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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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이투리 Fist of Justice 30
당나라 현종은 흙을 밟는 양귀비의 발을 아까워했다. 미녀가 놀라고 걱정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남자의 가슴은 숯이 된다.
‘망할 놈의 잽!’
CIA가 폐기했던 유전자 재조합 생체병기 연구를 재개한 배경엔 잽이 있다. 스티브는 일본 내각 조사실과 사사카와 재단을 원망했다.
시니어 연구원에 불과한 스티브가 MK 프로젝트의 전모나 일본과의 막후 협력을 알 수는 없다. 의료 협력 자금이란 명목으로 지원되는 거액의 자금, 생생한 인체 실험 자료의 출처가 일본이라는 루머가 연구원들 사이에 떠돌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독성 실험의 기준치로 제시된 인체 데이터는 직접 인체 실험을 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자료다. 20세기에 대규모 인체 실험을 진행한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 스티브가 일본을 싫어하는 이유다. 어쩌다 그렌델 개발팀에 합류했지만, 반인도적이고 비인륜적인 프로젝트에 정이 떨어졌다.
“네, GPS 신호뿐만 아니라 생체 발전기가 멈추었습니다. 완벽한 죽음이죠.”
스티브가 단언했다. 프레데터에 이식된 GPS는 심장에 부착된 소형 생체 발전기가 전력을 공급한다. 생체 발전기는 심장박동에서 에너지를 얻은 적층압전박막이 전자기장을 유도하고, 레이저 박리기 전위차로 전기를 생산한다. 51구역의 오버테크놀러지로 심장이 뛰거나 뇌가 신경계에 전기 신호를 보내는 한 작동한다. 생체발전기가 작동을 멈췄다는 소리는 심장과 뇌가 동시에 죽었다는 소리다.
“다른 프레데터와 싸웠나?”
보고하기에 가장 유리한 케이스다. 흉성이 폭발한 그렌델끼리 싸우다 죽었다는데 아담인들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옥토퍼스와 터틀은 동면 중입니다. 혼자 12분간 지랄을 떨다가 죽었습니다.”
스티브가 마틸다의 바람을 박살 냈다.
“그럴 수가? 그렌델은 퍼들의 독성에 완전히 적응했을 텐데.”
마틸다는 써펀드의 사망을 믿기 어려웠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담에게 보고하기도 난감했지만, 눈이 째진 놈들의 불만도 처리하기 곤란했다. 사사카와 재단을 통해 유입된 엄청난 연구자금, 써펀드를 넘겨받을 이시하라 겐지가 누구인지 자신도 모른다
미국은 돈이 말하는 나라다. CIA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과 미국이 전쟁을 끝낸 지 겨우 40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미국은 통 크게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전후 복구를 도와주었다. 진주만을 습격해서 전쟁을 촉발했고, 수없이 많은 미국인을 죽인 일본을 말이다.
일본도 통이 컸다. 연구 자금을 대고, 까다로운 인체 실험 자료를 조건 없이 제공했으니 말이다. 아니 조건은 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다.
이시하라 겐지의 의도가 어렴풋이 짐작되지만, 그것이 어쨌단 말인가? 태평양 건너 작은 섬나라와 일본해 서쪽의 작은 반도국이 주먹질하든 물어뜯든 알 바 아니다. 툭하면 워싱턴에 와서 징징대는 한국 정치인은 비호감이다.
문제는 써펀드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원인을 알아야 보고서를 쓸 수 있다. 그렌델이 삶에 염증을 느껴서 자살했다고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글쎄요. 유전자 재조합의 부작용으로 면역 체계가 파괴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스티브는 바짝 긴장했다. 면역체계 부분은 51구역의 관할이고 독성 물질 적응 부분은 자신의 책임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마틸다도 면역 체계 이상을 유력한 원인으로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는 갑작스러운 폐사를 설명하기 곤란했다. 눈앞에 면역체계가 파괴된 채로 죽어가던 남자가 떠올랐다. 흥분제를 투입해서 5시간 동안 강제 섹스를 시킨 메스티조 청년이었다.
