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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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8
쌈디는 아미 로프가 끊어지든 말든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재수 없는 늪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주인이 생명을 주고 큰 사부가 인간으로 길러주었다.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다. 삶을 즐기기도 전에 요단강을 건너기엔 너무 억울했다.
두 사람은 보트에 매달린 수상 스키처럼 물살을 갈랐다. 쌈디가 강 언덕을 눈앞에 두고 속도를 늦추는 순간, 푸왁- 바로 눈앞에서 악어가 포탄처럼 튀어나왔다. 홍수림 공기뿌리 틈에 숨어있던 놈이다.
악어 주제에 허공으로 3m나 튀어 올라 쌈디를 덮쳤다. 쩍 벌린 아가리만도 1m가 넘는 역대급이다. 급습을 당한 쌈디의 구릿빛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따라붙은 독물을 처리하던 블랙맘바도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텁- 쌈디의 몸통 절반이 악어 아가리에 들어갔다. 악어가 습성대로 꼬리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입에 문 쌈디를 번쩍 뽑아들었다. 악어 따위에 당할 쌈디가 아니지만, 절묘한 타이밍과 공중 공격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것!”
손가락 두 마디를 말아쥔 곰 발바닥이 공간을 격해서 불쑥 튀어나왔다. 쾅- 블랙맘바의 웅장평타가 아래턱에 작렬했다. 그으으으- 악어 특유의 한숨을 쉬는 듯한 비명이 터졌다. 악어가 허공을 한 바퀴 돌아서 철퍽하고 늪에 떨어졌다. 한 방에 박살내려다 카무게의 테이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힘을 뺐다.
대우 선사의 추뢰술을 견디는 껍질이 악어 이빨에 씹힐 리 없다. 쌈디가 자신의 몸을 지렛대 삼아 통나무 같은 팔뚝으로 악어 위턱을 휘감고 불끈 힘썼다. 악어 아가리가 쩍 벌어졌다.
대형 악어의 치악력은 2톤에 달한다. 악어가 몸부림쳤지만, 쌈디의 완력을 당하지 못했다. 뿌드득- 쩌저적-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목이 찢어지고 몸통이 찢어졌다. 시뻘건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존만아, 먹을 걸 먹어라.”
쌈디가 두 조각 나다시피한 악어 사체를 팽개쳤다. 먹어서는 안 될 물건을 삼킨 악어는 체면을 구긴 쌈디의 분노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동물이든 인간이든 먹을 것은 잘 가려서 먹어야 뜻밖의 횡액을 피할 수 있다.
“흐미, 저 무지막지한 놈! 눈깔 확인해.”
깜짝 놀란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죽이려고 마음먹었으면 벌써 죽였다.
“확인했다. 빨간 눈깔 아니다.”
쌈디가 볼멘소리를 남기고 악어 등을 밟고 도약했다. 강 언덕에 올라선 쌈디가 아미 로프를 잡아챘다. 탄력을 받은 블랙맘바가 허공을 날아서 강 언덕에 올라섰다. 드디어 카당카에 발을 디뎠다. 이투리 정글에서 개고생한 14일, 끔찍한 아파돔베,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다.
블랙맘바와 쌈디는 마주 보고 열적은 웃음을 흘렸다. 블랙맘바는 고무보트를 추가로 보급받지 않은 자신의 무신경함을 탓했고, 쌈디는 주인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삽질하는 자신의 무능력을 탓했다.
능력 있는 인간은 남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법이다. 찌질한 인간이 자신은 로맨스, 남은 불륜이라 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능력 없는 부류의 인간이 정치인이다.
“니미 조또, 뭔 놈의 뱀이 이렇게 많아. 담발라 웨도가 비만 비단뱀이라 그런가?”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강인지 늪인지 구분 안 되는 물을 건너는 동안에 수백 마리의 뱀을 죽였다. 기도비닉을 유지한답시고 맨몸으로 도강하다가 시간만 소비하고 북망산에 갈뻔했다.
“진작에 아미 로프를 사용할 걸 그랬다. 주인 머리 나쁘다.”
