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99
x 399
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1
날짐승의 발악 따위가 쌈디에게 통할 리 없다. 대보름 쥐불놀이 깡통 돌리듯이 빙빙 돌려서 질척한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퍼억- 젖은 흙과 자갈이 요란하게 튀어 올랐다. 건방을 떤 수염수리는 한 방에 곤죽이 되었다.
“아프겠다!”
블랙맘바가 쌈디의 얼굴을 쳐다보며 실실 웃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던 쌈디가 손등으로 이마를 훔쳤다. 벌건 피가 묻어나왔다. 평수 넓은 콧구멍이 김을 뿜었다. 날짐승 따위에 피를 보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망할 것!”
쌈디가 통나무 같은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꽝- 전투화 바닥이 수염수리의 머리에 떨어졌다.
“헛!”
쌈디가 헛바람을 불어냈다. 기대했던 약간의 저항과 뿌드득 소리가 들리지 않고 젖은 흙만 튀어 올랐다. 곤죽이 된 날짐승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대답은 곧바로 나왔다. 뒤통수가 서늘해진 쌈디가 고개를 부러지라 숙였다. 파악- 수염수리의 갈고리발톱에 잘린 곱슬머리가 흩날렸다.
“빌어먹을!”
수리의 꽁무니를 쫓는 쌈디의 눈동자가 출렁였다. 죽었어야 될 놈이 왜 쌩쌩 날고 있단 말인가? 자신의 피지컬에 심각한 회의감이 들었다.
“으아아, 좀비 수리다.”
“으으~ 자카르 호웅간!”
올롱게와 키담바가 덜덜 떨었다. 자카르 호웅간은 부두교의 최고위 사제를 일컫는다. 사람은 물론 짐승을 좀비로 만들어서 부리는 공포의 존재다. 음부티계 피그미족 마을 수십 개가 좀비수리에게 어린아이를 잃는 횡액을 당했다.
아이가 표범에게 당하면 핏자국이라도 남는다. 좀비수리에게 잡혀가면 흔적도 없다. 마을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흔적없이 사라지면 으레 좀비수리의 소행으로 치부하고 추적을 포기했다. 주술사와 마술사는 악령이나 악귀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카욱- 수염수리가 횡전해서 하늘로 치솟았다. 놈은 폭우를 아랑곳하지 않고 캐노피 위쪽으로 사라졌다. 쌈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수염수리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재빨리 뽁뽀기를 잡아 뽑았다. 막 손잡이를 결합했을 때 까마득한 고공에서 수염수리가 섬광처럼 내리꽂혔다.
“아물레 아물레 속박!”
동굴 속에서 음산한 주문이 흘러나왔다.
“헉!”
쌈디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깊은 물 속에 빠진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전신의 힘줄이 모두 끊어진 듯 수축이 되지 않았다. 철컹- 손에 든 뽁뽀기가 떨어졌다. 파악- 수염수리가 부리로 쌈디의 목을 찍고 치솟았다. 목살이 한 뭉텅이 뚝 떨어져 나간 쌈디가 술 취한 듯 비틀거렸다.
블랙맘바의 눈이 스산해졌다. 주문 소리를 듣고 부두교 제사장이 동굴에 있음을 알았다. 슈아악- 락샤샤가 풀려나갔다. 타격을 가하고 솟구치는 좀비수리의 날개를 락샤샤가 휘감았다.
팽- 벼락처럼 좀비수리를 끌어들인 블랙맘바가 억수갑으로 목을 움켜잡았다. 핏물이 찬 듯 빨간 눈, 사마리아 농장에서 보았던 좀비의 눈알도 이처럼 붉었다.
“좀비? 악연이 계속되는군.”
뚜둑- 억수갑이 가차 없이 좀비수리의 목을 뽑아냈다. 뻑- 가슴을 푹 파고든 억수갑이 심장도 박살 냈다. 억세게 저항하던 좀비수리가 축 늘어졌다.
“끄으으~”
동굴 속에서 잔뜩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쌈디를 얽어매고 있던 기운이 와장창 무너졌다. 허우적거리던 쌈디가 중심을 잡고 꼿꼿이 일어났다.
“문제없나?”
“있다. 쪽팔려 죽겠다.”
