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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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6
피그미족이 강간당하는 여자를 외면한 처사는 이유야 무엇이든 비겁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인간의 조건에서 벗어났다. 이들은 측은지심과 동병상련의 정도 없단 말인가?
자신이 이투리 정글에 뛰어든 행위는 몇 푼(?) 안 되는 수당에 욕심나서가 아니다. 생명을 구한다는 대의와 인질 가족의 안타까움이 측은지심을 불렀기 때문이다. 절대로 돈 때문이 아니다. 침침한 화냥년의 그림자가 반실신 상태로 자빠져있는 피그미족 여자와 겹쳐졌다. 익모초 달인 물을 한 사발 마신 듯 입안이 소태처럼 썼다.
“이해가 안 돼. 왜 총을 잡지 않는 거야?”
블랙맘바는 채 머리를 흔들었다. 피그미족은 이번에도 자신의 기대를 배신했다. 마을에 잔류한 담발라는 전멸했다. 활과 창을 든 놈들도 있지만, 이들이 소지한 소총은 열 자루가 넘는다.
그는 피그미들이 소총을 집어들 줄 알았다. 복수를 맹세하고 무리 지어 아파돔베로 복수 행을 떠날 줄 알았다. 키담바가 왈라비를 죽이지 못하고, 총을 거부할 때는 나이 어리고 겁이 많은 탓이라 여겼다.
이럴 수가!
피그미족 누구도 버려진 소총에 손대지 않았다. 담발라는 피그미 마을에 무단으로 침입한 불한당이다. 부모·형제를 납치하고, 자식을 삶아 먹고, 누이를 강간한 불구대천의 원수다. 피그미족은 적개심도 없단 말인가? 원수를 사랑하라는 턱도 없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성인들인가? 관음보살과 동급의 보살인가?
블랙맘바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평화와 자유는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투쟁의 산물이다. 스스로 피땀 흘려서 얻지 못한 평화와 자유는 자갈밭을 구르는 유리그릇에 다름아니다.
세상은 약자에게 자비롭지 않다. 약육강식과 도태는 생명체의 장엄한 순환 사이클이다. 알을 많이 낳은 노계는 항문이 빠져나온다. 다른 닭이 빠져나온 항문을 부리로 쪼아댄다. 한 놈이 쪼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달려들어 항문을 쪼아댄다. 결국, 항문이 빠져 나온 닭은 동료의 테러로 인해 죽는다. 사자 무리에 쫓기는 아프리카들소도 낙오하는 놈을 버려두고 간다.
야만과 야생은 약한 놈, 다른 놈, 문제 있는 놈을 도태시킨다.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왕따나 이지메도 야생의 유전자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피그미족이 이투리 정글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정글이 좋아서가 아니다. 생존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투리 정글이 언제까지 태고의 정글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이미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외곽지역은 난장판이 되었다.
화전민이 숲을 불태우고, 관광객을 가득 채운 사파리 차량이 밀고 들어오면 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피그미족은 이투리 정글이 자신들의 터전임을 주장하지 않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갈 사람들이다. 이들의 미래는 뻔했다.
“인간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인생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인생이지.”
블랙맘바가 중얼거렸다.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줄 수 없다. 삶은 선택의 사슬이며 기회비용의 엔트로피다. 자신은 용병의 길을 선택했고, 학자의 길을 포기했다. 어머니 수색을 인질 구출과 바꾸었다. 잘 잘못과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선택과 기회비용이 바로 자신의 인생이다.
같은 맥락에서 피그미족이 평화주의자든 겁쟁이든 자신이 상관할 바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삶이 있고,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자신은 흘러가는 사람, 간섭할 권리도 의무도 없다. 시리아 정교도와 쿠르드족은 강력한 의지가 있기에 적극적으로 도왔을 뿐이다.
“끝났군!”
