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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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29
고목 둥치처럼 억센 팔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제무씨를 번쩍 들어 올리는 쌈디의 완력은 알고있지만 해도 너무했다. 아프리카들소 허리를 부러뜨리고 남을 힘에 숨이 턱 막혔다.
“헉! 웩~”
식겁한 블랙맘바가 입을 여는 바람에 진한 독약을 한입 삼켰다. 뒤집어진 속이 이물질을 토해냈지만, 목구멍과 위장이 염산을 삼킨 듯 불타올랐다.
세노테의 깊이는 120m다. 상층부는 뻘이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진흙 입자의 농도가 엷어졌다. 그럼에도 시계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심부의 물은 끈적한데다 오징어 먹물처럼 검었다.
장구한 세월 동안 세노테에 쌓인 식물의 화학 성분과 동물 사체에서 빠져나온 시독이 어울려 만들어진 순도 높은 장독(瘴毒)이다. 소위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만독담이다.
블랙맘바는 현존 최강의 독인 보툴리누스 톡신을 견뎌내는 에피듐이다. 보통의 인간 신체였으면 벌써 녹아서 독담에 시독을 보탰을 것이다.
우우웅- 가슴께에서 부드러운 진동이 울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시원한 기운이 지나갔다. 호흡이 한결 편해졌다. 허파 수축을 통한 산소 흡입이 아니라 산소 탱크가 몸속에 들어온 듯했다. 뒤집어진 속도 안정을 찾았다.
시커먼 물속에서 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공간지각력으로 주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정신을 차린 블랙맘바가 팔을 풀라는 표시로 허리를 휘감은 팔을 탁탁 두드렸다. 쌈디가 팔을 풀기는커녕 한 바퀴 더 감았다. 무지막지한 힘이다. 불끈 조르는 힘에 척추 마디가 뜨득거렸다.
‘뭐야! 한 바퀴 더 감아?’
블랙맘바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쌈디가 아니다.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러버맨이나 남미의 아나콘다 같은 거망이 아니고는 허리를 두 바퀴 감싸안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허리를 감은 물체의 감촉이 인간의 피부가 아니다. 수압에 짓눌리고 호흡에 신경 쓰느라 미처 몰랐다.
‘빌어먹을!’
방태산 흑담의 구렁이가 머릿속을 휭 지나갔다. 아니 며칠 전 호웅간 크란이 부리던 왕뱀이 떠올랐다. 취릭- 정체불명의 물체가 팔과 다리까지 휘감았다. 뻐억- 뒤이어 무엇인가 날아와서 머리를 강타했다. 사헬에서 후블러브를 복용하고 금강두가 되지 못했으면 땅바닥에 떨어진 수박 꼴이 되었을 엄청난 힘이다.
‘윽, 이런 망할 짐승이!’
블랙맘바는 대로했다. 재빨리 허리에 묶인 아미 로프를 풀고 허리를 감은 물체를 움켜잡았다. 금속성의 서늘한 느낌이 전해졌다. 미끈거리지만 쇠파이프를 만지는 기분이다. 허벅지 굵기의 물체는 문어도 아니고 뱀도 아니다. 뿌드득- 억수갑이 괴물체를 파고들었다.
쿠에엑- 괴물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허리를 제압당한 블랙맘바는 정신없이 물속을 휘돌았다. 슝- 무엇인가 물살을 갈랐다. 자신의 머리가 표적이다.
슈악- 쇄도하는 물체를 손날로 끊어쳤다. 쇄도하던 물체가 날렵하게 손날을 비껴갔다. 퍼억- 블랙맘바는 아차 했다. 뻑뻑한 물속이라 기대했던 타격감을 얻지 못했다. 쿠에엑- 괴성이 터졌다. 세노테의 황토물이 우르르 흔들렸다.
‘윽!’
왼쪽 어깨에서 타는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괴물의 이빨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근육을 가르고 뼈를 부수려고 파고드는 악의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양손으로 괴물의 턱을 움켜잡고 밀어냈다. 자신의 몸통보다 굵은 목이다. 뿌드득- 억수갑이 괴물의 목을 파고들었다. 괴물이 주춤했다.
