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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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7 ->여기까지 19권
모기와 말파리가 피부에 빨대를 꽂으려고 악을 쓰고, 개미는 살을 뜯어내려고 버둥거렸다. 이투리 독충의 예리한 침과 이빨도 소용없는 껍질이다.
“흐흐흐, 껍데기는 내가 주인님보다 우월하지.”
쌈디가 실실 웃으며 까맣게 달라붙은 군대개미와 말파리를 손바닥으로 쓱 훑어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주인은 진저리치지만, 자신에겐 간식거리다.
특급 스나이퍼는 수면 조절 능력이 있다. 블랙맘바가 눈을 번쩍 떴다. 새벽 2시, 실같이 가는 초승달이 서쪽 하늘에 걸렸다. 환한 어머니 얼굴이 달 속에 떠올랐다.
“신세 처량하구먼.”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세상 사람들이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에 홀로 깨어나 카니발 준비를 하는 인간이 정상적일 리 없다. 어머니가 자식의 직업을 알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철컥- 급탄 노리쇠 소리가 상념을 돌려놓았다. 사신이 강림할 시간이다. 탄띠를 물린 메그를 어깨에 걸친 쌈디의 그림자가 음산했다. 뿔 달린 거인이 동화책에서 뛰쳐나왔다. 블랙맘바가 깃털처럼 지상에 떨어졌다.
“착용해라.”
AN/PVS-5 야시경을 던져주고 착용 시범을 보였다.
“오옷, 신기하다.”
쌈디가 감탄했다. 캄캄한 세상이 연녹색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작전용 AN/PVS-5 야시경은 800m까지 시야를 제공한다. 블랙맘바의 야안도 그처럼 멀리 미치지는 못한다. 인간의 공격성은 두려움의 원천이었던 어둠까지 극복했다.
블랙맘바가 말없이 앞장섰다. 쌈디는 전투 본능을 타고났다. 자신이 나설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알고, 손을 쓰면 가차없다. 다소 어설펐던 화기 운용도 매끄러워졌다. 말이 필요없는 든든한 조공이다. 선우현을 데려왔으면 뒤치다꺼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검은 그림자가 드넓은 강변과 늪지대를 발정 난 오셀롯(Ocelot, 남아메리카 고양잇과 동물로 달 밝은 밤에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습성이 있다.)처럼 뛰어다녔다. 잠입 포인트를 찾는 블랙맘바와 쌈디다.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와 르웬조리 산맥에서 발원한 에플루 강과 이투리 강이 만나는 지점이 아파돔베다. 작은 지류를 긁어모아 덩치를 불린 강은 아파돔베에서 흐름이 정체되었다. 광대한 삼림은 수백 제곱킬로미터에 걸쳐 늪을 형성했다. 늪 속에 들어앉은 하중도가 카당카다.
카당카를 둘러싼 강은 폭이 200~300m에 달했다. 최고의 해자를 두른 난공불락의 성채인 셈이다. 놈들이 이곳을 본거지로 삼을 만했다.
이투리 정글의 늪은 위험하다. 장구한 세월 동안 침전된 뻘과 유기물이 몇 미터씩 쌓인다. 물이 얕다고 섣불리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뻘에 빨려 들어간다. 일단 뻘에 끌려들어 가면 늪에 유기물을 보충하는 신세가 된다.
정글을 흐르는 강물이 정체되면 치명적인 생물이 서식한다. 거망과 악어, 독사가 모여들고, 칸디루, 늪 거머리, 미찌유르, 메디나충 등의 독충과 기생충이 우글거린다. 아나콘다와 비단뱀 같은 덩치 큰 뱀이 물에 서식하는 이유는 체중 때문이다.
생물은 몸길이의 세제곱으로 체중이 늘어난다. 길이 2m 살모사의 체중이 3kg일 때 길이 6m 비단뱀의 체중은 81kg, 길이 8m 아나콘다는 192kg이 된다. 덩치 큰 뱀이 늪에 모이는 이유다.
테러버드, 디노팰리스, 사르코수쿠스가 존재하는 이투리 정글에 뭔들 없겠는가. 원주민들이 주장하는 무겔레음베음베라는 괴물이 있을지도 몰랐다. 사르코수쿠스를 목격한 원주민이 무겔레음베음베의 전설을 만들어내고도 남는다.