쌈디가 녹색 군복을 입은 흑인을 앞세우고 나타났다. 포로를 쿡쿡 찌르는 MAG 총구에서 파르스름한 총연이 피어올랐다. 위협사격을 제대로 한 모양이다. 쌈디의 뒤를 올룸보와 올롱게, 키담바가 오리 새끼처럼 졸졸 따랐다.
“와키르, 짐승 스물세 마리를 때려잡고 짐승 두목으로 보이는 놈을 잡아왔다.”
쌈디는 의기양양했다.
“잘했다. 얼래? 너 총 맞았네.”
블랙맘바의 시선이 쌈디의 옆구리로 향했다. 쌈디가 움찔했다. 야단맞기 싫어서 여벌의 군복으로 갈아입었지만, 주인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까불다 두 방 맞았다. 와키르 귀신이다.”
쌈디가 뒷머리를 득득 긁었다.
“임마, 총알이 몸에 박혔는데 시침 떼는 네놈이 귀신이거든. 근육에 박힌 납탄을 내버려두면 머리 나빠진다.”
“조금 불편하지만, 보호막이 감싸서 녹인다. 쌈디 문제없다.”
쌈디가 팔다리를 흔들어 보였다. 자신의 신체는 총알 몇 개 박혔다고 납중독이 되거나 움직임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쌈디야, 명품은 정교한 마무리에서 만들어지고, 대형사고는 작은 파탄에서 비롯된다. 네가 전투력이 강한 상대와 싸우면 몸에 박혀있는 탄환이 파탄을 일으킨다.”
블랙맘바의 표정이 엄해졌다.
“쌈디 잘못했다. 머리 박을까?”
쌈디가 군홧발로 지면을 골랐다. 뾰족한 돌이 땅바닥에 박혀있으면 돌머리도 아프다. 천성사 암자에서 수없이 박다 보니 자동이다.
“임마, 그건 우리끼리 있을 때 놀이야.”
블랙맘바가 고참의 가학 행위를 놀이로 슬쩍 실드 쳤다. 쌈디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블랙맘바가 총상에 손바닥을 붙이고 흡공파를 전력으로 돌렸다. 억수갑이 흡공파를 증폭했다. 조밀한 근육 속에 박혀있던 탄자가 슬금슬금 끌려 나왔다.
뭉개진 총탄이 끌려 나오면서 아물어가는 근육을 찢고 딱지 앉은 피부를 찢었다. 피가 줄줄 흘렀다. 쌈디는 타인의 몸뚱이를 보는 양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몸빵 하나는 끝내주네.”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적출한 탄자는 바위에 맞은 양 탄두가 뭉개졌다. 과연 최강의 근육이다. 순수한 피지컬로 말하면 자신도 쌈디의 발끝에 미치지 못한다.
“큰 나리, 소인은 수당을 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 총알을 소인에게 주십시오.”
올룸보가 뜬금없이 적출한 총알을 달라고 했다. 올룸보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녀석은 예상치 못한 이투리의 험악함에 잔뜩 쫄았다. 유감 주술은 세계 어디나 존재한다. 녀석은 총알을 호신부로 삼고 싶은 것이다.
“올룸보, 수당은 걱정하지 말고 살아있는 놈이나 끌고 와.”
블랙맘바가 씩 웃고는 뭉개진 총알을 건네주었다.
“넵!”
신이 난 올룸보가 정자로 뛰어가서 운 좋게 살아남은 담발라 병사를 공터로 끌고 왔다.
“올룸보, 이것들 국적이 어디야? 왈라비와 분위기가 다르다. ”
“왈라비는 콩고족이고 이놈들은 르완다의 후투족입니다.”
“르완다 후투족? 르완다 놈들이 왜 자이르에서 설치나? 아니 왈라비란 놈이 매국노인가?”
“큰 나리님도 아시다시피 아프리카는 국민 개념이 허약합니다. 아프리카인은 국가보다 부족이 우선이고, 부족보다 집단이 우선입니다. 왈라비는 콩고인이지만 후투족입니다. 콩고인이라는 인식보다는 후투족이란 인식이 앞섭니다. 게다가 부두교도입니다. 제사장 카무게의 권위는 절대적입니다. 대통령인 모부투는 거지발싸게에 불과하죠.”