에피듐의 자가 복구 기능이 활성화되었다. 척수에서 빛나는 하얀 알갱이가 우르르 쏟아져서 혈액에 흘러들었다. 반짝이는 혈액이 괴물에 물린 어깨로 밀려들어 갔다. 칼날 같은 이빨에 찢어진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억수갑으로 헤집어놓은 괴물의 몸통도 어느새 아물었다.
‘망할 것, 죽어라아~’
고오오- 억수갑을 괴물의 몸통에 박아넣고 공진을 뿜었다. 근육이 쩍 벌어졌지만, 순식간에 다시 메꾸어졌다. 응앵가 호수에서 처리한 괴물처럼 재생력이 사기적인 놈이다. 블랙맘바와 괴물은 서로 죽이려고 악을 썼지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했다.
수중에서 벌어진 생사투와 달리 물 밖의 피그미족 중늙은이와 청년은 평안했다. 림발리 고목에서 운 좋게 찾아낸 야코리를 씹으며 지옥의 샘에 들어간 신을 기다렸다.
야코리는 특정 애벌레를 지칭하는 명사가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애벌레의 총칭이다. 입안에서 꿈틀거리는 신선함과 씹었을 때 탁 터지는 식감, 혀에 감기는 매끄러운 체액과 쌉쌀한 맛이 일품이다. 물론 피그미의 입맛이다.
“올롱게, 거품이 일어난다.”
키담바가 악마의 샘을 가리켰다.
“신이 악마의 샘에 들어간 보둔을 혼내고 있다.”
“보둔은 왜 악마의 샘에 들어갔을까?”
“목욕하러 들어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마을로 돌아갈까?”
“그건 안돼. 신은 너무 무섭다. 우리는 손톱으로 눌러도 죽는다.”
올롱게가 부르르 떨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주술사도 신의 하인인 보둔의 손에 죽었다. 신은 거대한 코끼리와 들소도 손 한 번 휘둘러서 죽였다. 부그르르- 악마의 샘에서 진흙이 철벅 튀었다.
“키담바, 뒤로 물러서. 우리는 보둔이 아니야. 지옥의 샘에 닿으면 살이 썩는다.”
올롱게의 경고에 키담바가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신과 보둔은 악마의 샘에서 어떻게 견디지?”
“그러니까 신이다.”
“신이 야단치지 않을까?”
키담바는 은근히 걱정되었다. 신이 지옥의 샘에 들어갈 때 노려보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너 바보 피그미냐? 신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목숨을 챙기라고 했다.”
“맞다. 인간이 감히 신의 일에 간섭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키담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 많은 올롱게는 현명하다. 블랙맘바는 속이 터졌지만, 올롱게와 키담바는 피그미족의 사고방식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푸아악- 세노테가 몸살을 앓았다. 인간과 괴물이 뒤엉켜서 세노테 바닥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블랙맘바는 죽을 맛이었다. 괴물이 불끈 힘을 쓸 때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분노한 괴물이 마구 날뛰는 바람에 수중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기막힌 경험을 하는 중이다.
지상이라면 벌써 끝냈을 싸움이다. 이곳은 괴물의 홈그라운드다. 수압과 물의 밀도 때문에 특유의 스피드와 타격력이 발휘할 수 없다. 절반은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다. 바닥을 모르던 체력도 급속히 깎여나갔다.
‘환장하겠군!’
블랙맘바는 미칠 것 같았다. 괴물의 신체는 철판보다 더 질겼다. 억수갑이 파고들기는 했지만 찢어지지 않았다. 억수갑은 10mm 철판도 찢는다. 양손을 다 쓸 수 있으면 찢어보겠는데 한 손은 어깨를 물고 늘어진 괴물의 대가리를 견제해야 한다.
