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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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1
“얼래, 점마 저거 껍데기가 살짝 바뀌었네.”
위화감을 느낀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뻘이 씻겨나간 자리에 청동색 피부가 드러났다. 석탄처럼 검은 피부가 구릿빛으로 바뀌었다. 신장 220cm, 체중 120kg의 우월한 신체, 마닐라 밧줄처럼 온몸을 휘감은 근육, 햇빛에 번들거리는 청동색 피부, 르네상스기에 만들어진 헤라클레스 조각상이 울고 갈 몸이 드러났다.
블랙맘바가 가자미 눈으로 쌈디를 노려보았다. 검은 피부색을 싫어하던 녀석이니 대박을 친 셈이다. 흑인종이 청동인종으로 바뀔 수 있나? 왜 저렇게 바뀌었을까?
악어와 아나콘다의 위액은 동물의 뿔도 쉽게 녹인다. 젤라틴, 석회, 칼슘, 단백질 등등 동물에 따라 뿔을 구성하는 성분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무기로 쓸 만큼 단단하다는 점이다. 단단한 뿔도 녹이는 위액이 쌈디의 피부를 녹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존의 피부가 위액에 홀랑 녹아버리고 좀비 특유의 재생력이 피부를 재생했다. 그 과정에 괴물의 체액이 개입해서 우물딱주물딱 환골탈피했다는 무협적 상상이 떠올랐다.
누구는 만독담에 뛰어들어서 죽을 고생 하고, 누구는 돈 안 들이고 뽀샵했다. 될 놈은 괴물에게 잡아먹혀도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키히히히- 크르르- 장가바이 방향에서 울부짖음이 들렸다. 하이에나와 표범이 먹이를 다투는 소리다. 엔네디 고원에서 수차례 보았던 앙숙이다.
“아차, 올룸보!”
생각에 빠져있던 블랙맘바가 화들짝 놀랐다. 킬러비에 당한 올룸보가 장가바이에 방치되어 있다. 이투리는 몽마르트 언덕이나 거울의 정원이 아니다. 맹수가 피 냄새에 꼬여들고, 이투리 불개미가 달려들어서 살을 조각조각 뜯어가고, 테러버드가 사지를 분해하고, 왕뱀이 꿀꺽하는 검은 숲, 악마의 정글이다.
블랙맘바는 지친 몸을 끌고 장가바이로 달렸다. 천하의 블랙맘바가 쫄따구 뒤 닦기에 바쁜 한심한 하루다. 피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이투리가 잠잠할 리없다. 이빨을 드러내고 털을 곤두세운 두 무리가 들소 사체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다.
하이에나와 표범은 불쑥 나타난 블랙맘바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기세를 올리기에 바빴다. 블랙맘바가 락샤샤 핸들을 잡았다가 슬며시 놓았다. 약육강식의 세계, 들소 고기는 힘센 놈이 차지하면 그만이다. 짐승이 주제를 모르고 덤비지 않는 한 자신도 이투리 생태계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
“임마, 엎드려서 자면 입 돌아간다. 크으, 냄새하고는~”
블랙맘바가 엎어져 있는 올룸보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키다 말고 코를 막았다. 올룸보는 크게 낭패한 꼬락서니다. 사타구니는 똥오줌을 지려서 흥건히 젖었다. 가시덤불에 찢긴 얼굴과 팔다리는 피투성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구분되지 않았다.
치이이이- 기분 나쁜 파찰음이 울렸다. 올룸보를 뒤집었다. 두 뼘이나 되는 왕지네 세 마리가 가슴과 얼굴에 붙어있다. 뱀을 잡아먹는다는 그레이트 센티피드다. 지네는 근육에 이빨을 박은 채 대롱대롱 매달렸다. 벌레라고 무시하기엔 징그럽고 끔찍했다.
아프리카 상표가 붙으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한국산보다 크고 억세고 독했다. 어쩌면 올룸보는 곤충 킬러인 지네 덕분에 다른 독충의 습격을 면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네를 잡아채서 던져버리고 올룸보의 상태를 확인했다. 킬러비에게 집중적으로 쏘인 목과 얼굴은 벌겋게 부어오르고, 지네에 물린 부분은 시퍼렇게 변색하였다. 벌건 두드러기가 상체를 덮고, 호흡은 곧 끊어질 듯 흐릿했다.
