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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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0
코만도 위베르는 왜 이곳에서 괴멸되었을까? 총격전은 아니다. 총격전이 벌어졌으면 피그미족이 모를 리 없다. 안타깝게도 몽포르 상사의 군인경력 15년은 이투리 정글에서 별 쓸모없었을 것이다.
이투리 대삼림은 콩고 강 유역의 광대한 열대우림 중에 수목의 조밀도가 가장 높다. 일반적으로 정글이라고 말할 때의 정글은 1차 정글이다. 마호가니, 림발리, 치크, 흑단등의 활엽 교목이 캐노피를 형성하고 지상엔 양치식물이 무성하게 자란다. 1차 정글은 식생이 단조롭다. 보기엔 수목이 무성하지만, 덤불과 덩굴이 엉켜있지 않아서 인간이 돌아다니기에 어렵지 않다.
모종의 이유로 1차 정글이 망가지면 2차 정글이 형성된다. 침엽수가 들어서고, 성장이 빠른 관목과 대나무, 가시가 있는 덩굴식물이 무성하게 번식해서 난공불락의 장벽을 만들어버린다. 이투리 정글의 식생은 특이하게 1차 정글과 2차 정글이 뒤섞였다. 그만큼 인간에게 가혹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코만도 위베르의 유류품이 발견된 지역은 이투리 정글에서 특히 위험한 지역 중의 하나다. 수면병, 황열병, 뎅기열 등 각종 풍토병과 악어, 하마, 표범, 독사, 독충, 기생충이 우글거린다. 그중에도 치명적인 기생충을 흔적없이 매개하는 미찌유르같은 침묵의 암살자가 가장 두려운 생물이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1692년 영국의 존 머리 자작의 콩고 탐험대 3백 명이 전멸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기록에 의하면 유럽 각국의 대규모 탐사대가 이투리 정글에서 일곱 차례 실종되었다. 이들의 사인은 맹수나 독사가 아니라 풍토병과 기생충 감염으로 추정된다.
위베르 특전단이 이곳에서 괴멸된 이유를 정확히 알 수야 없지만, 십중팔구 미찌유르를 통한 기생충 감염이 원인이다.
그림이 대충 그려졌다. 지형에 익숙한 반군이나 사교집단이 화력이 우세한 특전대를 이곳으로 유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곳은 미찌유르 서식지다.
자신도 당해보았듯이 미찌유르 떼가 위베르 특전대를 덮쳤다. 말파리 유충인 망고버그에 감염된 특전대는 끝없는 갈증에 시달렸다.
이투리 정글은 어디나 물이 있다. 또한, 안전한 물은 어디에도 없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어도 중독되거나 기생충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 물이 지천인데 갈증으로 죽어가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곳이 악마의 숲이다.
갈증에 시달리던 군인들은 늪의 물을 마셨다. 늪에는 칸디루와 늪 거머리가 서식한다. 뇌를 녹이는 독성 아메바도 서식한다. 칸디루는 위장을 조각내고 거머리는 피를 빨아먹는다. 몽포르 상사를 비롯한 위베르 대원은 총 한 발 제대로 쏴보지 못하고 고통 속에 죽었을 것이다.
겨우 2~3mm에 불과한 날파리가 프랑스 정예 대테러 부대원들을 괴멸시킨 장본인이다. 태고의 처녀지를 침범한 인간에게 내리는 이투리의 저주다.
블랙맘바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사방에 백의 잔재가 떠돌고 있다. 억울하다고 소리치고 있다.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의 욕심에 떠밀려 헛되이 생명을 잃은 불쌍한 영혼들이다. 갈 길이 바쁘지만 뿌리치고 길을 재촉하기엔 짠했다.
“불쌍하도다. 이름 모를 늪에 백골을 묻은 군인들이여, 빛나는 햇살도 은은한 달빛도 사라진 검은 정글에 혼은 흩어지고 백은 갈 곳을 잃었구나. 그대의 절망과 두려움이 미련으로 남아 이승을 떠돌고 있구나. 태어나면 죽고, 만나면 이별함이 우주의 진리다. 집착하면 고통이요 돌아보면 피안인 것을, 불쌍한 영혼이여, 무엇이 아쉬워 훌훌 떠나지 못하는가.”
