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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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17
올룸보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마하두라카 앞에 보둔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고대 괴수를 해치운 최강의 보둔도 대정령에겐 야단맞는 존재에 불과했다. 감히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위대한 마하두라카시여, 소인의 죄를 용서하소서. 소인도 닭과 당나귀가 좋아서 하는게 아닙니다. 돈 없고 능력없으니 어쩝니까. 죽을 때 죽더라도 여자 맛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악마의 숲에서 무사히 나가게만 해 주시옵소서!’
올룸보는 경건한 자세로 대정령의 가호를 간절히 빌었다. 34세 노총각 올룸보의 소원은 죽기전에 한번이라도 인간답게 붕가 붕가하는 것이다. 과연 그의 소원이 이루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쌈디는 피그미들 앞에서 잔뜩 무게를 잡았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주인이 맡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이미지만 구겼다. 주인의 채찍 한 방이 없었으면 미물의 간식이 될뻔했다. 무기를 사용하지 못한 억울함도 있지만, 돌연변이 악어 따위에 후달린 자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와키르, 쪽 팔아서 죄송하다.”
쌈디가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다.
“아니다. 멋있었다.”
블랙맘바가 빙그레 웃었다. 쌈디가 아니면 어떤 인간이 맨손으로 5,000kg이나 되는 고대 괴수를 때려잡을 수 있겠는가. 오금공 수준이 높아지면 오셀롯 정도는 찜쪄먹을 피지컬이다.
“뽁뽀기만 들었어도 한 방에 처리할 수 있었다.”
기가 살아난 쌈디가 볼멘소리했다. 죽자고 싸운 놈은 자신인데 정작 튄 사람은 막판에 숟가락 한 개 얻은 주인이다. 불만은 없지만 뭔가 억울했다.
‘순진한 놈!’
블랙맘바는 속으로 웃었다. 그는 보니파스를 좋아한다. 보니파스는 자신을 대할 때 다른 대가리보다 당당하다. 보니파스가 진짜 당당할까? 아니다. 보니파스는 겁이 나서 자신을 띄워준다. 언뜻 들으면 까는 말인데 씹어보면 자신을 칭찬하고 띄워주는 말이다. 보니파스는 아부를 당당함으로 포장해서 남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한다. 자신은 속는척하며 실리를 챙긴다. 보니파스의 언행이 진심일까 아닐까에 대해 의심하는 짓은 아마추어나 할 일이다. 서로가 만족하는 상황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 쌈디는 살아온 세월만큼 더 살아도 교활한 처세는 틀린 놈이다. 그것이 쌈디의 매력이다.
“힘들여서 뽁뽀기 휘두를 필요 있나. 손가락만 까딱하면 총알이 해결할 텐데.”
“와키르 속 좁다.”
자신이 했던 말을 돌려받은 쌈디가 뒷머리를 득득 긁었다. 역시 순진한 놈이다. 대기업에 입사하면 아무리 일을 잘해도 임원 되기는 틀린 놈이다.
“괴수와 싸우면서 뭘 느꼈나?‘
“힘에 취하고 분노에 취해서 이성을 잃었다.”
“또?”
“힘의 배분을 제대로 못 했다.”
“또?”
“스피드를 살리지 못했다.”
“또?”
머리를 쥐어짜던 쌈디가 두 손을 들었다.
“모르겠다.”
“사르코수쿠스와 너의 전력은 비슷하다. 고전한 진짜 이유는 육참골단의 각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죽이고자 할 때는 먼저 내 목숨을 내주어야 한다. 그것이 전사의 첫 번째 덕목이다. 너는 괴물의 이빨과 꼬리에 두려움을 느꼈다. 두려움은 근육을 굳게 만들고, 스피드를 죽인다. 그렇게 되면 기회를 제때 포착 못 한다. 너는 결정타를 먹일 다섯 번의 기회를 모두 놓쳤다. 싸움은 기세가 먼저고 힘이 두 번째다. 내 목숨을 내놓을 때 기세가 일어난다. 기세를 잃으면 강자도 약자에게 먹힌다.”
