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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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9
현대적 장비는 이투리 정글에서 별 소용없다. 캐노피에 시야를 차단당한 정찰기와 헬기는 지상 작전을 지원할 수 없다. 저공 비행하는 헬기 조종사는 캐노피와 하늘을 뒤바꿔 인식하는 리볼트 현상을 겪는다. 착시의 결과는 추락이다.
차량은 험난한 지형과 빽빽한 지표식물 때문에 애당초 반입할 수 없고, 은폐된 늪과 철조망을 방불케 하는 가시덤불 때문에 바이크도 기동하기 어렵다. 도로를 내봐야 며칠이면 사라진다. 지표에 노출된 자철석 광상이 나침반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망원경과 야시경도 별 쓰임새가 없다. 고온다습한 기후는 전자 기기를 고장 내고, 총기와 탄약을 부식한다.
이투리의 악마는 잔인하고 무심하다. 현대적인 무기와 장비로 무장한 프랑스 특공대는 오만의 대가를 단단히 치렀다. 이투리 정글은 힘과 힘이 부딪히는 야만의 땅이다. 괜히 악마의 숲, 검은 숲이 아니다.
오마는 마캉달의 역작이다. 레그바와 담발라의 파편이 빙의된 오마는 이름 그대로 악몽이다. 특공대가 설사 정글을 돌파하더라도 오마가 악어, 하마, 독사 같은 하위 생물체와 함께 버티고 있는 천연의 방벽을 건널 가능성은 없다. 부드셀라는 신이라도 카당카를 공략할 수 없다고 자신했다.
“부드셀라, 자만하지 마라. 축복을 받지 않은 인간이 저주의 심연을 건널 수는 없지만, 인간만이 세상 전부가 아니다. 레그바의 계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거짓을 말하지만 레그바는 거짓을 모른다.”
카무게는 신중했다.
“마캉달, 선착장을 거치지 않고 성소에 잠입하려면 맨몸으로 저주의 심연을 건너야 합니다. 인간, 아니 페트로(사악한 정령)도 오마가 지키는 저주의 늪을 건너지 못합니다. 임박한 루스 루웨(악령 전사)탄생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듯합니다.”
“부드셀라, 루스 루웨에 대해선 말하지 마라. 루스 루웨는 모부투와 투치족을 몰아내고 부두의 세상을 만들 희망이다. 네놈이 함부로 언급할 존재가 아니다.”
“죄송합니다.”
엄중한 카무게의 경고에 부드셀라가 납작 엎드렸다. 마캉달이 카당카에 은거한 진짜 이유가 루스 루웨 생산이다. 루스 루웨는 자신과 담당 맘보만 아는 비밀이다.
“오마가 지키는 저주의 심연은 걱정할 것 없다. 선착장 경계를 강화하라.”
카무게가 달걀 크기의 해골이 달린 목걸이를 품에서 꺼냈다.
“마캉달, 프웬(사악한 주술을 방어하는 부두교 목걸이, 소지자의 기척을 숨겨준다.)까지 사용할 필요는…….”
카무게가 마르두를 바닥에 쿵 찍었다.
“죄송합니다.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움찔한 부드셀라가 프웬을 받아들고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부드셀라가 사다리를 내려가자 카무게가 투덜거렸다.
“쓰읍, 이래서 군복 입은 놈은 싫어. 대가리가 굵어지면 귀가 작아지고 입이 커진단 말이야.”
카무게가 설렁줄을 세 번 당겼다. 시커먼 장옷을 덮어쓴 맘보(여사제)가 나타났다.
“위카(그릇, 여기서는 백인 임산부)는 이상 없나?”
“마캉달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호는 이틀이면 자궁이 열릴 듯합니다.”
“생각보다 빠르군. 역시 백인의 그릇이 좋아. 오늘부터 위카에게 투여하는 요룬바의 양을 두 배로 늘려라.”
“알겠습니다.”
카무게가 붉은 액체가 든 병을 품속에서 꺼냈다.
“오마의 피도 두 배로 늘려라.”
“마캉달이시여, 위카가 붕괴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
“알겠습니다.”
