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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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용병과 인간의 조건1
“마쿰보는 올롱가에 오지 않았다.”
블랙맘바의 말에 깨비텐이 옴부티를 쳐다보았다. 없다와 오지 않았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마을을 몽땅 뒤졌다. 근래 보름간 마을에 들어온 외지인이 한 명도 없다.”
“주민들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부리머의 말에 옴부티가 머리를 흔들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일일이 확인했다. 정보가 잘못되었다. 저놈에게 확인하면 된다.”
옴부티가 키로를 심문했다.
키로는 말단 정보원이다. 뽑아낼 정보가 별로 없었다.
마쿰보가 올롱가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 프롤리나트가 라텔팀의 꼬리를 쫓아 보델레와 파야 남단으로 몰리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마쿰보의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깨비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너구리는 간 곳 없고 파리만 잔뜩 꼬여 들었다.
아말 삼형제는 물이 마른 와디 바닥에 묻혔다.
부리머가 위성전화 안테나를 펼쳤다.
은자메나 연대 본부와 세 번째 통신이다.
-알파 나와라. 여기는 브라보
-브라보, 잘 들린다. 말하라.
-알파, 빌마방면 올롱가 오아시스다. 코로타로 북쪽 210km지점이다.
-브라보, 래쿤은 어떻게 되었나.
-알파, 래쿤은 올롱가에 나타나지 않았다.
상대방의 말이 잠시 끊겼다.
-브라보,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래쿤은 에키야 오아시스로 이동했다. 탱고의 움직임은 어떤가?
-알파, 프롤리나트가 일제히 우리를 쫓고 있다. 하이에나 무리에게 쫓기는 사자 꼴이다.
-브라보, 알았다.
-알파, 마크가 사망했다. 좌표는 무소르 동남쪽 65km지점, 얼디 하마르 지역이다. 좌표는 323-274다.
-브라보, 접수했다.
통신을 마친 깨비텐이 지도를 펴 들었다.
에키야 오아시스지역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코로타로로 갔다가 올롱가로, 다시 코로타로 방향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꼬레앙의 속담처럼 똥개 훈련시키는 격이다. 지긋지긋한 사헬지역을 다시 헤매야 할 판이다. 작전 시작부터 정보가 부실했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상황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빌어먹을 연대장!”
욕이 절로 나왔다.
항공 지원이 안 되는 이유는 소심한 연대장 때문이다. 필립 대령은 반군의 스트렐라2를 지나치게 의식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이미 올롱가에서 허탕을 쳤다.
에키야 오아시스 지역은 10평방 야드에 불과하다. 교활한 마쿰보가 손바닥만 한 오아시스에 은신할까?
깨비텐은 부쩍 의심이 들었다. 파야에 은신했다면 좀 더 정보에 믿음이 갔을 것이다.
“DGSE놈들,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는 거야!”
폴의 한숨이 깊어졌다.
“니기미 떠그랄!”
침낭을 벗어난 에밀의 첫 마디는 욕설이었다. 블랙맘바에게 배운 한국어 욕설이다. 안면 모기장을 깜박한 대가는 가혹했다. 폭격을 받은 얼굴이 찐빵처럼 부풀었다.
에밀은 남부 스페인의 세빌 출신이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 익숙한 그에게 사헬의 밤낮은 고문의 연속이었다. 한 낮의 더위는 까뜨린의 불같은 성격, 밤의 냉기는 이별을 통고하던 얼굴이었다.
투우사에게 반한 까뜨린은 이별 인사도 한 마디 없이 그를 걷어찼다. 목숨이라도 내 줄 듯 다정하던 그녀가 순식간에 마귀로 변신했다.
그는 홧김에 외인부대에 입대했다.
챠드와 사헬이라면 이가 갈렸다. 날이면 날마다 더위와 추위에 시달리고, 파리와 모기에게 시달렸다. 그는 까뜨린을 저주하고, 외인부대에 입대한 자신을 저주했다.
“씨바, 조또!”
씨레이션 포장을 까자 말자 파리 떼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반겼지만 또다시 욕이 나왔다. 한국어 욕이 입에 붙어 버린 에밀이다. 연신 손바닥을 휘둘렀지만 역부족이었다. 파리 군단이 손에 든 고기를 뒤덮었다.
도라도라도라라는 태평양 전쟁 소재의 영화가 생각났다. 손에 든 스테이크가 미군 함정이라면 파리떼는 내리꽂히는 짜푼 함재기다.
“망할놈의 쪽발이!”
