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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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10
블랙맘바는 천돌혈과 인당혈에 구멍이 뚫린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가람 거미 한 마리 찾지 않는 선착장이다. 새벽이 가까워지면 잠이 올 수밖에 없다. 때리는 놈이나 맞는 놈이나 12g짜리 금속 조각에 나란히 생명을 잃을 줄 꿈에나 상상했을까. 한 치 앞을 못 보는 불쌍한 인생이다.
쌈디가 대뜸 죽은 경계병들의 목을 확인했다. 해골 목걸이가 있긴 있는데 총탄에 박살 났다. 경계 초소마다 해골 목걸이가 한 개씩 있다는 이야기다.
“아깝다!”
쌈디가 땅을 쳤다.
“뭐가 아까워?”
“와키르, 이놈들의 목걸이가 냄새와 소리를 차단한다.”
쌈디가 노획한 해골 목걸이를 건넸다. 블랙맘바가 미간을 찌푸렸다. 달걀 크기로 축소한 인간의 두개골이다. 해골에서 사악한 기운이 풀풀 풍겼다.
“흠, 그래서 놈들의 기척을 알아차리기 힘들었군. 상스럽지 못한 물건이지만, 사이비라고 하기도 힘드네.”
주술사들은 별 요상한 아이템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유감 주술이나 위협용이 아니라 실질적인 물리력을 발휘하니 문제다. 정도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사이비지만, 엉터리가 아니니 사이비가 아닌 셈이다.
“이거 덕분에 숨어있는 놈들을 찾아내서 지웠다.”
“그래?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냄새는 심하게 났었는데……. 가만있자~”
비상 파우치에서 천사의 알을 꺼냈다. 해골과 나란히 놓자 돌이 파란빛을 뿜었다. 해골을 가리면 빛도 사라졌다. 뭔가 천사의 알을 자극하는 변수가 있다. 그 변수가 주술인지 환경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주술을 파훼하는 작용을 한 것으로 보였다. 아니면 말고.
“필요 없다.”
블랙맘바가 해골을 던져주었다. 사마외도의 신물을 몸에 지녀서 좋아질 게 없다.
“싫으면 말고. 에델 아가씨에게 선물해야지.”
쌈디가 목걸이 두 개를 자신의 목에 걸었다.
“어이구, 퍽이나 좋아하겠다.”
블랙맘바가 픽 웃고 위성 전화기를 들었다. 현재 시각 03시 30분이다. 암호화 통신 버튼을 누르고 통화를 시작했다.
-어미 도요새, 새끼 도요새다.
-새끼 도요새 고생 많다. 농 쁘라블렘?
2초 후 폴의 응답이 왔다. 암호화 통신은 트랜스퍼가 음성을 암호 파일로 전환해서 송신하고, 수신 측은 암호 파일을 다시 음성으로 전환해서 듣는다. 약 이삼 초 지연이 발생한다.
-농 쁘라블렘! 인질 억류 거점 확보, 원 포인트 경계조 열둘 제거, 돌입한다.
-새끼 도요새, 자 잠시 기다려라. 올랑드를 바꾸겠다.
폴은 식겁했다. 한 지점의 경계조가 열둘이면 본대 숫자가 얼마란 말인가! 적어도 대대급이다. 자신의 권한을 넘는 통신이다.
-새끼 도요새, 올랑드입니다. 본부로 채널을 바꿉니다.
올랑드가 깍듯이 존대어를 썼다.
-알았다.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갑질에 익숙한 놈은 더 강한 갑질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새끼 도요새, 아리바다. GIGN 생존자 셋과 전사자 유골 서른두 구를 회수했다. 놀라운 활약에 먼저 경의를 표한다.
-됐어 인마, 의회 선거 출마하냐? 한 대 맞기 전에 부장 바꿔.
-끄끄끄!
잔뜩 억눌린듯한 기계음이 새 나왔다. 보니파스가 듣고 있을 줄 알았다.
-노친네, 또 사무실 야전 침대에서 잤구먼. 입 돌아가기 전에 따뜻한 침대에서 자라.
