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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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5
“믿을 놈이 없구마.”
스물한 명 중에 드라구노프로 저격한 놈이 아홉이다. 열두 명이나 마을에 남았다. 왈라비는 마을에 열 명이 남아 있다고 했다. 놈이 숫자를 제대로 모르거나 올룸보가 통역을 제대로 못 했다는 소리다. 블랙맘바가 손가락 아홉 개를 펴서 흔들고 목을 손날로 긋고 혀를 쭉 내밀었다. 아홉을 죽였다는 뜻이다.
“니아붕가!”
노인의 얼굴에 흐릿한 웃음이 떠올랐다. 노파도 까만 이빨을 드러내고 흘흘 웃었다. 노인이 왼손 검지를 세우고 오른손 손가락 두 개를 붙였다.
“열둘!”
블랙맘바는 감탄했다. 놀랍게도 뺄셈을 할 줄 안다. 피그미족의 아인슈타인이다. 노인이 가슴을 두드리고 손가락 다섯 개를 세웠다가 툭 꺾었다. 노파도 가슴도 두드리고 혀를 빼물고 뒤로 넘어지는 시늉을 했다.
블랙맘바는 충분히 이해했다. 노부부의 자식이나 손자 다섯이 카무게 일당에게 죽임을 당했다. 노파의 제스처는 침입자를 죽여달라는 의미다. 노부부의 표현력은 아카데미 조연상 감이다.
알았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카무게 담발라의 행태로 볼 때 인질을 죽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밤이 길면 꿈이 많아지는 법이다.
노인이 블랙맘바의 옷깃을 잡았다. 눈짓을 받은 노파가 움막 모서리의 땅을 파서 녹색 돌을 꺼냈다. 메추리알 두 배 크기의 파란 돌이다. 노인이 대뜸 블랙맘바의 손에 돌을 쥐여주었다. 돌이 갓 낳은 계란처럼 따뜻했다.
“앙게 시카거(천사의 알)”
“앙게 시카거? 메흐씨!”
블랙맘바는 주는걸 마다할 놈이 이니다. 냉큼 받았다.
‘사파이어?’
사파이어치고는 색상이 탁했다. 보석이라기 보다는 동물의 알에 가깝다. 파우치에 담아서 품속에 넣었다. 피그미 노인의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해졌다.
“남은 생은 행복하시기를!”
블랙맘바가 휭하니 사라졌다. 노인이 후다닥 거적을 들치고 뛰어 나갔다. 위대한 분의 뒷모습이 살짝 보였다. 곧바로 흔적이 사라졌다.
“신이여, 우리 종족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
노인은 블랙맘바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서 수없이 허리를 숙였다. 알리발리 노인은 청소년기에 키가니 부족에 납치되었다. 아니 호기심으로 흑인 마을에 갔다가 잡혀서 노예로 10년을 보냈다. 노예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흑인들로부터 셈법을 배우고 지식을 얻었다. 스물다섯 살이 되던 해에 탈출해서 거대한 호수와 불 뿜는 산을 넘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앙게 시카거는 불뿜는 화산에서 주웠다. 위대한 분은 아들과 손자의 원수를 갚아주었다. 먹을 것을 대접하고 싶지만, 집안엔 애벌레밖에 없다. 미안한 마음에 아끼던 푸른 돌을 선물했다.
마을 중앙에 제법 넓은 정자가 보였다. 통나무 기둥을 박아서 필로티 형태로 바닥을 들어 올린 고상 건축물이다. 덩굴로 통나무를 대충 엮어서 바닥을 만들고, 지붕은 나뭇잎을 덮은 조잡한 형태지만, 움막보다는 훨씬 좋았다.
스나이퍼의 눈이 사진 찍듯이 배경과 인간을 분석했다. 흑인과 피그미는 머리 한 개가 차이 난다. 애써 구분할 필요도 없다. 정자 바깥에 둘러선 피그미족 33명, 정자 내부에 피그미족 6명, 덩치 큼 흑인 4명 중에 소총을 든 놈이 2명 있다.
