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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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3
“이거 재미있군. 중독성이 있어. 흐흐흐!”
쌈디의 눈이 가학적인 재미로 번들거렸다. 와키르는 손가락 다섯 개가 한계라고 했다. 손가락 다섯 개를 꺾어도 버티는 인간은 나머지 손가락에 발가락까지 부수어도 단순한 고문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예쁜이가 다섯 개를 꺾을 때까지 버틸지 자못 궁금했다.
“우지지, 우지지!(거짓말!)”
왈라비가 흐느꼈다. 제사장은 일주일에 한 번 칼라바시(요강처럼 생긴 아프리카 전통 그릇)에 담긴 파란 물을 대원들에게 하사한다. 물약을 마시면 칼에 살이 베여도 피가 흐르지 않고,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도 아프지 않다.
그런데 이 극악한 고통은 무엇이란 말인가? 제사장이 거짓말을 했거나 이들이 악마다. 왈라비의 믿음에 금이 쩍 갔다.
“일 이시빠까 오 르와 럭스!”
“이 자식이 뭐라는 거냐?”
쌈디가 울룸보에게 물었다.
“정령에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정령 따위는 쌈디님 주위에 얼씬도 못 한다고 말해줘라. 흐흐흐!”
쌈디가 낄낄 웃자 콧구멍이 동굴처럼 넓어지고, 두꺼운 입술이 까뒤집어졌다. 왈라비는 악마의 웃음에 진저리쳤다.
“예쁜아, 견딜만하지?”
쌈디가 무표정한 얼굴로 검지를 잡았다.
“루스!(악마!)”
왈라비의 시커먼 얼굴이 더욱 검어졌다. 조직을 배신하면 정글에 버려진다. 이틀 전에 물약을 마셨다. 5일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진다.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시달리고, 독충과 맹수가 달려든다. 제사장은 마음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거짓말도 통하지 않는다. ‘차라리 죽자.’ 왈라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따악- “끄으윽!”
왈라비의 눈에 핏발이 곤두섰다.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치달리는 통증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입을 틀어막은 손바닥을 깨물었다. 이빨이 들어가지 않았다. 자동차 타이어를 씹는 듯 이빨이 튀어나왔다. 왈라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악마가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쳇, 두 개밖에 못 견디면 나는 어쩌라고. 올룸보, 이놈들이 이곳에 온 이유와 인원을 확인해라.”
김이 새버린 쌈디가 손을 털고 물러났다. 손에 치명적 병균이 묻은 듯 찝찝했다. 왈라비는 포기한 듯 올룸보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했다.
“큰 나리, 이 녀석 이름은 왈라비입니다. 한 달 전에 수집한 피그미들이 탈출했답니다. 도망친 피그미를 추적 중이랍니다. 성소(聖所)에서 출동한 삼십 명 중에 열명이 키담바 마을을 조사 중이고 나머지는 숲을 뒤지고 있답니다.”
“뭐라, 마을에 열 명이나 남아있다고?”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놈들이 마을에 남은 이유는 뻔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분풀이하고, 남아있는 피그미를 끌고 가려는 의도다.
“놈들의 본거지와 전체 인원을 확인해라.”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이미 배신했기 때문에 신성한 물약을 받지 못하고 정글로 쫓겨나게 되었답니다. 본거지와 인원까지 밝히면 뱃속에 든 정령이 창자를 파먹는답니다.”
“현실 감각이 꽝인 놈이다. 머리 나쁘면 몸이 고생해야 한다.”
쌈디가 가차 없이 오른손 엄지를 꺾었다. 시뻘건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지고, 침을 질질 흘렸지만, 왈라비는 이빨을 악물고 고개를 저었다. 블랙맘바가 쌈디를 제지했다. 왈라비라는 흑인은 정신 금제에 묶여있다. 사교집단 게릴라답게 철저한 놈들이다. 공포로 각인한 금제는 더 큰 공포로 깨뜨리면 된다.
“쌈디, 잠깐 멈춰라. 올룸보, 저놈에게 내가 누군지 알려주어라. 뚜바이부르파의 저주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두웅- 공진파로 왈라비의 얼굴 주변의 공기를 압축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비인간적이고 에너지 낭비가 많아서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스킬이다.
3333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공기가 없으면 3분, 체온을 뺏기는 상황에서 3시간, 물이 없으면 3일, 음식이 없으면 3주일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소 공급이 3분 이상 끊어지면 뇌세포가 괴사하기 시작한다. 죽어가는 뇌세포는 신경계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한다.
고오오- 공기 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비닐 막처럼 차단벽이 생겼다. 크릅- 크릅- 갑자기 호흡이 막힌 왈라비가 몸부림쳤다. 실낱같이 흘러드는 공기로는 필요한 산소량을 채울 수 없다.
왈라비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폐가 쪼그라들자 죽음을 인식한 뇌가 발악했다. 왈라비는 가슴을 두드리고 얼굴을 사정없이 잡아 뜯었다. 얼굴이 피투성이로 변했다. 왈라비의 얼굴 주변은 가열된 공기가 아지랑이를 만들고, 시뻘건 선혈이 피시식 소리를 내며 증기로 변했다.