다행히 숨은 붙어있지만, 전장 외과적 용어로 종말적 쇼크 상태다. 이투리 정글 외곽에서 과일을 채취하며 살아가던 올룸보다. 블랙맘바와 피그미족을 따르기엔 애당초 무리였다.
체력이 방전되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당한 킬러비의 독침 세례가 쇼크를 불렀다. 게다가 자이언트 센티피드의 독도 만만치 않다. 킬러비의 독침과 지네 독이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상태를 방치하면 심장이 정지한다.
“이거 참, 손이 많이 가는 안내인일세.”
블랙맘바는 새삼 옴부티가 그리웠다. 아클란 쿠루(하인장)를 자처한 옴부티는 곡물 사업, 도바 농장, 노바토피아 건설을 챙기느라 어린 애인과 붕가붕가할 틈도 없을 것이다.
블랙맘바는 구급낭에서 아트로핀 주사를 꺼내서 올룸보의 허벅지에 꽂고, 킬러비에 쏘인 자리와 지네에 물린 상처에 항히스타민 스프레이를 뿌려주었다. 응급처치를 끝내고 번쩍 들어서 그늘로 옮겼다.
“이런!”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발목이 돌아갔다. 이래서야 동행할 수 없다. 골절된 발목을 바로잡아서 부목으로 고정했다.
“올룸보, 정신 차려!”
“……”
“르 비종, 르 비종!(들소다!)”
음파에 공진을 실어서 올룸보의 뇌를 두드렸다. 기절한 놈을 깨우기엔 최고의 방법이다. 올룸보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중얼거렸다. 뉴런 시냅스가 가장 강렬했던 공포에 접속되었다.
“으으, 르 비종!”
“임마, 정신 차려!”
올룸보의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말썽이다. 올룸보의 양쪽 어깨를 잡고 공진파를 운용했다. 세포 활성화엔 공진파가 최고다. 단 1분 만에 올룸보의 몸에서 누르스름한 악취 나는 땀이 흘러내렸다.
“큰 나리?”
올룸보의 눈에 초점이 잡혔다. 거품을 뿜으며 덮치던 들소의 공포, 죽임을 당하기 직전에 귀신처럼 등장한 큰 나리가 기억났다.
“정신이 드나?”
“감사합니다. 소인을 살려주셨군요.”
“임마, 여자는 안아보고 죽어야지.”
“그럼요. 닭과 당나귀는 질렸습죠.”
울롬보가 희미하니 웃었다. 장가갈 생각만 하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된 거냐?”
“키담바를 따라가다가 손등에 앉은 커다란 벌을 손바닥으로 때려잡았습죠. 올롱게가 죽은 벌을 보더니 큰일 났다고 펄펄 뛰었습니다. 소인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올롱게와 키담바는 다람쥐처럼 도망쳤습니다. 쌈디 나리가 ‘늪이다 위험하다.’고 소리치면서 뒤따라갔습니다.”
“음, 죽인 벌이 여왕벌이었다. 여왕이 죽을 때 뿜은 페로몬이 킬러비를 흔분시켰다. 그래서?”
“들소가 잎을 뜯어먹던 덤불에서 벌떼가 구름처럼 몰려나왔습니다. 일부는 들소를 덮치고 일부는 소인을 덮쳤습죠. 벌에 쏘인 들소가 소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소인은 죽자고 큰 나리에게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쌈디와 피그미들의 상황은 모르겠군.”
“네. 소인은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올룸보가 블랙맘바의 눈치를 보았다. 마하두라카는 동료애를 중시한다. 비겁하게 혼자 도망쳤다고 목을 댕강 잘라버릴지도 모른다.
“잘했다. 일단 본인의 목숨부터 챙겨야지.”
“흐흐흑, 죄송합니다.
면죄부를 받은 올룸보는 안도감에 눈물이 쏟아졌다.
“들소는 저기있다.”