“내 목숨을 먼저 준다~”
쌈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사실 놈의 덩치와 이빨, 꼬리치기에 살짝 겁먹었다. 그 결과 놈에게 얻어맞고 씹혔다.
“와키르, 두려움을 어떻게 버릴 수 있나?”
“두려움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고, 뛰어넘겠다는 정신 작용이 테스토스테론과 아드레날린을 대량으로 분비해서 육체를 강화한다. 강함이란 지극히 상대적이다. 두려움을 극복할수록 정신은 점점 단단해진다. 창 한 자루를 들고 식사 중인 사자를 쫓아내고 고기를 뺏어가는 마사이족의 당당함은 인위적으로 길러진 정신력이다. 똥개도 제 밥그릇에 손대면 으르렁대는데 사자가 먹이를 두고 물러서는 이유가 뭘까? 기세에 눌렸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피하면 그보다 작은 두려움도 피하게 된다. 결국, 정신력은 겨자씨처럼 작아지고 비겁함으로 가득한 기회주의자가 된다.”
블랙맘바가 평소와 달리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와키르 감사하다. 그냥 와키르가 좋았다. 이젠 존경까지 한다.”
쌈디는 블랙맘바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다. 초식동물이 새끼를 지키려고 맹수에게 덤비는 일은 흔하다. 얼룩말이 사자에게 달려들고, 영양이 치타에게 죽을 둥 살 둥 달려든다.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사자와 치타는 똥줄이 빠지라 도망간다. 목숨을 내던진 놈만큼 무서운 놈이 없다. 자신은 새로 얻은 생명이 아까워서 주춤거리다 당했다.
“이 녀석 보게, 정신 수련은 않고 아부 신공만 수련했구마.”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흐흐, 하인은 주인을 닮는 법이다.”
쌈디가 낄낄거렸다. 주인과 함께 있으면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이 널렸다. 큰 사부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지만 재미없다. 당연히 힘들어도 재미있는 쪽이 좋다.
“다리를 치료하고 귀환한다.”
“문제없다.”
쌈디가 피투성이 다리를 감추었다. 근육과 힘줄이 많이 상했지만, 큰 사부께 얻어맞는 고통에 비하면 약과다.
“무식한 놈! 쯧쯧”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문제없지 않았다. 사르코수쿠스는 가비알이나 카이만이 아니다. 강력한 턱에 씹힌 다리가 전기톱으로 긁어놓은 듯 너덜너덜했다. 보통 인간이었으면 잘린 다리가 괴수의 위에서 녹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 사르코수쿠스와 싸울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상처 부위에서 흰 거품이 뽀글뽀글 솟아나왔다. 거품이 덮이지 않은 곳은 이미 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응앵가 키메라에 미치지 못하지만, 쌈디의 회복력도 경이적이다.
블랙맘바는 백 팩에 넣어온 증류수로 오염부위를 세척하고 압박붕대로 감았다. 어설프게 지혈제와 외용 연고를 사용할 필요 없고, 항생제를 먹을 필요도 없다. 좀비는 세균에 무적이다.
“짐승 한 마리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내가 부끄럽다. 열심히 수련하겠다.”
“당연히 그래야지. 너는 강하지만, 절대적으로 강하지는 않다. 사르코수쿠스의 아가리를 찢을 수 있는 존재는 많다. 내가 아는 존재만도 셋이나 있고, 더 많이 있을 수 있다.”
“큰 사부님과 와키르 그리고 나?”
쌈디가 장난스럽게 반문했다.
“떽, 사부님은 개미가 밟혀 죽을까 조심하는 분이다. 나는 너처럼 개싸움을 하지 않는다. 세상은 넓다. 너를 빼고 확인된 존재만 셋이나 있다.”
“셋이나 있다고?”
쌈디의 눈이 쟁반처럼 커졌다. 와키르는 거짓말을 않고,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지만 믿기 어려웠다. 사르코수쿠스가 보통 괴물인가!
