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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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18
사르코수쿠스를 해체하던 피그미 사냥꾼들이 일제히 연장을 놓고 일어서서 절했다.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어서 손바닥을 보여주는 피그미 식의 절이다.
“쌈디 키니토 우두마!(쌈디님을 찬양할지어다!)”
50명이 한꺼번에 지르는 우렁찬 소리가 이투리를 울렸다.
“우마르 웨델 아르만드라!(수호신을 경배하라!)”
올롱게가 소리높여 외쳤다.
딱딱딱- 나이 든 피그미 전사가 반자(banja, 주술 행사에 사용하는 30cm짜리 흰색 막대기)를 두드렸다. 사냥꾼들이 차례로 쌈디의 발에 입 맞추고 외쳤다.
“쌈디 우마르!”
“쌈디 키니토 우두마!”
사냥꾼들이 후창으로 화답했다. 딱딱딱- 반자를 두드릴 때마다 한 사람씩 의식을 치렀다.
‘갈 길이 바쁜데 이건 뭔 짓이래! 저 인간은 좋아 죽네! 죽어.’
지루한 행사에 블랙맘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지고, 쌈디는 입이 찢어지라 웃었다.
피그미족이 블랙맘바를 제쳐놓고 쌈디를 수호신으로 받드는 이유가 뭘까? 원시 애니미즘 신앙 때문이다. 대정령은 4대 원소인 물, 불, 흙, 공기를 관장하는 존귀한 존재다. 마하두라카는 불을 관장하는 대정령으로 인간이 타락하면 세상을 불태워버리는 무서운 존재다.
보둔은 세상 만물에 깃들어있는 정령으로 인간의 요청에 응하고 힘을 빌려주는 친숙한 존재다. 피그미들에겐 무섭고 아득한 마하두라카보다 보둔의 왕인 쌈디가 만만한(?) 존재다.
쌈디는 그렇게 피그미족의 수호신으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훗날 피그미 벤드에 들어서는 외부인은 입구에 서 있는 목상의 발에 입을 맞춰야 했다.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거구의 쌈디다.
피그미 사냥꾼 50명이 한껏 짊어졌지만, 사르코수쿠스 고기는 절반이나 남았다. 나머지는 이투리 청소부들이 깔끔하게 처리하게 된다. 쌈디는 거의 1톤에 가까운 가죽을 짊어졌다. 피그미의 수호신은 블랙맘바의 짐꾼이었다.
“와키르, 악귀라 불리는 놈을 처리해야 한다.”
“악귀? 쌈디 우두마님, 피그미 수호신 감투를 쓰니까 신도들이 고민되나 보지?”
“쳇! 약해빠진 녀석들 관심없다.”
검은 얼굴이 붉어졌다.
“아이고, 그러셔? 아주 좋아 죽더구먼.”
블랙맘바가 빙글빙글 웃었다. 역시 순진한 쌈디다. 쌈디가 하는 양을 보면 영판 쫄다구다. 은근히 공명심이 강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반면에 순진하고 정의감이 강하다. 손 속이 맵지만, 속마음은 여리다.
“도와주려면 홀딱 벗고 도와주라고 와키르가 말했다.”
“흐흥, 그런 말은 잘도 기억하는군. 걱정할 것 없다. 놈이 이미 따라오고 있다.”
“헐!”
놀란 쌈디가 걸음을 멈추었다. 개미 기어가는 소리도 듣는 그로서는 놀라자빠질 일이다. 공기 중에 노린내가 떠돌고 있다. 예민한 감각이 좌 측방 3시 지점에서 살짝 바뀌는 명암을 잡아냈다.
“왼쪽 40m 지점이다. 쌈디가 처치한다.”
“틀렸다. 놈은 악귀가 아니라 호기심에 접근한 평범한 표범이다. 호기심의 대가는 치러야지.”