로프를 정리하던 쌈디가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투덜거렸다. 언제나 빈틈없던 주인도 이번엔 삽질했다. 주인이 사용하는 로프와 채찍은 최고다. 높은 곳에 달린 과일을 따 먹고, 동물을 사냥하고, 절벽이나 나무를 오르기에도 좋았다. 이번에도 제 몫을 단단히 했다. 진작에 주인이 아미 로프를 사용했으면 개고생을 하지 않고 늪을 건넜다.
‘어휴 저걸 뻘에 그냥 묻어버리는 건데.’
블랙맘바가 속앓이를 했다.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쌈디 말대로 진작에 아미 로프로 외줄을 걸고 건넜으면 개고생을 면했다. 늪을 만만히 본 자신의 잘못이다.
“와키르, 이거 나무를 잘라야 뽑아낼 수 있다.”
쌈디가 뽁뽀기를 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표창이 지름 70cm 나무 둥치를 통과해서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나무를 자르는 거야 어려울 것 없지만, 거목이 쓰러지는 소리가 담발라의 주의를 끌면 곤란해진다.
“헐!”
블랙맘바도 놀랐다.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척한 표창이 거목을 꿰뚫었다.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결과다. 오자서가 호랑이를 칼로 쪼개고 아침에 확인하니 바위가 갈라져 있었다는 허풍이 실감 났다.
“나무를 자를 것까지야 있나.”
블랙맘바가 손을 나무 둥치에 쿡 박았다. 억수갑이 단단한 아비시니아 목질을 두부처럼 뚫고 들어갔다. 블랙맘바가 구멍에 빠진 물건을 꺼내듯 표창을 회수했다.
“간단하지?”
블랙맘바가 씩 웃으며 아미 로프를 수납했다. ‘혹시, 들었나?’ 쌈디가 질린 얼굴로 외면했다.
이투리에서는 늪이든 강이든 호수든 일단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옷을 벗어야 한다. 블랙맘바가 모래톱에서 팬티까지 홀랑 벗었다. 헐벗은 몸에 시커먼 덩어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늪에 잠긴 짧은 순간에 목 부분 옷깃을 타고 들어간 늪 거머리다.
거머리는 진동에 최고로 예민한 생물이다. 미세한 물살에도 벌떼같이 몰려든다. 거머리는 짧은 시간에 몸이 터질 듯이 통통해졌다. 먹을 만큼 먹고도 악착같이 주둥이를 박고 떨어지지 않았다. 은밀하고 혐오스런 흡혈귀들은 적당히를 몰랐다.
“빌어먹을 것들!”
엄지와 검지로 거머리를 잡고 당겼다. 몸체가 고무줄처럼 쭈욱 늘어났다. 인장 임계점에 달하자 몸통이 뚝 끊어졌다. 끊어진 몸통에서 쏟아지는 시뻘건 액체는 소중한 자신의 피다. 그 와중에도 주둥이를 박고 있다. 짚은다리 거머리는 잡아떼면 잠시 버티다 떨어진다. 아프리카 생물은 무엇하나 얌전한 놈이 없다.
문득 아버지 종아리에 붙은 거머리를 가지고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항문 쪽에서 주둥이 쪽으로 밀짚을 쭈욱 밀어 넣으면 스키니 진을 뒤집어 벗듯이 홀랑 뒤집어진다. 뒤집는다는 말은 내외부를 바꾼다는 말이다. 빨아먹은 피를 몽땅 회수하는 보복 심리의 발현이다. 시골 아이에겐 거머리도 훌륭한 놀이 소품에 자리매김했다.
라이터로 지지면 빨판이 뚝 떨어지지만, 몸속의 피를 게워내므로 감염되기 쉽다. 야간에 불빛을 노출하기도 곤란했다. 제버 사냥 칼로 빨판 주둥이를 득득 긁어냈다.
“거머리보다 못한 것들!”
블랙맘바는 이빨을 박박 갈았다. 개고생하게 한 카무게 일당에게 달러 이자를 받아도 속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카무게란 놈은 거머리처럼 홀랑 뒤집어줄 작정이다.