블랙맘바는 발길을 마을 외곽으로 돌렸다. 나머지 8명을 찾아 나섰다. 위치가 확인된 놈은 천천히 죽여도 된다. 두웅- 공간지각력이 마을을 휘감았다. 한줄기 그림자가 바람같이 마을을 휘돌고 외곽으로 사라졌다.
‘빙고!’
마을 안쪽 경계에서 300m 들어간 숲에서 흑인 무리를 발견했다. 상체를 드러낸 흑인들이 개울에서 천렵 중이다. 숲의 무거운 공기가 마을로 밀려왔다.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담발라 특유의 냄새다.
세 놈은 개울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네놈은 수증기가 뭉게뭉게 올라오는 커다란 솥을 둘러싸고 있다. 관안을 발휘했다. 솥 안에 든 물체가 선명해졌다. 물고기라기엔 모양이 이상했다. 한 놈이 대검으로 고기를 찍어 올렸다.
“더러운 놈들!”
블랙맘바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물고기가 아니다. 동물도 아니다. 대검 끝에 찍혀 올라온 물체는 인간의 손이다. 그것도 아주 작은 손이다. 또 다른 놈이 갈비로 보이는 부분을 칼로 찍어올려 후후 불며 뜯었다.
퍽퍽- 퍽퍽- MP5sd3가 불을 뿜었다. 거리 180m, 정지된 표적이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과 진배없다. 일곱 개 머리통에서 동시에 피가 튀고, 동체 일곱 개가 춤추듯 흔들리다 무너졌다. 비명은 없었다. 국자를 휘젓던 놈과 솥에서 고기를 건져 올리던 놈이 솥에 머리를 처박았다. 아이를 삶던 솥이 와장창 엎어졌다. 모닥불이 피시시 꺼졌다.
“먹다 죽었지만, 귀신 때깔이 별로 좋지는 않겠군.”
블랙맘바는 현장 확인도 않고 마을로 돌아갔다. 인간은 도롱뇽이 아니다. 머리통이 터지면 끝이다.
블랙맘바는 정자에서 60m 떨어진 움막에 은폐했다. 정자의 풍경도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바닥에서 검은 엉덩이 두 개가 열심히 오르내리고 있다. 엉덩이를 흔드는 놈 밑에 여자가 깔렸을 게 뻔했다. 껍질도 안 벗긴 거친 통나무에 페니스를 비벼댈 놈은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사교에 취한 놈들이지만 수십 명이 지켜보는 중에 섹스하다니 어이없는 종자다. 빙 둘러서서 동족이 강간당하는 장면을 구경하는 수십 명의 피그미족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쿠르드족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종족이다. 노바토피아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종족이다.
블랙맘바는 지금까지 강간범을 용서한 적이 없다. 강간범은 소시오패스 중에서도 약자를 짓밟는 비겁한 놈이다. 또한,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행태를 보이므로 제거가 최선이다.
‘도움이 안 되네.’
정자를 둘러싼 피그미들 때문에 저격 위치가 나오지 않았다. 아차 하면 죄 없는 피그미족이 희생될 위험이 높았다. 놈들이 사람을 모아놓고 강간하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탁월한 선택인 셈이다. 피그미족이 보호막 역할을 하니 말이다.
블랙맘바는 고민에 빠졌다. 표적과 보호대상이 뒤섞여있으니 골치가 아팠다. 자연동화술을 시전하면 속도가 느려진다. 담발라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지만, 동시에 묘한 은신 능력이 있어 공간지각력에 잘 걸리지 않는다. 자신의 감각에 들어있지 않은 놈이 공격과 동시에 총격을 가하면 난처해진다.
“니미 조또, 내가 앓느니 죽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종족이지만, 비무장 민간인이 죽어 나자빠지는 상황을 만들 수는 없다. 다소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냉병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정자까지 돌진에 3~4초 소요된다. 경계 중인 담발라가 쇄도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3초 걸린다. 달발라가 1초만 발견이 늦어지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파악- 블랙맘바가 엄폐물로 삼았던 움막에서 뛰쳐나왔다. 사행보를 포기하고 직선으로 돌진했다. 거리를 절반으로 단축할 때까지 담발라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파탄은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고르, 고르!”
