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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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4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대동아 공영을 부르짖던 전범들과 종횡으로 엮여있다. 그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격파하고 한국을 깔아뭉갠 대일본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부류다. 격변을 겪은 한국은 양반이 몰락했지만 일본 상류층은 여전히 사무라이가 쥐고 있다.
사무라이적 사고에 젖어있는 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머슴에 다름아니다. 소위 한번 머슴은 영원한 머슴이라는 식이다. 머슴이 독립해서 떡하니 이웃에 기와집을 짓고 쌀밥을 고봉으로 먹으면 당연히 눈꼴시다. 양수기를 걷어가고, 농로를 막고, 물꼬를 틀어막는 양아치 짓거리를 한다. 한국이 발전할수록 한일관계는 불협화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일본은 미워도 일본인은 미워하지 말자는 낯두꺼운 친일파도 있다. 웃기는 소리다. 일본인은 여왕개미와 전사개미의 페로몬에 이끌려가는 일개미에 다름없다. 최고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ㅈ일보에 다음과 같은 사설이 실렸다.
[……포항제철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박태준은 일본으로 달려갔다. 구미 열강이 포항제철을 외면할 때 기댈 곳은 일본밖에 없었다……. 그가 만난 사람은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한국을 도운 아베 신따로였다……. 그처럼 과거를 잊지 않은 일본인은 아낌없이 한국을 도왔다……. 후략]일본인이 일개미 형이라면 한국인은 청개구리 형이다. 자신만의 정의와 독선에 사로잡혀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인간이 너무 많다. 블랙맘바는 사설을 쓴 언론인의 멱을 따고 싶어졌다.
일본이 양아치라면 미국은 깡패다. 이놈 저놈 잡아 패고, 감 뇌라 배 놔라 하지만 통이 큰 나라다. 베풀 땐 화끈하게 베푼다. 미국이 한국에 연연하는 이유는 소비에트 연방과 중공이라는 거대한 공산주의 국가를 막고 있는 일차 방파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철저히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다. 불행히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베이스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이 이빨이라면 한국은 입술이다. 한국을 미국의 킹핀이라고 추켜세운 말 앞에 ‘일본이라는 바퀴를 고정하는’ 이라는 전제가 생략되어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 되면 필연적으로 일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주적은 일본이다. 북한은 지상전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바다 건너 일본을 타격하려면 미사일이 필수다.
전두환 일당은 정권 지지의 대가로 핵과 미사일을 미국에 넘겼다. 나라의 안보와 미래를 팔아먹은 전두환 일당의 어리석은 결정은 훗날 크나큰 대가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니미 조또, 또 씨잘데기 없는 걱정이나 하고 지랄이네.”
키담바와 올롱게의 어이없는 행태가 엉뚱한 잡념을 불러왔다. 관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울분과 안타까움이 떠나지 않는 조국이다.
블랙맘바는 머리를 털고 구릉을 내려갔다. 카무게 일당과 피그미족의 원한 관계에 끼어들 생각은 없다. 쌈디에게 말했듯이 자신의 존재의의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의 처단이다.
“엄청나네!”
블랙맘바는 거대한 림발리 나무를 올려보았다. 100m를 넘긴 수고(樹高)가 아득했다. 지상에서 60m까지 밋밋한 둥치가 쭉 올라가서 무성한 1차 가지를 형성하고, 다시 밋밋한 둥치가 뻗어서 상부 캐노피를 형성했다.
수령이 수천 년은 되었을 장엄한 노거수의 위엄에 고개가 숙어졌다. 노거수와 키담바 마을은 대략 500m, 저격하기에 딱 좋은 거리다.
쌩- 아미 로프가 예리한 파공성을 끌고 치솟았다. 로프 끝의 수리검이 1차 가지를 휘리릭 감았다. 블랙맘바는 로프의 장력을 확인한 다음 땅을 박찼다. 로프의 탄력을 빌어 단번에 40m를 뛰어올라 나무둥치에 억수갑을 콱 박았다. 진자 운동으로 몸을 흔들어 탄력을 얻어서 남은 20m를 훌쩍 뛰어올랐다. 억수갑이 지름 2mm 로프의 예리함을 거뜬히 버텨주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자에 놀란 크리코펠리아 파라디시(Chrysopelea paradise, 날뱀)가 다른 나무로 날아갔다. 날개 없는 놈이 동체를 S자로 유연하게 구불거리며 허공을 나는 장면이 일품이다. 나도 가능하려나? 몸을 납작하게 만들 수만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우와! 안방이네.”
빽빽한 가지 위로 빠져나온 블랙맘바의 입이 벌어졌다. 무성한 가지가 착생식물, 덩굴식물과 뒤엉켜서 녹색 양탄자를 만들었다. 양탄자에서 키담바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거리는 대략 450m, 따개비처럼 늘어선 나무와 풀로 지어진 움막이 대략 70호다. 피그미 가족은 5명 이상이다. 자식을 열다섯이나 둔 부부도 있다.
