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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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2
“흐흐흐, 가외 수당이 짭짤하구먼. 유골 한 구에 일만 프랑은 받아야지. 생존자는 십만 프랑쯤 청구하고 말이야. 아니야, 보니파스에게 맡겨두는 게 더 낫지. 이번에도 착각을 하는 이쁜 짓을 할까나.”
블랙맘바가 멀어지는 치누크 꽁무니를 바라보며 실실 웃었다. 고생을 실컷 했지만 호웅간 크란의 입을 통해서 얻은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머리를 날려버린 쌈디를 나무랄 생각도 없었다.
테이밍 된 왕뱀과 좀비 수리를 잃은 주술사는 생을 포기했다. 늙어빠진 신체를 괴롭혀봐야 얻는 것 없이 인간성만 나빠진다. 이왕 돈 벌려고 시작한 일이다. 돈을 벌었으면 된다. 블랙맘바는 언제나 그렇듯 부정적인 상황을 단순하게 정리했다.
올롱게 마을을 떠난 지 3일째, 늪지대를 통과한 뒤로는 별 어려움 없이 정글을 돌관했다. 체력이 달린 올룸보는 수시로 쌈디의 도시락이 되었다. 올롱게와 키담바가 귀신같이 길을 찾아내고, 맹수와 독사는 쌈디가 도맡아서 처리해준 덕분에 매일 40~50km를 거뜬히이동했다.
“올룸보, 키담바 마을까지 얼마나 남았나?”
“예, 알아보겠습니다만~”
대답하는 올룸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키담바와 말씨름할 생각에 머리부터 지끈거렸다. 시간과 숫자 개념이 없는 피그미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줄 수 없다. 올룸보가 얻은 대답은 역시 오리무중이었다.
“큰 나리, 죄송합니다. 고릴라가 낮잠 자는 시간이면 마을에 도착한답니다.”
‘어휴, 저놈을 팰 수도 없고 답답해 미치겠네.’
블랙맘바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망할 놈의 고릴라가 낮잠을 종일 자는지 십 분만 자는지 누가 안단 말인가.
“고릴라가 낮잠을 몇 시간 자나? 아니다, 몇 걸음을 걸으면 되나? 아니다. 내가 앓느니 죽는다.”
블랙맘바는 자신이 말하고도 픽 웃었다. 어쨌든 마을이 가까워졌다. 고릴라가 종일 퍼져자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목표지점에 가까워졌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났다. 얼른 일을 마무리 짓고 따듯한 물에 샤워한 다음 푹 잠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큰 나리, 물맛이 이상합니다.”
물을 마시던 올룸보가 얼굴을 찡그렸다. 쌈디가 수통을 꺼내서 벌컥벌컥 마셨다.
“모르겠는데.”
블랙맘바가 쌈디의 수통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가 뱉었다.
“상했다. 몽땅 버려.”
상할만했다. 수통에 든 물은 올롱게 마을에서 받아 온 물이다. 고온다습한 정글에서 3일이나 지난 물이 멀쩡할 리 없다.
“올롱게, 물을 찾아라.”
로마에 가면 로마인에게 길을 묻고, 이투리 정글에서는 피그미에게 물어야 한다. 이리저리 찾아다니던 올롱게가 유난히 잎이 넓고 두툼한 나무 앞에 섰다. 전체적인 수형이 바나나 나무와 비슷했다.
“히비토르!”
“히비토르?”
“아뵤!(예!)
올롱게가 히비토르의 커다란 잎꼭지에 칼집을 냈다. 투명한 물이 주르르 흘러나왔다. 키담바가 히비토르 잎을 솜씨 좋게 접어서 그릇을 만들었다. 잎 한 장에서 작은 컵으로 반 컵 분량이 흘러나왔다. 대단한 양이다.
쌈디가 먼저 수액을 마시고 블랙맘바에게 잎으로 만든 잔을 넘겼다. 이투리 정글에서 수액도 함부로 마셔서는 안 된다. 정글에 들어온 이래 쌈디는 과일이든 풀뿌리든 새로운 것은 먼저 맛을 보고 블랙맘바에게 넘겼다.
