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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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16
쌈디의 주먹은 풀 스윙한 해머보다 무겁고, 발차기는 콘크리트벽을 무너뜨린다. 괴물의 눈두덩과 주둥이가 터지고, 철판처럼 단단한 가죽이 죽죽 찢어졌다.
“우~ 진정한 신의 전사다!”
“꿈이야 꿈. 악령이 두들겨 맞는다.”
피그미 사냥꾼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악령의 가죽은 창칼을 튕겨낸다. 신의 전사가 놀리는 손발에 악령의 가죽이 푹푹 찢어지고 피가 튄다. 상상도 못 했던 싸움이다. 피그미 사냥꾼들은 괴수와 인간의 난타전에 얼이 빠졌다.
“쌈디님의 주먹맛이 어때? 이크!”
의기양양하던 쌈디가 엎어지듯 상체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윙- 드럼통보다 굵은 꼬리가 머리를 스칠 듯 지나갔다. 풍압에 머리카락이 우수수 딸려 올라갔다.
인간의 무기가 손발이라면 악어의 무기는 이빨과 꼬리다. 쌈디는 모골이 송연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머리통이 날아갈뻔했다.
주춤한 쌈디가 달려들어 괴물의 아래턱에 고격을 때려 넣었다. 꽈배기처럼 꼬인 허리가 팽이처럼 돌았다. 전사력을 받은 돌려차기가 괴물의 턱을 강타했다. 괴물은 덩치가 무색하게 민첩했다. 대가리를 번쩍 들어 발길질을 피했다. 쫘악- 칼날 같은 족도가 아래턱 가죽을 쭉 찢고 지나갔다.
사르코수쿠스의 초록색 눈동자가 불타올랐다. 꾸아악- 거대한 공명통에서 터져 나온 하울링이 대기를 흔들었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수면이 출렁거렸다.
“흐으으!”
강력한 초저주파 음에 다리 근육이 풀린 피그미 사냥꾼들이 털썩털썩 주저앉았다. 고대 최강 포식자다운 포악한 위용이 피식자들의 정신을 쑥 뽑아놓았다.
쉭- 사르코수쿠스가 들어 올린 대가리를 도끼 찍듯 내리찍었다. 쌈디가 수맹보(水黾步, 소금쟁이 걸음)로 죽 미끄러졌다. 윙- 아래로 떨어지던 대가리가 툭 꺾이며 가로로 쓸었다. 머리와 가슴을 잇는 강력한 삼각빗근육이 막대한 부하를 너끈히 감당했다.
“헉!”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회피할 틈을 얻지 못한 쌈디가 몸을 동그랗게 말아 충격에 대비했다. 퍽- 달리는 덤프트럭에 받힌 충격이다. 쌈디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팽이처럼 굴러갔다. 체급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꾸억- 괴물이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그대로 깔아뭉갤 기세다. 횟집 도마에 오른 다금바리가 광어보다 심하게 펄떡거린다고 포기하는 요리사는 없다. 사르코수쿠스에게 쌈디는 발악하는 먹이일 뿐이다. 평소 먹잇감보다 조금 크고 사납지만 도찐개찐이다.
쌈디는 고개를 흔들어 충격을 털고 일어났다. 미처 정신을 수습하기도 전에 썩은 냄새가 들이닥쳤다. 악어가 그레이하운드처럼 뛰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
“망할 짐승, 죽여주지.”
쌈디가 지지 않겠다는 듯이 탄환처럼 마주 튀어 나갔다. 몸을 바짝 낮추고 사르코수쿠스의 아래턱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큰 사부에게 배운 오금공의 녹각회두다. 쾅- 생명체가 충돌한 소리라고는 믿지 못할 굉음이 울렸다.
사르코수쿠스의 대가리가 번쩍 들렸다. 뻑- 뻑- 쌈디가 잽싸게 파고들어 연타를 날렸다. 사르코수쿠스가 개구리처럼 앞발로 쌈디를 움켜잡았다. 고대 악어와 최강의 전직 좀비가 뒤엉켜 대나무 숲으로 굴러 들어갔다. 투확- 뻑- 푸다닥- 무성한 대나무 숲에서 온갖 소음이 터져 나왔다.