외부 타격은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 손가락을 공작용 진흙에 구멍 뚫듯이 괴물의 몸통에 박아넣고 공진을 뿜어서 상처를 넓히는 국부 공격이 고작이다. 문제는 뚫린 구멍이 금방 복구되고 괴물의 화만 돋운다는 점이다. 태어난 이래 이처럼 난처하고 지랄 맞은 상황은 처음이다.
괴물도 만만치 않았다. 물고 있는 어깨를 뜯어내려고 미친 듯이 대가리를 흔들고, 몸통을 조르고 꼬리로 난타했다. 인간도 괴물도 상대방을 어쩌지 못한 채 시커먼 물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이런 닭대가리!’
블랙맘바가 자책했다. 발사라를 잊었다. 비상 파우치를 열었다.
‘어! 이기 머꼬?’
파란빛이 파우치에서 쭉 뿜어졌다. 피그미 노인에게 받은 앙게 시카거다. 빛이 약해졌다 강해졌다 맥동했다. 가슴께에서 전해지는 진동은 바로 이놈 때문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물속에서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앙게 시카거 덕분임을 알았다.
블랙맘바는 재빨리 발사라를 손에 쥐고 파우치를 닫았다. 지금은 앙게 시카거에 쏟을 정신이 없다. 발사라를 꺼내느라 공격이 늦추어진 틈을 탄 괴물이 이빨을 깊숙이 박았다. 아라미드 섬유만큼이나 질긴 근육이 아니었으면 몸통 반쪽은 벌써 떨어져 나갔다.
“끄윽! 웩~”
비명이 새나오는 바람에 또 한 번 독약을 마셨다.
‘망할 노무 새끼, 니는 디졌어.’
부악- 발사라가 진흙을 파고들듯이 괴물의 목을 푹 파고들어 갔다. 쭈아악- 발사라를 깊숙이 밀어 넣은 상태에서 한 바퀴 돌렸다.
꽤애액- 천지가 무너지는 괴성이 울렸다. 이투리 정글 심부에 위치한 지옥의 샘에서 벌어진 인간과 괴물의 생사투는 괴물의 단말마로 끝났다. 초고대 기물인 억수갑과 발사라가 합쳐진 사기적인 아이템 빨 덕분이다.
부악- 부악- 발사라를 두 차례 휘두르자 덜렁거리던 괴물의 목이 뚝 떨어졌다. 허리를 감고 있는 동체도 발사라에 여지없이 잘려나갔다. 거대한 괴물의 동체가 핏물을 소방호스처럼 뿜어냈다. 시커먼 황토물이 더욱 탁해지고 역한 비린내가 가득 퍼졌다.
랭글리 정보분석반 제5구역, MK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CIA와 소크라테스 위원회가 세계 곳곳에 풀어놓은 프레데터의 동향을 체크하는 기밀 부서다. 금속으로 격벽 처리된 룸은 모니터로 가득했다. 모니터는 네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룹마다 두 명의 요원이 수십대의 모니터를 체크하고 데이터를 기록했다.
위원회는 51구역에서 테스트 중인 모든 그렌델 프레데터에 GPS 칩을 이식했다. 응앵가에서 휴먼형 그렌델 프레데터 두 개체를 잃은 뒤 취해진 조치다.
프레데터의 몸체에 삽입된 칩이 발신하는 신호를 인근의 트랜스레이터가 키홀 위성에 중계한다. 정보분석반 제5구역은 위성 신호를 받아서 프레데터의 이동과 활동을 추적하고 분석한다.
분석 요원 콜먼 스티브는 따분했다. 그가 담당하는 그렌델 프레데터는 이투리 정글의 세노테에서 테스트 중이다. 그가 퍼들(puddle)이라 부르는 세노테의 넓이는 겨우 1,000㎡다. 프레데터의 이동 공간이 협소한 만큼 모니터는 겨우 여섯 개가 켜져 있다.
수년간 매일 변동 없는 모니터를 관찰해야 하는 따분함은 한두 마디 단어로 설명될 성질이 아니다. 그는 일어서서 스트레칭으로 졸음을 쫓고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놓쳤다간 반장의 뾰족한 하이힐에 정강이를 맡겨야 한다.