“혹시 아바돈? 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마틸다는 고개를 흔들어 불쑥 떠오른 아바돈을 털어냈다. 아바돈 할아버지라도 지형을 바꿔버린 폭발과 천재지변에서 살아날 수 없다. 혼터와 그렌델을 열 배 강화해도 카파루자 계곡의 천재지변에서는 살아날 수 없다.
“스티브, 확인은 해야겠지?”
사체 수거는 자신의 책임이지만 사인 규명은 51구역 7 섹터의 업무다.
‘빌어먹을!’
스티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마조마했던 말이 기어코 암사마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렌델을 퍼들에 입식할때도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맹수, 독사, 독충은 무기와 약품으로 방비할 수 있지만, 기생충과 바이러스는 대책이 없었다. 이투리에 진입한 작전팀 90%가 FDA에 등록도 안 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거나 반신불수가 되었다. 자신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조상 묘를 잘 썼다던가.
이투리 정글은 현대적 장비로 무장한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숲이 아니다. 차라리 악어나 사자와 동거하는 편이 낫다. 스티브가 우물쭈물하자 마틸다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접혔다. 미녀는 주름살도 예뻤다.
“가기 싫어? 사하라로 보내줄까?”
“하하하, 당연히 가야죠. 타격대를 준비하겠습니다.”
스티브는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다. 엔네디의 응앵가에 투입된 그렌델 두 개체가 폐사했다. 작전팀은 상잔으로 예비 판정했지만, 사체를 조사한 51구역은 가해자가 따로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CIA는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작전팀을 세 차례 파견했고, 세 차례 모두 실종되었다. 엔데디는 CIA 공작부의 무덤이다. 좋은 세상을 두고 40도 안된 나이에 죽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우리 예쁜이를 대책 없이 지옥에 처박기야 하겠어. 부장님께 부탁해서 일차 테스트가 끝난 메카닉 혼터를 붙여줄게.”
“감사합니다.”
말과 달리 스티브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인공 근육과 경량 유압식 스텐스를 부착한 메카닉 혼터의 능력은 레인져 중대를 발라버릴 만큼 가공하다. 생존 확률은 다소 올라가겠지만, 혼터가 기생충과 바이러스를 막을 수는 없다.
“빌어먹을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스티브가 방을 나가자 마틸다가 들고 있던 스테인리스 머그잔을 냅다 집어던졌다. 승승장구하던 비단길이 시리아 뻐꾸기 둥지 작전부터 자갈길로 변했다. 엔네디에서 실패하고 이투리에서 또 문제가 생겼다.
면역 체계 이상이라면 MK 프로젝트 자체가 흔들린다. 무려 100억 불을 투입한 원대한 프로젝트가 좌초되면? 생각만 해도 끔찍스러웠다.
아담에게 보고할 일이 끔찍했다. 써펀드의 폐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직접적인 손실만 일억 달러다. 4천만 달러는 배아 접합부터 시작해서 성체로 성장하기까지 투입된 자금이다. 6천만 달러는 써펀드를 이시하라 겐지에게 넘기고 받을 대금이다. 물론 그 자금은 CIA의 공작 자금이 된다.
써펀드가 외부 공격으로 죽었다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써펀드의 피지컬을 당할 생물이 없다. 독성 실험을 통해서 현존하는 모든 독과 미생물에 안전함도 확인되었다. 써펀드를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아바돈이 유일하다. 물론 놈이 살아있다면 말이다.
“아바돈, 아바돈!”
마틸다가 시커먼 어둠으로 덮인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죽었다고 확신하지만, 목에 가시가 걸린 듯 깔깔했다.