아름드리 대나무가 부러지고 뽑혔다. 날카로운 대나무 등걸도 이들에게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호숫가 대나무숲은 흉포한 파충류와 인간 아닌 인간의 난투에 몸살을 앓았다.
격투는 장기전으로 들어갔다. 쌈디는 단단한 괴물의 껍질을 효과적으로 뜯어내지 못했고, 괴물은 쌈디의 스피드를 잡지 못했다. 격투는 쌍방이 막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치고받는 막싸움으로 변질하였다.
역시 최고의 구경은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다. 물론 자신이 당하면 최악이다. 쌈디와 괴수의 싸움은 돈 주고 못 볼 볼거리다. 로마의 콜로세움 따위는 명함도 못 내민다. 블랙맘바는 아예 높은 바위에 퍼질러 앉아서 관전했다.
“으이그, 저 병신 자슥!”
블랙맘바는 연신 혀를 찼다. 쌈디는 자신의 장기를 버리고 괴물의 장기로 싸우고 있다. 오금공의 요체는 스피드와 기격이다. 기격이란 타격범위의 최소화다.
운동화에 손을 밟히면 짜증 나는 정도지만, 하이힐 뒷굽에 밟히면 병원에 가야 한다. 타격 범위를 좁힐수록 데미지는 내부 깊숙이 파고든다. 가죽이 두꺼운 괴물을 주저앉히려면 기력을 모아 취약 부위를 집중적으로 타격해야 한다.
“임마, 악어가 마사지해 달라던? 씨름하지 말고 삼황포추로 목 아래를 찍어. 타격 범위를 최소화해.”
답답해진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무식하게 5톤 괴물과 힘 싸움을 벌여봐야 답이 없다. 물론 장기전으로 가면 쌈디가 유리하다. 변온동물인 악어는 지구력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전에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차!’ 정신을 차린 쌈디가 사르코수쿠스의 꼬리와 아가리를 살짝살짝 피하며 기회를 노렸다. 약이 바짝 오른 괴물이 거대한 아가리를 미친 듯이 휘저었다. 팽팽한 격투 중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 허점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기회를 포착한 쌈디가 득달같이 두툼한 목에 달라붙었다. 퍽퍽퍽- 송곳처럼 손가락을 모아쥐고 괴물의 목을 연속 가격했다. 철판처럼 단단한 괴물의 껍질도 점타격에는 견디지 못했다. 단단한 표피가 찢어지고, 두께 15cm 진피가 뚫렸다. 픽- 핏물이 쭉 솟아올랐다.
“저런! 가죽이 손상되면 핸드백을 만들 때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블랙맘바가 안타까워했다. 괴물의 크기로 볼 때 가죽을 벗기면 200평(가죽은 가로세로 30cm가 한 평이다.)은 너끈하다. 200평이면 숄더백 40개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냥 악어 핸드백이 아니다. 무려 5,000만 년 전, 고대 악어가죽 핸드백이다.
골빈 여자들이 눈을 까뒤집고 달려들 것이다. 개당 일만 프랑만 받아도 40만 프랑이다. 소더비 경매에 내놓으면 400만 프랑을 벌지도 모른다. 보니파스에게 그냥 넘겨도 된다.
“흐흐흐, 돈이다. 돈! 어? 저런!”
흐뭇하니 중얼거리던 블랙맘바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격투 상황이 갑자기 달라졌다. 꾸악- 고통을 참지 못한 괴물이 세차게 목을 흔들었다. 목에 매달린 쌈디의 하체가 시계추처럼 흔들려다. 사르코수쿠스가 흔들리는 쌈디의 왼쪽 다리를 덥석 물었다. 방심의 대가는 컸다. 송곳처럼 예리한 길이 20cm 원형 이빨이 근육을 파고들었다.
“으악!”
식겁한 쌈디가 오른쪽 발로 사르코수쿠스의 주둥이를 걷어찼다. 거대한 이빨이 서너 개 튕겨 나갔다. 약이 바짝 오른 괴물이 대가리를 번쩍 치켜들었다. 쌈디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
“큰일 났다. 신의 전사님이 당했다.”