쇄도하는 물체를 발견한 피그미가 고함을 질렀다.
‘저런 눈치 없는 새끼!’ 블랙맘바는 기가 막혔다.
“이니?(뭐야?)”
경계 중이던 담발라가 사격자세를 잡았다. 블랙맘바는 땅을 박차고 도약했다. 핏핏- 허공에 뜬 상태에서 표창 두 자루를 연속 날렸다. 정보를 뽑아내려고 일부러 오른쪽 가슴을 타켓으로 잡았다.
탕- 탕-
“컥!” “으악!”
총성과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담발라 병사 두 놈이 오른쪽 가슴을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
“아악!”
유탄에 맞은 피그미 청년이 벌떡 나자빠졌다. 난장판 속에 블랙맘바가 날아들었다. 퍽- 퍽- 손바닥에 뒤통수를 맞은 담발라 병사 두 놈이 바닥에 코를 박았다.
“인카라라!”
담발라 한 놈이 총구를 들어 올렸다. 대단한 감투 정신이다.
“요룬바?”
살짝 두드렸지만, 인간이 견뎌낼 충격이 아니다. 요룬바를 장기간 복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반응이다. 구태여 죽고 싶은 놈은 죽어야 한다. 왼손으로 총신을 쳐내고, 오른손 장권으로 턱을 올려쳤다.
“아뿔싸!”
블랙맘바가 탄식했다. 엉겁결에 억수갑 위력을 조정하지 못했다. 탱- 뿌악- 총신이 부러지고, 담발라의 머리가 폭죽 터지듯 터졌다. 회백색 뇌수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강간 작업 중인 담발라가 뇌수와 핏물을 덮어썼다. 꼿꼿이 서 있던 몸통이 털썩 무너졌다.
“으악, 이니?(뭐야?)”
여자의 머리맡에서 페니스를 흔들던 놈이 손에 든 정글도를 휘둘렀다. 강간 중에도 무기를 놓지 않은 정신 자세는 높이 살만했다. 땡- 억수갑에 잡힌 칼날이 뚝 부러졌다.
“억!”
담발라가 놀랄틈도 없었다. 부러진 칼날이 사신의 손을 떠났다. 벌어진 입으로 들어간 칼날이 뒤통수로 빠져나와 정자 기둥에 퍽 박혔다.
“후우욱!”
상기도와 연수가 파괴된 담발라는 폐에 갇힌 공기를 뽑아내고 털썩 쓰러졌다.
“으악, 마하질리니!”
여자 위에 엎드려 있던 놈은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옆으로 굴러나가며 한 손으로 바지를 추켜올리고, 다른 손으로 칼을 더듬었다.
번쩍- 쿠크리가 빛을 뿌렸다. 바지를 끌어올리던 동작이 허벅지에서 딱 멈췄다. 머리와 목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툭 떨어진 머리가 데구르르 굴러갔다. 잘린 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졌다. 후속 신호를 받지 못한 페니스가 꼴사납게 허공에서 끄덕거렸다.
“아아악!”
핏물을 덮어쓴 피그미들이 째지는 비명을 질렀다.
“존만아, 감히 내 앞에서 강간을 해! 차라리 전기 톱날에 모가지를 걸어라.”
퍽- 퍽- 블랙맘바가 아랫도리를 드러낸 시체 두 구를 걷어차서 정자 밖으로 날려버렸다.
“아악, 마하질리니!(악마!)”
피그미들이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정자가 순식간에 텅 비었다. 블랙맘바와 강간당한 피그미 여자, 가슴에 표창이 꽃힌 놈이다.
“끄흐흐!”
가슴에 표창이 꽂힌 놈이 정신을 차렸다.
“존만아, 니는 좀 더 엎어져 있어라.”
쩍- 공포의 따귀가 마취제로 처방되었다. 블랙맘바는 침울한 얼굴로 반듯이 누워있는 피그미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국민학교 1학년 체격의 여자를 자신보다 큰 덩치가 올라타서 뭉갰다. 깔린 아이(?)가 성할 것 같지 않았다.
“쯧!”