“둘은 인간이 아니고 한 명은 인간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 중에 오셀롯이란 놈이 있다.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금발의 코카서스로 너와 무력이 비슷하다. 놈은 돌연변이 인간으로 빨리 죽는 게 세상에 도움되는 인간이다. 놈과 만나면 반드시 죽여라. 놈을 이기려면 오금공 수련을 열심히 해야 한다.”
“알았다. 또 다른 인간 아닌 존재는 어떤 놈인가?”
“놈이 아니라 내가 존중하는 친구다. 시베리아 호랑이보다 큰 흑표범으로 이름은 깜둥이다.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 마지막 인간은 나와 같은 한국인으로 이름은 최도식이다. 나이는 육십 살 전후, 특징은 왼팔이 없고, 목에 커다란 흉터가 있을 것이다. 이마가 갈치 대가리처럼 좁고, 눈은 삼백안이다. 최도식은 최고의 암살자이자 검객이고, 술법가다. 너는 아직 최도식을 감당할 수 없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윽, 믿을 수 없다. 큰 사부와 와키르말고 그런 인간이 또 있을 수 있나?”
쌈디는 깜짝 놀랐다. 인간은 허약하다. 자신이 툭 치면 억하고 죽는 존재다. 큰 사부와 와키르는 특별한 존재다. 큰 사부는 세상에 관여하지 않는 분이고, 와키르는 주인이다. 깜둥이와 오셀롯은 인간이 아니다. 내심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인간이라 여겼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늙은 인간이 있다고? 믿어지지 않았다.
“현재 수준에서 네가 최도식과 붙으면 십 합 이내에 가슴이 쪼개지거나 목이 떨어진다.”
“설마!”
쌈디의 얼굴이 컴컴해졌다. 신체 복구 능력이 아무리 강해도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터지고는 살 수 없다. 고수끼리 싸움에서 2~3초면 십합이 지나간다. 말인즉슨 붙는 순간에 죽는다는 소리다. 자존심이 팍 상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너보다 강한 존재들이 다수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흐려졌다. 응앵가 호수에서 만난 키메라가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늘 개운치 못했다.
“헐, 이상한 존재가 또 있다고?”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해주겠다. 근접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화기 술도 중요하다. 수십 년 수련한 무예 고수도 소년병이 쏜 싸구려 총알 한 방에 끝장나는 시대다. 오금공과 뽁뽀기 수련을 늦추지 말고, 기관총을 네 몸처럼 다루도록 연습해야 한다.”
“와키르는 무조건 옳다.”
쌈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온갖 골치 아픈 생각은 주인 몫이다. 이래서 하인이 좋다.
블랙맘바가 호수로 고개를 돌렸다. 피그미들이 원숭이처럼 꽥꽥거리고 있다.
“어서 출발하자. 덩치 작은 친구들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블랙맘바가 벌떡 일어나서 사르코수쿠스 사체를 향해 걸어갔다. 쌈디는 묻고 싶은 말을 꿀꺽 삼키고 뒤따라갔다.
피그미 사냥꾼들은 사르코수쿠스 사체를 붙들고 쩔쩔맸다. 피그미들이 거대한 사체에 붙어서 땀을 쏟고 있지만, 사르코수쿠스는 멀쩡했다. 코소를 세워서 손잡이를 돌멩이로 치는 놈, 땀을 뻘뻘 흘리며 토파로 찍는 놈, 대나무 통에 든 독을 막대기로 찍어서 발라 보는 놈, 하는 짓도 가지가지다.
“올룸보, 시간 없다. 여태 껍질도 벗기지 않고 뭐했나?”
쌈디가 눈을 부라렸다.
“아이고 나리, 가죽이 너무 질겨서 칼이 들어가지 않습니다요.
올룸보가 난처한 얼굴로 손을 비볐다.
“하긴 엄청나게 질기기는 하더라.”
쌈디가 인정했다. 돌연변이 악어의 가죽은 총탄에 뚫리지 않을 정도로 질겼다. 그 정도로 질기지 않았으면 자신이 고전할 일도 없었다.