따악- 딱- 딱딱딱-
쌈디가 마체테 칼등으로 기관총 개머리판을 두드려 박자를 맞추었다.
“찰나의 이승은 끝났도다. 억겁의 인연에서 삐져나온 한 오라기 인연에 연연치 마라. 그대의 아내와 아들딸이 걱정되는가? 일 년이면 슬픔을 잊고, 이년이면 그리움을 잊고, 삼 년이면 그대의 얼굴을 잊을 것이다. 산자는 산자의 길이 있고 사자는 사자의 길이 있도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유별하니 그대는 해인(海印)의 법을 찾아 영혼의 평안을 구하라. 수리수리 마수리 수수리 사바하!”
따악- 딱- 딱딱딱-
블랙맘바가 영가 발원을 끝내자 쌈디가 전투식량을 풀어서 늪에 뿌렸다. 소위 구명시식이다. 마지막 음식을 먹고 이승에서 떨어지라는 의미다.
푸다다닥- 크고 작은 물고기가 우르르 모여들어 거품을 일으켰다. 영혼이 전투식량을 주워 먹을 리 없다. 다 헛짓거리다. 죽은자의 위로가 아니라 산자가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이다.
“쌈디,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겠지?”
한국 정부는 북한땅에 묻힌 국군 유해를 외면했다. 욕을 바리바리 했던 자신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죽은 사람은 변함없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죽을 수 있다. 단백질과 칼슘 덩어리에 연연하다간 시간을 잃는다.”
쌈디는 인간의 형이상학적 정신 작용에 익숙지 못하다. 거침없이 유물론적인 말을 했다.
“위치를 알려주면 베이스캠프에서 알아서 하겠지. 정부는 유해 수습을 포기하고 있다가 얼씨구나 할거다.”
“알았다.”
쌈디가 위성전화 안테나를 펼쳤다.
“어미 새, 여기는 새끼 도요새다.”
-어미 새다. 새끼 도요새 연락이 늦었다.
‘이 자슥 봐라!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마.’
블랙맘바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놈은 현장 사정을 알아볼 생각은 않고 연락이 늦었다고 불평이다. 아마도 상부로부터 어지간히 닦달당한 모양이다. 이래서 책상머리에 앉아서 대가리 굴리는 놈이 싫다. 개죽음 당한 위베르 대원을 가슴아파 하던차에 잘 걸렸다.
“너 누구냐?”
블랙맘바의 말이 통신체에서 시비조로 바뀌었다.
-올랑드 팀장입니다.”
“이 새끼야, 올랑드인지 올 라운드인지 됐고, 폴 바꿔.”
-고문님, 이 이건~”
“새꺄, 내가 작전을 집어치우고 네놈 멱을 따러 갈까?”
-헉, 아닙니다. 깨비텐을 바꾸겠습니다.
곧바로 폴의 음성이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어이 친구, 짜증 난 목소리가 이렇게 반갑긴 처음이다. 제정신으론 못해 먹겠지? 씨아까렐로라도 한 박스 투하해 줄까?
장난스러운 말에 걱정이 잔뜩 들어있다. 역시 전장에선 친구가 제일이다.
“이투리에서 공중 보급은 턱도 없다. 말만 들어도 고맙다. 방금 코만도 위베르의 햄넷 몽포르 주임상사의 배낭을 확인했다.
-헛, 위베르는 2차 정의의 주먹 팀에 포함되었던 중대다. 용케도 유해를 찾았군. 좌표를 불러라.
블랙맘바는 GPS에 전원을 넣고 좌표를 확인했다.
“1-18-24.13 / 29-35-13.01 수면 면적을 산정하기 곤란한 늪이다. 높이 35m 알바지아를 찾아라. 나무 근처에 유해와 유류품이 다수 있다. 탐사 환경이 열악하다. 유능한 팀장이 필요하다. 올랑드를 회수팀 팀장으로 보내라.”
