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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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8
이투리 정글 진입 10일째,
올룸보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아프완자에서 아파돔베로 향하는 광대한 지역엔 지명이 없다. 지도상에 녹색으로 채색되어 있을 뿐이다. 늪과 물길이 종횡으로 얽힌 이 지역은 맘바사 방향과 달리 탐험가들도 발을 디디지 못한 험지 중의 험지다.
아파돔베를 향해 깊숙이 진입할수록 이투리는 적대적으로 변했다. 식생부터 달라졌다. 마호가니, 사펠리, 모야비, 오컴 등등 짙푸른 초록 지의류로 뒤덮인 거대한 교목과 교목을 휘감은 목본 덩굴이 햇빛을 완전히 차단했다. 거목과 거목의 지표 공간은 가시덤불과 거친 양치류 관목이 빽빽이 들어찼다. 대낮에도 랜턴을 켜고 정글도를 휘두르지 않으면 일 미터도 전진하기 힘들었다.
부엽토와 낙엽이 덮여 마른 땅이 구분되지 않는 늪도 큰 장애물이었다. 독사와 독충의 공격도 거세졌다. 나뭇가지와 구분되지 않는 붐슬랑과 블랙맘바는 큰 위협이었다. 개미군단은 특수 전투복을 뚫으려고 악을 쓰고, 진동을 감지한 나무 거머리가 머리 위로 우르르 떨어졌다. 스트랭글러(strangler, 무화과 속의 기생식물)틈에서 출동한 말벌 군단이 융단 폭격을 가하고, 손바닥 크기의 이름모를 독나방이 독가루를 자욱이 뿌렸다. 이투리는 이방인을 녹여 정글의 영양을 보충하려고 기를 썼다. 정글의 생물은 제 발로 찾아온 희생물을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으려고 날뛰었다.
숲 사람이라는 올롱게와 키담바도 수시로 위험에 처하고, 이투리를 밥 먹듯이 드나들었다는 올룸보도 툭하면 늪에 빨려 들어갔다. 맹수나 독사의 습격은 블랙맘바와 쌈디가 처리하지만, 독충과 기생충의 공격은 방법이 없다. 쌈디의 정글도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블랙맘바의 신경은 닳아빠졌다.
“큰 나리, 식량이 부족합니다.”
올룸보가 홀쭉해진 백 팩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렸다. 올룸보의 배낭에 든 시레이션은 동났다. 쌈디의 백 팩에 든 전투식량 30팩이 전부다. GPS에 표시된 아파돔베는 아직 136km나 남았다.
“굶고 싶지 않으면 빨리 달려!”
쌈디가 눈을 부라렸다. 올룸보의 표정이 찌그러졌다. 일행 중 식량을 걱정하는 사람은 올룸보가 유일했다. 블랙맘바와 쌈디는 북극에 떨어져도 북극곰과 바다표범을 잡아먹으며 거뜬히 살아갈 인간이다. 키담바와 올롱게는 애벌레, 군대개미, 흰개미, 말벌, 심지어는 손바닥 크기의 털투성이 타이거 타란툴라도 한 끼 식사로 마다치 않는 인간이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 틈에 낀 올룸보만 서러웠다. 한마디 했다가 혹만 붙인 올룸보가 속력을 냈다.
“큰 나리, 살려주세요.”
블랙맘바가 막 장가바이에 들어섰을 때 앞서 갔던 올룸보가 비명을 지르며 되돌아 달려 나왔다. 우웡- 쿠두두두- 올룸보와 10m도 떨어지지 않은 후방에서 거대한 들소가 거품을 뿜으며 뛰쳐나왔다. 강철같은 발굽이 가시덤불과 관목을 사정없이 짓밟고 쇄도했다.
거대한 뿔을 휘두르며 돌진하는 들소와 죽을 둥 살 둥 도망치는 인간이 연출하는 희극이다. 스페인의 산 페르민 황소 축제라면 웃을 일이지만, 이투리의 들소는 웃을 만큼 여유를 주지 않았다.
“헐, 별것이 다 말썽이네. 쌈디는 어딜 간 거야?”