블랙맘바가 멀뚱히 구경하는 쌈디를 휙 돌아보았다. 벌레도 사람을 가리는지 쌈디에겐 달라붙지 않았다. 좀비의 피가 맛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불똥이 쌈디에게 튀었다.
“재미있나?”
쌈디가 흠칫했다.
“헤헤, 벌레도 와키르 위대한 줄 안다. 와키르 좋아하고 와키르 백 팩도 좋아한다.”
쌈디 딴에는 농담을 던졌지만, 블랙맘바의 미간에 주름살만 한 줄 더했다. 옷과 백 팩에 신원 미상의 온갖 환형동물과 유쾌하지 않은 수생 곤충이 새카맣게 달라붙어 있다. 지지리도 정이 안 가는 이투리다.
백 팩에서 디엘드린(dieldrin, 크롤데인계의 유기염소 살충제) 분말 봉지를 꺼냈다. 물에 녹지 않는 DDT 계열 살충제는 젖은 몸에 사용하기에 딱 좋다. 밀가루처럼 고운 분말을 전신에 문질러 바르고 옷과 가방에도 꼼꼼히 뿌렸다. 새카맣게 붙어있던 벌레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미친 듯이 도망쳤다.
거머리가 주둥이를 처박은 곳이 꺼멓게 변색하였다. 보통 거머리가 아니다. 요오드 액으로 소독하고 외용 연고를 발랐다. 거머리 사냥을 하는 동안에 벗어둔 옷이 꾸득꾸득 말랐다. 전투복 한 벌이 르노 자동차 한 대 값이다. 비싼 값을 했다. 덜 마른 옷을 툭툭 털어서 입었다. 찝찝하지만 별수 없다. 어차피 갈아입을 옷도 없다.
카당카는 타원형 하중도다. 넓이는 20㎢, 대략 여의도 면적의 2.5배다. 울창한 원시림으로 덮인 섬 바깥은 백사장과 홍수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블랙맘바가 상륙한 지점은 섬 동쪽 가장자리는 레그바의 관문이라 불리는 지점이다. 레그바의 관문에서 3km 서쪽, 섬 중앙부에 수상(樹上)가옥 세 채가 아비시니아의 무성한 가지에 의지해서 지상 20~30m 높이에 매달려 있다.
타피오카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바나나 잎으로 엮어 만든 수상 가옥은 맹수와 벌레를 피할 수 있고, 지표 복사열을 피할 수 있다. 무화과 덩굴로 만든 줄 사다리를 오르내리기가 불편하지만, 거주 환경은 최고다.
유난히 큰 중앙 수상가옥, 악어 두개골을 덮어쓴 건장한 남자가 표범 가죽 의자에 꼿꼿이 앉아있다. 석탄처럼 검은 피부에 위엄있는 각진 얼굴, 번쩍이는 눈동자, 딱 벌어진 어깨, 블랙맘바가 쁘띠 오듀(하잖은 쓰레기)라 부르는 자, 프랑스 정부가 이빨을 갈고 있는 카무게다. 카무게는 모종의 의식을 진행 중이다.
[파파이 레그바 파에우모 파파 레토누엔 르와 뇨리타 아브리……]카무게의 면전에 꼿꼿이 서 있던 마르두(주술 지팡이)가 부르르 떨렸다. 마르두 머리를 장식한 해골 이빨이 딸각거렸다.
[……와다우 우발레 카딩고 왕가 왐바 레그바 안사루 투왑!]긴 주문을 마친 카무게의 눈동자가 뒤집혔다. 마르두가 윙윙 진동했다. 자신이 섬기는 르와, 담발라 웨도가 현신했다. 카무게가 팔뚝을 예리한 손톱으로 긋고 마르두 해골의 입을 갖다 댔다.