블랙맘바가 손목을 가볍게 뿌렸다. 핏- 수투에 들어있던 표창이 좌측 숲으로 파고들었다. 캬앙-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무거운 물체가 땅바닥에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쌈디가 소리 난 지점으로 뛰쳐 들어갔다. 갸르릉- 체중 60kg 남짓한 성체 이투리 표범이 이빨을 드러냈다. 앞서 처치한 사르코수쿠스에 비하면 애완동물이다. 가늘게 떨리는 네 다리가 애잔할 지경이다. 이마 중앙에서 금속성 빛이 반짝했다.
“역시, 와키르!”
쌈디는 혀를 내둘렀다. 가느다란 표창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박혀있다. 장애물이 많은 컴컴한 정글에서 동전 크기의 표적을 순간적으로 타격했다. 주인의 능력에 소름이 끼쳤다.
쌈디가 표범의 목을 잡고 덜렁덜렁 나왔다. 마치 국민학생이 소풍 가방을 들고 가는 모양새다.
“악귀다.”
“쌈디 우마르께서 악귀를 잡아왔다.”
“쌈디 우마루를 찬양하라”
피그미 사냥꾼들이 법석을 떨었다.
“왜들 이래?”
어리둥절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와키르, 이놈도 벗길까?”
쌈디는 껍질 벗기기에 재미 들렸다.
“버려, 털이 엉망이라 개값도 안 된다.
“그러네. 곰이나 오소리면 쓸개라도 빼먹지. 생긴 모양이 맛도 없어 보인다.”
쌈디가 표범을 눈앞에 치켜들고 요모조모 살피다 휙 집어던졌다. 감히 달라는 말은 못하고 눈이 시뻘게져 있던 피그미들이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칼과 도끼에 난자당한 표범은 곤죽이 되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은 표범에도 통용되었다. 누명을 덮어쓴 표범은 비참한 생을 마감했다.
표범은 피그미족과 양립할 수 없는 적이다. 신생대부터 호미니드의 최대 위협은 나무를 탈 줄 아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었다. 아프리카의 고대 인류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을 피해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방산했다는 이론도 있다.
피그미족은 사냥한 표범을 먹지 않는다. 동족을 잡아먹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들은 죽은 표범도 산산이 찢거나 태우지 않으면 마을에 표범 귀신이 나타난다고 믿는다. 피그미족이 표범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다.
“조심성이 많은 놈이군.”
블랙맘바가 고개를 흔들었다. 피 냄새로 놈을 유인해 보려 했지만, 놈은 말려들지 않았다. 쌈디가 의문 섞인 얼굴로 돌아보았다.
“눈치가 귀신인 놈이다. 이미 30m를 물러났다. 좌 후방 7시 방향 120m 지점 30m 나무 위다.”
쌈디는 주인과 자신의 차이를 절감했다. 자신의 감각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숲이 발생하는 소음과 냄새가 감각을 어지럽혔다.
블랙맘바도 바람같이 움직이는 놈의 정확한 형체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네발짐승 주제에 뱀보다 은밀했다. 몸놀림으로 볼 때 표범으로 짐작되지만 엉뚱한 짐승일 수도 있다. 표범은 조심성이 많고 영리하다. 쇠붙이를 든 인간 떼거리에 눈독 들일 만큼 무모하지 않다.
박지원의 풍자소설인 호질에 등장하는 굴각, 이올, 육혼등은 범에게 잡아먹힌 후 창귀로 변한 인간이다. 이들은 범에게 인간을 계속 잡아먹으라고 충동질한다. 굴각, 이올, 육혼 등은 인간의 고기를 즐기게 된 범의 의인화다. 즉 인간을 잡아먹은 범은 범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된다.
인간은 육식동물이 좋아할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육질이 연하고, 성가신 털과 질긴 가죽도 없다.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인간의 고기는 짭조름하니 간까지 배어있다.
저항도 다른 피식자보다 미미하다. 굶주림에 눈이 뒤집혔거나 우연한 기회에 인간을 맛본 육식동물은 반드시 인간을 습격하게 되어있다. 굴각, 이올, 육혼이 붙은 것이다.
