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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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15
“은쿨룽쿠르의 창조물은 들어라. 내 이름은 뚜바이부르파다. 뚜바이부르파는 착한 인간을 괴롭히는 나쁜 인간과 악령을 때려잡는 신의 전사다. 신의 전사는 착한 인간을 보호한다. 너희는 착한 인간인가?”
공진을 실은 묵직한 음성이 우르르 퍼져나갔다. 통역하는 올룸보도 덩달아 악썼다.
“으워, 이바 우쿠렐 운쿠자블레라!(우리는 착하다!)”
삐이이- 당당당-
“은쿨룽쿠르 악바르!(신은 위대하다!)”
뿌뿌뿌- 당당당-
수백 명의 피그미족이 일제히 발을 구르며 외쳤다. 나이 든 축은 리켐베(likembe, 나무와 짐승 힘줄로 만든 피그미족의 원시적인 하프)와 마카타(makata, 상아로 만든 나팔)로 환호 사이에 박자를 넣었다.
블랙맘바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옹기종기 둘러선 피그미들을 쓱 둘러보았다. 소음이 일시에 뚝 그쳤다. 수백개의 시선이 블랙맘바의 입만 쳐다보았다.
“인간이 저렇게 멋있어도 되나? 하긴 태양이 밝을수록 달도 밝은 법이지. 킁!”
쌈디가 묘한 콧방귀를 뀌었다. 주인보다 체격이 좋고 힘도 세지만 얻어터지는 쪽은 늘 자신이다. 주인보다 잘 생기고 성격도 좋은데 멋있는 쪽은 늘 주인이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주인이 빛나면 자신도 따라서 빛난다. 그래서 주인은 주인이고 자신은 하인이다. 주인을 흉내 내면 최소한 본전은 건진다. 쌈디가 깨달은 진리다.
“이투리는 착한 인간인 피그미족이 살아가는 성스러운 숲이다. 더러운 흑인들이 신성한 이투리에 피 묻은 발을 들였다. 나 뚜바이부르파는 이투리를 더럽히고 피그미족을 괴롭히는 흑인들을 잡으려고 세상 끝에서 왔다.”
“와, 뚜바이부르파 악바르!
뿌뿌뿌- 당당당-
피그미들이 광란했다. 피그미족이 이투리 정글에 사는 이유는 힘센 흑인들에 밀렸기 때문이다. 위대한 존재가 업신여김을 받아온 피그미족을 인정했다. 열광할 수밖에 없다.
‘신의 전사다!’
키담바가 통나무 위에 높이 올라선 블랙맘바를 망연한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동물의 시각은 넓이보다 높이를 유의미하게 본다. 맹수가 상대를 겁줄 때는 몸을 위로 부풀리고 공격할 때는 바짝 낮춘다. 상대의 어깨 높이가 강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맹수가 인간을 쉽게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깨가 높기 때문이다. 한자리하는 인간이 높은 단상에 서는 이유도 동물의 본능이 남았기 때문이다. 블랙맘바가 높은 통나무 단상에서 뿜는 압도적인 비주얼이 키담바의 뇌리에 박힌 흑인 포비아를 희석했다.
“악령과 악귀가 착하게 살아가는 너희를 괴롭힌다고 들었다. 신의 전사는 바쁘지만, 너희를 불쌍히 여겨서 악령과 악귀를 잡아주겠다. 용기 있는 전사는 창을 들어라. 믿음이 강한 전사는 칼을 들어라, 힘 있는 전사는 도끼를 들어라.”
“우우, 뚜바이부르파 메이오!”
뿌뿌뿌- 당당당-
“와! 악령을 잡으러 가자.”
피그미들이 빗방울 맞은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떠그럴, 이젠 저절로 각이 나오네. 사이비 교주 틀이 잡혔어. 크크크!”
헛웃음이 나왔다.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은 여전했지만, 군중 앞에 서면 말이 저절로 술술 나왔다. 특별군사고문으로 높은 놈들과 몇 년 구른 탓이다. 논다니 3년이면 죽은 사추리도 일으켜 세운다더니 그 짝이다.