올룸보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인간적이고 인자한 마하두라카의 본모습은 너무나 끔찍했다. 올롱게와 키담바가 서로 껴안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도 정령의 저주를 직접 목격하기는 처음이다.
“쌈디야, 잘 보아라. 인간의 굴레를 거부한 자는 짐승의 굴레를 쓸 수밖에 없다.”
“쌈디 잘 배운다. 인간이 아닌 자는 인권이 없다.”
말을 하는 바람에 집중이 흐트러졌다. 솨아아- 자유를 찾은 대기가 소용돌이쳤다. 컥-컥-커어억- 왈라비가 결사적으로 폐에 산소를 채웠다. 블랙맘바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는 컸다. 왈라비는 만신창이가 되어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올룸보!”
“예 옛, 시작하겠습니다.”
화들짝 놀란 올룸보가 심문을 시작했다. 멀리 있는 염라대왕보다 눈앞의 잡귀가 더 무서운 법이다. 왈라비는 감히 게길 엄두를 못 냈다. 왈라비는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지껄였다.
“큰 나리, 프랑스인을 납치한 집단은 마이마이 반군에서 갈라져 나온 담발라입니다. 담발라는 르완다의 투부족 게릴라 파벌로 지도자는 카무게입니다. 카무게는 부두교의 대제사장으로 그를 따르는 조직원 전원이 부두교도입니다. 이놈은 분대장급입니다.”
“담발라 웨도는 비만 비단뱀 신이 아닌가. 은타간타의 스승이라는 호웅간도 비단뱀을 부렸다. 같은 담발라끼리 왜 결별했지?”
“니라공고 화산 근처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광산을 은타간타가 독식하자 내분이 발생했습니다. 인원과 화력에서 밀린 카무게파가 축출된 것 같습니다.”
“아하!”
블랙맘바는 땡중 도 터지는 감탄사를 뱉었다. 놈들이 인질 협상에서 줄곧 무기를 요구한 이유를 알았다. 카무게는 화력을 보충해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뺏을 작정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탐욕에 눈이 먼 놈들이다.
카무게는 은타간타의 추적이 두려워서 이투리 정글로 스며들었다. 자카르 호웅간 크란은 은타간타의 부탁을 받아서 담발라를 추적해 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프랑스는 부두교의 내분에 피해를 본 셈이다.
“본거지와 인원은?”
“놈들이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성소는 아파돔베입니다. 아파돔베는 에플루강과 이투리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하중도입니다. 인원은 약 500명입니다.”
“제법 숫자가 많군. 아파돔베라~”
게릴라 숫자야 별것 없다. 위치가 중요하다. 곧바로 GPS에 아파돔베를 입력했지만, 반응이 없다. 지도를 펼쳐서 아파돔베를 찾았다. 자료가 부족하다는 DGSE의 말대로 지도가 휭하니 비어있다. 이투리강과 에플루강 합류지점에 마크를 찍고 아파돔베를 임시 등록했다. 입력되어 있던 카당카는 삭제했다. 정확한 위치를 마킹하지 못했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키담바가 말했던 카당카 지역은 뭐냐?”
“아, 흑인 원주민들은 그곳을 아파돔베라 부릅니다. 피그미족이 말하는 카당카는 그냥 섬이란 뜻입니다. 같은 장소지요.”
‘지화자!’
블랙맘바는 쾌재를 불렀다. 이로써 얻을 정보는 다 얻었다. 납치범들을 찾은 다음에야 문제 될 게 없다. 문제가 풀리려니 갑자기 확 풀렸다. 키담바를 업어주고 싶었다.
“카룽고란 놈은 어떤 놈이냐?”
“카무게 휘하의 별동대 조장입니다. 놈은 마을에 있습니다.”
“에이 쪼다 같은 새끼들!”
이번에도 DGSE는 헛다리를 짚었다. 이래서 정보가 중요하다. 카무게는 총기구매 대리자를 뜻하는 스트로우 퍼쳐(straw purchaser) 작전을 썼다. 앞잡이를 내세워 이목을 가리고 몸통은 숨는 작전이다.
정의의 주먹은 카무게란 놈의 간단한 트릭에 속아서 몸통을 두고 별동대를 뒤쫓다 자멸했다. 이투리 정글의 극악한 환경을 감안하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담발라의 신도들도 맹수와 독충을 쫓는 부두교의 비전이 없었으면 이투리 정글에 숨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인질의 상황을 알아보았나?”
“죄송합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올룸보가 왈라비의 대화가 길어졌다.
“스물셋 중 셋이 병으로 죽고, 스무 명이 살아있답니다.”
“그거 다행이군.”
블랙맘바는 쾌재를 불렀다. 납치된 지 육 개월이 지난 마당에 스물이나 살아있다면 대단한 생존 확률이다. 카무게란 놈이 주술사인 덕분이다. 부두교 주술사는 공포의 존재지만 유능한 의사이기도 하다.