쌈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의 상처는 저절로 출혈이 멎고 꾸덕꾸덕 딱지가 앉았지만, 엄청나게 기분이 나빠졌다. 쾅- 육중한 발이 좀비수리를 짓이겼다. 꽝꽝- 뼈가 으스러지고 근육이 다져진 좀비수리는 팬케이크가 되어 땅바닥에 눌어붙었다.
“죽여버린다.”
한바탕 화풀이를 한 쌈디가 성큼 동굴로 발을 들이밀었다. 키이이- 어둠 속에서 섬뜩한 괴음이 울렸다. 블랙맘바가 랜턴을 켰다. 똬리를 튼 거대한 뱀이 대가리를 치켜들고 혀를 날름거렸다. 얼굴이 고목 껍질처럼 주름진 늙은이가 보였다. 벽에 기대앉은 늙은이의 입가에 핏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헉! 네흐왈트!(왕뱀!)”
뒤따르던 올롱게가 화닥닥 물러났다. 대가리가 자신의 머리만큼 큰 왕뱀이다. 세로로 찢어진 회백색 눈깔에 오금이 저렸다.
“에오! 에오!”
올롱게와 키담바가 미친 듯이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피그미족이 표범보다 더 무서워하는 악물(惡物)이 뱀이다. 원시 부족의 본능적인 공포에 더해서 독사에 물리거나 큰 뱀에게 감겼을 때 감당해야 할 죽음의 공포가 끔찍하기 때문이다.
“크다!”
블랙맘바의 간단한 감상이다. 노란색 바탕에 갈색 무늬가 들어간 뱀은 10m가 넘었다. 이투리 정글의 생태계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일반 동물은 숲 바깥의 동물보다 한 둘레 적지만 상상도 못할 괴물이 존재한다.
“바론 사메디!”
늙은 제사장이 입가에 피 거품을 버걱이며 내뱉었다. 떨리는 말속에 악의와 두려움이 잔뜩 배어있다. 저 말을 바룽고에게 들은 적이 있다. 정령을 잡아먹는 죽음의 신이라던가.
“호웅간!”
블랙맘바가 씹어 뱉었다. 음산한 분위기와 사파이어처럼 파랗게 빛나는 눈알은 부두교 대 제사장 호웅간의 특징이다. 놈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은 약물 처리해서 뼈만 남긴 인간의 손목이다. 사마리아 농장의 바룽고가 기명 되었다.
“네놈은 뭐냐?”
“아물레 바키르!”
제사장이 대답하지 않고 웅얼거렸다. 키이이- 꾸룩- 왕뱀이 배 속에 들어있던 물체를 게워냈다. 끈적한 액체로 범벅된 검은 물체가 입 밖으로 툭 밀려나왔다.
“이럴 수가!”
쌈디의 눈이 이글거렸다. 왕뱀이 토해낸 물체는 반쯤 소화된 인간이다. 늙은이와 뱀을 당장 찢어 죽이고 싶었다. 원초적인 적개심이 살의로 불타올랐다. 머리가 하얗게 백열되었다.
“바키르, 우쿠불라라!(죽여라!)”
키익- 왕뱀이 대가리를 쌈디의 얼굴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세로로 쭉 찢어진 회백색 눈동자가 요요롭게 빛났다. 칫- 왕뱀이 난데없이 물총 쏘듯 독을 쏘아냈다. 한 무더기 액체가 5m 떨어진 쌈디의 얼굴로 정확히 날아왔다.
“지랄!”
쌈디가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철퍽- 누리끼리한 독액이 손바닥을 적시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엄청나게 양이 많은데다 조준도 정확했다. 키르르- 뱀이 목 부위의 후드를 활짝 펼쳤다. 독을 쏘고 후드를 펼치는 뱀은 코브라 종이다. 문제는 이놈이 킹코브라를 20배쯤 뻥튀기한 거구라는 점이다. 아나콘다가 명함도 못 내밀 놈이다.
“이젠 뱀 새끼까지 쌈디님을 우습게 보는군!”
살기가 동한 쌈디가 투기를 뿜었다. 왕뱀은 겁내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굴러 들어온 먹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쉬악- 에스 자로 접혔던 목이 스프링처럼 펼쳐지며 축구공 크기의 뱀 대가리가 날아들었다.
