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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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6
루이스 중위는 1979년 키상가니에 있는 CIA 동아프리카 지부에 파견되었다. 임무는 킨샤샤, 부리자빌, 은자메나, 잔지바르, 캄팔라 등 동아프리카 주요 도시에서 암약하는 중국 첩보원 축출이다. 중국 첩보원들은 주로 신화사(新華社, 중국 국무원에 속해있는 어용통신사) 기자로 위장해서 도시는 물론 열대우림을 전전하며 원주민을 부추기고 반군에 무기를 제공했다.
모택동이 이끄는 공산당 정부는 1960년대 초부터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였다. 1963년 중국의 대 아프리카 원조는 10억 불이었다. 1980년에는 유무상 원조 총액이 150억 불로 늘어났다. 소리 없이 파고든 중국의 영향력은 최대 원조국인 미국을 제치고 기득권을 쥔 유럽도 따돌렸다.
인색하고 장삿속 밝은 중국인이 자선 사업을 할 리 없다. 중국 공산당이 유독 아프리카에 관대한 이유는 풍부한 자원 때문이다. 중국은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지도층은 인간만 바글거리는 거지 대국이란 비아냥을 묵묵히 감수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원대한 자원 획득 플랜을 가동한 중국 정부는 넘치는 인력을 아프리카와 중동의 인력시장에 밀어 넣었다. 중국공상은행이 아프리카 주요 도시에 설립되고, 은행원과 통신사 기자로 위장한 정보원이 개떼처럼 밀려들었다.
1980년대 한국 정부가 권력자의 눈 밖에 난 그룹을 공중분해시키는 한심한 작태를 보일 때 중국 지도부는 후대의 먹거리를 아프리카에서 찾고 있었다.
중국은 콩고의 풍부한 우라늄에 일찍부터 눈독을 들였다. 미국은 친미 정권인 모부투를 지원했다. 중국은 모부투를 실각시키려고 최대 반군인 마이마이를 지원했다. CIA와 DIA는 MSS(중국 국가안전부, Ministry of State Security)와 NCNA(중국 신화사)를 축출해야 했다. 미국과 중국은 동아프리카의 자원을 놓고 정규전보다 열 배는 더 험악하고 추잡한 음지 전쟁을 10년간 이어왔다.
7년간 동아프리카를 굴러다녔지만, 한국인을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눈이 째진 놈들과 지겨운 난타전을 벌였을 뿐이다. 최근에 일본인이 더러 보이지만 한국인을 만날 줄은 몰랐다.
한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다. 한국전에 참전한 할아버지는 한국이 아프리카와 다를 바 없는 최빈국이라고 했다. 저력 있는 정보기관과 유능한 첩보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보능력은 대체로 그 나라의 국력과 비례한다.
한국이 눈앞의 동방불패 같은 능력자를 콩고에 첩보원으로 파견하다니 놀라자빠질 노릇이다. 그것도 사이킥 파워 첩보원이라니……. 루이스 중위는 엄청난 착각을 했다.
“칭크는 한국의 적성국이다. 한국인이 왜 눈이 째진 놈들을 돕나?”
‘칭크? 여기서 왜 중국인이 나와?’
자신은 아레바사 과학자들은 납치한 카무게를 추적 중인 컨설턴트다. 동아프리카의 복잡한 사정을 모르는 블랙맘바는 떨떠름한 눈으로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아메리카는 한국을 지켜주었다. 수많은 아메리카인이 한국과 한국인을 위해서 싸우고 전사했다. 아메리카는 지금도 한국을 위해서 엄청난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당신은 적성국을 도와서 맹방인 아메리카의 작전을 방해하고 있다. 당신의 반역 행위는 한국 정부에 엄중히 항의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동방불패, 당신은 즉각 나를 풀어주고~”
“닥쳐, 각자는 각자의 정의가 있는 법이다.”
굉량한 음파가 루이스의 청각기관을 후려쳤다.
“억, 사이킥 파워!”
루이스가 귀를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귀청이 떨어지고 뇌가 덜컹거렸다.
“킁, 망할 자식! 누가 누구에게 엄중히 항의하고 책임을 물어? 그건 내가 할 소리다. 이것들이 도대체 뭔 도깨비놀음을 하는 거여!”
블랙맘바가 한국어로 투덜거렸다. 미국의 대 공산주의 전략, 애치슨 라인, 731부대 처리, 최근의 미사일 개발 제한, 핵 포기 강압, 일본 우선의 동아시아 전략 등등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블랙맘바가 욱하는 바람에 그는 콩고에 진출한 중국 첩보원의 정보를 얻을 기회를 놓쳤고, 루이스는 가냘픈 한 가닥 구명줄을 놓쳤다.
“저놈의 관등 성명은?”
“블레어 상사는 내 부하다.”
상대는 사이킥 파워를 구사하는 초능력자다. 루이스는 감히 게길 담량이 없었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당신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다. 저놈과 교차 확인까지 할 것이다. 깨끗이 털어놓고 깔끔하게 가라.”
“알았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성실히 답변하겠다.”