혀를 찼다. 환히 드러난 샅이 피투성이다. 풀어진 눈동자가 멍하니 허공을 향해 열려있다. 죽은 게릴라의 옷을 북 뜯어서 어른인지 아이인지 모를 여자의 아랫도리를 덮어주었다.
“나쁜 꿈은 잊어버리쇼.”
마땅히 할 말이 없다. 피그미들은 멀리 도망가지 않았다. 움막이나 나무에 몸을 숨기고 눈만 빼꼼히 내밀어서 블랙맘바를 관찰했다.
“휴, 약한 자의 경계심인가? 내가 이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피그미족은 강간당하는 동족 여자를 마냥 구경했다. 이들의 행태가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일 수 있을까! 혹시 덩치 큰 흑인을 동경한 나머지 씨를 받으려 하지 않았을까?
문득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화냥년이 생각났다. 못난 남자들 때문에 이역만리에 끌려가서 온갖 욕을 본 이 땅의 여자들이다. 간난신고 끝에 고향에 돌아왔건만 절개를 버리고 몸을 더럽힌 여자라는 손가락질만 받았다.
위로하고 보듬어 줘야 할 가족이 침을 뱉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사대부 집안은 환향녀를 집안에 들이지 않았고 자결을 강요했다. 죄 없는 환향녀들은 목을 매거나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화냥년은 지조 없이 몸을 내돌리는 여자라는 의미로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가당키나 한 노릇인가!
세상에서 가장 못난 군주는 나라를 잃은 군주요. 가장 찌질하고 못난 남자는 자신의 여자를 지키지 못한 남자다. 정작 강물에 몸을 던져야 할 인간은 나라를 잃은 인조를 비롯한 남자들이다. 피그미족 남자들의 얼굴에 인조와 사대부들의 못난 얼굴이 겹쳤다.
찌릿, 압박감이 뒤통수를 눌렀다. 몸이 반사적으로 스륵 미끄러졌다. 깡- 아까보 특유의 메마른 총성이 울렸다. 애꿎은 피그미 남자가 픽 쓰러졌다. 블랙맘바가 고상 정자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깡깡깡- 다시 총성이 터졌다. 정자 기둥에 총탄이 퍽퍽 박혔다.
“멍청한 놈, 그대로 도주했으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
블랙맘바가 조의를 표했다. 두 번째 총격을 받는 순간 방향과 위치를 잡았다. 150m밖에 가로누운 통나무다. 일단 포착된 이상 놈이 도주할 확률은 제로다. 탄도 분석을 끝낸 블랙맘바가 MP5sd3로 역공했다. 퍽퍽퍽- 쓰리텝이 담발라가 엄폐한 통나무에 주르르 착탄 했다. 놀란 담발라가 벌떡 일어나서 지그재그로 도주했다.
현명한 선택이지만 그 또한 어리석은 행동이다. 훤히 드러난 개활지에서 블랙맘바의 저격을 피하기란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하기보다 더 어렵다.
퍽퍽- 뒤통수에서 연속 핏물이 튀었다. 담발라 병사는 채 두 걸음을 떼지 못하고 퍽 엎어졌다. 키담바 마을을 덮친 카무게의 부하인지 교도인지 모를 놈들 21명이 깨끗이 지워졌다. 이투리 정글에 들어선지 9일 만의 첫 교전이다.
“이 자슥은 관광하나?”
쌈디의 감각과 피지컬이면 벌써 청소를 끝냈어야 한다. 투투투투- 블랙맘바의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총성이 터졌다. 묵직한 파열음, 쌈디의 마그 기관총이다. 블랙맘바의 얼굴에 설핏 웃음이 돌았다. 남자는 어른이든 아이든 장난감을 손에 들면 놀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
전투 같지 않은 전투가 끝나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밀려들었다. 블랙맘바는 히비토르 수액으로 갈증을 달래고 통나무에 털썩 앉았다. GPS에 키담바 마을을 등록하고 쌈디를 기다렸다.
피그미들은 전투가 끝났음에도 블랙맘바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특이한 인간들이다. 멀리 가지도 않고, 30쌍의 눈동자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녔다. 블랙맘바는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다. 인간이 인간다움은 약자를 배려하고 생명을 중시하는 측은지심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