피그미족은 귀신같이 위험을 회피하는 능력이 있다. 올롱게와 키담바는 몸을 숨겼겠지만, 들소를 방치한 쌈디가 이상했다. 쌈디를 믿기에 들소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올룸보가 멍청하게 몰고 올 줄 몰랐다.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안내인이다.
저돌이 무섭다지만 우돌(牛突)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하는 말이다. 흥분한 황소의 돌진은 제방을 무너뜨린 홍수와 같다. 하중도에서 발정 난 암소를 향해 돌진하는 황소에게 밟혀 죽을뻔한 적도 있다. 불알친구인 종화는 성난 황소가 휘두른 뿔에 가슴이 박살 났다. 아프리카들소는 사자도 죽인다. 창끝같은 뿔에 걸리면 올룸보는 걸레가 된다.
배낭에 거치 된 드라구노프를 빼 들었다. 9mm 파라블럼탄으로는 두꺼운 들소 두개골을 뚫기 힘들다. 드라구노프에 탄창을 결합할 때 들소가 코앞에 쇄도했다. 거총자세를 잡은 블랙맘바가 고함질렀다.
“야이 빙신아, 한데로(바깥으로)”
들소 대가리 앞에서 알짱거리는 올룸보 때문에 격발할 수 없다. 급한 마음에 나온 경상도 사투리를 아프리카 동부의 바시족이 알아들을 리 없다.
“골러 레뜨랄모!(옆으로 굴러!)”
공포에 질린 올룸보는 프랑스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직선으로 달렸다. 서너발짝 뒤에 두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들소가 쇄도했다. 푸푸거리는 콧김에 날린 거품이 올룸보의 뒤통수에 달라붙었다.
난감했다. 천방지축 뛰는 올룸보에 더해서 장가바이에 무성한 관목과 키 큰 잡초까지 조준선 정렬을 방해했다.
“악!”
올룸보가 나뒹굴었다. 발목을 접질렸다. 덕분에 사격 선이 열렸지만, 녀석이 발굽에 짓밟히게 생겼다.
“쯧!”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쓸모없는데다 멍청하기까지 한 안내인이다. 어쩔 수 없이 완벽한 사격 포인트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격발했다. 격살이 아닌 저지 목적의 발사다.
캉- 7.62mm 탄이 4,700J의 힘으로 거대한 왼쪽 뿔 중동에 충돌했다. 블랙맘바만이 가능한 공간지각 사격이다. 태앵- 뿔 중간이 뚝 부러져서 날아갔다.
우웍- 충격을 받은 물소가 주춤하는 순간 블랙맘바가 땅을 박찼다. 뻐억- 포탄처럼 튀어 나간 블랙맘바의 정권이 들소 정수리에 틀어박혔다. 주먹이 들소의 두개골을 뚫고 손목까지 푹 들어갔다.
우웡- 들소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풀썩 앞발을 꿇었다. 올룸보와 겨우 한 발짝 떨어진 지점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우우웅- 수만 쌍의 작은 날개가 대기를 울렸다. 들소가 뛰쳐나온 쪽에서 한 무더기의 성난 킬러비가 들이닥쳤다. 아프리카 꿀벌과 유럽 꿀벌의 교잡종을 킬러비로 부른다지만, 아프리카 꿀벌은 본래 킬러비로 불렸다. 유럽이나 아시아 꿀벌과 달리 공격성이 무지막지하기 때문이다.
도망가면 십 리를 따라가고, 물속에 들어가면 몇 시간이고 수면에서 빙빙 도는 독한 놈이다. 독성은 말벌보다 약하지만 떼거리로 덤벼들어 쏘아대므로 사망자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가지가지 하네.”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들소가 벌집을 건드렸고 성난 킬러비가 들소를 공격했다. 화난 들소는 마침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올룸보에 화풀이했다.
푸앙- 락샤샤가 백 팩에서 풀려나왔다. 작은 비행생물 처리엔 락샤샤만 한 아이템이 없다. 후우웅- 회오리가 일었다. 작은 회오리는 순식간에 토네이도로 변했다. 따다다닥- 회오리에 휘말린 킬러비가 눈송이처럼 떨어져 내렸다.
