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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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14
이투리 정글의 캐노피는 강과 늪이 있다고 하늘을 볼 수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다. 햇빛을 받으려면 강폭이 적어도 30m는 넘어야 한다.
밤인지 낮인지 구분되지 않는 컴컴한 숲, 축축이 젖은 억센 양치식물이 가득찬 지표, 시도 때도 없이 덤비는 독충과 맹수, 마른 땅과 구분되지 않는 늪지대, 끝도 보이지 않는 아득한 절벽과 벼랑, 이투리는 한걸음이 천리다. 납치범의 꼬리를 잡으려다 아차하면 본인의 신위가 제사상에 올라간다.
위협적인 요소는 그것만이 아니다. DGSE 정보부에 의하면 콩고 동북부에서 활동하는 각종 무장 반군의 숫자가 2만 명에 달한다. 이투리 정글에서 이들과 조우하면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키담바가 말한 7일 거리가 몇 km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하긴 10일을 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10일을 넘겼으면 그냥 많다고 했을 테니 말이다.
“올룸보, 피그미족이 하루에 몇 키로나 이동할 수 있나?”
“확인해보겠습니다.
올룸보의 대답에 자신감이 들어있지 않았다. 피그미족은 숫자와 친하지 않다. 많다와 적다가 전부다. 침팬지와 나누는 대화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다. 올룸보는 위대한 존재의 명령을 완수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온갖 제스처를 보이고, 동물 그림을 그려가며 키담바와 대화를 나누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올룸보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큰 나리, 피그미의 수사를 이해하기엔 소인의 능력이 부족합니다. 죄송합니다.”
“무슨 소리야?”
“블루 몽키를 삼킨 블랙맘바가 기어가는 속도보다 빠르고, 날개 한쪽을 다친 갈고리 앵무새가 뛰어가는 속도보다 늦답니다. 여자 두 사람이 바구니에 과일을 절반쯤 채울 시간이면 악귀가 사는 늪에 다녀온답니다.”
“아이고 두야!”
블랙맘바는 뒷목을 잡았다. 블루 몽키를 삼킨 블랙맘바와 부상당한 갈고리 앵무새의 이동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악귀가 사는 늪은 어디에 있는지, 바구니 크기와 특정 지역의 과일 개체 수가 얼마인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는 피그미의 반응을 통해서 인간의 뇌가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 뇌는 인식 못 하는 찰나의 순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조건식 연산을 한다. 듣고만 있던 쌈디가 눈을 부라렸다.
“띨띨한 놈, 지금 장난치나. 세상에 그딴 대답을 하는 새끼가 어디 있어. 내가 너를 험하게 운반했다고 엉기는 거지? 모가지 잡힌 블랙맘바, 아니 갈고리 앵무새 꼴을 체험하고 싶나? 앙!”
쌈디가 블랙맘바를 흘낏 보고는 얼른 말을 바꾸었다. 오금이 저린 올룸보가 손을 내저었다.
“헉, 소인이 어찌 감히! 피그미족은 숫자 개념이 없습니다요. 소인이 거리를 알아내려고 별짓을 다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보십시오 큰 나리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습니까요.”
사색이 된 올룸보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보둔은 쳐다보기만 해도 경기가 들릴 만큼 무서운 존재다. 마하두라카를 걸고 넘어가야 조용해진다.
“명색이 숲 사람인데 하루에 20km는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글쎄요. 소인은 시간당 500m도 불가능합니다. 가능할까요?”
블랙맘바의 말에 올룸보가 떠듬거렸다. 건강한 남자가 도로나 평원을 걸으면 하루에 삼사십 킬로는 이동한다. 이투리 정글은 차원이 다르다. 인간이 하루 동안에 20km 속도로 강행군할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열심히 통박을 굴렸다. 키담바 마을에서 7일 거리에 놈들의 본거지가 있다고 했다. 하루 20km씩 이동하면 140km다. GPS 상의 거리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는 의미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번 작전의 진짜 적은 거리와 시간이다.
안타깝게도 블랙맘바는 피그미족이 왜 숲 사람이라 불리는지 간과했다. 피그미족의 신체는 이투리 정글에 특화되었다. 하루 40km 이상 거뜬히 이동할 수 있다. 블랙맘바는 자신의 예상보다 표적이 훨씬 멀리 있음을 몰랐다.
“좋아, 즉시 출발한다. 올롱게와 키담바가 길을 안내한다.”
블랙맘바가 서둘렀다.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진다. 놈들의 꼬리를 잡았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다.
“큰 나리, 키담바가 안내를 못 하겠답니다.”
올룸보가 주저주저하며 말을 꺼냈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논다니 고쟁이 벗겼더니 서답(옛날 생리대,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었다.) 차고있는 꼴이다. 키담바 등을 기다리느라 무려 4일이나 소모했다. 차붐이 미드필드, 스위퍼, 골키퍼까지 제치고 마지막에 똥볼을 날린 셈이다.
“이유가 뭐냐?”
“총 든 흑인들이 여자와 아이들을 전부 죽였답니다. 그리고 어린아이 둘을 삶아 먹었답니다. 솥에 남은 아이들의 잔해를 봤답니다.”