“알만하다. 그래서 눈만 뜨면 내전이고 싸움박질이구먼. 이놈들도 반투족인가?”
쌈디가 담발라 두 놈을 발로 툭툭 찼다.
“악!” “아악!”
비명이 터졌다. 쌈디가 어디 보통 인간인가. 건드리듯 찼지만 당하는 카룽고와 병사는 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몸을 떨었다.
“예, 반투어를 씁니다. 후투족 일부는 르완다가 벨기에 식민지가 되기 오래전에 부니아 인근의 피그미족을 몰아내고 그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반투족은 특정 종족이 아니다. 반투어를 사용하는 종족을 총칭하는 구분이다. 반투어를 사용하는 종족은 아프리카 동부 고지대, 탕가니카호, 에드워드호, 앨버트호, 키부 호 주변에 분포되어 있다. 르완다와 부룬디의 후투족 역시 반투족에 속한다. 바시족인 올룸보도 반투족이다.
“올룸보, 지금부터 놈들을 심문해라. 두 놈을 떼놓고 같은 질문을 해서 교차확인 해라. 왈라비란 놈도 역정보를 흘려서 덫을 놓았다.”
“넵, 알겠습니다.”
담발라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재단할 수 없는 광신도다. 고통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회색 정보를 맹신했다간 작전을 망치고 자신도 망친다.
“두 놈에게 선택권을 주어라. 편하게 죽을지 힘들게 죽을지 선택하라고 해라. 첫 번째를 선택하면 이마에 구멍을 뚫는다. 두 번째를 선택하면 죽을 때까지 뼈를 한 개씩 부러뜨린다. 인간은 206개의 뼈 중에 절반을 부러뜨려도 죽지 않는다.”
“넵,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래도 죽이고 저래도 죽인다는 말이 아닌가. 올룸보 본인이 겁에 질렸다. 올룸보가 포로를 어떻게 위협했는지 모르지만, 블랙맘바를 쳐다보는 포로들의 표정이 잔뜩 굳었다. 십 년 전에 먹은 아침 메뉴까지 기억해 낼 기세다.
사실 올룸보는 별다른 위협을 하지 않았다. 얼굴이 노란 동양인은 마하두라카의 현신이다. 얼굴이 검은 거인은 마하두라카의 하인으로 보둔이다. 보둔은 호웅간 크란이 부리는 거대한 뱀신과 응신을 죽이고, 호웅간도 죽였다. 왈라비는 마하두라카의 저주를 받아 죽었다. 자신이 눈으로 본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었다.
카룽고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들이 겪은 블랙맘바와 쌈디의 권능이 올룸보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다. 인간의 5배 능력을 발휘하는 자신을 어린애 다루듯 잡아온 보둔을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부두교에서 호웅간은 절대적인 믿음인 동시에 공포로 존재한다. 카룽고는 담발라를 뒤쫓는 마이마이의 호웅간 크란을 알고 있다. 공포의 존재인 크란을 죽인 막강한 보둔을 하인으로 부리는 마하두라카가 눈앞에 있다. 카룽고는 저항 의지를 상실했다. 덕분에 올룸보는 편안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큰 나리, 이놈이 카룽고입니다.”
“흐흐흐, 쌈디가 왕건이를 건졌구먼.”
블랙맘바가 실실 웃었다. DGSE가 정보요원 30명을 잃고, 국방부가 정의의 주먹 수백 명을 잃고 얻은 정보가 기껏 카무게 수하의 별동대장 카룽고다. 쌈디는 총알 몇 발 날리고 잡아왔다. 효율 면에서 비교 불허다.“간부가 쫄따구보다야 많이 알겠지. 놈들의 본거지와 정체를 확인했나?”
“네, 에플루 강과 이투리 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아파돔베가 맞습니다. 인질은 아파돔베에서 사육 중입니다.”