회오리 외곽에 있던 놈들이 허겁지겁 도망쳤다. 들소 사체를 빙빙 돌던 놈들도 곧 사라졌다. 후웅- 회오리가 잦아들었다. 락샤샤를 수납한 블랙맘바가 고개를 설설 저었다. 락샤샤가 없었으면 사헬에서 메뚜기를 피할 때처럼 볼썽사납게 위장포를 덮어쓰고 엎드려야 했다.
바삭바삭- 올롱게와 키담바가 덤불 아래서 기어 나왔다. 위험이 지나가면 귀신같이 알고 나타난다. 쓰러진 들소를 발견한 둘은 손짓 발짓을 더 해서 정신없이 떠들었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위험을 피하는 행동은 칭찬할만하지만, 쌈디의 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쌈디는 어딨어?”
“……”
놀란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쌈디!”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자신이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쌈디를 어떻게 할 존재는 없다. 그래서 부쩍 불안해졌다.
“아울, 와벨라 익싸포지!”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어투가 다급했다. 블랙맘바가 앞장서라고 손짓했다. 장가바이를 지나서 들소가 뛰쳐나온 방향으로 몇십 미터 가지 않아서 키담바가 멈추었다. 낙엽이 쌓인 땅이 다른 곳과 다를 바 없지만, 늪이다. 늪 가에 쌈디의 백 팩과 기관총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망할 새끼들!”
블랙맘바는 처음으로 피그미에게 살의를 느꼈다. 이놈들은 쌈디가 늪에 빨려 들어간 사실을 알고서도 자신에게 긴박한 상황을 전달하지 않았다. 무책임하게 죽은 들소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함께할수록 이해 불가능한 종족이 피그미족이다.
쑤아앙- 락샤샤가 지면을 휩쓸었다. 뿌악- 우지끈- 푸앙- 각양각색의 소음이 울렸다. 락샤샤에 휩쓸린 낙엽과 나뭇가지가 날려가고 관목과 잡초는 뿌리째 뽑혔다. 아름드리 교목도 우지끈 잘려나갔다. 후우웅- 허공을 덮은 파쇄물이 풍압에 밀려 사라졌다.
지장물이 사라진 자리에 수백 평 넓이의 늪이 나타났다. 아니 죽탕이 된 뻘이다. 폭우에 주변의 흙이 밀려들어 죽음의 늪을 만들고, 그 위에 나뭇잎과 부산물이 쌓였다. 이투리 정글에서 가장 무서운 덫이다.
쌈디가 늪 따위에 빨려 들어간 원인을 알 수 없지만 급한 상황이다. 전직 좀비지만 쌈디는 폐호흡 동물(?)이다. 이미 10분이 지났다. 얼마나 견딜 수있을지……
고오오- 공진파를 전력으로 시전하자 대기가 울렸다.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았다. 공진파가 늪을 뒤덮었다. 머리가 부서지는 느낌이 덮쳤다. 운용 스킬이 괄목상대했지만, 광폭 운용은 역시 힘들었다.
공진파는 박쥐의 초음파나 잠수함의 액티브 탐신음과 비슷하다. 반사된 파장을 뇌가 분석해서 매질과 크기를 분석한다. 생체 레이더인 셈이다. 10m 20m 30m, 무려 120m를 내려가서야 매질이 달라졌다. 딱딱한 암반이다.
큰일이다. 늪이 아니라 세노테(Cenote)다. 세노테는 남미에서 흔히 나타나는 지형으로 카르스트지형인 돌리네에 지하수가 고여서 만들어진 깊은 웅덩이다. 쌈디가 빨려 들어간 세노테는 불행히도 맑은 지하수 대신에 주변의 미세한 흙과 유기물이 폭우에 휩쓸려 들어간 죽음의 늪이다.
블랙맘바는 웅덩이를 휘저어 미꾸라지를 잡듯이 공진파로 늪을 들쑤셨다. 늪에 빠진 수많은 동물 사체가 식별 작업을 더디게 만들었다. 마음은 바쁘고 성과가 없자 진땀이 줄줄 흘렀다.
‘찾았다.’