활, 코소, 로보, 토파로 무장한 피그미족 전사들이 마을 중앙 공터에 모였다. 섬유를 뽑아서 엮은 그물도 동원되었다. 왈- 왈- 왈- 중앙 공터는 동원한 사냥개가 짖는 소리로 요란했다. 다섯 명이 한 조, 열 개조 50명으로 이루어진 무실로 사냥팀이 만들어졌다.
피그미족이 기르는 유일한 가축이 사냥개다. 피그미족은 모타(mota)사냥을 즐긴다. 모타 사냥은 인간 다섯, 개 세 마리가 한 조를 이룬다. 개를 풀어서 사냥감을 추적하고, 개가 사냥감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면 투창으로 끝장낸다.
표범이나 고릴라를 추적할 때는 모타가 연합한다. 피그미 30명 이상, 개 10마리 이상 모여서 벌이는 사냥을 무실로 사냥이라 한다. 피그미들도 단단히 작심하고 나섰다는 이야기다.
“올룸보, 개는 두고 간다.”
쌈디의 청각과 후각은 개에 못지않다. 개는 감각을 방해할 뿐이다. 올룸보의 통역을 들은 올롱게가 즉시 사냥개를 마을로 돌려보냈다.
“악령부터 처치한다. 쌈디, 키담바를 보호하라. 출발!”
“와!”
무기를 든 피그미족 50명이 블랙맘바를 우르르 뒤따랐다. 무실로는 컴컴한 숲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와키르, 잘못 생각했다. 피그미는 한 시간이면 4km를 이동한다.”
“그렇군!”
블랙맘바는 피그미를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 피그미족의 작은 체구는 이투리에 딱 맞았다. 그들은 코소로 수풀을 쳐내지 않고 이동했다. 웬만한 덤불은 뱀처럼 덤불 아래를 기어서 통과하고, 빽빽한 석송과 드라코 사이를 다람쥐처럼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필요하면 가지를 잡고 휙 건너뛰었다. 그들의 전진 속도는 평지에서 성인 남자가 걷는 속도에 필적했다. 블랙맘바는 7일간 거리를 270km로 수정했다.
사냥에 나선지 한 시간이 지났다. 블랙맘바는 급작스럽게 쏟아지는 햇빛에 눈을 찡그렸다. 폭이 10m 남짓한 물길이 나타났다. 엷어진 캐노피 사이로 파고든 햇살이 화살처럼 내리꽂혔다. 물길을 30분쯤 타고내려가자 캐노피가 뻥 뚫렸다.
부유물이 너무 많아서 육지와 구분하기 모호한 호수가 나타났다. 대략 길이 3~4km, 폭은 1km 남짓했다. 넓은 호수는 수생식물과 낙엽, 민물말과 녹조류가 뒤엉켜서 늪에 가까웠다. 물에 떨어진 나뭇잎은 부패 속도가 늦어진다. 부패균은 호기성 세균이기 때문이다.
호수가 풍기는 묘한 불길함이 원초적인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피그미 사냥꾼들이 조용해졌다. 공포와 증오가 버무려진 긴장된 얼굴들이다.
“큰 나리, 이곳입니다.”
“알고 있다.”
블랙맘바는 퍼렇게 빛나는 호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갑자기 깜둥이가 생각났다.
“깜둥이와 만났던 지저 호수의 축소판이구마. 벌써 일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적응 중인가. 이 자슥이 공간이동 좌표를 잘못 잡아서 남극으로 빠져나갔나?”
은근히 걱정되었다. 아드라스와 에피듐은 둘 다 1억 5천만 년으로 추정되는 아득한 세월을 뛰어넘어 만난 콘크레투스의 찌꺼기다. 깜둥이는 자신의 뇌파와 동조하는 능력이 있다. 지상으로 나왔으면 자신을 찾아오지 못할 리 없다.
“와키르!”
쌈디가 나직이 불렀다. 생각에 잠겨있던 블랙맘바가 흠칫 고개를 들었다.
“딥따 큰놈이 호수 바닥에 있다. 숨소리는 들리는데 정확한 위치를 모르겠다.”
“응! 허풍이 아니었네.”