맘보가 절하고 내려갔다.
‘별문제 없는데 내가 왜 서두르지?’
카무게는 조급해지는 자신을 달랬다. 카당카는 천혜의 요새다. 충성스런 교도들은 눈이 째진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총기로 무장했다. 창칼을 들고 활을 쏘는 허접한 반군이 아니다. 은타간타와 한판 벌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그럼에도 레그바의 계시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찜찜했다.
“흐흐흐, 이틀이라~ 오 일이면 담발라의 파편 네 개가 이 땅에 태어난다. 세상이여 나 카무게의 위대함을 찬양하라. 자비를 빌어라. 은타간타, 공포가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쳐주마.”
카무게가 오만한 웃음을 흘렸다. 음모와 패륜이 익어가는 새벽이다. 인간은 일을 꾸미고, 하늘이 일을 이루어준다 했다. 카무게는 레그바의 계시를 좀 더 신중히 받아들였어야 했다. 모든 르와의 천적인 아수라와 나찰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네지떼 빠, 즈 부 제꾸뜨 메 엘 네 빠 찝찝해 찝찝해~”
쌈디가 미셀 폴라레프의 샹송 후렴구인 몽 띱 대신 찝찝해를 흥얼거리며 블랙맘바의 몸에서 떨어진 거머리를 주워서 날름날름 삼켰다.
“으억! 연순이가 알면 기절하겠군.”
블랙맘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벌레를 심심풀이 땅콩처럼 좋아하는 녀석이지만, 거머리까지 먹을 줄은 몰랐다. 잠시나마 연순이 신랑감으로 여겼던 자신을 저주했다.
쌈디가 옷을 벗어서 툭툭 털었다. 옷에 붙어있던 온갖 생물체가 우수수 떨어졌다. 손으로 몸을 쓱쓱 쓰다듬자 새카맣게 붙어있던 거머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거머리의 몸통은 홀쭉했다. 이투리 거머리도 좀비의 피는 적선 받지 못했다.
“에이, 이건 별로네.”
쌈디가 홀쭉한 거머리를 발로 뭉개고 옷을 걸쳤다.
‘하긴 인간이 뭘 못 먹겠어.’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태산 동굴에서 지네와 노래기를 잡아먹으며 연명했다. 동굴 바깥에서 들어온 큼직한 지네라도 잡으면 뛸 듯이 기뻤다. 카파루자에서 지하동굴을 헤맬 때는 지렁이도 맛있었다. 개체는 생존을 최우선한다. 일체 유심조라 했다. 해골에 담긴 물도 감로수가 될 수 있다. 사람이 닥치면 못 먹을 게 없지만, 저놈은 간식으로 먹으니 문제다.
쌈디가 방수화를 벗었다. 백 팩의 끈을 졸라매고, MP5sd3를 툭툭 쳤다.
“와키르, 시작하자.”
장난스럽던 눈이 광폭한 살기로 번들거렸다. 온순한 초식동물이 순식간에 맹수로 돌변했다. 쌈디의 본모습이다. 블랙맘바가 근거리 통신 헤드셋을 착용하고 쌈디에게 조작법을 가르쳤다.
“선착장의 경계조부터 처리한다.”
블램맘바와 쌈디가 모래밭을 낮은 포복으로 통과해서 울창한 삼림으로 뛰어들었다. 모래밭에 흔적이 남았지만, 어차피 쇼 타임이다.
“이쪽이다.”
블랙맘바가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어둠 속을 훌훌 날아갔다. 쌈디가 발걸음 소리도 없이 뒤따랐다.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 없는 원시림이지만, 블랙맘바는 풀이 누운 방향과 짓눌린 넓이만으로 사람의 흔적인지 동물의 흔적인지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의 발걸음 흔적은 선착장으로 이어졌다. 앞서 가던 블랙맘바가 손을 들었다. 쌈디가 자세를 바짝 낮추었다. 시큼한 냄새, 키담바 마을에서 쓸어버린 담발라의 몸에서 풍기던 냄새다. 블랙맘바가 대여섯 그루가 군락을 이룬 림발리 거목을 가리켰다. 선착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다.