-넵, 확인하겠습니다. 올랑드 팀장을 유해 회수팀 팀장으로 보내라. 특별군사고문의 명령 접수했습니다.
블랙맘바는 터지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능글맞은 폴이 올랑드를 엿먹이려는 수작이다. 폴도 올랑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보부 책임자와 전투부대 지휘관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앙숙이다.
“본관의 통신은 깨비텐 폴이 전담하도록. 롸저.”
블랙맘바는 자신의 경로와 경과를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어버렸다. 테러버드와 디노팰리스까지 등장하는 판국이다. 자신의 행적을 알려서 좋을 게 없다.
지긋지긋한 늪을 통과하는데 두 시간이 결렸다. 올롱게와 키담바를 안내인으로 채용한 결정은 탁월했다. 피그미족 사냥꾼인 두 사람은 이투리용 눈이 별도로 달린 듯 보이지 않는 길을 잘도 찾아서 빠져나갔다. 맹수와 독충을 피하고, 늪을 피하고 물과 음식을 찾아냈다. 여기서 음식이란 각종 애벌레와 과일이다.
올롱게와 키담바는 지치지도 않았다. 블랙맘바와 쌈디도 지칠 일이 없다. 죽어나는 인간은 올룸보였다. 올룸보의 백 팩을 키담바가 짊어졌지만, 정글을 시간당 4km 속도로 주파하기엔 올룸보의 체력이 너무 쳐졌다.
“나리, 십 분만 쉬었다 가면 안 될까요?”
탈진 상태가 된 올룸보가 징징거렸다.
“임마, 그런 저질 체력으로 장가갈 수 있겠어?”
쌈디가 눈을 부라렸다.
“휴식! 다섯 시간이나 강행군 했다. 올룸보가 지칠만 하다.”
블랙맘바가 허락하자 올룸보가 털썩 주저앉았다.
“이런 띨빵한 놈, 당장 일어서지 못해!”
쌈디가 버럭 했다.
“아차! 죄송합니다. 나리!”
올룸보가 벌떡 일어났다. 이투리가 악마의 숲이라 불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독충과 기생충, 바이러스다. 땅바닥에 퍼질러 앉았다간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나무에 기대어서도 안 된다. 바위를 찾아 서서 쉬거나 소독제를 뿌리고 쉬어야 한다.
“올룸보, 쌈디는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돈 벌어서 장가가야지.”
블랙맘바가 싱긋이 웃으며 낙타대추야자 파우치를 던져주었다. 경험상 낙타대추야자는 초콜릿보다 피로회복 효과가 탁월했다.
“으흐흑, 감사합니다. 큰 나리.”
올룸보가 울음을 터뜨렸다. 공포의 마하두라카께서 이처럼 인간적일 수 있단 말인가! 올룸보는 마을로 돌아가면 엉터리 주술사의 목을 비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올룸보, 폭우를 피할 곳을 찾아라.”
공기가 무거워졌다. 예고도 없이 천둥 번개를 동반해서 쏟아지는 폭우는 답이 없다. 폭우가 쏟아지지 않아도 축축한데다 땅과 늪의 구분이 되지 않는 이투리다. 폭우가 쏟아지면 이동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투리 정글을 포함한 콩고 강 유역의 열대우림은 아프리카의 허파라 불린다. ㎢당 연간 뿜어내는 수증기가 2천만 리터에 이른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우림이 뿜어낸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그 자체의 기후를 만들어낸다. 특정 지역에 수증기가 응결되면 국지성 폭우가 쏟아진다. 지시를 받은 올룸보는 두말하지 않고 올롱게를 불렀다.
“올롱게, 후나 요쿠오셀라 에쏴이아이.”
앞서 가던 올롱게가 허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역시 마하두라카시다. 막 비가 온다고 말하려던 참이다. 올롱게는 곧바로 사냥할 때 이용하는 동굴을 찾았다.
“늦었군!”