“그래서! 흑인이 무서워서 안내할 수 없다?”
“네, 그 일만은 절대로 할 수 없답니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울화가 치밀었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겁이 난 올룸보가 키담바를 째려보았다. 잘못은 저놈이 했는데 자신이 맞아 죽을 판이다.
“왜 여자와 아이들만 죽었나?”
“남자들은 모두 숲 속에서 바케티(baketi, 악령을 쫓고 사냥의 성공을 비는 행사)를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바케티는 일종의 사육제로 남자들만 참석한다. 말이 행사지 일하기 싫은 남자들이 먹고 노는 행사 중의 하나다. 피그미족은 남자와 여자의 일이 선을 그은 듯 구분되어 있다. 남자는 사냥과 벌꿀 채집만 한다.
여자들은 과일과 식물을 채집할 뿐만 아니라 땔감을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고 집을 짓는다. 육아도 당연히 여자의 몫이다. 피그미족의 자유로운 생활 밑바닥에 여성의 중노동이 깔렸다. 맑아 보이는 물도 속을 들여다보면 시궁창인 경우가 많다.
“내가 원수를 갚아준다고 했나?”
“네, 키담바는 아카(Aka)계 피그미입니다. 이들은 겁이 많습니다. 흑인들과 교류도 하지 않고 이투리 깊숙이 숨어서 살아갑니다.”
“머시라! 여자와 아이들이 살해당했는데 복수할 생각도 못 한단 말이지. 원수를 갚아주겠다는데 무서워서 안내를 거부했단 말이지. 이런 인간쓰레기는 그냥 죽는 게 나아.”
쌈디가 솥뚜껑 같은 손을 번쩍 들었다.
“으악!”
놀란 키담바가 쪼그리고 앉아 흑흑 울음을 터뜨렸다.
“쌈디, 잠시 참아라.”
불쌍한 피그미를 다그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블랙맘바는 놈들이 어린아이 둘을 삶아 먹었다는 말을 상기했다. 인간이 인간을 삶는 행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반문화적인 폭거다.
팽형(烹刑)의 원조는 상나라 악녀 달기다. 그녀는 입맛이 떨어지면 잘생긴 남자를 구리 솥에 삶아 먹었다고 한다. 고답적인 욕설중에 ‘육장낼 놈’이란 욕이 있다. 육장낸다는 말은 가마솥에 삶는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팽형을 받는 죄인은 주로 탐관오리였다.
중국처럼 실제로 삶지는 않는다. 가마솥에 죄인을 넣고 물이 미지근할 정도로 장작을 땐다. 그 정도로 죄인은 혼이 반쯤 나간다. 짝퉁 팽형을 당한 죄인은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을 겪으며 대부분 자살했다고 한다. 사람을 삶는다는 행위 자체가 그 정도로 충격적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키담바의 마을을 습격한 놈들은 아레바 납치범일 가능성이 높다. 은타간타가 이끄는 군벌의 바탕은 부두교다. 근래 5년간 알비노, 백인, 피그미의 실종이 급격히 늘었다. DGSE는 희생자 대부분이 은타간타 군의 카니발 재료로 쓰였다고 추정한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올룸보, 놈들이 피그미 카니발을 벌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
“피그미는 저항하지 않고,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표범도 어린아이를 잘 잡아먹습니다. 오래전부터 마라부(샤머니즘, 애니미즘 주술사)는 알비노의 신체를 소지하면 행운이 찾아오고 피그미를 먹으면 힘과 정력이 강해진다고 가르쳤습니다. 최근엔 부두교 호웅간이 지역 군벌과 결탁해서 백인과 피그미의 홀로코스트를 벌이고 있습니다.”
“원주민이 그 말을 믿나?”
“믿습니다. 주술사와 제사장은 실제로 이적을 보여줍니다. 식인 행위를 개의치 않는 콩고족과 팡족이 많습니다.”
“기분이 더럽군. 족제비 같은 놈들이 홀로코스트에 몬도가네를 더했어.”
유아포식이라니, 막장까지 간 놈들이다. 육식동물 중에 재미로 살육하는 놈이 족제비다. 닭장에 침입한 여우나 너구리는 닭 한 마리를 물고 간다. 족제비는 닭장에 있는 닭은 전부 죽여버린다. 족제비와 다를 바 없는 짐승이다.
놈들이 키담바 마을을 덮친 이유는 여자와 아이들만 마을에 남았기 때문이다. 프롤리나트 반군도 사람을 먹는 더러운 짓거리는 하지 않았다. 놈들을 지워야 할 이유가 추가되었다.
“와키르, 몽땅 죽여버려야 한다.”
“식인 짐승은 당연히 잡아야지. 놈들을 죽여도 좋다.”
살인 허락을 받은 쌈디의 표정이 스산해졌다. 큰 사부님은 와키르의 허락을 받기 전에 살인하면 머리가 터져 죽는다고 했다.
“키담바!”
블랙맘바가 부드러운 어조로 불렀다. 놈들을 찾아야 죽이든 살리든 할 것 아닌가. 키담바가 안내하지 못하면 인질 구출도 물 건너간다.