보니파스는 가슴이 따뜻해졌다. 거친 말투지만 진정이 느껴졌다.
-흐흐흐, 악마의 숲에서 비박하는 뚜바이보다야 야전 침대가 훨씬 낫지. 우리 사이에 공치사는 필요 없겠지. 좌표부터 불러라.
-이투리 강과 에플루 강 합류지점이 아파돔베다. 아파돔베에 피그미족이 카당카라 부르는 하중도가 있다. 좌표는 1.24.59.60-27.37.25.42 가젤 두 대, 치누크, 의료 인력을 대기시켜라.
-알았다. 인질은 확인되었나?
-카룽고의 자백에 따르면 생존자는 20명이다.
-울라, 신이여! 감사합니다. 미테랑이 좋아 죽겠군. 그런데 카룽고를 잡았다고?
-흐흐흐, 천하의 DGSE가 매번 삽질이냐. 납치범은 마이마이와 갈라선 후투족 게릴라다. 수장은 부두교 대 제사장 카무게다. 병력은 약 550명으로 추정.
-훅!
잠시 통신이 끊겼다.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놀란 아리바 과장의 얼굴과 썩어 문드러진 보니파스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새끼 도요새, 병력이 필요한가?
-됐고. 요청이 없더라도 일출 시각에 맞춰서 의료 지원을 보내기 바란다.
-그럴 줄 알았다. 좌표지점 헬기 도착 예정 시각 06시 15분. 무운을 빈다.
-롸저
통신을 마감한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가마솥의 콩 튀듯 난리를 치는 DGSE 본부와 부니아 지원팀이 눈에 선했다.
“쌈디, 인질을 확보한 다음엔 네 맘대로 날뛰어도 좋다. 어차피 세상에 도움 안 되는 놈들이다.”
“큰 사부님이 와키르 걱정 많이 한다. 주인은 쉬어라. 내가 몽땅 처리한다. 흐흐흐!”
사냥감을 포착하고 공격 본능이 살아난 포식자의 흡족한 웃음이 새나왔다. 달빛에 음영진 험악한 얼굴이 악귀를 때려잡는 나찰 상이다.
“임마, 그렇게 웃으니 연순이가 밥맛없다고 하지. 있던 여자도 도망가겠다.”
블랙맘바가 타박했다. 저놈이 송곳니를 내놓고 흐흐 거리면 자신도 섬뜩했다. 장가를 보내긴 보내야 하는데 웬만한 여자론 버티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근육질 최민숙 정도면 버티려나?
쌈디가 웃음을 뚝 그쳤다.
“나 장가 싫다. 와키르와 함께 산다.”
“어이구, 내가 앓느니 죽는다. 그냥 하던 대로 웃어라.”
정색한 얼굴이 더 무서웠다.
허공을 훌훌 날아가는 블랙맘바는 영판 밤 도깨비다. MP5를 든 쌈디가 바짝 뒤따랐다. 담발라 캠프를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았다. 선착장에서부터 맡은 고약한 체취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쐐액- 낭아박이 떨어졌다, 굵은 통나무에 못을 박은 거친 트랩이다. 블랙맘바의 허리가 90도로 툭 꺾였다. 윙- 낭아박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작동된 낭아박은 그네와 다름없다. 쌈디가 흔들거리는 낭아박을 툭 치고 지나갔다.
덜컥- 땅이 휙 뒤집어지며 쌈디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회전문 트랩이다. 구덩이에는 뾰족한 죽창이나 녹슨 칼이 꽂혀있다. 트랩을 밟으면 판자가 빙글 돌아간다. 되돌아온 판자가 구덩이에 빠진 희생자의 머리를 내리쳐서 밀어 넣는다. 일단 트랩에 걸린 희생자는 대책 없이 당한다. 뻑- 두꺼운 판자가 박살 났다. 구덩이에 빠졌던 쌈디가 툭 튀어나왔다. 토끼 덫으로 호랑이를 잡을 수는 없다.