콩과 식물인 림발리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자라는 교목으로 이투리 정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점종이다. 20~50m 높이에서 가지가 일차 캐노피를 만들고 우듬지가 2차 캐노피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절묘하다!’
쌈디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지상 20~30m 높이의 무성한 가지에 무화과 덩굴을 엮어서 만든 함지박이 3개 매달려 있다. 수염수리의 둥지를 똑 닮은 보마다. 주인이 지적하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칠뻔했다.
쌈디는 감각, 후각, 청각을 총동원했다. 나방의 날갯짓, 풍뎅이가 나무를 갉아 먹는 소리도 들리는데 인기척이 없다. 인간이 아무리 기도비닉을 유지해도 체취와. 위장이 꾸룩대는 소리, 숨소리는 나게 마련이다.
‘진짜 수염수리의 둥지인가?’
-쌈디, 파악했나?
-이상하다. 인간의 기척이 없다.
‘축농증 걸렸나?’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쌈디가 충분히 알아차릴 만한 거리인데 헤매고 있다. 키담바 마을에서 경험한 지독한 냄새를 포착하지 못하다니 말이 안 된다.
두웅- 공간지각력이 전면으로 좍 퍼져나갔다. 림발리 보마에서 좌우측 50m 후방 지면에 토굴형 보마가 있다. 인원은 각각 셋이다.
-림발리에서 2시 방향과 5시 방향 50m 후방 지하에 보마가 있다. 인원은 각각 셋, 클리어!
-클리어!
쌈디가 복창하고 무성한 관목을 비집고 사라졌다. 나무 위 보마와 거리 170m, MP5로는 일발필사가 쉽지 않은 거리다. 드라구노프도 곤란했다. 개조 소음기를 장착해도 만만치 않은 소닉붐이 발생한다. 굵은 나뭇가지 때문에 저격 재원이 나오지도 않았다.
반달에 가까워진 상현달이 밝다. 블랙맘바는 번거로운 야시경을 탈거해서 수납했다. 부두교 제사장이 부리는 술법은 위협적이지 못하지만, 피곤하다. 경계조의 기척과 채취가 지워진 것도 카무게가 야료를 부렸을 가능성이 크다. 놈들을 어설프게 처리하다간 죽도 밥도 안된다. 정의의 주먹 작전 성공 여부는 은밀성에 달려있다. 경계병을 흔적없이 지운 다음 인질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자연동화술을 발휘해서 멱을 따면 간단하지만, 정신력 소모가 크다. 놈들의 숫자는 500명이 넘는다. 체력과 정신력을 최대한 보전해야 한다.
풀숲 지대를 벗어나서 90m까지 접근했다. 전면에 은폐물이 없는 모래밭이 나타났다. 블랙맘바는 경계병들이 신체를 노출하기만을 기다렸다. 쌈디가 보마를 처리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니 바쁠 것도 없다.
‘이것들이 도술을 부리나?’
쌈디는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주인이 지적한 위치에 접근했지만, 인간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호흡도 없고 냄새도 없다. 이러다간 주인이 맡긴 일을 또 제대로 처리 못 하고 쪽팔리게 생겼다.
-현재 위치에서 두 시 십오 분 방향 7m
헤드셋에서 주인의 음성이 천둥처럼 울렸다. 눈알이 빠지라고 집중했다. 반짝- 희미한 반사광이 시야에 잡혔다. 올빼미처럼 예리한 시각이 삐죽이 나온 총구를 포착했다.
‘쪽팔려 죽겠네!’
후방에서 접근한 쌈디가 대나무로 짠 보마 뚜껑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달빛이 쏟아져 들어갔다. 식겁한 잠복조 셋이 고개가 부러지라 쳐들었다. 달빛을 등진 시커먼 악마가 내려다보고 있다.
‘으헉!’
입 모양으로 봐서는 비명을 질렀는데 소리가 없다. 뽁뽀기가 공간을 수직으로 갈랐다. 퍽-퍽- 인간의 머리도 수직으로 갈라졌다.
‘으아악!’