“히익!”
키담바는 사나운 개와 마주친 어린애처럼 놀랐다.
“놈들의 얼굴을 보았나?”
“……”
올룸보가 통역했지만 키담바는 대답을 못 했다. 블랙맘바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눈동자가 좌우로 바쁘게 움직였다. 다리가 눈에 보일 만큼 달달 떨렸다.
“으으으~”
급기야 입가로 거품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기명된 기억이 재인 과정에서 확산하는 증상, 전형적인 PTSD 증후군이다. 겁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
“허어, 틀렸어!”
블랙맘바가 탄식했다. 이 상태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키담바는 기껏해야 스물도 안 된 청소년이다. 상처 입은 연약한 정신이 결사적으로 악마의 기억을 봉인하려고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정신적인 문제다. 윽박지른다고 해소되지 않는다. 키담바를 안내인으로 데려가려면 인식을 속박하고 있는 공포를 깨뜨려야 한다.
“올룸보, 지난번에 죽인 미친 코끼리처럼 마을에 해를 끼치는 동물이 있는지 확인해봐.”
“피그미들이 늘상 떠드는 소리가 바로 그겁니다. 악령과 악귀가 마을 사람을 많이 잡아먹었답니다. 악령과 악귀가 무서워서 사냥을 못 나갔다고 합니다.”
“악령과 악귀가 뭐냐?”
“악령은 마을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늪에 사는 악어인데 피그미 다섯 명을 합친 길이만큼 크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사냥과 채집을 나간 성인이 희생되었답니다. 악귀라 불리는 표범은 최근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마을 근처에 어슬렁거리다가 주로 아이를 물고 간다고 합니다. 올롱게도 아들 둘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악령은 어른을 잡아먹고, 악귀는 아이를 잡아먹는 거지요.”
“집단으로 덤벼도 사냥할 수 없었단 말인가?”
“악령과 싸운 피그미들이 전멸했답니다. 활과 창이 가죽을 뚫지도 못하고, 독을 풀어도 끄떡도 않는답니다. 워낙 거대한 놈이라 잡을 엄두도 못 낸다고 합니다. 악귀는 흔적도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림자밖에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희생자가 많은데 마을을 옮기지 않는 이유가 있나?”
“이곳이 최고의 사냥터고 과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악귀는 마을을 옮겨도 따라온답니다.”
“허, 악귀라 불릴만한 놈이네. 좋아, 마을 회의를 열어라. 놈들을 없애주지.”
뇌과학자인 기즈박사는 공포로 인한 PTSD는 더 큰 공포로 깨뜨리면 즉각 치유된다고 했다. 블랙맘바는 다소 폭력적인 방법으로 키담바의 정신을 돌려놓을 겸 올롱게 마을의 숙원을 해결해 주기로 했다.
“음페러? 쿠파 임모야 엠비에 임모야 엠비비?(정말? 악령과 악귀를 잡는다고?)”
올룸보의 설명을 들은 올롱게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투리의 삶은 죽음을 동반한다. 피그미족 최고의 미덕은 다산이다. 건강한 피그미 여성은 평균적으로 15명의 자식을 낳는다.
이투리의 환경은 혹독하다. 질병과 사고, 맹수의 습격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15명의 아이 중에 겨우 두세 명이 성인으로 성장한다. 성인 남녀도 희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산에 불구하고 인구가 늘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들면 씨족의 장래는 암담해진다. 근래 너무 많은 동족이 악령과 악귀에 당했다. 드디어 신의 전사가 악령과 악귀를 처치해 주겠단다. 올룽게가 기뻐할 만 했다.
올롱게가 허리춤에서 루마(luma, 피그미족이 각종 신호에 사용하는 대나무 피리로 구멍이 3개 있다.)를 꺼내서 길게 세 번 불었다.
삐이익- 삐이익- 삐이익- 날카로운 피리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공터로 몰려나왔다. 올롱게 마을은 백삼십 호로 큰 마을이다. 수백 명의 벌거숭이가 젖가슴과 페니스를 덜렁거리며 달음박질하는 광경은 코믹하다 못해 그로테스크했다. 쌈디의 눈이 쟁반처럼 커지고 코 평수가 넓어졌다.
쌈디는 기억을 잃었을 뿐 영리한 인간이다. 블랙맘바의 의도를 눈치챈 그는 지름 50cm 남짓한 림발리 둥치를 뽁뽀기로 잘라내서 끝을 뾰족하게 깎았다. 주인의 말이 잘 먹히려면 멍석을 제대로 깔아주어야 한다.
“으얍!”
통나무를 들고 허공에 솟구쳐오른 쌈디가 외마디 기합을 지르며 통나무를 내리꽂았다. 꽝- 거대한 통나무가 땅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길이 5m 통나무의 절반이 땅속으로 사라졌다.
블랙맘바가 부채머리수리처럼 슬쩍 날아서 통나무에 올랐다. 3m 높이의 통나무에 우뚝 선 전사의 머리위에 정오의 햇빛이 후광처럼 흘렀다. 퍼포먼스 종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