자연물을 이용한 트랩이 계속 튀어나왔다. 나무 위에서 창이 날아오고, 그물이 감아올리는가 하면 화살이 발사되었다. 블랙맘바와 쌈디는 트랩을 무식하게 부수며 전진했다. 회피하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상해. 어째 전부 낯이 익은 트랩이지?”
블랙맘바가 벼락틀을 응용한 트랩을 슬쩍 비켜가며 중얼거렸다. 자연물과 인공물을 적절히 혼합한 트랩은 서양식이 아니라 동양식이다.
“빙고!”
담발라의 본거지는 허무하리만치 쉽게 드러났다. 하늘을 찌르는 거목 사이에 건물이 드문드문 들어차 있다. 나무와 풀을 엮어서 만든 길쭉한 막사다.
하늘을 올려보았다. 두꺼운 캐노피가 하늘을 가렸다. 이래서야 초저공 정찰도 소용없다. 영리한 카무게는 천연 위장막을 덮어쓰고 프랑스를 농락했다.
“와키르, 너무 쉽다. 외곽 보초도 없다.”
쌈디가 속삭였다.
“목에 걸고 있는 해골을 벗으면 다를걸.”
쌈디가 해골 목걸이를 벗었다.
‘윽!’
눈앞에 있던 막사 건물과 급수 시설이 사라졌다. 울창한 숲이 굼실거리는 안개에 휩싸여 있다. 목걸이를 걸자 다시 본래의 풍경으로 돌아갔다.
카무게는 경계에 만전을 기했지만, 사람의 일은 누구도 모른다. 경계용으로 만든 아이템이 적의 손에 들어가서 본거지가 드러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아놔! 나도 부두교도가 되고 싶다.”
쌈디는 주술사의 능력에 감탄했다. 해골 목걸이가 없었으면 카무게의 캠프를 찾아서 밤새 카당카를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카당카는 이방인의 침입을 용납하지 않는 이투리 정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끔찍한 늪이 섬을 둘러싸고 있는데다 본거지는 술법으로 은폐되었다. 주인이 아니면 누가 이들을 찾아내서 처리할 수 있겠는가. 역시 자신은 와키르의 따가리 노릇이 적성에 맞다.
“외곽의 경계 초소를 지워라. 내가 인질을 확보할 때까지 정숙을 유지해야 한다.”
“알았다.”
쌈디는 행동하기 전에 눈을 감고 대우 선사에게 변명했다.
“큰 사부님,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주인이 짐승이라고 말한 놈들만 죽인다. 내가 죽이는 짐승은 죄 없는 동물이 아니고 사람 껍질 덮어쓴 악종이다. 내가 봐도 이놈들은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납치해서 손목과 발목을 자르고, 얼라를 삶아 처먹는 마구니다. 주인이 말하기를 폭력은 용서하면 더 큰 폭력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폭력은 더 큰 폭력으로 부숴 버려야 한다고 했다. 신을 믿지 말고 총을 믿으라고 했다. 폭력에 짓눌린 불쌍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총이라고 했다. 악당 한 명이 수천 명의 선량한 사람을 괴롭힌다고 했다. 이런 놈은 기도하지 말고 총으로 쏴 죽여야 한다고 했다. 큰 사부는 무조건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다. 내를 야단치면 안 된다. 다 주인이 시켜서 하는 일이거든. 나무아미타불!”
“헐!”
블랙맘바는 쌈디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기가 턱 막혔다. 행여나 긴고주가 발동해서 머리가 터질까 봐 자신의 행동은 주인의 가르침이고, 지시받은 대로 한다고 설레발이다. 긴고주는 확신적인 행동엔 발동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모르는 쌈디가 살인을 자신에게 팔밀이하는 수작에 웃음이 나왔다.
쌈디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고 믿는 놈들은 비난하고 욕해봐야 눈도 깜짝 않는다. 폭력은 더 큰 폭력으로 눌러야 한다. 베트남은 죽창과 부비트랩으로 골리앗 프랑스와 미국을 녹다운시키고 자존을 지켰다. 일제 강점기에도 만세를 부를 것이 아니라 죽창을 들었어야 했다.