루이스 중위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군복을 입은 이상 언젠가 끝장날 줄 알았지만, 이처럼 어이없게 죽음이 찾아올 줄 몰랐다.
“임무와 나를 추적한 이유는?”
“이투리 정글에서 진행 중인 작전에 문제가 생겼다. 조사차 나왔다. 총성을 듣고 당신을 추적했다.”
“흠, 의심스러운 존재는 일단 지우고 본다?”
“그렇다. 작은 변수가 큰일을 망치는 법이다.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나? 불안요소는 변수가 되기 전에 분리해야 한다.”
“편리한 사고방식이군. 당신이 말하는 비밀 작전은 세노테 늪에 풀어놓은 괴물이겠지. 세 마리 중에 한 마리가 내 손에 죽었다.”
“괴물?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루이스 중위의 눈이 커졌다.
‘이 녀석들은 아무것도 모르는군. 상사를 다그쳐봐야 얻을 게 없겠어.’
대충 감이 잡혔다. 미국은 CIA와 위원회라는 조직을 앞세워 음습한 생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미국의 생명공학 수준이다. 천박해도 명색이 생물학 전공자다. 유전자를 조작할 수는 있지만 안정시키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초강대국 미국이지만 생명공학 수준이 이토록 차이 날 수는 없다.
한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점프다. 1억 5천만 년 전의 인류로 추정되는 콘크레투스가 남긴 유물이 자신과 깜둥이, 억수갑, 발사라다. 미국이 자신처럼 고대 유물이나 외계인의 찌꺼기를 얻었다면 현 상황이 설명된다.
철퍼덕- 꾸우- 푸다닥- 어둠이 내려앉은 강심은 가열찬 먹이 쟁탈전을 벌이는 악어들로 난리법석이다. 에플루강 인근에 서식하는 악어는 전부 집결했다. 부드러운 인간의 시체가 먼저 사라지고 두꺼운 하마 가죽을 찢어내느라 법석이다.
먼저 배를 채운 악어는 광란의 현장에서 물러나고 신입이 먹이에 달려들어 살을 찢어내고 있다. 인간은 왜 서로 보듬어주지 못하고 물어뜯어야 하는가? 인간만이 가진 탐욕 본능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블랙맘바는 피곤을 느꼈다. 언제나 그렇듯 육체보다 정신이 먼저 지쳤다. 이래서 사부님이 늘 정신을 연마하라고 말씀하셨다. 흥미가 뚝 떨어졌다.
“이투리에 몇 명이나 들어왔나?”
“20명이 들어왔다. 나머지는 데빌 스프링이 있는 동쪽으로 향했다.”
“데빌 스프링이라~ 작명 실력은 좋군.”
블랙맘바가 머리를 끄덕였다. 자신이 죽인 아나콘다 비슷한 괴물 때문이다. 미국의 정보력과 신속한 전력 투입이 놀랍지만, 120m 호수 바닥에 잠긴 거대한 괴물을 인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기고 싶은 말은?”
“내 손에 죽은 인간이 열셋이다. 남을 죽일 때는 나 자신도 죽을 각오를 했다. 군인이 조국을 위해 죽는데 무슨 사설이 있겠나. 깨끗이 죽여주면 고맙겠다.”
“훌륭하다.”
말이 끝나는 순간 블랙맘바의 손바닥이 루이스 중위의 관자놀이에 붙었다 떨어졌다. 퍽- 뇌가 곤죽이 된 루이스 중위가 푹 고꾸라졌다. 블랙맘바는 엎어진 루이스 중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의연한 죽음을 맞이한 자이툰이 생각났다.
“이래서 강대국인가!”
음울한 탄식이 새나왔다. 일개 스파이와 타격대 중위의 국가관과 직업관이 이토록 투철할 줄이야! 강요된 애국은 애국이 아니라던 보니파스의 말이 귀를 울렸다.
강요된 애국!
한국의 사법기관과 정보기관의 행태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쌈디, 깨끗이 보내줘.”
뚜둑 소리가 났다. 비명은 없었다.
이튿날, 블랙맘바와 쌈디는 눈을 뜨자마자 무장을 점검했다. 화룡점정을 할 시간이다. 언제나 그렇듯 작전은 준비가 90%다. 자신의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적을 특정하기 어려울 뿐 드러난 적은 문제가 아니다.
“키담바!”
블랙맘바는 키담바를 불러서 총으로 쏘는 시늉을 하고 두리번거렸다. 피그미족을 총으로 쏜 놈을 추적하란 의미다.
“메이오, 메이오!”
두 번을 거듭하자 키담바가 알아들었다. 강물을 가리키고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무쌍은 강을 두 번 건넌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고우!”
블랙맘바의 예상과 달리 키담바는 강을 건너지 않고 강줄기를 타고 이동했다. 에플루 강은 정글을 뚫고 끝없이 이어졌다. 하류로 10km 이상 이동하자 강폭이 200~300m로 넓어졌다. 키담바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까닥였다.
“아하, 손가락 두 개는 두 배 넓은 강이란 뜻이구나.”