두웅- 공진파가 호수를 파고들었다. 수중을 살피기엔 공간지각력보다 공진파가 훨씬 유용하다. 묵직한 반사파가 돌아왔다. 전방 400m 지점, 수중 10m 바닥에 거대한 물체가 있다. 호수 바닥에서 올라오는 이산화탄소 기포 때문에 정확한 파악이 어려웠다.
“엄청나게 크다. 악어가 아닌 것 같은데.”
악어라기엔 너무 크다. 지금까지 알려진 악어의 지존은 체장 5.5m, 무게 950kg짜리 엘리게이터다. 괴물 소리를 들을만하지만, 호수 바닥에 엎드려있는 놈과는 비교하기 미안한 수준이다. 백상아리와 메갈로돈의 차이랄까.
“와키르, 볼 것 없다. 기관총으로 걸레를 만들면 끝난다.”
쌈디가 백팩에 거치 된 메그를 잡았다. 묵직한 기관총이 손에 착 감겼다. 괴물 할애비라도 7.62mm 탄을 몇백 발 덮어쓰면 걸레가 된다.
“쌈디, 저놈과 한 판 붙어볼래?”
“좋은 총 두고 왜 땀 흘려? 나 짱구 아니다.”
쌈디가 고개를 흔들었다. 기관총을 배우느라 에밀이란 녀석에게 엄청나게 갈굼당했다. 마음에 딱 드는 장난감을 폼나게 써먹을 찬스다. 하등 생물과 드잡이질하면 폼만 버린다. 주인도 남자는 폼생폼사라 했다.
“물속에 있는 놈을 쏴 죽이면 저 친구들이 쌈디의 위대함을 알아보지 못해. 저 친구들은 총을 몰라. 괴물이 저절로 죽었다고 생각할 거야.”
“물이 너무 더러운데~”
쌈디가 말꼬리를 끌었다. 쌈디의 위대함이란 말에 뜨거운 기운이 훅 치밀었다. 주인처럼 멋있어 보이고 싶은 욕구가 슬며시 치밀어올랐다.
“임마, 남자는 주먹이야. 사부님께 배운 오금공을 시험해 봐야지. 내가 가르쳐 준 전륜십팔박도 있잖아. 언제 저런 맷집 좋은 스파링 상대를 만나겠어.”
쌈디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와키르는 항상 옳다. 남자는 주먹이다.”
쌈디는 악마의 속삼임에 홀딱 넘어갔다. 백팩을 내려놓고 헬멧과 상의를 벗어 던졌다. 아무리 전직 좀비지만 상대는 체장 10m 넘는 악어 괴물이다. 맨손으로 싸우겠다는 쌈디도 정상이 아니다.
“으억, 크 큰 나리, 그냥 기관총으로 쏴 죽이시죠.”
듣고 있던 올룸보는 식겁했다. 이야기인즉슨 잠든 괴물을 깨워서 두들겨 잡겠다는 소리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약해빠진 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
쌈디가 큼직한 손바닥으로 올룸보의 머리를 꾹 눌렀다.
“아이고!”
올룸보는 머리를 싸쥐었다. 위대한 분들의 행사에 참견할 수도 없고 미칠 노릇이다. 울상이 된 올룸보는 슬금슬금 호수에서 멀어졌다.
“와키르, 어떻게 깨우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이투리에 왔으면 피그미법을 따라야지.”
이투리 정글에는 대나무가 많다. 열대우림답게 어마어마하게 자란다. 블랙맘바는 쿠크리를 휘둘러서 팔뚝 굵기의 죽창을 열 개 만들었다. 놈에게 이쑤시개 수준이겠지만 잠을 깨우는데 망치를 휘두를 필요는 없다.
쐐액- 길이 5m 죽창이 찢어지는 파공음을 내며 날아갔다. 퐁- 까마득히 날아간 죽창이 수면을 파고들었다. 입수 위치를 확인한 블랙맘바가 죽창을 연속으로 던졌다.
쐐액- 쐐액- 쐐액- 죽창이 염주처럼 줄지어 날아갔다. 피그미 사냥꾼들이 입을 쩍 벌리고 신의 전사가 벌리는 기상천외의 투창을 바라보았다.