그르륵- 정체불명의 거대한 괴물이 호수 바닥에 가라앉았다. 블랙맘바도 바닥에 퍽 엎어졌다. 발사라의 힘을 빌려서 괴물을 토막 쳤지만, 본인도 큰 데미지를 입었다. 물어뜯긴 어깨는 덜렁거리고, 꼬리에 강타당한 왼쪽 허벅지는 골절되었다. 촉수에 감긴 갈비뼈 세 개는 금 갔다.
‘니미 조또!’
어이가 없었다. 괴물의 형태는 아나콘다를 열 배쯤 확대해서 문어 촉수를 두 개 붙인 형태다. 황당한 괴물이 속출하는 이투리 정글이지만, 이따위 괴물과 부딪힐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천사의 알과 발사라가 없었으면 자신이 당했을 끔찍한 괴물이다. 어쨌든 물속에서 회복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블랙맘바는 침묵의 공간으로 돌아간 호수 바닥에서 명상에 들었다. 고오오- 척수에서 쏟아지는 빛나는 알갱이의 숫자가 갈수록 늘었다. 세포가 분열을 시작하고, 죽은 세포는 급속히 이탈했다. 내외상이 급속히 아물었다.
‘끙!’ 블랙맘바가 일어났다. 늪을 빠져나갈 정도로 회복되었다. 풀 파워 대비 40% 회복된 상태지만, 더 지체하다가는 쌈디를 잃는다. 두웅- 공간지각력이 간신히 발휘되었다. 스캔 가능한 범위가 형편없이 축소되었다. 괴물과 난투를 벌이는 바람에 떠오른 온갖 부유물까지 탐지를 방해했다. 이곳저곳 정신없이 들쑤셨지만, 쌈디가 심상에 잡히지 않았다.
‘윽, 또 있었어?’
블랙맘바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찾는 쌈디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상당한 거리에서 거대한 괴물체가 감각에 잡혔다. 그것도 두 마리다. 마음이 급해졌다. 비슷한 괴물과 연속 타이틀 매치는 사양이다. 발사라로 처치할 수 있지만, 지금은 쌈디를 육상에 빨리 올려보내야 할 때다.
혹시 하는 마음에 목이 떨어진 괴물의 동체에 손바닥을 붙였다. 두웅- 공간지각력이 괴물의 몸을 쭉 훑었다.
‘크크크!’
물속이 아니었으면 입을 벌리고 웃었을 것이다. 괴물의 배 속에 쌈디가 들어있다. 어지간히 재수 없는 놈이다. 부욱- 발사라로 괴물의 배를 가르고 거대한 위를 억수갑으로 잡아 뜯었다. 괴물의 위에 멀쩡한 쌈디와 절반쯤 소화된 시타퉁가 한 마리가 들어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할 마음의 여유도 없다.
점액투성이인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늪 바닥을 박차고 솟아올랐다. 공진파를 뿜어서 추력을 올렸다. 50m쯤 상승했을 때 얼굴에 실 같은 물체가 스쳐 갔다.
‘빙고!’
무심결에 움켜잡은 블랙맘바가 만세를 불렀다. 괴물과 싸우느라 풀었던 아미 로프다. 아니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다. 팽- 로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반작용을 받은 블랙맘바가 쏜살같이 수면으로 솟아올랐다.
푸확- 뻘이 폭발하듯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포탄처럼 튀어나온 뻘투성이 물체 두 개가 땅바닥에 쿵 떨어졌다. 강력한 압력을 받은 아미 로프가 아름드리 오컴나무의 절반을 파고들었다. 에밀의 장담대로 아미로프는 200kg 중량의 물체가 순간적으로 가한 수 톤의 압력을 거뜬히 견뎌냈다.
“헉헉, 죽을 뻔했네.”
블랙맘바는 들고 나온 애물단지를 내동댕이치고 네 활개를 펴고 드러누웠다. 천하의 블랙맘바 꼴이 말이 아니다. 카파루자에서 한 달 보름이나 지저 세계를 헤메고 다닌 경험이 없었으면 살아나왔을지 의문이다.