필요한 정보를 다 얻은 블랙맘바는 쌓인 피로가 확 풀렸다. 어둠 속에서 눈앞에 번쩍 백열등이 켜진 기분이다. 정보를 얻지 못하고 빌빌거린 DGSE와 GIGN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었다.
사실 프랑스의 정보기관과 타격대가 무능해서가 아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블랙맘바의 마음가짐이 행운을 불렀다. 코끼리에게 죽을 운명에 처한 올롱게를 구하고 자발적인 협조를 얻은 덕분이다. DGSE가 정보를 얻지 못한 이유는 이들이 사교집단이기 때문이다. 납치범의 꼬리를 잡아도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종교적 신념과 공포에 찌든 인간은 단순한 고문에 굴복하지 않는다.
“특이한 사항이 있습니다. 여자 다섯 중에 넷이 임신했답니다.”
“뭣! 임신? 백인들끼리 교배, 아니 섹스를 했나?”
블랙맘바의 눈썹이 쭉 올라갔다. 걱정했던 일 중의 하나다.
“그건 잘 모른답니다. 자신은 여자를 강간하지 않았답니다.”
“으음!”
부두교의 사악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은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카무게란 놈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술수를 부렸으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왈라비에게 더는 알아볼 것도 없다. 아파돔베는 GPS에 표시되어 있고, 올롱게와 키담바라는 이투리 최고의 안내인이 있다. 어린애를 잡아먹은 놈과 같은 공기를 호흡하는 것조차 끔찍했다. 놈의 폐를 돌아 나온 공기가 자신의 코로 흡입된다고 생각하니 혐오감이 만장을 치솟았다.
“키담바, 복수해라.”
블랙맘바가 글록의 안전장치를 풀어서 키담바에게 내밀었다. 의아한 얼굴의 키담바에게 올룸보가 통역했다.
“우앗, 도우 도우!”
키담바가 질색했다.
“못 하겠답니다.”
“쯧쯧! 쪼다 같은 놈”
올룸보의 말에 쌈디가 혀를 찼다. 선량한 것인지 바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동족을 살해하고 종족의 미래인 어린아이를 삶아 먹은 원수다. 자신의 가족도 살해되었을 것이다. 원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는 인간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인간이 아닌 놈은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없다.”
뻑- 쌈디의 발차기에 맞은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쌈디가 시체를 걷어차서 날려버렸다. 쌈디다운 화끈한 처리다.
“쌈디, 너는 숲을 배회하는 놈들을 처리해라. 놈들의 숫자는 스무 명이다.”
“피그미족은 자신을 지키지 않는다. 복수해 줄 필요가 있을까?”
쌈디가 키담바를 흘겨보았다.
“복수가 아니라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을 처단한다. 그것이 나와 너가 존재하는 이유다. 나는 정당한 복수도 못 하는 자를 위해 나설 만큼 오지랖이 넓지 않다. 피그미족은 그들의 방식대로 살고, 우리는 할 일을 하면 된다. 어쨌든 카룽고란 놈은 대가를 치러야겠지.”
“와키르는 항상 옳다.”
“인원은 스무 명이다. 가능하면 총기는 사용하지 마라.”
“알았다. 확실히 지운다.”
쌈디가 주먹을 흔들어 보이고 숲 속으로 사라졌다. 블랙맘바가 올롱게와 키담바를 바라보았다. 피그미족의 사냥 능력에 총기를 들면 이투리 정글에서는 무적이다.
“올룸보, 올롱게와 키담바에게 총을 사용할지 물어보라.”
마을에 카무게의 부하들이 10명이나 있다. 복수는 피그미족인 키담바의 몫이다. 아까보는 오 분만 사용법을 배우면 쓸 수 있다.
올롱게와 키담바가 머리를 흔들고 활을 툭툭 쳤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종족이다. 겨우 50m 남짓 날아가는 조잡한 활로 어쩌겠단 말인가. 살상 거리는 20m나 될지 의심스러웠다. 본인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
“얼래?”
올롱게와 키담바는 한술 더 떠서 숲으로 몸을 숨겨버렸다. 블랙맘바는 한숨을 쉬었다. 동족을 제노사이드한 원수를 눈앞에 두고 몸을 숨기다니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다.
제노사이드! 끔찍한 용어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낯선 용어도 아니다. 인류 최대의 제노사이드는 아이러니하게도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비난하는 양키다.
수천만의 인디언 원주민을 학살한 유럽의 백인 이주민, 피해자인 인디언을 악당으로 등장시키는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에 열광하는 인간들, 그들이 아무리 인권을 떠들어도 원죄와 피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미국은 히틀러를 비난하지만, 전범인 일본의 천왕과 도조 히데끼는 비난하지 않는다. 제노사이드 인자의 진동수가 맞았을 수도 있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세계 경영의 한 축으로 일본을 인정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본은 얄팍하고 유치하고 졸렬한 나라다. 일본인의 기질 자체가 강자에겐 무조건 머리를 숙이고, 약자는 업신여기고 괴롭힌다. 일본은 한국의 국력 상승을 반기지 않는다. 한일관계는 양국의 국력 갭이 줄어들수록 긴장도가 높아지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