살아남은 반군, 아니 부두교도가 총구를 돌렸다. 쩍- 프라이팬 같은 손바닥이 차지게 뺨을 쳤다. 경계병이 풀썩 쓰러졌다. 그 서슬에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가 툭 떨어졌다.
“으으으!”
경계병의 입에서 비명이 새 나왔다.
“설마?”
쌈디의 눈이 커졌다. 목걸이를 주워들고 찬찬히 살폈다. 달걀 크기의 해골이 매달려 있다. 목걸이를 신음하는 경계병의 목에 다시 채웠다. 신음이 뚝 사라졌다.
“요상한 물건이네.”
이런 물건이 있을 줄이야! 쌈디는 목걸이를 자신의 목에 채웠다. 카무게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프웬 다섯 개 중의 한 개가 쌈디의 손에 넘어갔다. 프웬은 본래 상대방의 주술을 방어하는 용도지만 착용자의 일정 범위 내 기척과 소리를 지운다.
“흐흐, 그렇게 되었구먼.”
쌈디가 비시시 웃었다.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고약한 냄새가 후각을 괴롭혔다. 두 번째 보마에 은신한 경계조의 기척이다. 목걸이는 자신의 기척을 지우고 상대의 주술을 파훼하는 아이템이다. 전생에 동네라도 구했는지 보물을 공짜로 얻었다.
뚜둑- 통나무 같은 팔이 경계병의 목을 감아서 한 바퀴 돌렸다. 요상한 아이템을 제공한 대가로 베풀어진 고통없는 죽음이다.
위치가 파악된 이상 거칠 게 없다. 사사삭- 소리 없이 접근한 쌈디가 펄쩍 도약했다. 소리를 죽여주는 아이템이 있으니 거리낄 게 없다. 꽝- 뚜껑이 박살났다. 대나무로 격자를 짜고 풀과 덤불을 심어서 위장한 뚜껑이다. 120kg 거구를 버틸만한 내구성은 없었다.
경계병들은 놀랄 틈도 없었다. 퍽퍽- 군홧발에 얼굴을 차인 셋의 얼굴이 뭉개졌다. 볼 것 없이 즉사다. 쌈디가 죽은 놈들의 목을 살폈다. 예상대로 해골 목걸이를 걸고 있는 놈이 있다. 목걸이를 회수한 쌈디가 헤드셋을 열었다.
-클리어 완료
-알았다 대기!
쉽게 끝낸 쌈디와 달리 블랙맘바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나무 위의 경계병들이 도통 움직일 줄 몰랐다.
‘자슥들아, 골통을 쪼매만 내밀어 봐라.’
사정해도 움직임이 없다. 그 와중에 물것들이 때를 만난 듯 달려들었다. 디엘드린도 소용없었다. 주둥이와 침이 사정없이 쑤시고 들어왔다. 이때는 쌈디가 너무 부러웠다.
인내심이 바닥났다. 자연동화술을 발휘해서 막 모래밭을 건너려고 할 때 후방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블랙맘바는 수풀 일부가 되었다. 앞에총 자세로 남자 셋이 나타났다. 부니햇을 쓴 남자가 임구호를 댔다.
“르와 이미르!”
“……”
반응이 없자 반복했다.
“르와 이미르!”
“……”
“쿠루타라 안 자파이브 타하이?(이 새끼들, 자빠져 자는 거야?)”
부니햇이 빽 소리 질렀다.
“담발라 빅토리!”
그때야 나무 위에서 어눌한 소리가 들렸다.
‘허, 저 새끼들 디비 자고 있었구마.’
블랙맘바는 억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스나이퍼에 버금가는 훈련을 받은 놈이라고 여겼더니 자빠져 자고 있을 줄이야. 알았으면 벌써 올라가서 멱을 따버렸다.
경계병 셋이 나무에서 내려왔다. 부니햇이 경계병들을 두들겨 팼다. 뺨때리는 소리와 복창이 적막한 강변을 울렸다.
블랙맘바로서는 자다가 떡이 생겼다. 조용히 MP5를 들었다. 퍽퍽퍽- 퍽퍽퍽- 속썩이던 경계병 셋과 교대병 셋이 일시에 무너졌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섬멸 작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