마을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았다. 무너진 움막과 불에 타서 시커먼 재만 남은 자리도 여럿 보였다. 전란이 스쳐 간 사헬의 원주민 마을이 데자뷔 되었다. 주민은 보이지 않고, 마을 외곽에 소총을 든 흑인 3명이 보였다. 반대쪽 끝에 3명이 있다. 4명은 마을 안쪽에 있다는 소리다.
꽤애액- 꽥- 뒤쪽 숲에서 요란한 원숭이 울부짖음이 들렸다. 새떼가 후드득 날아올랐다. 쌈디가 인간사냥을 시작했다.
“요란하군. 나도 시작해볼까나.”
백 팩에서 드라구노프를 뽑아서 총신을 조립했다. 카스텔노다리에서 드라구노프를 잡은 이래로 얼마나 많은 영혼을 육탈시켰던가. 용병에게 여자는 영원히 두 번째 애인이다. 진짜 애인은 무기다. 묵직한 통짜 총신을 쓰다듬었다. 에델의 가슴인양 부드럽다. 일시간 가슴이 출렁했다.
스코프 십자선에 첫 번째 표적을 정렬하자 거리가 자동으로 표시되었다. 첫 번째 표적까지 447m, 맨눈으로 확인한 거리와 동일했다. 스코프라는 신기가 등장하면서 눈알이 빠지라 거리를 측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DGSE가 특별 제작한 가변 15배줌 스코프는 기존의 4배줌 고정 스코프와 비교하기 민망했다.
스코프를 탈거해서 백 팩에 집어넣었다. 스나이퍼의 공격 환경은 항상 열악하다.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격 플랜을 짜야 한다. 스코프가 없다면? 작동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믿을 것은 자신의 신체 능력밖에 없다.
첫 번째 표적은 마을 앞에서 건들거리는 흑인 셋이다. 장거리 저격을 택한 이유는 오랜만에 잡은 드라구노프의 영점을 잡고 연타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다. 코가 주저앉은 녀석의 머리가 가늠자에 얹혔다. 이 녀석도 눈알이 빨갛다. 500m 안쪽이면 바람은 계산에 넣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캐노피로 덮여있는 이투리 정글엔 바람이 거의 없다.
퍽- 드라구노프가 이투리에 정글 진입 후 최초로 불을 뿜었다. 파아아- 납작코의 머리가 수박 터지듯 폭발했다. DGSE에서 별도로 대인용 탄환을 제작했다. 탄두에 십자 흠집을 넣고, 화약 충전량을 늘렸다. 관통력을 줄이고 타격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퍽- 퍽- 첫발로 감을 찾은 블랙맘바가 더블텝을 날렸다. 동료의 횡액에 눈이 찢어질 듯 커진 흑인 둘의 머리가 동시에 터졌다. 퍽-퍽-퍽- 마을 반대쪽 587m에 지점에 있던 표적 셋의 머리도 여지없이 터져나갔다. 어둑한 숲 속이라 시각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오호, 고맙게도 기어 나오시네.”
퍽퍽퍽- 교대조인이듯 마을 안쪽에서 나타난 흑인 셋이 비명도 없이 일시에 무너졌다. 죽음의 천사가 이투리 정글에 현신했다.
포로로 잡았던 왈라비에 의하면 마을에 머무는 담발라는 10명이다. 계산상 한 명이 남았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멍청한 사람은 없다. 포로의 자백은 참고 사항일 뿐이다. 10분을 기다렸지만 더 이상 표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개싸움을 벌일 타임이군.”
아미 로프를 타고 주르륵 내려왔다. 에밀이 선물한 아미 로프는 이번 작전에서 가장 유용한 아이템이 되었다. 역시 친구가 제일이다.
무지의 소산이든 주술적 신념이든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짐승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 마을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면 피그미족이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일일이 살피기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자신이 개입하면 죽을 사람이 대부분이 살고, 내버려두면 살 수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 죽는다.
현실적으로 키담바 마을에 작전 나온 담발라가 강력한 적의 출현을 본거지에 알리면 사달이 난다. 카무게가 본거지를 옮기거나 인질들을 처형해 버리면 만사 휴의다. 드라구노프를 백 팩에 거치하고, MP5sd3를 뽑아든 블랙맘바가 마을을 향해 질풍같이 달렸다.
뻑-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이 절반쯤 떨어져 나간 흑인이 풀썩 쓰러졌다. 인간의 목은 중량 8kg, 길이 60cm 단봉의 위력을 견디기엔 너무나 허약했다. 아프리카들소도 한 방에 두개골을 박살 낼 위력을 인간의 목이 버틸 수는 없다. 땅바닥에 엎어져 있는 시체 두구도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허리가 끊어지고 머리가 날아갔다.
“이 자슥들은 웬 냄새가 이렇게 심하지?”
쌈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체취가 얼마나 역한지 구역질이 올라왔다. 피비린내조차 유난히 역했다. 그는 왼손에 티타늄 마체테, 오른손엔 뽁뽀기 단봉을 들었다. 부두교도들을 몽둥이로 개 잡듯 때려잡는 이유는 냄새 때문에 손발을 접촉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묵직한 타격감이 주는 손맛에 끌리기도 했다.