꼬박 한 시간 동안 광대한 지역을 뛰어다녔지만, 적당한 도강 지점을 찾지 못했다. 멀리서 볼 때의 지형과 근접해서 확인한 지형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카당카(하중도)로 잠입할 포인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와키르, 선착장이다.”
쌈디가 가리킨 지점은 이투리 강이 호리병 박처럼 잘록한 허리를 드러낸 위치다. 강 건너 모래톱에 얹혀있는 모코로(통나무를 파내서 만든 배) 두 척이 보였다. 강 건너에서 신호를 보내면 배를 띄우는, 카당카와 외부를 잇는 유일한 출구다.
“잠복조가 있다.”
보마는 보이지 않지만, 숨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박살 낼까?”
블랙맘바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보마에 숨어있는 놈들을 흔적없이 지울 수만 있으면 도강 위치로는 최적이다. 카무게는 바보가 아니다. 보마 좌우 50m 떨어진 지점에 또 다른 보마가 있다. 경계조의 눈을 피해서 강을 건너고, 보마 세 곳을 소리 없이 제압하기란 불가능이다. 블랙맘바가 머리를 흔들었다. 목적은 인질범 격멸이 아니라 인질 구출이다. 일단은 소리없이 스며들어서 인질을 확보해야 한다.
“저까짓 놈들 죽여서 뭐해. 인질만 위험해진다.”
선착장을 깨끗이 포기하고 4km 떨어진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강폭이 가장 넓은 지점이자 외곽 경계 초소가 없는 지점이다. 등애는 험난한 촉도를 넘어서 촉을 멸망시키고, 나폴레옹은 알프스를 넘어서 이탈리아군을 박살 냈다. 방심보다 더 큰 취약점은 없다.
강바닥에서 솟아오른 거품이 터지는 소리가 탁탁 들렸다. 메탄가스가 올라올 정도면 강바닥에 부식 유기물이 엄청나게 쌓였다는 의미다. 아니면 키부 호처럼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 흐르던지.
야시경에 비친 푸르스름한 늪의 전경은 괴기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둥둥 떠다니는 수초 더미, 이리저리 엉킨 허연 공기 뿌리, 속살이 하얗게 드러난 고사목, 수면을 주르륵 미끄러져 가는 이름 모를 생물체, 구불구불 헤엄쳐가는 독사, 저승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고민하는 작가라면 고민이 확 풀릴만한 풍경이다.
“쌈디, 카무게는 호웅간이다. 놈이 어떤 야료를 부렸을지 모른다. 메그는 집어넣고 뽁뽀기를 잡아라. 소리를 내선 안 된다.”
“알았다. 기관총은 손맛이 없다.”
두 사람은 전투화 위에 방수화를 겹쳐 신었다. 신발이 젖으면 기동성이 떨어진다. 기동성은 인질 구출 작전의 첫째 조건이다. 특수 고글을 쓰고, 준비된 실리콘으로 콧구멍, 귓구멍을 틀어막고 콘돔으로 페니스 구멍도 막았다.
달빛에 끈적이는 시커먼 늪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별별 괴물과 특이한 생물이 날뛰는 이투리 정글이 아니던가.
“지장보살 지장보살!”
블랙맘바가 나지막이 염불을 외며 늪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부그르르- 기포가 끓어올랐다. 무릎까지 뻘에 쑥 박히고 악취 나는 물이 턱밑에서 찰랑거렸다. 얼마나 깊어질지 모르지만, 일단은 뻘이 깊지 않아 다행이다.
지장보살의 효과는 본인도 별로 믿지 않았다. 수천의 생명을 지옥으로 보냈다. 업무량이 늘어난 염라대왕도 짜증 내고, 바빠진 지장보살도 자신을 봐 줄 것 같지 않았다. 수많은 원귀가 함께 죽자고 늪 속으로 끌고 들어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진한 녹색 구슬 두 개가 점점이 떠다녔다. 악어 눈깔이다. 야시경을 벗고 보면 빨갛게 빛난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강을 건너는 미친 짓거리는 감히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카무게란 놈이 기막힌 곳에 본거지를 잡았다.