피그미들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전사님의 주인은 도와주지 않는 거야?”
누군가 투덜거렸다. 50쌍의 눈동자가 일제히 바위에 앉은 블랙맘바를 향했다.
“맞아봐야 때릴 줄도 알지.”
블랙맘바는 오불관언이다. 응앵가 호수에서 상대한 키메라는 쇠를 잘라내는 쿠크리를 견뎠다. 괴물의 이빨이 쌈디의 다리를 뜯어내는지 두고 볼 참이다.
우웍- 사르코수쿠스가 대가리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꽝- 꽝- 꽝- 120kg 육중한 몸이 도리깨질하듯 땅바닥에 연속 내리꽂혔다. 쌈디의 근육은 거미줄과 삿갓조개의 치설에서 뽑아낸 단백질을 가공한 인공 근육이다.
강철 인장 강도는 0.25파스칼, 거미줄의 인장 강도는 1~1.5파스칼, 삿갓조개 치설의 인장강도는 5~6파스칼이다. 강철보다 몇 배 질긴 근육도 날카로운 이빨과 광포한 힘에는 견디지 못했다. 사르코수쿠스의 이빨과 치악력이 엄청나다는 소리다.
“저런, 멍청이!”
체중 5톤의 고대 괴물의 근육이 뿜어내는 힘은 장난이 아니다. 체급 차이가 너무 컸다. 아무리 강한 근육도 계속된 피로도를 버티지는 못한다. 블랙맘바는 계속되는 원망 서린 50쌍의 눈빛 공격을 버티지 못했다.
쉭- 블랙맘바가 바위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락샤샤가 백 팩에서 튀어나왔다. 슈앙- 슈앙- 대기가 갈가리 찢어졌다. 원심력을 한껏 받은 락샤샤가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타고 떨어졌다. 꽝- 음속 돌파 소닉붐이 터졌다.
“대정령께서 노하셨다!”
피그미들이 일제히 머리를 감싸고 엎드렸다. 퍽- 꾸앙-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락샤샤에 대갈통을 얻어맞은 사르코수쿠스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아가리를 쩍 벌렸다. 사르코수쿠스의 아가리에서 해방된 쌈디는 재빨리 전권을 벗어났다.
“으~ 쪽팔려!”
왼쪽 다리는 온통 피투성이다. 자신도 만만치 않은 존재임을 보여주려던 야심이 묵사발 났다. 분노와 창피함이 아드레날린을 대량으로 분비했다.
“아가리를 찢어주마.”
쌈디는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진 다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괴물의 목에 훌쩍 올라탔다. 목을 조르기엔 팔이 짧았다. 목에 뚫린 구멍에 왼팔을 푹 쑤셔 넣고 다리로 목을 감았다. 단단히 신체를 고정한 다음 오른 팔뚝으로 위턱을 감아쥐고 힘을 썼다.
“우아아압!”
이두박근 삼두박근 승모근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꾸아악- 괴물이 머리에 붙은 거머리를 떨구려고 몸부림쳤다.
“대충 끝났군!”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큰 체격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사르코수쿠스는 목에 달라붙은 인간을 어쩌지 못했다. 본연의 힘조차 제대로 발휘 못 하고 50분의 1의 체중을 가진 쌈디에게 휘돌렸다.
호랑이 잡는 담비란 말이 헛소리가 아니다. 한국산 담비는 육식 동물 중에 제일 빠르고 겁이 없는 놈이다. 암수가 늘 함께 사냥한다. 때로는 가족 관계인 대여섯 마리가 공동사냥에 나서서 큰 동물을 잡기도 한다.
호랑이의 눈앞에서 한 놈이 알짱거리는 틈에 다른 놈이 호랑이 등에 뛰어올라 목을 물고 늘어진다. 호랑이가 길길이 날뛰어도 담비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호랑이가 제풀에 지치면 담비떼가 달려들어 끝장낸다. 거대한 사르코수쿠스 목에 달라붙은 쌈디가 담비 꼴이다.
뿌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쌈디의 완력에 사르코수쿠스의 턱 근육이 인장 임계치를 넘었다. 거대한 상악골의 관절돌기와 관자근이 파괴되었다.