맹수가 인간을 여럿 잡아먹으면 분위기도 달라지고 노린내가 강해진다. 뒤따르는 놈의 냄새가 사르코수쿠스가 풍기던 냄새와 비슷했다. 놈을 악귀로 추정하는 이유다.
“죽일까?”
“어떻게? 놈이 도주하거나 숨어버리면 찾을 수는 있고?”
“끙!”
쌈디가 된 신음을 냈다. 초원이나 사막이면 한 주먹거리에 불과한 놈이지만, 정글은 놈의 안마당이다. 은신하면 잡을 방법이 없다.
“쌈디, 올룸보와 올롱게만 남기고 먼저 돌아가라. 놈은 낙오자를 노리고 있다. 덤비지 않으면 미끼가 될 수밖에. 처치하고 뒤따라가겠다.”
“알았다.”
쌈디는 두말하지 않고 피그미들을 몰아서 떠났다. 주인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블랙맘바는 올롱게를 앞세우고 천천히 걸어서 본대와 떨어졌다. 광대한 검은 숲에 블랙맘바와 안내인 둘만 남았다.
아프리카가 검은 대륙이라 불리는 이유는 세 가지다. 흑인, 미개한 문화, 검은 숲이다. 콩고 강 유역의 열대우림은 아프리카 전체 면적의 12%를 차지한다. 광대한 열대우림의 핵심이 북동부 이투리 정글이다.
이투리 정글은 6천만 년간 인간의 손길을 타지 않았다. 또 다른 사르코수쿠스가 나타나도 조금도 놀랍지 않다. 늘 그렇듯이 이투리 정글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정글에 수많은 동물이 살지만, 소란을 떠는 놈은 원숭이와 새 딱 두 부류다.
콜로부스원숭이는 유난히 산만하고 시끄럽다. 놈들은 시도 때도 없이 기성을 지르고 열매를 집어 던진다. 무리 중의 한 놈이 소리를 지르면 수십 마리가 따라서 소리를 지른다. 무서운 포식자를 감지한 예민한 동물들이 숨을 죽였다. 새소리와 콜로부스원숭이의 소리가 딱 그친지 오래다.
한 차례 비가 온 여파로 숲이 증기탕처럼 끓어올랐다. 물안개가 무거운 공기 때문에 지표를 굼실거리고 나뭇잎에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컴컴한 숲은 불길하고 음습함으로 가득했다. 올롱게가 앞장서서 커튼처럼 드리워진 덩굴줄기를 잘라내며 전진했다. 피그미족들이 다니는 사냥길이지만 삼일만 지나면 구분이 안 된다.
“이 자슥이 질기기가 고래 힘줄이네.”
블랙맘바는 답답했다. 추적자는 딱 90m 거리를 두고 따라왔다.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았다. 추적해서 지워버릴까 했지만, 올룸보와 올롱게의 안전이 문제다. 통역사와 안내인을 잃으면 이투리 정글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그거야말로 깨를 주우려다 기름병 쏟는 격이다.
“응! 뭐야?”
후방에서 추적자와 다른 강렬한 투기가 느껴졌다. 제3의 맹수출현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란이 벌어졌다. 카우우- 키악- 고양잇과 동물 특유의 울부짖음과 들어본 적 없는 짧고 날카로운 음색의 울부짖음이 섞였다.
묵직한 울림통으로 볼 때 추적자는 표범 따위가 아니다. 동부 아프리카에 표범 이상의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있을까? 남미 정글에는 재규어가 있고 북미엔 퓨마가 있지만 이투리 정글에선 기억나는 맹수가 없다. 호기심이 불쑥 치밀었다. 사르코수쿠스 같은 황당한 고대 생물이 존재하는 이투리 정글이다. 또 어떤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
“올룸보! 총 쏴 본 적 있나?”
“없습니다.”
블랙맘바가 글록을 툭 던져주었다.
“왼쪽 잠금 버튼을 풀고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어깨높이로 들어 올려서 방아쇠를 당겨라. 쉽지?”