“아물레 아물레 속박!”
늙은 제사장이 주문을 외웠다. 쌈디가 주춤했다. 머리를 흔들고 손발을 구속했던 끈적한 기운이 몸을 휘감았다. 텁- 왕뱀이 어깨를 물고 눈 깜짝할 순간에 쌈디를 감았다. 번개가 무색할 빠르기다.
“합!”
블랙맘바가 늙은이에게 공진파를 쏘아 보냈다.
“허억!”
늙은 제사장이 경호성을 뱉었다. 손발의 자유를 찾은 쌈디가 대가리를 틀어잡고 어깨에서 떼어냈다. 취릭- 왕뱀이 불끈 힘을 썼다. 코끼리도 단번에 으스러뜨릴 힘이다. 쌈디는 숨이 턱 막혔다. 뿌드득- 갈비뼈가 뒤틀렸다.
“이얍!”
쌈디가 불끈 힘썼다. 이두박근 삼두박근 광배근이 불쑥 솟아올랐다. 빠지직- 손에 잡힌 왕뱀의 머리가 으스러졌다. 뿌드득- 머리가 부서진 왕뱀이 더욱 세차게 휘감은 몸통을 죄었다. 쌈디가 왕뱀의 아래위 턱을 잡고 불끈 힘을 썼다. 찌이익- 아가리에서 목까지 쭉 찢어졌다. 쌈디의 주특기인 아가리 찢기다. 그 와중에도 몸통이 불끈불끈 힘을 썼다.
“니미 조또, 뭐 이따위가 있어!”
짜증이 폭발한 쌈디가 뱀의 몸통을 사정없이 잡아 뜯었다. 손가락 세 개만 남은 왼손이 몸통을 푹푹 파고들었다. 왕뱀이 안주용 오징어 찢어지듯 쭉쭉 찢어졌다.
“어허 저런, 가죽 다 망가지네.”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샹젤리제 가죽 공방에서 뱀 가죽은 제법 값나가는 재료다. 블랙맘바는 억만장자가 되어서도 여전히 쪼잔했다.
“에이, 찝찝해!”
뱀 피를 뒤집어쓴 쌈디가 너덜너덜해진 왕뱀을 팽개쳤다. 좀비 인간과 좀비 왕뱀의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동굴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늙은이, 당신 정체가 뭐야?”
“끄으으!, 씹어먹을 악의 뿌리와 가지여, 죽여주마.”
늙은 제사장이 독기를 풀풀 날렸지만,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입꼬리에 줄줄 흐르는 피의 양이 많아지고 상체가 술 취한 듯 흔들렸다. 왕뱀과 연결되었던 심령에 타격을 받은 듯 제정신이 아니다.
“불어를 아는군. 은타간타와 관계있나?”
블랙맘바가 음파에 공진을 실었다.
“헛!”
자카르 호웅간은 머릿속을 울리는 폭발적인 소리에 제정신을 차렸다.
“너는 누구냐?”
“나는 뚜바이부르파다. 너는 누구냐?”
“자카르 호웅간 크란이다. 은타간타 장군은 내 제자다.”
크란은 순순히 대답했다. 상대는 정령을 잡아먹는 죽음의 신 바론 사메디다. 정령이 요동칠 때 피했어야 하는데 늦었다. 운명은 비켜갈 수 없다.
“은타간타가 부두교 제사장이란 정보는 사실이었군. 인질은 어디 있나?”
“흐흐, 직접 알아보도록 해라.”
“안쪽에 있는 인간들은 뭐냐?”
“흐흐,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도 직접 알아보도록.”
“늙은 뼈다귀가 한 개씩 뽑히면 기억나게 된다.”
쌈디가 쓰윽 나섰다.
“흐흐, 네놈에게서 요룬바 향이 나는군. 천박한 인형이여, 나를 주인으로 섬겨라.”
끈적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크악!”
꽝- 공사장의 타공 철추 같은 주먹이 호웅간 크란의 머리를 강타했다. 머리가 사라진 늙은 제사장의 동체가 뒤로 쿵 넘어갔다. 블랙맘바가 말릴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다.
“저런!”
쌈디가 교활한 제사장의 술수에 넘어갔다. 정보를 얻어야 하는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사고를 친 쌈디가 머쓱해진 얼굴로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너, 괜찮나?”
