풀이 나왔다. 풀이든 나무든 밑동은 사하라에서 날려 온 모래로 덮였다. 사헬 지역의 사막화 진행을 보면 온 세상이 모래로 덮일 것 같았다.
컁-
사막 여우 한 마리가 관목 숲에서 튀어나왔다. 후다닥 도망치던 녀석이 걸음을 늦추고 인간을 흘끔거렸다. 냄새나는 하이에나 보다야 여우 고기가 백 번 낫다.
쿠크리를 뽑아 들던 블랙맘바가 주춤했다. 새끼 여우 두 마리가 어미를 따라 튀어나왔다. 새끼가 어미를 따라 구르듯이 도망쳤다.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 모리스가 고기를 부탁했지만 새끼 딸린 어미까지 손대고 싶지 않았다.
“오잉, 이기 머꼬? 수박아이가!”
블랙맘바가 반색했다. 사막 여우가 막다가 남긴 수박과 흡사한 과일이 보였다. 크기만 작을 뿐 푸른 껍질과 검은 줄무늬가 영판 수박이다.
‘바티크흐(batikh)’, 블랙맘바야 알 리 없지만 북아프리카에 자생하는 야생 수박이다. 야생 수박을 쪼개자 붉은 속이 나왔다. 당도가 약하고 섬유질이 많았다. 약간 짠맛도 느껴졌다. 짚은다리에서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달고 연한 수박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맛이 없어도 신기하긴 하네.”
블랙맘바는 바티크흐를 들고 어린아이처럼 신기해 했다.
알고 보면 크게 신기할 일도 아니다.
수박의 원산지가 아프리카 북부 지역이다. 아프리카 수박이 조선시대 초에 중국을 통해 한반도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