블랙맘바는 권총 사격 훈련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초능력을 발휘했다. 성의 없는 교육을 마친 블랙맘바가 성큼성큼 되돌아갔다. 식겁한 올룸보와 올롱게가 바싹 따라붙었다. 심상치 않은 맹수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마당이다. 신의 전사와 떨어졌다가는 내일 똥으로 나오기 십상이다.
두 차례 폭발적인 울부짖음 뒤로 숲이 다시 잠잠해졌다. 새소리마저 사라진 숲은 질식할듯한 살기와 투기가 흘렀다. 블랙맘바가 착용한 검은색과 갈색이 섞인 우드랜드 패턴의 BDU 위장복은 이투리 정글과 상생이 기막히게 맞았다. 머리 위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는 붐슬랑조차 블랙맘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피그미 사냥꾼인 올롱게는 타고난 은신술의 대가다. 문제는 올룸보다. 방거치 같은 놈이 나 여기 있소 하고 광고를 했다. 블랙맘바가 손을 흔들었다. 정숙을 유지하고 은신하란 신호다.
“헉!”
뒤따르던 올룸보가 숨을 들이마셨다. 전면에 못 박힌 눈이 한껏 커졌다. 올롱게가 잽싸게 입을 틀어막았다. 작지만 억센 손에 입을 봉쇄당한 올룸보는 커다란 눈동자만 정신없이 굴렸다. 지표 식물이 그리 우거지지 않은 공터에 기묘한 동물이 대치 중이다.
“테러버드! 디노팰리스!”
블랙맘바가 신음했다. 동물학지와 고생물학자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거품을 물 사건이다. 테러버드(공포새)와 디노팰리스는 신생대 에오세와 플라이스토세에 걸쳐서 먹이사슬 꼭대기를 차지한 동물이다.
쥐라기와 백악기의 파충류만 거대했던 것은 아니다. 신생대의 포유류도 미친 듯이 몸집을 키웠다. 신생대 최대 포유류인 인드라코티어는 어깨높이 5m, 체장 9m, 체중은 20톤에 달했다.
디노팰리스는 신생대의 강자로 짧은 검치호라 불린다. 어깨높이 1m, 체중 150kg으로 검치호의 대명사인 스밀로돈보다 한 둘레 작다. 외양은호랑이와 표범의 중간 형태다.
디노팰리스는 고생물학자뿐 아니라 인류학자에게도 주목받는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개골 화석에서 디노팰리스의 이빨 흔적이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몽둥이를 들고 동물을 쫓는 포식자에서 사냥당하는 피식자로 전락했다.
테러버드는 신생대의 날지 못하는 거대 육식 조류의 통칭이다. 눈앞에 있는 테러버드는 체고 3m, 체중 200kg으로 추정되는 켈렌켄 구일러모이(Kelenken guillermoi)종이다.
타조 생김새로 신생대의 테러버드를 연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크기는 비슷하지만, 테러버드는 맹수다. 테러버드의 다리는 인간보다 두 배 이상 두터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육질 다리에 걷어차이거나 도끼처럼 생긴 부리에 찍히면 인간은 한 방에 끝장난다.
블랙맘바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아무리 6천만 년 전부터 식생이 유지된 이투리 정글이라지만, 멸종 시기가 다른 고대 동물의 연속 출현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동물이 후손을 이으려면 일정한 개체 수가 필요하다. 지저 생태계에 구멍이 뚫려서 일부가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가정이 오히려 신빙성있다.
‘테러버드가 반수쯤 앞섰군.’
블랙맘바의 촌평이다. 테러버드는 아웃파이터, 디노팰리스는 인파이터 형이다. 테러버드가 외곽을 돌며 공격 기회를 노리고, 디노팰리스는 바짝 웅크린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한차례 접전이 있었던 듯 디노팰리스의 옆구리가 찢어졌다. 대형 고양잇과 맹수를 바르는 테러버드의 위용이 놀라웠다. 시대가 다르면 생물이 달라지고 약육강식의 법칙도 달라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