암반을 박차고 메뚜기처럼 튀어 오르는 물체가 잡혔다. 천하의 쌈디인들 120m 깊이의 진흙을 뚫고 나올 수는 없다. 겨우 3~4m 솟구쳤다가 점성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가라앉았다. 괴물은 괴물이다. 지구의 어떤 생물이 120m 깊이의 뻘이 누르는 압력을 뿌리치고 팔딱거릴 수 있겠는가.
“쿡쿡!”
웃을 일이 아니지만 웃음이 튀어나왔다. 쌈디의 신상에 별 이상이 없다는 안도감이 웃음을 끌고 나왔다. 백 팩을 벗어던지고 옷을 홀딱 벗었다. 가슴에 단단하게 부착된 파우치 한 개만 남았다.
카파루자 계곡에 휩쓸린 경험을 살려서 만든 비상 파우치에 발사라와 최소한의 생존 물품이 들어있다. 아라미드 섬유와 탄소섬유를 중합해서 만든 파우치는 불에 타지 않고 나이프에 잘리지도 않는다.
블랙맘바는 늪 위로 거대한 가지를 드리운 오컴나무에 아미 로프를 묶고 한쪽 끝은 자신의 허리에 묶었다. 낙하 정박줄이 아니라 다이빙 생명줄인 셈이다. 준비를 마친 블랙맘바가 망설임 없이 늪에 몸을 던졌다.
철퍽- 묽은 뻘이 튀어 올랐다. 공진파를 뿜어서 지하로 파고든 경험이 수차례 있지만, 기껏해야 10m가 한계다. 자신은 물고기도 아니고 악어도 아니다. 쌈디는 20분이 지난 현재도 팔팔하지만, 자신은 15분이 한계다. 슈르르- 블랙맘바가 드릴이 파고들 듯 뻘을 파고들었다.
걱정했던 대로 하강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뻘은 땅보다 오히려 파고들기 힘들었다. 완강한 점성이 하강을 방해했다. 침강 위치를 수색하느라 바닥난 정신력도 걸림돌이다. 대략 50m를 내려가자 뻘이 황토물로 변했다. 생체 시계는 벌써 10분이 지났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뻘은 물보다 호흡 임계치가 빨랐다.
돌아갈까 내려갈까? 블랙맘바는 머리가 빠지라 갈등했다. 머리는 포기하라고 외쳤지만, 가슴이 거부했다. 자신은 무책임하게 어린 아들을 두고 사라진 엄마가 아니다. 가족인 쌈디가 뻘 속에서 죽도록 방치할 수 없다. 뻘을 벗어나자 하강 속도도 빨라지지 않았는가.
고민하던 블랙맘바가 안간힘을 써서 하강속도를 높였다. 에피듐의 피지컬에 도박을 걸었다. 둘 다 괴물이기에 가능한 구출 작업이다.
15분이 지났다. 발끝에 단단한 바닥이 닿았다. 뻘과 흙탕물이 상상불가의 압력으로 짓눌렀다. 보통 인간이라면 물속에서도 120m 잠수를 할 수 없다.
가슴이 터지기 직전이다.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자신이 살아야 쌈디를 살릴 수 있는데 지나친 객기를 부렸다. 심장 박동이 느려졌다. 정신이 아득히 멀어졌다.
‘백만 년쯤 뒤에 호모 에피듐 화석이 출토되겠군. 흐흐흐!’ 속으로 툴툴 웃었다.
“얼래? 이건 모야?”
아득해지던 정신이 돌아왔다. 뇌에 산소가 공급된다는 의미다. 심장이 다시 힘차게 피를 밀어냈다. 터질 듯하던 가슴의 통증도 견딜만해 졌다. 자신의 신체 임계치를 명확히 알고 있는 그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근래에 능력 각성도 없었다. 사부님도 신체 능력은 극에 이르렀다고 말씀하셨다.
두웅- 공간지각력을 풀었다. 의문은 나중에 풀어도 된다.
‘퍼졌구먼!’
쌈디가 늘어져 있다. 120m 깊이의 뻘에서 수십 분간 탈출하려고 설쳤다. 금강역사라도 진이 빠질만했다. 철썩- 뺨을 맞은 쌈디가 꿈틀했다. 딱- 이마를 쥐어박았다. 쌈디의 입에서 공기 방울이 부그르르 새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