부그르르- 수면이 소용돌이쳤다. 푸아악- 어마어마한 거구가 수면밖으로 튀어올랐다. 스킵봅빙 어뢰(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개발한 항공 어뢰, 물속에 들어갔다가 부력을 받아 튀어 오른다.)가 따로 없다. 놈의 몸통에 박힌 대여섯 개의 죽창이 달랑거렸다.
“으아아!”
놀란 피그미들이 본능적으로 호수에서 떨어졌다.
“구왁!”
거창한 포효에 정글이 우르르 울렸다. 온갖 조류가 떼 지어 푸르르 날아가고, 원숭이들이 꽥꽥거리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허공으로 5m나 튀어 오른 괴물이 수면에 떨어졌다. 첨벙- 호숫물이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밥주발 크기의 녹색 눈알이 호숫가에 늘어선 인간을 포착했다.
쿠르르- 괴물이 무서운 기세로 물살을 갈랐다. 거대한 꼬리가 막강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400m 거리가 순식간에 단축되었다.
“으아악! 악령이다.”
“악령이 따라온다.”
식겁한 피그미 사냥꾼들이 거미 새끼 흩어지듯 도망쳤다. 괴물이 2m에 이르는 시뻘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드는데 놀라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사르코수쿠스!”
블랙맘바가 신음하듯 외쳤다. 사르코수쿠스는 엘리게이터와 판박이 체형을 가진 백악기의 강자다. 놈이 모종의 이유로 덩치가 커진 엘리게이터 돌연변이일 가능성도 있지만, 지나치게 긴 주둥이와 다리 고관절을 볼때 사르코수쿠스일 가능성이 높았다.
쏴아아~ 괴물이 땅위로 펄쩍 튀어 올랐다. 사르코수쿠스든 돌연변이 엘리게이터든 엄청나게 큰 놈이다. 콧등에서 꼬리 끝까지 12m, 중량 5톤, 아가리 크기 2m, 이빨 크기 30cm, 꼬리 길이 5m, 예리한 스나이퍼의 눈이 사르코수쿠스의 스펙을 한눈에 찍어냈다. 지저세계의 보스사우루와 비교할 수야 없지만 크긴 크다.
꾸억- 괴물은 화가 잔뜩 났다. 시퍼렇게 불타는 눈알이 버티고 서있는 쌈디를 노려보았다. 이쑤시개가 몸에 푹푹 박혔으니 화가 날 만했다.
“후웁!”
쌈디가 어깨를 부풀렸다. 선홍색으로 변한 눈동자가 악어형 괴물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추적했다. 푸다다닥- 괴물이 달려들었다. 악어처럼 어기적거리는 이동이 아니다. 네 다리를 몸통 아래쪽에 두고 포유류가 달리듯이 펄쩍펄쩍 달렸다. 강철판을 이어붙인 듯한 등껍질이 리드미컬하게 오르내렸다.
슛- 쌈디의 신형이 사라졌다. 뻑- 꾸엑- 강력한 스트레이트를 대가리에 맞은 괴물이 비명을 질렀다. 드럼통처럼 굵은 꼬리가 벼락처럼 휘돌았다.
빡- “으악!”
일격을 성공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던 쌈디가 탈곡 끝난 짚단처럼 날아갔다. 뿌악- 뿌드드- 육중한 몸체를 고스란히 감당한 아름드리 대나무 서너 그루가 연속 부러져나갔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쌈디가 쿵 하고 땅바닥을 굴렀다.
“으이그, 병신!”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실전 경험 부족이다. 역시 생사투를 치러야 제대로 싸울 줄 알게 된다. 자신도 지옥을 헤쳐나오지 않았으면 단순히 피지컬 좋은 괴물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아구구!”
벌떡 일어난 쌈디가 허리를 돌리고 목을 우두둑 꺾었다. 괴물 악어의 한 방에 체면을 구긴 쌈디의 눈이 불타올랐다.
“너 죽었어!”
허공에 시커먼 선이 죽 그어졌다. 퍼억- 쇳덩이 어깨에 대가리를 강타당한 괴물의 목이 휙 돌아갔다. 퍽퍽퍽- 주먹과 손발이 풍차 돌아가듯 괴물을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