“사육? 역시 그랬었나!”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납치범이 프랑스의 강경 대응에 불구하고 인질을 죽이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카무게는 백인 태아를 상품화하려고 준비 중이다.
“놈들의 정체는 후투족 담발라가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르완다는 소수 투치족의 지배에 불만을 품은 후투족이 일으킨 무장 폭동으로 난장판입니다. 카무게도 키부 호 동쪽에 본거지를 둔 후투족 반군입니다. 가톨릭 계통인 다른 반군 수장들이 부두교 호웅간인 카무게를 따돌렸던 모양입니다. 르완다에서 세력을 뻗지 못한 카무게가 콩고로 넘어온 거지요. 처음부터 마이마이와는 뿌리가 다른 종교집단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랬었군.”
전후 사정이 짐작되었다. 투치족의 인종 말살 작전에 밀린 후투족은 동북아프리카 곳곳으로 피신했다. 카무게 일당도 우간다를 거쳐 자이르로 들어왔다. 은타간타와 일시 합작한 카무게는 다이아몬드 광산을 두고 벌어진 세력 다툼에서 밀려났다.
부두교의 핵심은 복수다. 독이 오른 카무게가 이빨을 갈던 차에 아레바 탐사단이 촉수에 걸렸다. 계획된 납치가 아니라 우발적인 납치고, 아레바사의 불운이다.
빈약한 무장과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카무게다. 백인 여자가 포함된 프랑스 탐사단이 화수분으로 보였을 것이다. 듣기로 아프리카 군벌은 백인 태아를 수십만 프랑에 사들인다고 했다. 카무게는 급할 게 없다. 무기와 돈을 느긋이 기다리며 백인 태아 장사를 하면 된다. 물론 화수분에 블랙맘바라는 마가 끼어들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킁, 쓸어버릴 일만 남았다.”
쌈디의 말에 흥이 묻어났다. 놈들이 마이마이 게릴라든 후투족 담발라든 알 바 아니다. 인질을 납치한 범인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MAG를 마음껏 써먹을 기회가 왔다.
“큰 나리, 카룽고의 말 중에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질 중에 눈이 째진 인질도 있다고 합니다.”
“동양인이 있다고?”
놀란 블랙맘바가 되물었다. 눈이 째졌다는 표현의 대상은 중국인과 한국인이다. 아레바사 탐사대는 전원 프랑스 국적이다. 동양인은 없다.
“넵, 탕가니카 호에서 납치한 한국인이랍니다.”
“한국인! 확실한가?”
“네, 신분증이 있답니다.”
“믿을 수 없는 말이네.”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프리카에서 얼쩡거리는 동양인의 95%는 중국인이다. 나머지 5%는 일본인이다. 한국은 아프리카에 진출한 기업도 없고, 관광객도 없다. 북한과 외교 주도권 다툼을 하느라 어거지로 진출한 대사관과 영사관이 전부다. 한국인이 미쳤다고 석유가 쏟아지는 나이지리아, 가나, 리비아도 아닌 자이르 오지에서 얼쩡거린단 말인가.
“아하!”
블랙맘바가 땡중 도 터지는 감탄사를 뱉었다. 보니파스에게 부탁했던 원자력 발전소 건이 기억났다. 당시에 프랑스는 한국 정부에 기술이전을 전제로 한 호조건을 제시했다. 파격적인 조건에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캐나다를 선택했다.
정승도 본인이 싫다면 어쩔 수 없다. 보니파스는 우라늄의 전략 물자화를 예측하며 미국에 예속된 한국을 안타까워했다. 블랙맘바는 밥 팔아서 똥 사 먹을 놈을 놈이라고 바리바리 욕했었다.
한국전력이 가봉의 무나나 우라늄 광산 탐사에 한다리 낄 수 있었던 배경엔 보니파스가 있었다. 보니파스가 한국에 억지 춘향이로 선심 쓸 이유가 없다. 방사능 없는 핵폭탄, 나쇼널 트레조르의 환심을 사기위해 던지는 떡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