“문제없다.”
블랙맘바가 머리를 갸우뚱했다. 쌈디가 살인하면 사부가 걸어둔 긴고주가 발동해야 한다. 방금 죽은 놈이 인간의 범주에 들지 않거나 긴고주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소리다.
‘사부님이 알아서 하셨겠지.’
언제나 그렇듯 모르는 일은 고민해봐야 답이 없다. 쌈디가 반쯤 소화된 사람을 뒤적거렸다.
“와키르, 군인이다. 프랑스 군인 견장이 있다.”
“뭣? 아차! 안쪽에 사람이 있다.”
블랙맘바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동굴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푸드득- 침입자에 놀란 박쥐떼가 어지러이 날아올랐다.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습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종유굴 지하에 화맥이 살아있다는 의미다.
200m쯤 진입하자 동굴이 확 넓어졌다. 인공을 가미한 석실이 나타났다. 석실에 남자 셋이 나란히 누워있다.
“지젠느!”
검은 전투복에 동그란 장다르메리 엠블럼이 붙어있다. 오염되었지만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DGSE의 보고에 의하면 GIGN 8명이 흔적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천하의 GIGN이 뱀 먹이 신세가 되다니 어이상실이다.
“이봐, 내 말 들리나?”
외상도 없고, 호흡은 이어지는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쌈디가 경동맥에 손가락을 붙였다. 맥박이 잡혔다.
“와키르, 살릴 수 있을까?”
“뱀 먹이가 되지 않았으니 명이 긴 친구들이다.”
뒤따라 들어온 올룸바가 부르르 떨었다. 위대한 분의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이투리 정글 안쪽이 이토록 무서울 줄은 몰랐다. 다시는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일단 동굴 입구로 운반한다.”
쌈디 등이 GIGN 대원을 도자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운반했다. 아차 하면 숨이 끊어질 것 같아 강심제를 사용하지도 못했다.
“비가 그쳤군. 올룸보, 근처에 에도스나 장가바이가 있는지 확인하라.”
별 영양가 없는 드잡이질을 하는 사이에 폭우가 거짓말처럼 딱 그쳤다. 뿌연 물안개가 가득한 숲은 동서남북을 구분하기조차 어려웠다.
“동굴 왼쪽으로 똥 싸는 시간만큼 걸어가면 공터가 있답니다.”
“그것참 확실하군. 쌈디, 확인하고 와라.”
“알았다.”
동굴을 뛰쳐나간 쌈디가 금방 돌아왔다.
“와키르, 300m 떨어진 곳에 캐노피가 없다. 지표에 물이 질척여서 헬기가 착륙하기 어렵다.”
“호이스트로 끌어올리면 된다.”
블랙맘바의 호출을 받은 치누크가 즉각 날아왔다. GPS로 정확히 좌표를 알려주었음에도 치누크는 수차례 헛다리를 짚었다. 숲을 흐르는 자욱한 물안개가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다.
치누크가 30m 상공에서 호버링하는 동안 용병들이 패스트로프를 타고 줄줄이 내려왔다. 의료베드에 올려진 환자들이 속속 호이스트를 타고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반쯤 소화된 시체도 올라갔다.
“휘유, 끔찍스런 곳이군.”
폴이 휘파람을 불었다.
“인간이 살만한 곳은 아니지.”
“친구, 자넨 프랑스의 복덩이다. 자네가 나서자마자 일이 술술 풀린다.”
폴이 블랙맘바의 어깨를 두드렸다.
“운이 좋은 거지. 조상묘를 잘 쓴 덕분이다.”
블랙맘바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투리는 운이 좋다고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 강해야 운도 따른다. 죽어버리면 운도 뭐도 없다. GIGN이 강했으면 호웅간에게 잡혀서 뱀 먹이가 될 일도 없고, 이미 사건은 해결되었을 것이다.
“친구, 조심해라.”
폴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농 쁘라블램! 뒤통수 맞을 일도 없는데 뭔 걱정이야.”
시니컬한 반응에 폴이 비죽이 웃었다.
“그건 그래. 필요한 보급품은 없나?”
“현재로선 없다.”
“자네 능력을 알지만, 조심하게.”
폴이 어깨를 두드리고 패스트 로프를 타고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