달칵달칵- 해골의 아래턱이 움직였다. 주르륵 흘러내리던 피가 해골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허옇게 눈이 뒤집어진 악어 두개골을 덮어쓴 남자, 피를 빨아먹는 주먹 크기의 해골, 임산부나 노약자는 관람 불가 호러 영상이다. 카무게가 지그시 감고있던 눈을 번쩍 떴다.
“페트로(사악한 정령)가 등장했으니 조심하라고? 여태 레그바(문지기 정령)가 이런 계시를 내린 적은 없었는데.”
카무게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레그바의 전언은 헛됨이 없다. 본거지로 삼은 이곳 카당카도 레그바의 계시를 받아서 차지하지 않았던가.
생각에 잠겨있던 카무게가 천장에 매달린 줄을 두 번 당겼다. 잠시 후 뱀 가죽 머리띠에 독수리 깃털을 꽂은 남자가 나타났다. 경비대장 부드셀라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 불구하고 남자는 잠 끼 없이 말짱했다.
“마캉달(주술사 우두머리, 호웅간을 높여 부르는 칭호) 부르셨습니까?”
“부드셀라, 선착장은 문제없나?”
“방금 교대 인원이 돌아왔습니다. 오마(뱀정령)가 악어를 잡아먹었다는 보고 외에는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카무게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오마가 한 차례 난동을 부렸다. 악어를 잡아먹느라 설친 모양이다. 오마의 눈을 통해 확인한 늪도 별 이상 없었다.
“블리사 키시모 사원에서는 연락이 없었나?”
“넵, 마캉달께서 출타하셔서 보고드리지 못했습니다. 3일 전에 어미 개구리의 답변을 지참한 교도가 도착했습니다.”
카무게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부드셀라가 품에서 밀봉된 알루미늄 케이스를 꺼내서 공손히 바쳤다. 카무게가 케이스를 개봉해서 서류를 확인했다. 카무게의 얼굴이 밝아졌다.
“부드셀라, 드디어 어미 개구리가 손을 들었다. 30일 이내에 2,000만 프랑과 우리가 요청한 무기를 인질과 교환하겠다고 했다.”
“르와! 개구리 따위가 영명하신 마캉달님의 수완을 따를 수 없지요. 하지만 개구리를 선 듯 믿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이다. 놈들이 인질과 맞교환을 요구했다. 인질을 확인하기 전에는 일방적인 항공 투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믿음이 간다. 장소는 키부 호 근처로 하고, 지원화기를 제외하는 대신 파무스 숫자를 700정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카무게는 노련한 보니파스의 술수에 넘어갔다. 보니파스가 블랙맘바의 공작을 지원하기 위해 신기루 작전을 펼친 것이다.
“우리가 칭크와 연결된 사실을 눈치챘을까요?”
“어미 개구리가 블리사 키시모 사원이 칭크의 소굴인 줄 눈치채고 장소를 바꾸었을 수도 있다. 우리야 아쉬울 것 없다. 칭크의 무기와 자금을 받았으니 블리사 키시모에 연연할 필요 없다. 어미 개구리에게 연락하라. 인질 교환 장소는 키부호 남쪽 은콤보 섬의 남쪽 꼬리로 한다. 투하 날짜는 열흘 뒤로 잡아라.”
“알겠습니다. 새끼 개구리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 문제없겠습니까? 두 놈은 곧 죽을것 같습니다.”
“내가 있는한 죽지는 않는다. 목숨만 붙어있으면 된다. 너는 인질에 신경쓰지 말고 카당카 경계를 강화하라. 페드로가 나타났다는 레그바의 계시를 받았다. 양키와 개구리 특공대가 부카부에 나타났다는 동양인 친구의 정보도 들어왔다.”
“음흉한 개구리가 양동 작전을 펼칠 모양입니다. 성소를 찾아내면 공격하고, 그렇지 못하면 인질 교환에 나서겠지요. 그깟 놈들이야 수천 명이 몰려와도 문제없습니다.”
부드셀라가 장담했다. 이투리 정글은 악마의 숲이다. 르웬조리 열대우림에서 잔뼈가 굵은 교도들도 마캉달이 조제한 몰약을 마시지 않으면 하루를 버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