블랙맘바가 턱으로 맹수들의 만찬을 가리켰다. 힘겨루기하던 하이에나와 표범이 사이좋게 들소를 뜯어먹고 있다. 배를 채우고 남을 큰 동물을 사냥했을 때 더러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맹수도 상대가 버거우면 싸우기보다 타협한다.
“헉!”
올룸보는 살을 뜯어내고 뼈를 부수는 맹수 떼거리를 목격하고 헛바람을 불어냈다. 그는 존경이 가득한 눈으로 블랙맘바를 올려보았다. 이투리 정글의 맹수가 몽땅 달려들어도 눈 깜짝 않을 위대한 분이다.
“걸을 수 있겠나?”
“큰 나리, 죄송합니다.”
다리를 세워보던 올룸보가 고개를 푹 숙였다. 큰 나리께 별 도움도 주지 못하고 계속 민폐만 끼쳤다. 민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쯧쯧, 곤란하군.”
블랙맘바는 혀를 찼다. 올룸보가 없으면 올롱게와 키담바의 말을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다. 그렇다고 데리고 다니기도 난감했다. 이투리 정글은 부상자를 업고 다닐 만큼 만만치 않다.
헬기를 호출해서 후송하기도 난감했다. 담발라가 눈치채면 인질이 위험해진다. 후송하지 않고 남겨두면 맹수의 똥으로 나오기 십상이다. 진퇴양난이다.
끼히히- 크르르- 블랙맘바가 고민에 빠져있을 때 조용히 식사하던 하이에나와 표범이 으르릉거렸다. 경쟁자가 없는 사자 프라이드는 으르렁대며 먹이를 뜯지만, 치타, 표범, 하이에나는 조용히 식사한다. 소란은 경쟁자를 부르기 때문이다.
맹수 다섯 마리가 일제히 머리를 쳐들고 숲을 노려보았다. 음식 끝에 정든다고 했다. 종이 다른 놈들이 함께 식사하더니 연합군이 된 모양이다.
버석 버석- 쌈디가 올롱게와 키담바를 앞세우고 나타났다. 쌈디가 손을 쓰기도 전에 쉭쉭쉭- 수전이 꼬리를 물고 날아갔다. 키엑- 컁- 엉덩이에 수전 한 대씩 꽂은 표범과 하이에나가 줄행랑을 놓았다. 소가 닭 보기 규칙을 깬 이상 그냥 두고 볼 블랙맘바가 아니다. 구태여 죽일 필요도 없다.
쌈디는 멀쩡했다. 아니 구릿빛 조각상으로 환골탈피했다. 천성사 일주문에 세워놓으면 여신도가 암자를 메울 것 같았다. 문득 자신의 몸을 만지고 싶어서 몸살을 않던 최미숙이 생각났다.
최미숙은 혜영의 친구로 헬스클럽 강사다. 그녀는 낙동강에서 자신의 벗은 몸을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격했다. 그리고 곧바로 애인과 헤어졌다. 다이아몬드는 보기만 해도 즐겁지만, 썩비러기는 주머니에 넣고 다녀봐야 옷만 버린다고 했던가. 머리를 흔들어 혜영과 최미숙을 지웠다. 너무나 멀어져 버린 세계다.
“쌈디야, 신세계를 경험한 기분이 어때?”
블랙맘바가 빙글빙글 웃었다.
“힝! 나는 괴물을 죽이려고 일부러 배속에 들어갔다.”
쌈디가 배에 힘을 잔뜩 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눈알이 분주히 흔들리고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아이구 그러셔! 아직 괴물이 두 마리나 남아있거든. 때깔도 좋아졌는데 한 번 더 늪에 처넣어줄까?”
“으헝! 쪽팔려 못 살겠다. 내가 와키르를 지켜야 하는데 와키르가 나를 지킨다.”
쌈디가 울먹거렸다. 뚜바이부르파는 영원한 주인이다. 주인을 지켜야 할 자신이 오히려 짐이 되었다. 분하고 억울했다.
“임마, 그까짓 일로 울고 그래. 나는 예전에 표범에 당한 적도 있다.”
블랙맘바가 쌈디의 어깨를 두드렸다.
“에?”
쌈디의 눈이 둥그레졌다. 주인이 표범 따위에 당했다고? 말도 안 된다. 지구에 서식하는 표범이 몽땅 덤벼도 주인의 손끝도 못 건드린다.