뿌악- 기어코 괴물의 위턱이 비정상적인 각도로 제쳐졌다. 쌈디는 잔인했다. 위턱을 양팔로 부여잡고 목까지 찢어냈다. 쌈디 본인의 장담대로 아가리를 찢어버린 것이다.
“꾸어어!”
단말마의 비명이 터졌다.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괴물이 미친 듯이 굴렀다. 인간이라면 육중한 체중에 깔려서 육포가 되었겠지만, 신체의 단단함과 회복력은 쌈디가 괴물보다 몇 수위다.
“허, 점마 저거 독하네. 여의도에 보내마 아가리 파이터들 중에 입 찢어질 놈 억수로 많겠구마.”
블랙맘바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많은 전투를 경험했지만, 저놈처럼 무식하게 싸우는 놈은 보지 못했다.
쿵- 발광하던 사르코수쿠스가 배를 뒤집고 쭉 뻗었다. 고대 괴수 아니라 괴수 할애비라도 머리가 두 쪽으로 찢어지고는 살 수 없다. 길고 긴 싸움이 끝났다. 갑작스럽게 정적이 찾아들었다. 호수 주변은 태풍이 쓸고 지나간 듯 초토화되었다. 무려 두 시간이나 진행된 몬스터 대전이었다.
“우와와!”
쌈디가 사르코수쿠스의 몸통에 올라서서 양팔을 번쩍 들고 괴성을 질렀다. 주인은 한쪽 팔만 들어도 멋있었다. 자신은 두 팔을 들어야 비슷할 것 같았다.
“은쿨룽쿠르 악바르!(신은 위대하다!)”
피그미 사냥꾼들이 일제히 엎드려서 고함쳤다. 호수의 악령은 교활하게 숲 속에 잠복해 있다가 사냥 나온 피그미를 한입에 꿀꺽하곤 했다. 한꺼번에 십여 명이 잡아먹힌 적도 있다. 신으로 모신 악령을 신의 전사가 해치웠다. 피그미들이 광란했다.
“나는 쌈디다!”
“쌈디 악바르!”
피그미들이 연호했다.
“나는 쌈디다.”
“쌈디 악바르!”
흥에 겨운 쌈디는 세 번이나 외치고는 블랙맘바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사르코수쿠스 사체에서 내려왔다.
“키담바, 봤느냐?”
“메이오, 메이오!”
올룸보가 통역하기도 전에 키담바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키담바, 신의 전사가 너를 지켜준다. 신의 전사가 악마를 죽일 것이다.”
“메이오, 메이오!”
죽어있던 키담바의 눈에 광채가 돌았다.
피그미 사냥꾼들이 쌈디를 둘러싸고 괴성을 지르며 빙빙 돌았다. 쌈디는 겨우 허리춤에나 올까 말까 한 얼라(?)들에게 둘러싸여서 싱글벙글했다.
“돈셀라 이지노!”
“돈셀라 이지노!”
피그미들이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악령의 이빨을 뽑아도 되느냐고 묻습니다.”
“허락한다.”
쌈디가 근엄한 표정으로 허락했다. 블랙맘바를 닮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쌈디다.
“나이야붕가!”
피그미들이 사르코수쿠스의 사체에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강력한 맹수의 이빨은 장소와 시대를 불문하고 사냥꾼이 선호하는 특급 아이템이다. 사르코수쿠스는 지상 최악의 포식자다. 피그미들이 미칠 듯이 덤빌만했다.
“올룸보, 피그미들에게 전해라. 악령의 가죽을 상하지 않게 벗기고, 고기는 가져도 좋다.”
쪼잔한 블랙맘바는 사르코수쿠스의 가죽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알겠습니다. 큰 나리!”
올룸보의 코가 땅에 닿았다. 대정령은 늙은 주술사의 허풍에나 등장할 고대 괴수를 채찍 한 방으로 끝장내 버렸다. 무시무시한 보둔을 짤짤 흔드는 악령이 해장거리도 되지 못했다. 수컷의 로망은 강함이다. 압도적인 강함은 외경의 다른 이름이다. 올룸보의 가슴이 신심으로 충만했다. 당장 발아래 엎드려서 경배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