블랙맘바는 최대한 물결이 일어나지 않게 천천히 움직였다. 쌈디도 조심스럽게 뒤따랐다. 어떤 종류의 생물이 얼마나 많이 서식하는지 정보가 없다. 영역을 침범당한 놈들이 떼거리로 덤비면 골치 아파진다.
쌈디의 눈이 번쩍 빛났다. 좌측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물체가 있다. 슈르르 물살이 크게 갈라졌다. 길이 7~8m에 달하는 비단뱀이다. 키익- 비단뱀이 상체를 1m 들어 올려서 블랙맘바를 노렸다. 눈알이 녹색이다.
“클리어!”
쉬악- 뽁뽀기가 달빛에 번쩍 빛났다. 모가지가 댕강 잘린 뱀이 몸부림쳤다. 사사삭- 블랙맘바와 쌈디는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츄르르- 악어떼가 몰려들었다. 뒤쪽에서 살을 뜯어내는 퍽퍽 소리가 들렸다.
“눈알이 새빨간 놈은 내게 넘겨라.”
“알았다.”
크란의 예에서 보듯이 호웅간과 심령이 연결된 동물은 눈알이 핏물에 잠긴 듯 새빨갛다. 테이머를 죽이면 호웅간이 침입자를 알아차리게 된다.
츄르르- 크고 작은 독사와 인간을 삼키고 남을 왕뱀이 계속 달려들었다. 삭- 삭- 뽁뽀기가 분주히 수면을 갈랐다. 그때마다 피가 튀고 물결이 솟구쳤다. 독물은 쌈디의 예민한 감각을 속이지 못했고, 예리한 뽁뽀기를 감당치 못했다. 슈아악- 물살이 크게 일었다.
“와키르, 눈이 빨간 놈이다.”
물 위로 들어 올린 대가리가 쌈디의 머리통보다 큰 거망이다. 초승달 아래 검은 물을 헤치고 달려드는 거대한 뱀을 상상해보라. 꿈에도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몰려들던 악어와 뱀들이 미친 듯이 도망쳤다. 거망은 최상위 포식자답게 탐색 절차를 생략하고 달려들었다. 락샤샤를 뽑아드는 순간에 거망의 머리가 들이닥쳤다. 일 초를 십 분의 일로 쪼갠 순간에 격돌이 일어났다.
쾅- 키엑- 락샤샤에 목을 얻어맞은 거망이 미친 듯이 몸을 비틀었다. 슛- 락샤샤가 목을 휘감았다. 늪을 뒤집어엎을 듯이 설치던 거망이 뚝 멈추었다. 고삐 꿰인 송아지와 다름없다. 블랙맘바가 수도로 거망의 아가리를 훑었다. 뜨드득- 수백 개의 이빨이 우수수 부러졌다. 주둥이가 피투성이로 변했지만, 거망은 나 죽여줍쇼 하고 미동도 않았다.
“이얍!”
블랙맘바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불끈 솟았다. 락샤샤에 목을 감긴 거망이 허공을 휘돌았다. 슈아악- 거망이 공간을 가르고 날아갔다. 첨벙- 500kg이 넘는 거체가 악어의 잔치판에 떨어졌다. 푸다닥- 쌈디 손에 죽은 동료를 포식하던 악어들이 미친 듯이 도망쳤다. 거망도 반대쪽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쌈디가 입을 딱 벌렸다.
“친하게 놀아보라고 보내줬더니 체급이 안 맞는 모양이네.”
락샤샤를 챙기는 블랙맘바는 심드렁했다.
“와키르, 왕뱀이 꼼짝 못 한 이유가 뭐지? 부두교 제사장으로 전직했나?”
“락샤샤 재료는 고대 최강의 공룡인 보스사우루스의 힘줄이다. 영성이 생긴 동물은 천적의 흔적을 알아본다. 혹시나 해서 써먹었다.”
“그런가?”
쌈디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듯하긴 한데 전적으로 믿어지지는 않았다.
폭이 300m인 늪을 딱 절반쯤 건넜다. 뻘이 점점 깊어졌다. 무릎까지 빠지던 뻘이 허벅지까지 삼켰다. 블랙맘바는 공진파로 몸을 띄우고 쌈디는 힘으로 밀고 나갔다.