“에그, 띨띨한 자슥!”
자신의 상처는 돌볼 틈도 없다. 한숨 돌리고 쌈디의 상태를 점검했다.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파충류는 위액의 산도가 엄청나게 높다. 파충류가 삼킨 먹이는 질식사하거나 압사하기 전에 위액에 녹아버린다.
역시 좀비의 신체는 위대했다. 생고무 같은 검은 피부는 별다른 손상이 없다. 호흡과 맥박이 죽었지만, 체온은 남아있다. 인간이라면 영가 발원을 해야겠지만, 쌈디는 좀비다.
엎어놓고 명문혈에 손바닥을 붙였다. 공진파를 전력으로 운용했다. 공진파는 신체기관을 세포 단위로 흔들어서 활성화한다. 없는 힘을 짜내자니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다. 힘에 부친 블랙맘바가 락샤샤를 꺼내들었다. 마지막 방법은 환혼구타술이다.
락샤샤를 거꾸로 쥐고 핸들 부분으로 쌈디를 난타했다.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요단강을 건너다 되돌아온다는 환혼구타술이다. 뻑뻑뻑 퍽퍽- 뻑뻑뻑 퍽퍽- 강약 강약으로 두들기던 장단이 강강약 강강약으로 바뀌었다.
“으흐흐!”
올롱게와 키담바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아무리 인자해도 신은 신이다. 보둔이 신에게 맞아 죽는다. 그다음엔 자신들 차례다. 타격음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커억!”
5분 만에 반응이 왔다. 쪼그라든 폐가 먼저 움직였다. 콧구멍과 목구멍을 막고 있던 뻘이 튀어나왔다. 쌈디의 팔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아이고, 죽겠다.”
블랙맘바가 벌렁 드러누웠다. 쌈디의 신체는 생고무처럼 탄력 있고 철판처럼 단단하다. 환혼구타술을 시술하면 진이 쭉 빠진다. 눈앞이 노래졌다. 총을 잡은 후로 오늘처럼 체력과 심력이 바닥난 적이 없었다.
다행히 외상은 저절로 아물어 붙었다. 물어뜯긴 어깨는 꾸덕꾸덕 딱지가 앉았다. 금가고 골절된 가슴뼈와 다리뼈도 대충 회복되었다. 사헬에서 작전펼 당시였으면 발데라스 육군병원에 한달은 입원했을 부상이다. 회복력이 강해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가슴에 매달린 비상 파우치를 열었다. 폴딩 나이프, 글록, 영양제 캡슐, 강심제, 지포 라이터, 발사라, 천사의 알이 들어 있다. 앙게 시카거(천사의 알)를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처음 받았을 때보다 온도가 조금 올라갔다. 미세한 차이지만 분명했다. 그 외엔 그냥 평범한 보석이다. 관안을 발휘했다. 안쪽에서 움직이는 무엇이 들어있는 듯했지만, 심상에 잡히지 않았다.
“천천히 알아봐야겠어. 피그미 노인에게 빚을 졌군.”
연유를 알 수 없지만 천사의 알 덕분에 수중 호흡이 가능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먼 미래의 고고학자와 문화인류학자가 좀비와 에피듐, 괴물이 뒤엉킨 화석을 베드에 올려놓고 골머리를 썩였을 것이다.
‘띨띨한 녀석들, 노인 덕분에 산 줄 알아라.’
블랙맘바는 무책임한 행동을 한 올롱게와 키담바를 용서했다. 혼을 내봐야 효과가 반나절도 가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
“헐, 저건 또 뭐하는 짓이래?”
올롱게와 키담바가 쌈디에 달라붙어 있다. 뻘을 제거하고 물통에 받아온 물로 몸을 씻기고 난리법석이다. 전혀 피그미답지 않은 모습에 머리가 아파졌다. 올롱게와 키담바의 행태가 일반적인 피그미의 모습인지 개체에 고유한 속성인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