쌈디가 히죽 웃고는 외곽으로 사라졌다. 블랙맘바는 캠프로 스며들었다. 목재 골조에 두껍고 넓은 나뭇잎으로 벽을 치고 지붕을 덮은 건물이 끝없이 나타났다.
생활 막사로 보이는 건물이 12동,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이 3동이다. 건물 대부분이 땅에서 50cm 이상 들어 올린 고상 가옥이다. 굵은 기둥을 박아서 1.5m를 들어 올린 필로티형 건물도 있다.
막사는 가로 5m, 세로 30m로 상당히 컸다. 한국군 내무반 형태로 운영되면 한 막사에 50~6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계산상 놈들의 숫자는 대략 600명이다.
‘천 개는 넘지 않겠군.’
블랙맘바는 흠칫했다. 자신이 언제부터 인간의 목숨을 숫자로 생각했던가. 600이나 되는 인간의 영혼을 별거 아니라고 치부했던가. 쌈디의 말을 웃을 일이 아니다.
블랙맘바가 슬쩍 막사 기둥 그림자로 들어갔다. 사박사박- 동초 두 명이 나타났다. 기둥 그림자가 쭉 늘어났다. 퍽퍽- 손바닥에 뒤통수를 맞은 동초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빈 부댓자루처럼 무너지는 흑인 둘을 필로티 아래로 걷어차 넣었다.
생활 막사로 짐작되는 고상 가옥의 벽체를 살짝 뜯어내고 실내를 들여다보았다. 칸막이가 없는 원룸이다. 한국군 내무반처럼 통로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나지막한 침상이 있다. 특이하게 침상다리가 함지박속에 들어있고 물이 채워져있다. 독충을 막는 소박한 장치다.
잠든 인원은 42명, 모두 아랫도리만 가렸다. 시커먼 물건을 훤히 드러낸 놈도 부지기다. 예상대로 게릴라들의 생활 막사일 뿐이다.
형태가 다른 건물 3동을 먼저 수색했다. 이것도 예상이 틀렸다. 흙벽돌 벽체 건물은 염소 우리, 그 옆에 붙은 건물은 식당이다. 카무게의 거처로 추측했던 건물엔 부르카 비슷한 시커먼 통짜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열 명이나 잠들어있다. 염소 우리와 식당에서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여자들이 잠든 건물은 역한 냄새가 풍겼다. 나른하고 퇴폐적인 느낌, 아편 종류의 마약이다.
‘그렇군, 이것들은 부두교 여사제였어.’
여자들의 옷차림이 사마리아 농장에서 지워버린 맘보와 동일했다. MP5를 들어 올리던 블랙맘바가 발길을 돌렸다. 소란을 피울 때가 아니다.
허탕 친 블랙맘바가 눈물을 머금고 생활 막사 12개를 전수 조사했지만 역시 소득을 얻지 못했다. 부두교도들이 풍기는 악취에 코가 썩고, 경계병만 여럿 죽였다. 동초 여섯, 소초 아홉이 머리가 곤죽이 되거나 쿠크리에 목젖이 잘렸다.
인질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좌도방 주술사 나부랭이가 자신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다. 블랙맘바는 조급해졌다. 동아프리카에 부두교 집단은 무수히 많다. 아레바사 납치범이 아닌 엉뚱한 부두교 게릴라를 들쑤신 건 아닐까? 끔찍한 상상이 뒤통수를 때렸다.
‘안 돼!’
비명이 절로 나왔다. 납치범을 잘못 짚었다면 억울해서 돌아버릴 판이다.
‘아차!’
카무게가 호웅간이란 사실을 깜박했다. 자만할 일이 아니다. 놈은 특정 지역을 주술로 은폐하는 능력이 있다. 선착장에서는 냄새로 놈들을 찾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냄새가 수색을 방해하고 있다. 건물마다 배어있는 지독한 악취에 코가 썩어 문드러질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