“마실만하군.”
약간 찝찔하면서 염분이 느껴지는 맛, 고로쇠 수액과 비슷했다. 이건 대단한 발견이다.
“올롱게, 히비토르가 많이 있나?”
올룸보의 질문에 올롱게가 손가락 열 개를 활짝 펴 보였다.
“하루 동안 걸어 다니면 손가락 숫자만큼 만난답니다.”
“많지는 않지만, 희귀하지도 않군.”
블랙맘바도 피그미식 계량 개념에 적응했다. 히비토르를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사막이든 정글이든 첫 번째 생존 조건이 식수다. 식수를 확보하면 여벌의 목숨을 얻은 셈이다. 올롱게와 키담바가 수통에 히비토르 수액을 채웠다.
“와키르, 고기 타는 냄새가 난다.”
쌈디가 코를 벌름거렸다. 블랙맘바가 발걸음을 멈추고 집중했다. 정글에서 눈과 귀는 별로 쓸모없다. 시야가 막히고 크고 작은 동물 소리가 정보를 왜곡한다. 공기 중에 단백질이 타는 냄새와 암모니아 냄새가 섞여있다. 블랙맘바의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떠올랐다. 마을이 가까웠다.
“고릴라가 낮잠을 삼십 분쯤 자나 보다.”
이로써 한가지는 알았다. 피그미가 고릴라 낮잠 자는 시간이라고 하면 대략 30분이다.
산등성이에 올라선 일행은 분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이투리는 자연 발화가 일어날 수 없는 정글이다. 연기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불을 피웠다는 증거다. 키담바가 흥분해서 떠들었다.
“와키르, 저곳이 키담바 마을이랍니다.”
“쉿, 입 다물어!”
쌈디가 올룸보의 머리를 눌렀다. 정글도로 숲을 쳐내는 버석거리는 소리를 쌈디의 귀가 잡았다. 올롱게와 키담바는 어느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숲사람다운 감각과 움직임이다. 며칠 함께 지내는 사이에 둘은 눈치가 백 단으로 급상승했다.
“와키르, LSA 냄새다.”
“흐흐흐, 드디어 꼬리를 잡았군.”
블랙맘바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총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놈이면 부두교와 연관된 놈이고, 납치범일 가능성이 높았다.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알았다. 평범한 반군이 이투리 정글을 돌아다닐 수는 없다. 놈들은 독충과 맹수를 쫓을 모종의 조치를 받은 놈들이다.
“한 놈이면 충분하지?”
“똑똑해 보이는 놈으로 잡아와.”
쌈디가 마체테를 올룸보에게 넘겨주고 미꾸라지처럼 세나알라타 덤불을 빠져나갔다.
“고생하더니 많이 늘었군.”
블랙맘바가 빙그레 웃었다. 피그미의 몸놀림이 쌈디의 청파보에 녹아있다. 역시 인간이든 동물이든 굴러야 빨리 배운다.
‘콜라나무?’
쌈디가 30m 높이의 교목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죽 느낌이 나는 넓은 잎과 아몬드를 닮은 열매, 분명히 콜라나무다. 기억에 없지만 알고 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원주민들이 니아니아라 부르는 콜라나무 열매는 각성제인 카페인과 흥분제인 콜라닌이 들어있다.
니아니아 열매가 콜라 후루츠라 불리게 된 이유는 코카콜라가 콜라 원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상표는 코카 나뭇잎의 추출물과 콜라나무 열매의 추출물로 만든 음료라는 의미다.
쌈디는 놈들의 목적이 콜라나무임을 알아보았다. 콜라 열매는 잠을 쫓거나 섹스할 때 흥분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맛이 고소해서 먹기도 좋다.
쌈디가 콜라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흑곰이 나무를 오르듯이 강력한 다리로 나무 둥치를 차고 뛰어올라 순식간에 무성한 가지 사이로 몸을 감추었다.
후드득- 팍팍- 채 열을 세기 전에 덤불을 정글도로 쳐내며 사람이 나타났다. 이마에 빨간 띠를 두르고 소총을 거꾸로 멘 건장한 흑인들이다.