블랙맘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숲이 환해졌다. 섬광이 캐노피를 뚫고 번쩍번쩍 내리꽂혔다. 꽈드등- 벼락이 숲을 흔들었다. 쏴아아-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숲이 광란했다. 거대한 교목이 부르르 떨고 물 폭탄을 맞은 관목이 비명을 질렀다. 주렴처럼 늘어진 덩굴식물이 소방호스처럼 물을 뿌렸다. 전설 속의 반고(盤古)가 이투리 정글을 키(箕) 들까부르듯 흔드는 느낌이다.
이투리의 캐노피 두께는 10~15m에 달한다. 캐노피에 모인 빗물이 하늘에 구멍이 뻥뻥 뚫린 듯 곳곳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지붕에 떨어진 빗물이 모여서 물받이 홈통으로 쏟아져 나오는 구조와 마찬가지다.
보기엔 장관이지만 물 폭탄을 맞는 인간은 혼겁할 일이다. 야지 작전 중에 특히 조심해야 할 수칙이 체온 유지다. 체온이 떨어지면 신진대사가 느려져서 신체 반응과 면역력이 떨어진다.
블랙맘바의 재촉을 받은 올롱게와 키담바가 다람쥐처럼 내달렸다. 비 맞은 생쥐 꼴이 된 일행은 10분후 동굴에 도착했다. 병풍처럼 늘어선 장대한 절벽 아래 시커먼 구멍이 아가리를 떡 벌리고 있다.
“큰 나리, 박쥐 동굴입니다. 흡혈박쥐는 아닙니다.”
올롱게가 걱정 없다는 듯 동굴로 들어갔다. 쌈디가 올롱게의 어깨를 잡았다.
“멍청한 놈, 내일 똥으로 나오고 싶나?”
“쿵까니?(왜?)”
쌈디가 대답하지 않고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와키르, 죽일까요?”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
쌈디는 동굴 속에 도사린 동물을 감지했지만, 블랙맘바는 인간까지 감지했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인해 감각이 제한받고 있지만, 동굴 속에는 적어도 인간 넷이 있다. 블랙맘바는 고개를 갸웃했다. 동물의 기세가 만만치 않고 인간의 기세는 잔뜩 떨어져 있다. 자연의 횡포 앞에 인간과 동물이 휴전이라도 한 걸까?
‘갑자기 웬 자비?’
쌈디도 고개를 갸웃했다. 주인은 인간을 해치는 동물은 가차 없이 처단한다.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지시가 애매했다.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면 죽일 수밖에.”
폭우를 피해 들어온 놈을 구태여 죽이고 싶지 않지만 덤비면 어쩔 수 없다. 쌈디가 막 동굴 속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시커먼 물체가 포탄처럼 튀어나왔다.
급습을 당한 쌈디가 반사적으로 팔로 막았다. 키악- 푸다닥- 거대한 날짐승이 단검 같은 발톱으로 가슴팍을 찍고 부리로 눈을 쪼았다. 쌈디는 날짐승의 전광석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엉겁결에 머리를 숙여서 눈알이 뽑히는 횡액은 면했지만, 이마에 구멍이 나고 전투복 앞섶이 걸레처럼 찢어졌다.
“잘하는 짓이다!”
블랙맘바가 혀를 끌끌 찼다. 쌈디는 자신의 신체 방어력을 과신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사부의 추뢰술을 견디는 몽뚱아리를 가진 놈이니 그럴 만은 하다. 오히려 쌈디의 몸에 상처를 남긴 날짐승이 대단했다.
쌈디에게 겁 없이 덤벼든 놈은 턱밑에 늘어진 수염이 인상적인 수염수리다. 아프리카 동부 하늘의 제왕인 수염수리는 대형 맹금이다. 몸무게 8kg에 날개를 펼치면 2m 이상이다. 이놈은 한 둘레 더 크다.
“크악, 빌어먹을!”
쌈디가 폭발했다. 훌쩍 날아오르는 날짐승의 다리를 잡아챘다. 키에엑- 푸다닥- 날짐승이 발광했다. 양 날개로 싸다구를 때리고 단검같은 발톱으로 얼굴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