에밀은 죄없는 일본인을 욕했다. 블랙맘바에게 쪽발이란 말을 자주 듣다보니 나쁜 놈은 전부 쪽발이가 되었다.
선배 용병들로부터 아프리카의 모기와 파리에 대해 귀가 닳도록 들었다. 역시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당해 보니 알만했다. 동료들도 파리와 난투극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니 한 사람은 제외다.
쿠크리를 휘두르는 블랙맘바다.
핏 핏 핏-
허리가 잘린 파리가 툭툭 떨어졌다. 백광만 번쩍일 뿐 칼의 궤적을 시선이 따라잡지 못했다.
횡베기, 사선 베기, 종베기, 흘려 베기, 칼날이 점점 빨라졌다. 종내 번쩍이는 빛이 몸을 가렸다. 동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우와!”
함성이 터졌다. 빛이 사라지자 땅바닥이 까맣게 변했다. 칼날에 잘린 파리 사체가 땅을 덮었다.
“왜들 그래?”
동료들의 시선에 머쓱해진 블랙맘바가 쿠크리를 수납했다.
사부는 정법사 사문의 한 갈래로 창술과 검술에도 조예가 깊다. 사부는 불법에 인연이 없다는 이유로 체술만 전수했다. 레종 에뜨랑제에서 배운 단검술이 육체적 능력과 만나자 경인할 위력을 보였다. 쿠크리는 곧바로 신체 연장이 되었다.
블랙맘바 역시 파리가 지긋지긋하긴 마찬가지였다.
주적은 반군이 아니라 파리와 모기였다. 모기는 모기장과 스프레이로 방어가 가능했지만 파리는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파리 숫자만큼 북부 게릴라들이 몰려오기를 바랄 지경이었다. 총칼로도 어쩔 수 없는 파리야 말로 반군보다 더 성가신 적이었다. 파리 중엔 등에 비슷한 놈들도 있었다. 손톱만한 덩치를 자랑하는 놈에게 물리면 펄쩍 뛰어오를 만큼 통증이 심했다.
성질이 난 그는 파리를 단검술 수련 대상으로 삼았다.
비행하는 파리를 정지 상태로 볼 수 있는 동체시력, 폭발적인 스피드를 뿜는 섬세한 근육을 가진 그만이 할 수 있는 엽기적인 수련이다.
사헬 지역의 우점종 파리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집파리의 절반 크기다. 이놈들은 구멍과 원수진 놈들이다. 귓구멍 콧구멍, 눈구멍등 구멍이란 구멍은 무조건 파고들었다.
샘플 조사를 마친 벨맨이 체체파리 개체가 일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날 아침에 전원이 수면병 예방주사를 맞았다. 벨멘은 사정없이 팀원들의 엉덩이를 까 내리고 주사기를 꽂았다.
체체파리는 흡혈 파리의 일종으로 수면병을 옮긴다. 동부 아프리카 전역이 체체파리 서식지다. 서부 아프리카의 경우 체체파리 서식지가 챠드 남부 이남의 저위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헬 벨트에서도 체체파리로 인한 수면병의 감염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는 형편이다. 안심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퉤, 빌어먹을 제국주의 놈들!”
샤트르는 볼썽사납게 엉덩이를 까 내리고 모래 버석이는 가래침을 뱉었다. 그는 탐욕스럽고 무식한 조상 때문에 후손이 고생한다고 투덜거렸다.
체체파리가 아프리카 전역에 왕성하게 서식하게 된 원흉은 아프리카를 침탈한 유럽 열강이다. 19세기 후반, 아프리카를 침탈한 유럽 제국은 식량 조달을 위해 대량의 가축을 아프리카에 입식했다.
에티오피아에 주둔중인 이태리 군이 1887년경 최초로 아프리카에 유럽의 가축을 입식했다. 다른 유럽 열강들도 앞 다투어 아프리카에 가축을 들여왔다.
가축에 무임승차한 우역 바이러스(rinderpest virus)가 아프리카에 상륙했다. 우역 바이러스는 전염성과 치사율이 대단히 높은 바이러스다.
유럽 가축과 달리 우역 바이러스에 면역성이 없는 아프리카의 대형 초식 동물이 작살났다. 감염된 동물은 고열과 잇몸 궤양에 시달리다가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잉카 제국은 스페인의 피사로가 옮긴 천연두로 인해 망했다. 아프리카의 초식 동물도 유럽에서 건너간 우역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 위기에 몰렸다.
우역 바이러스는 동아프리카의 소 500만 마리 중에 490만 마리를 죽이고 수그러들었다. 물론 야생 초식동물도 비슷한 사망률을 기록했다.