“윽!”
앞서 가던 쌈디가 나지막한 비명을 남기고 수면 아래로 쑥 들어갔다. 하상이 고르지 못한 강바닥에 형성된 늪 속의 늪이다. 충분히 예상했던 상황이다. 퐁- 락샤샤가 수면 아래로 파고들어갔다. 차라락- 락샤샤가 쌈디의 몸통을 감았다.
‘흡!’
블랙맘바가 비명을 삼켰다. 쌈디를 끌어내기는커녕 자신이 빨려 들어갔다. 명치에서 찰랑대던 물이 턱밑에서 출렁였다. 그러고도 몸이 조금씩 하강했다. 공진파를 발아래로 뿜어서 버텼지만 조금씩 끌려들어 갔다. 백두급 씨름 선수 두 명이 강바닥에서 발을 잡아 당기는 느낌이다.
검은 물이 턱밑에 차올랐다. 천하의 무쌍도 다급해졌다. 락샤샤를 풀면 쌈디가 뻘 아래로 사라지고, 그대로 버티면 자신까지 뻘에 묻히게 생겼다. 진퇴양난에 처한 블랙맘바는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이 정도의 흡력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카무게의 술법일 가능성이 높았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발밑이 끌려들어 가는 상황에선 대책이 없다. 일단 힘을 받아줄 바닥이 있어야 힘을 쓸 수 있다. 그는 건너편 늪을 바쁘게 더듬었다. 두 아름이 넘어 보이는 아비시니아가 눈에 들어왔다.
왼쪽 포켓에 든 아미 로프를 꺼내 들었다. 150m가 별것 아닌 거리지만, 쌈디에게 끌려들어 가는 상황에서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후웁!”
아랫배가 팽팽해지도록 공기를 들이마시고 공진을 휘돌렸다. 청량한 기운이 두정에서 흘러나와 오른팔로 스며들었다. 실패하면 두 번은 없다. 전력으로 표적을 향해 표창을 방출했다.
쐐액- 뻐억- 대기를 쪼개고 날아간 표창이 거목 둥치를 파고들었다. 정신이 분산되자 몸이 아래로 쑥 끌려 들어갔다. 발아래로 공진을 전력으로 뿜어내고 로프를 팔이 빠지라 잡아챘다.
팽- 로프가 끊어질 듯 팽팽해졌다. 거목이 움찔거리는 느낌이 로프에서 전해졌다. 아미 로프가 압력을 버텨주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서서히 몸이 떠올랐다. 왼손엔 쌈디가 매달려있고 오른손은 아미 로프를 당기고 있다. 두 손이 묶인 틈을 타고 온갖 물것이 달려들었다. 늪 살모사 한 마리가 귀를 물고 늘어졌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쌈디가 서서히 끌려 나왔다. 십분 이상 실랑이한 끝에 뻑하는 소리와 함께 쌈디의 얼굴이 수면에 떠올랐다. 양쪽 팔이 수전증에 걸린 듯 부들부들 떨렸다.
“씨바, 돈 벌기 쉽지 않구마.”
블랙맘바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휴, 이게 뭔 사단이야.”
쌈디가 입안에 들어간 뻘을 퉤퉤 뱉으며 투덜거렸다. 역시 쌈디다.
“임마, 조심해! 쌈디 루시(에티오피아 하다드 사막에서 발견된 350만 년 전 여성 고 인류 화석. 뻘에 잠기는 바람에 화석이 유지되었다.)가 될 뻔 했잖아.”
블랙맘바가 타박을 주고 아미 로프를 쌈디에게 넘겼다. 귓불을 물고 늘어진 늪살모사의 아가리를 잡고 두 쪽으로 찢어서 팽개쳤다. 보툴리누스 톡신도 어쩌지 못하는 신체다. 살모사 독 따위야 별것 아니지만, 기분이 더러웠다.
일단 뻘에서 해방된 이상 도강은 어렵지 않았다. 쌈디가 아미 로프를 잡아당겼다. 추르르- 두 사람은 한 덩어리가 되어 늪을 가로질렀다. 잔뜩 화난 블랙맘바가 몰려드는 악어와 뱀 대가리를 사정없이 잘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