그제야 키담바의 손가락 두 개가 강폭이 넓은 지점을 의미했음을 알았다. 한국인과 피그미족의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멀고도 험했다. 다행한 점은 하마를 몰살시킨 지점과 13km나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투리 정글은 빽빽한 삼림이 소음을 흡수한다. 1~2km만 떨어져도 인간은 총성을 듣지 못한다.
갑자기 심 봉사가 눈을 뜬 듯 시야가 확 트였다. 하늘이 뻥 뚫렸다. 드디어 지겨운 캐노피를 벗어났다. 아스라이 하얀 비단 띠가 햇빛에 반짝였다. 이투리 강이다.
앞을 막은 에플루 강과 반짝이는 비단 띠 사이에 검은 땅이 시야 밖까지 펼쳐져 있다. 소위 두물머리에 자리 잡은 아파돔베의 하중도, 피그미들이 카당카라 부르는 목적지다. 여기 오기까지 꼬박 14일이 걸렸다. 놈들이 경고한 열흘에서 무려 10일이 지났다.
블랙맘바는 GPS 전원을 켜고 아파돔베의 좌표를 수정했다. 애초 좌표에서 13km나 서남쪽으로 이동했다. DGSE 정보가 카무게 일당의 본거지를 찾지 못하고 허둥거릴만했다.
키담바가 백 팩에 거치 된 총을 탁탁 두드리고 섬을 가리켰다. 그리고 고개를 짤짤 흔들었다.
“뭐야? 총을 든 놈들이 섬에 있고, 본인은 갈 수 없다는 거냐?”
키담바는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전투에 끼어들 이유도 없고 전투 능력도 없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이고, 총을 세 번 쏘는 시늉을 하고 손을 까닥까닥했다. 총성이 세 번 울리면 끝났으니 은신처에서 나오라는 뜻이다.
“메이오, 메이오!”
올롱게와 키담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의심스럽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 키담바가 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입을 한껏 벌렸다가 닫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손가락 열 개를 쫙 펴고 상체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번엔 조금 어려웠다.
‘악어가 많다는 뜻인가? 아니면 아나콘다라도 있다는 뜻인가? 입을 열면 안 된다는 뜻인가? 에이 씨 뭐가 이리 어려워.’
올룸보가 그리웠다.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확실히 아쉬웠다.
배가 고팠다. 생체시계는 대략 오후 3시다. 인간은 멜라닌 색소의 증감을 통해 시간을 인식한다. 에피듐의 육체에 스나이퍼 교육을 거친 블랙맘바는 거의 정확히 시간을 감지할 수 있다.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은 거의 잃어버린 능력이다. 쌈디가 아껴두었던 시레이션을 뜯고, 피핀을 쪼개서 수통에 물을 받았다. 불을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수고했다. 고맙다.”
식사를 마친 블랙맘바가 올롱게와 키담바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두 사람의 도움 없이 이투리에 들어섰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라흐 와 다학뚜 라흐 브럭(신의 행사는 신이 막는다.)”
올롱게와 키담바가 꾸벅 고개를 숙이고 숲 속으로 사라졌다.
‘점마들이 무신 소리 하노? 설마 엿 먹으란 소리는 아니겠지.’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와키르, 후딱 때려잡고 가자. 에델 아가씨 보고 싶다.”
블랙맘바가 움찔했다. 부드러운 듯 단단하고, 작은 듯 크고, 욕정인 듯 그리움인 그것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랫도리가 순간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망할 자식, 꼭 지금 순간에……. 맛 좀 봐라.’
삭- 나뭇가지를 기어가던 아프리카 타란툴라가 블랙맘바의 손안에 들어왔다. 자연동화술을 발휘해서 쌈디의 목에 독거미를 붙였다.
“쌈디야, 목에 독거미 붙어있다.”
“에이, 성가셔.”
쌈디가 손으로 뒷목을 쓱 훑었다. 큼직한 손에 아기 손바닥보다 큰 털투성이 거미가 잡혔다. 망설임 없이 거미를 입안에 탁 털어 넣고 우물우물 씹어먹었다. 퍼런 액즙이 입가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헐!”
장난쳤던 블랙맘바가 헛바람을 불었다. 저럴 때는 역시 좀비다. 타란툴라를 맛있게 씹어먹을 인간은 없으니 말이다.
“새벽 2시에 잠입한다. 오랜만에 푹 쉬어 보자고.”
“후딱 때려잡지 않고서…….”
쌈디가 구시렁거리며 가지가 많은 아비시니아를 골라서 30m 높이에 해먹을 걸었다. 블랙맘바가 해먹으로 올라가자 쌈디는 나무 밑에 방수포를 깔고 벌렁 누웠다. 그것으로 잠자리 준비는 끝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 무엇이든 주인에 접근할 수없다.
위에서 툭툭 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주인이 모기장을 뚫고 들어온 독충을 때려잡는 소리다. 노출된 손등과 얼굴에 말파리와 모기가 우르르 달려들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개미가 커다란 집게를 앞세우고 바글바글 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