대형 초식 동물이 궤멸되자 원주민들이 기아에 시달리게 되었다. 당시 에티오피아에서만 원주민 30%가 기아로 사망했다. 아메리카와 마찬가지로 추악하고 탐욕스런 유럽인들의 침략이 동아프리카를 괴멸지경에 밀어 넣었던 것이다.
대형 초식동물들이 사라지자 아프리카 식생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2차 피해다.
자연 원예사인 대형 초식동물이 사라지자 사바나 지역은 무성한 잡초와 관목으로 뒤덮였다. 체체파리 서식에 이상적인 생태가 조성된 것이다.
체체파리의 본래 서식지는 적도 인근의 숲이 무성한 늪지대다. 사바나 지역이 무성한 숲으로 바뀌자 체체 벨트가 아프리카 중부로 불쑥 올라갔다. 체체파리가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된 계기다.
이로 인해 야기된 아프리카의 피해는 비참할 정도였다.
야생 우제류는 물론이고 가축과 사람까지 수면병의 침습을 받았다.
수많은 가축이 폐사했다. 원주민의 피해도 엄청났다. 동아프리카에서만 1900년부터 1906년까지 단 5년 사이에 20만 명이 수면병으로 사망했다.
초식동물들이 대량 폐사하자 굶주린 사자들이 인간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식인 사자에 관한 온갖 전설과 공포가 이때 생겼다.
아무도 비참한 상황을 책임지지 않았다.
파렴치한 유럽인들은 식인 사자를 잡은 무공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샤트르는 무지하고 탐욕스런 조상 덕분에 볼썽사납게 엉덩이를 까고 수면병 예방주사를 맞아야 했다. 아는 것이 병이다. 역사학도인 샤트르로서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노릇이었다.
라텔팀은 지도를 펴고 퀵타임 회의에 들어갔다.
깨비텐이 올롱가에서 에키야까지 직선을 죽 그었다.
“에키야 오아시스로 간다. 현재 위치에서 에키야까지 직선거리로 370킬로다. 알다시피 도로 사정이 형편없다. 즉시 출발한다.”
깨비텐은 말을 끊고 팀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하나같이 불만으로 가득했다. 블랙맘바만이 무덤덤했다. 동양인들은 서양인에 비해 표정이 없는 편이다. 블랙맘바는 더 심한 편이다.
“깨비텐, 망할 놈의 스토커 무리를 끌고 계속 돌아다닐 겁니까? 언제 굶주린 하이에나 무리가 덮칠지 모르는 적색 지대를 말입니다. 나는 이번 정보도 의심스럽습니다.”
신중한 부리머도 불만을 토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우린 되지엠 랩이다. 명령을 받았고, 명령에 따라야 한다.”
깨비텐의 말에 불구하고 부리머의 얼굴에서 불만이 가시지 않았다.
“깨비텐, 확실한 정보를 얻은 다음에 움직여야 합니다. 블랙이 없었으면 얼디 하마르에서 우리는 끝장났습니다.”
부리머의 말을 마이크가 이어 받았다.
“우리는 동쪽으로 갔다가 서쪽으로 왔습니다. 다시 동쪽으로 가야 합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이건 물고기를 끌고 다니는 훌치기 루어 낚시 비슷합니다.”
마이크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깨비텐과 팀원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한동안 풀이 죽어 있더니 인간이 변했다. 블랙맘바의 무지막지한 매질이 영원한 또라이 마이크를 개조시켰다.
깨비텐이 팀원들과 차례로 눈을 마주쳤다.
“모두 불만이 있을 줄 안다. 나도 짜증이 난다. 래쿤 꼬리를 찾아다니느라 내 엉덩이도 엉망이다. 우리는 되지엠 랩이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 작전에 불만이나 회의를 가져서는 안 된다. 놈들을 끌고 다녀야 한다면 끌고 다녀야 한다.”
단호한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놈들이 우리를 잡으려고 포스트마다 하이에나를 풀었을 거요. 앞으로 이동이 쉽지 않을 거요.”
옴부티의 말에 깨비텐이 머리를 끄덕였다.
“놈들도 머리를 장식용으로 달고 있지는 않겠지. 그러나 우리가 보델레 서쪽 끄트머리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거요.”
깨비텐이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는 주로를 버리고 보델레 안쪽으로 움직인다. 토르둠과 아지즈를 거쳐 에키야로 이동한다. 이동 거리는 190킬로다. 최대한 교전을 피해서 우회 기동한다. 소규모 정찰대는 블랙맘바에게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