“믿어지지 않지? 인간은 약하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된 바탕엔 노력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치타는 표범을 절대로 이기지 못해. 표범은 사자를 절대로 이기지 못하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블랙맘바는 막냇동생을 타이르듯 쌈디를 달랬다. 녀석의 참담한 심정이 짐작되었다. 스스로 강자라 여기던 놈이 계속 좌절을 겪었다. 자괴감이 들기 마련이다.
“으헝!”
쌈디가 와락 달려들어 블랙맘바의 허리를 부여안았다.
“와키르여 영원하여라! 와킬 위에 사람 없도다. 쌈디는 와키르의 영원한 하인입니다.”
“임마, 징그러운 짓 그만해. 옴부티와 시리아 5인방의 삽질만도 충분히 어지럽거든.”
블랙맘바가 매미처럼 달라붙은 덩치를 뗐다. 실제 나이는 최소 50을 넘겼겠지만, 자신에겐 동생일 뿐이다.
“늪에 처박아 버릴까?”
블랙맘바가 올롱게와 키담바를 노려보았다. 말을 못 알아들어도 눈치로 알아들은 두 사람은 얼굴이 허옇게 떴다.
“와키르, 영혼 없는 말을 하면 엉덩이에 솔 난다. 갑자기 늪에서 튀어나온 촉수가 내 다리를 감아서 끌고 들어갔다. 피그미는 잘못 없다. 내가 약해서 당했다.”
“저 녀석들은 위험을 내게 알리지도 않았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 괴물의 배속에 들어갈만 하다. 미백 효과 쥑인다. 얼른 일 끝내고 찐순이 동생 만나러 가야겠다.”
쌈디가 비시시 웃으며 구릿빛으로 번들거리는 팔뚝을 흔들었다.
“오호, 대인 쌈디로다. 네놈이 연순이에게 마음이 있었구먼. 하하하!”
블랙맘바는 기분 좋게 웃었다. 쌈디는 피그미들 때문에 생명을 잃을 뻔했지만 자신의 모자람을 탓했다. 좀비계의 대인이다. 사부님은 좀비를 흉중 넓은 인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쌈디는 대인 아니다. 예쁜 연순이는 주인 없다.”
쌈디가 얼굴을 붉혔다. 좀비도 자기 속셈은 따로 있다.
“저 녀석을 어떻게 하지?”
블랙맘바가 올룸보를 가리켰다.
“엉? 약해빠진 놈이 발목을 다쳤네. 내가 들고가면 된다.”
“안 돼. 이번에 당했듯이 언제 어떤 황당한 일을 당할지 모른다. 전투가 벌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
“쌈디 할 말 없다.”
쌈디가 뒷머리를 득득 긁었다.
“할 수 없다. 귀찮지만 나무 꼭대기에 튼튼한 집을 지어주고 떠나는 수밖에. 쌈디야, 보마를 만들어라.”
“알았다.”
쌈디는 두말하지 않고 뽁뽀기를 조립했다. 아름드리 림발리(limbali, 콩과의 교목)를 택해서 작업에 들어갔다. 20m 높이에 무성한 가지를 뽁뽀기로 다듬고, 벽체용으로 쓸 허벅지보다 굵은 나무를 잘랐다. 쌈디가 나무를 잘라주면 올롱게와 키담바가 솜씨 좋게 덩굴로 엮었다.
보마 골격이 만들어지자 쌈디가 번쩍 들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20m 높이의 가지 사이에 고정했다. 올롱게와 키담바가 나뭇잎을 엮어서 지붕을 덮었다. 피그미 둘은 까마득한 나무 위에서 펄펄 날았다. 다람쥐가 따로 없었다.
30분 만에 한 평 넓이의 보마가 만들어졌다. 쌈디는 뽁뽀기를 휘둘러서 림발리 둥치를 매끈하게 깎았다. 맹수와 독사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블랙맘바가 올룸보를 안고 훌쩍 뛰어올랐다.
“올룸보, 잘 들어라. 늦어도 열흘이면 돌아온다. 시레이션은 모두 두고 가겠다. 권총과 실탄을 줄 테니 벼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