‘윽!’
쌈디가 코를 막았다. 흑인 넷이 나타나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악취가 화악 밀려들었다. 코를 쥐어박는 악취에 하마터면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
한 놈이 장대로 콜라나무 가지를 두들겼다. 역시 놈들은 콜라 열매를 따러 왔다. 놈들이 땅바닥에 떨어진 콜라 열매를 열심히 주워담았다.
“망할 놈들, 좀 씻고 다니지. 표범도 니들은 잡아먹기 싫겠다.”
쌈디가 사지를 활짝 펴고 낙하했다. 살려서 취조할 놈은 넷 중에 얼굴이 제일 잘생긴 녀석이다. 외모지상주의 한국에서 제정신을 찾은 쌈디다. 그도 잘생기면 똑똑하다는 비합리적인 도그마에 물들었다.
쿵- “컥!”
15m 높이에서 떨어진 120kg 엉덩이를 등으로 받아낸 예쁜이는 떡이 되었다. 윙- 쇠몽둥이 같은 다리가 호를 그렸다. 궤적에 걸려든 흑인의 가슴이 왕창 내려앉았다. 다리를 따라 돌아간 백스핀 엘보가 막 허리를 펴는 흑인의 안면을 찍었다. 뻑- 얼굴이 뭉그러진 흑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퀘젠자니?(뭐야?)”
그제야 상황이 뇌에 입력된 흑인이 메고 있던 소총을 잡았다. 윙- 허공에 떠 있던 발이 곡괭이 찍듯이 떨어졌다. 목덜미와 어깨 사이에 발뒤꿈치가 파고들었다. 놀란 흑인이 엉겁결에 양팔을 들어 올렸다.
뿌득- “아악!”
처음으로 비명이 터졌다. 팔의 요골과 척골이 단숨에 부러지고 쇄골과 목뼈까지 박살 났다. 머리가 기형적으로 꺾인 남자가 풀썩 엎어졌다. 한 호흡에 남자 셋이 명줄을 놓았다.
쌈디가 자부심 가득한 눈으로 한순간에 시체가 된 인간들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런데 봐주는 주인이 없다.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기절했던 왈라비는 동료의 비명에 정신을 차렸다.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그는 죽은척하고 슬그머니 손을 뻗어 소총을 잡았다.
“정신력이 대단한 거야? 뇌가 없는 거야?”
개미 기어가는 소리까지 포착하는 쌈디가 왈라비의 움직임을 모를 리 없다. 펄쩍 뛰어서 총은 잡은 손을 밟았다.
뚜둑- “아악!”
손가락뼈가 부러진 왈라비가 째지는 비명을 질렀다.
“예쁜이, 쉿!”
쌈디 딴에는 주의를 시켰지만, 보디랭귀지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손가락뼈가 으스러진 고통을 참을 수 있으면 부처님 수준이다. 쩍- 두툼한 손바닥에 따귀를 한 대 맞은 예쁜이의 눈이 초점을 찾았다. 쌈디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엉망으로 널브러진 시체를 가리켰다. 예쁜이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역시 말보다는 폭력이다.
쌈디는 시체를 축구공 차듯 걷어찼다. 시체가 빈 깡통처럼 무성한 덤불 지역으로 휭휭 날아갔다. 시체 셋을 날려버리고 소총 기관부와 총신을 잡고 불끈 힘썼다. 연결 부위가 우지끈 꺾였다.
“흐으으~”
왈라비의 검은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쌈디는 소총 네 자루를 모두 부수어서 덤불 속으로 던져버리고, 예쁜이를 번쩍 들어서 어깨에 메고 사라졌다. 설치류가 우르르 나타나서 땅바닥에 떨어진 콜라 열매를 싹쓸이했다.
“와키르, 예쁜이 잡아왔다.”
쌈디가 예쁜이를 블랙맘바의 발치에 툭 집어 던졌다. 올롱게와 키담바가 상황 종료를 귀신처럼 알아차리고 나타났다. 역시 피그미족의 위험 회피 능력은 이투리 정글에서 살아갈 만큼 대단했다.