“시간 없다. 내가 처리하지.”
블랙맘바가 사체를 뻥 걷어찼다. 거체가 훌렁 뒤집어졌다. 쇄액- 락샤샤가 창을 내지르듯 직선으로 뻗었다. 퍽- 파퍼가 아래턱을 관통해서 상악골을 뚫고 나갔다. 폴을 매듭짓고, 채찍을 거대한 마호가니 나뭇가지에 걸고 거체를 당겨 올렸다. 한 아름이 넘는 가지가 뿌득거렸다. 쌈디가 잽싸게 가세했다.
블랙맘바는 기상천외의 작업으로 거대한 사체를 마호가니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았다. 올룸보와 피그미 사냥꾼들은 숨도 쉬지 못했다. 위대한 분들의 행사는 매번 상상을 초월했다.
블랙맘바가 쿠크리를 뽑았다. 츄잉- 연푸른색의 물결문양이 칭얼거렸다. 보스사우루스급의 괴수가 아닌 한 발사라를 사용할 필요 없다. 억수갑을 낀 손으로 잡아 뜯어도 되지만 지나친 퍼포먼스는 공포를 부른다. 그러고 보니 쿠크리는 락샤샤와 발사라에 밀려서 사용 빈도가 뚝 떨어졌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잘난 놈이 나타나면 쓸만한 놈도 잊히게 마련이다.
우웅- 공진을 발동하자 칼날이 진동했다. 블랙맘바가 가볍게 도약해서 쿠크리를 괴수의 턱밑에 박았다. 쿠크리가 케이크에 양초 꽂듯이 가죽을 푹 파고들었다. 날개가 없는 것은 추락한다. 중력에 몸을 맡기고 떨어졌다. 쮸우웅- 턱 아래서 꼬리 끝까지 두꺼운 가죽이 단번에 갈라졌다. 짚은다리에서 동물을 잡을 때 쓰던 방법이다.
블랙맘바는 땅에 발을 디디자마자 잽싸게 위치 이탈했다. 철퍼덕- 뱃속에 든 거대한 장기가 피와 함께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음침한 호수 변은 졸지에 피비린내와 역한 구린내로 가득 찼다.
“대단하다!”
쌈디는 주인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감탄했다. 사르코수쿠스의 턱뼈에 락샤샤를 꿰어서 나무에 달아매고, 쿠크리로 배를 갈라 내장을 쏟아내기까지의 과정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역시 주인은 주인이다.
“우우!”
피그미 사냥꾼들은 입을 쩍 벌리고 신음을 뱉었다. 일생에 다시 못 볼, 위대한 분만이 가능한 거창한 퍼포먼스다. 블랙맘바가 다시 점프해서 머리 부분의 가죽에 칼집을 냈다.
“쌈디, 벗겨라.”
블랙맘바의 시범을 본 쌈디가 가죽을 잡고 뛰어내렸다. 찌이이익- 사르코수쿠스의 가죽이 홀랑 벗겨졌다. 쿠크리가 번쩍 빛났다. 주둥이가 잘린 사르코수쿠스의 몸뚱이가 땅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피그미들이 칼을 들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투리 정글에서 수백 년간 편안히 살아온 사르코수쿠스의 운명은 그렇게 끝났다. 악생무상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고대 괴수가 시장 좌판대에 올라간 삼계탕용 닭 꼴이 될 줄이야!
“크흐흐!”
올롱게는 악령의 거대한 심장을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악령의 심장을 태우면 아들의 영혼이 연기를 타고 신의 나라로 갈 수 있다.
아들 둘을 잃고 복수할 엄두도 내지 못할 때 거짓말처럼 신이 찾아왔다. 미친 코끼리를 죽이고 아들 둘을 살려준 신이 악령의 심장까지 뽑아주었다. 신은 아들 둘을 살려주고, 아들 둘의 복수를 해 주었다. 위대한 신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
“쌈디 우마르!(쌈디는 수호신이다!)”
올롱게가 두 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