이투리 정글의 독담에 집어넣은 그렌델은 써펀드, 옥토퍼스. 터틀 세 종류다. 써펀드는 아나콘다를 기본형으로 대왕 문어 유전자를 재조합한 그렌델이다. 옥토퍼스는 대왕문어와 산갈치, 터틀은 거북이와 백상아리 유전자를 재조합했다.
덩치 큰 세종류의 그렌델을 좁은 장소에 투입한 이유는 이투리 정글의 세노테 같은 적합한 장소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차 테스트인 독성 테스트, 수명 테스트, 면역 체계 테스트가 끝나면 2차 테스트인 공격성 테스트로 넘어간다. 그때는 대양으로 이동해야 한다.
“흐아함!”
스티브는 입이 찢어지라고 하품했다. 어쩌다 악녀에게 잡혀 와서 12시간 동안 모니터나 들여다보는 신세가 처량했다. 이게 다 아랫도리를 잘못 놀린 업보다. 식어빠진 커피를 마시던 스티브가 움찔했다. 테이크 아웃해온 커피 때문이 아니라 모니터 때문이다.
“저놈이 미쳤나?”
모니터 왼쪽 아래에서 점멸하던 써펀드 문양이 위아래 좌우로 미친 듯이 움직였다.
“베니, 써펀드가 옥토퍼스와 싸우나 봐.”
스티브가 조수를 돌아보았다.
“말도 안 돼. 옥토퍼스와 터틀은 스위트 홈에서 꼼짝도 않고 있어요.”
베니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옥토퍼스와 터틀 문양이 모니터 하단 우측에서 점멸했다. 세노테에 연결된 수중 동굴이다.
“이상해. 3년이나 얌전히 처박혀있던 놈이 갑자기 왜 난리법석이지?”
“암컷과 붕가붕가하고 싶어서 아닐까요? 흐흐흐!”
베니가 실실 웃었다.
“무슨 소리야, 그렌델은 생식 능력이 없어. 베니, 써펀드의 움직임과 동선을 분석해 보라구. 아무래도 문제가 생겼어.”
“오케이!”
베니가 키보드를 맹렬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스티브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써펀드가 지랄 발광한 지 12분이 지났다. 격렬하게 움직이던 문양이 뚝 멈추었다. 블랙맘바는 한 시간 이상 싸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다.
“억!”
모니터에 눈을 박고 있던 베니가 비명을 질렀다. 점멸하던 써펀드 문양이 툭 깨졌다. 띠~ 기계음이 길게 울렸다. 스티브가 눈을 비볐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있나!”
스티브가 벌떡 일어났다. 종이컵이 엎어졌다. 커피가 테이블에 펼쳐진 서류를 적셨다.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리를 박차고 뛰어 나갔다. 비상사태다. 스티브가 노크도 없이 반장실 도어를 벌컥 열고 뛰어들었다.
“스티브, 그렇게 급했나요?”
소파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던 마틸다가 고개를 들었다. 스티브는 연푸른 눈동자에 끌려들어 갔다. 그녀는 읽던 서류를 차탁에 내려놓고 다리를 꼬았다. 빨간 입술을 혀로 핥으며 눈을 살짝 흘겼다. 부처님도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갈 고혹적인 포즈다. 스티브의 눈길이 늘씬한 다리 사이를 향했다.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안 되지 안돼!’
스티브는 황급히 원주율을 외웠다. 암사마귀라 불리는 사만다 마틸다 반장, 그녀에게 홀려서 노예가 된 지 3년이다. 올라타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겨우 키스 한 번에 따까리가 되었다. 껄떡대다가 고자가 된 놈도 있으니 자신은 행운아다. 원주율 32번째 자리에서 아랫도리가 진정되었다.
“반장님, 써펀드가 폐기되었습니다.”
“써펀드가 죽었다고?”
마틸다의 연푸른 눈이 두 배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