담발라는 세 명이 한 조다. 이번이 두들겨 잡은 놈이 세 번째 조다. 담발라가 풍기는 역한 체취 덕분에 사냥은 어렵지 않았다. 정글이라는 핸디캡에 불구하고 반경 200m 이내에 담발라가 있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카무게가 부하들의 생존성을 높이려고 사용한 요룬바가 사신을 불러들이는 페로몬이 된 셈이다.
쌈디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20m 떨어진 미라클후르츠 무성한 가지에서 시커먼 막대기가 빠져나왔다. 열매를 따러 나무에 올라갔던 담발라 교도다.
탕탕- 뒤늦게 기척을 잡은 쌈디가 빙글 몸을 돌리는 순간에 총성이 울렸다.
“윽!”
쌈디가 펄쩍 뛰었다. 어깨와 옆구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7.62mm 탄 두 발을 맞았지만, 쌈디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서너 걸음 밀려났을 뿐이다.
“쥐새끼가 있었군.”
쌈디가 코뿔소처럼 돌진했다. 총탄이 쏟아졌지만, 블랙맘바로부터 사행보를 배운 쌈디를 명중시키기엔 턱도 없었다. 두 번 방향을 바꾼 쌈디가 미라클후르츠를 어깨로 들이받았다. 꽝- 허벅다리 굵기의 나무가 와지끈 부러졌다.
“아악!”
무성한 나뭇가지에 몸을 숨기고 있던 담발라가 튕겨 나왔다. 부악- 단봉이 호를 그렸다. 퍼억- 젖은 빨래를 시냇가 돌판에 내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불쌍한 흑인의 허리가 절반으로 접혔다.
“아이고 아파라. 주인님이 알면 안 되는데.”
와키르가 알면 주의력이 부족하다고 야단맞게 생겼다. 불안해진 쌈디가 두리번거렸다. 손맛에 취해서 나무 위에 은신한 놈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셋이 한 조라는 고정관념에 빠졌기 때문이다.
“욱!”
불끈 힘을 썼다. 어깨와 옆구리에서 피만 뿜어졌다. 근육 깊이 박힌 탄자가 캐비테이션을 통해서 밀려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운신에 큰 지장은 없지만, 주인께 들키게 생겼다. 몇 차례 총알을 뱉어내려고 악을 썼지만, 총알이 빠져나올 줄 몰랐다. 쌈디는 탄자 처리를 포기하고 사냥에 나섰다.
“망할 놈들, 개 패듯 때려서 죽이겠어.”
쌈디의 콧구멍이 가학적인 기대로 벌렁거렸다. 총성이 울렸으니 놈들도 사냥꾼의 존재를 눈치챘다. 사냥감은 적당히 발악해야 사냥꾼의 즐거움도 상승한다.
쌈디는 타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알지 못한다. 죄의식이 있고, 사리분별도 정확하지만, 감정이 선별적으로 작동한다. 호감을 느낀 인간에겐 한없이 우호적이지만 적에게는 인정사정없는 사이코패스가 쌈디다. 자괴감과 회의를 느끼지 않는 쌈디야말로 블랙맘바 이상의 살인 기계다.
어차피 인간은 사냥감이 되지 않으려면 사냥꾼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 인간은 타인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반기는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있다. 카페에 모인 여자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90%는 타인의 불행이 주제다. 감정에 솔직한 쌈디가 오히려 인간적이다.
근접해서 살펴본 키담바 마을의 상태는 썩 좋지 못했다. 칠십 호 중에 멀쩡한 집은 이십호 남짓했다. 하긴 집이라고 해야 발로 걷어차면 무너져 버릴 움막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움막이 모두 비었다. 네 번째 집에서 인기척이 잡혔다. 거칠고 흔들리는 호흡, 집안에 있는 사람은 노인이다. 거적을 들치고 움막 안으로 들어섰다. 흙 바닥에 앉아 있던 늙은 피그미족 남녀가 벌떡 일어났다.
“이 카위위!(살려 주세요!)”
늙은 남녀가 서로 얼싸안고 덜덜 떨었다. 주름살이 가득한 어린(?) 남녀가 연출하는 희극적인 장면이 짠했다. 야만적인 폭력에 상처 입은 영혼들이다.
놀란 노부부를 안심시키기 위해 맹렬히 보디랭귀지를 시도했다. 적이 아니라는 표현으로 두 손을 열심히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하늘을 가리켰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는 표시다. 블랙맘바가 총을 탁탁 치고, 쏘는 시늉을 하고, 둘레둘레 찾는 시늉을 했다. 노인이 마을 안쪽을 가리키고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었다. 역시 만국 공용어는 보디랭귀지다.
“망할 놈들이 윤간를 했나 보네.”
블랙맘바의 인상이 비틀어졌다.
‘”열 놈인가?”
블랙맘바가 손가락 열 개를 활짝 펴서 흔들었다. 노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왼손 손가락 두 개를 펴고 오른손 손가락 한 개를 옆에 붙였다.
“헐, 21명이나 있었군.”
노인은 숫자를 알고, 표현력도 훌륭했다. 키담바나 올롱게보다 열 배는 똑똑한 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