“예쁜이? 윽!”
블랙맘바가 코를 막았다. 피부병이 심한 피그미족의 냄새와는 또 다른 악취다. 시궁창 냄새보다 더 지독한 악취에 구토가 올라왔다. 이것은 정상적인 인간의 체취가 아니다. 쌈디도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다. 태연한 올룸보에게 물었다.
“올룸보,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나?”
“저 녀석들보다는 심하지 않은뎁쇼.”
올룸보가 피그미를 가리켰다.
‘그렇구나!’
블랙맘바는 냄새의 근원이 육체가 아니라 영혼임을 깨달았다. 이거슨 영혼이 부패한 냄새다. 이놈은 먹어서는 안 되는 무엇을 먹었고, 추잡한 사교의 시술을 받았다. 더러운 몸에 손도 대기 싫었다. 남자를 발로 툭툭 차서 나무에 기대 앉혔다.
“올룸보, 이놈이 우리가 찾는 놈인지 확인해라.”
남자는 올룸보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열 받은 올룸보가 걷어차고 뺨을 쳤지만 어느 집 개가 짖느냐는 식이다. 외려 시뻘건 눈으로 노려보는 남자에게 올룸보가 질렸다.
“쌈디야, 물건을 잘못 골랐다.”
암만 봐도 맛이 간 놈이거나 마약을 한 놈이거나 원래 고통을 못 느끼거나, 어쨌든 물이 나쁜 놈이다.
“포장은 제일 예쁜 놈인데……. 그냥 버릴까?”
쌈디가 블랙맘바의 눈치를 보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잘했는데 망할 정글에 들어온 뒤로는 계속 삽질이다.
“인지가네 바들라 쿠에크 아웬가에.”
키담바가 남자를 손가락질하며 떠들었다.
“뭐라는 거냐?”
“이놈이 아이를 삶아 먹은 놈 중에 하나랍니다.”
“역시 그랬군!”
블랙맘바가 머리를 끄덕였다. 짚은다리에 살 때 문둥병 환자가 마을에 구걸 오는 일이 잦았다. 어른들이 질색하고 문둥이를 마을밖으로 몰아냈다. 몰매를 맞아 죽은 문둥이도 있었다. 문둥이가 어린아이를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짜하니 퍼졌던 시절이다.
문둥이가 진짜로 아이를 잡아먹었는지는 모른다. 마을 사람들은 문둥이가 아이를 잡아먹어서 눈알이 빨갛다고 했다. 한센병 환자의 눈알이 빨간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나균이 눈에 침입해서 홍채염이나 각막염을 일으킨 탓이다. 천둥이 번개와 세트를 이루듯이 무지는 야만과 손을 잡는다.
놈이 인간을 먹었기에 눈알이 붉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혼은 쌈디나 자신 같은 특별한 인간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악취를 뿜었다. 사부 영감은 역시 대단한 인간이다. 긴고주의 발동조건은 영혼이다. 썩은 영혼엔 긴고주가 발동하지 않는다.
“와키르, 내가 끌고 온 놈은 내가 해결한다.”
쌈디는 주인이 사용하는 수법 중에 자신의 적성에도 딱 맞는 수법이 기억났다. 예쁜이 허벅지를 밟고 두툼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 허벅지가 부서지는 고통에 왈라비가 몸부림쳤지만, 황소 발에 밟힌 개구리 꼴이다.
“왼손 중지부터 시작했던가?”
어차피 군홧발에 밟힌 오른손은 뭉그러졌다. 쌈디의 힘을 견디기엔 인간의 손가락뼈가 너무나 약했다. 왼손 중지가 딱 소리와 함께 손등에 붙었다.
“끄으으!”
왈라비가 눈을 까뒤집고 경련했다. 통증도 극악하지만, 시각적인 효과가 더 살벌했다. 허연 힘줄을 끌고 손바닥을 찢고 튀어나온 뼈를 바라보는 왈라비의 눈이 공포에 질렸다.
“하나 둘 셋!”
쌈디가 숫자를 셌다. 셋 하는 순간 부러진 중지에서 피가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