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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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11
쌈디의 야안은 야행성 맹수보다 밝다. 달 밝은 밤에 인간이 지나다닌 소로를 찾는 정도는 수고 축에 끼이지도 않는다. 담발라 게릴라의 초소는 간단했다. 적당한 높이의 나뭇가지에 발판을 달거나, 굵은 덩굴로 해먹을 엮어서 걸면 끝이다.
오랫동안 외부의 침입을 받지 않은 담발라는 긴장감이 없었다. 상부로부터 경계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늘 듣는 소리다. 주술 역장이 펼쳐지지 않는 한 두런거리는 대화와 담발라 신도 특유의 악취를 놓칠 쌈디가 아니다. 쌈디는 캠프 외곽의 경계조를 차근차근 지워나갔다.
퍽퍽- 물 묻힌 몽둥이로 모래 자루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장미목 가지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던 보초 둘이 꼭지 무른 감처럼 동시에 떨어졌다. 네 번째 초소다.
“에이 씨!”
쌈디가 짜증을 내며 땅을 박찼다. 총 맞은 놈들이 예상한 방향과 달리 늪으로 추락했다. 첨벙첨벙하는 소리가 들리면 쪼잔한 주인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다이빙하다시피 몸을 던져서 간신히 두 놈을 받아냈다.
미끄덩- 땟국 흐르는 맨살에 손이 미끄러졌다. 쌈디는 때가 쭉 밀리는 느낌에 몸서리쳤다. 놈들이 몸에 걸친 옷은 반바지와 모자가 전부다. 이투리 정글엔 3~4일에 한 번은 폭우가 쏟아진다. 담발라의 사전엔 목욕, 샤워, 세수 같은 단어가 아예 없는 모양이다. 비올 때 팔 다리만 벌리고 서 있어도 이만큼 더럽지는 않을 것이다.
쌈디는 손에든 인간을 총알개미 털어내듯 풀숲으로 던져버리고 손바닥이 벗겨지라 바지에 문질렀다. 차라리 코끼리 똥 덩어리를 주무르고 싶었다. 쌈디는 생긴 것과 달리 깔끔한 성격이다. 사하라를 수십년간 헤메고 다닐 당시에도 맑은 호수가 있는 응앵가에서 어슬렁거렸다.
“니미 조또, 더러워 죽겠네. 이쑤시개 들고 설치려니 속에 천불이 나는구먼.”
쌈디가 MP5 탄창을 신경질적으로 교체하고 표적을 찾아서 사라졌다. 메그에 비하면 MP5는 이쑤시개가 맞았다.
블랙맘바는 비상 파우치를 열고 천사의 알을 꺼내 들었다. 이놈이 진짜로 주술을 파훼하는 능력이 있는지 알아볼 참이다. 후우웅- 천사의 알에서 연푸른빛이 달무리처럼 뿜어졌다. 역시 캠프에 주술 역장이 펼쳐져 있다.
“허얼!”
귀가 뚫렸다. 아니 듣지 못했던 소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야행성 짐승들의 먹이 다툼 소리, 밤새가 퍼덕이는 소리, 담발라 게릴라들이 이빨 가는 소리, 잠꼬대 소리에 섞여서 들어보지 못한 저음의 하울링과 땅이 꺼지는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역시 천사의 알은 그저 그런 보석이 아니었다. 천하의 블랙맘바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감각을 차단한 주술 역장을 파훼했다.
대 주술사들은 각각의 장기가 있다. 바룽고는 속박 주술과 트랜스 주술에 능했다. 크란은 동물 테이머 주술에 능했다. 카무게는 은폐/은신 주술과 동물 테이머에 능한 놈이다. 바룽고나 크란보다 카무게가 더 위험한 놈이다.
‘가만, 땅속에서 들리는 한숨 소리?’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렇다, 인질을 꼭 지상에 수용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부두교도가 인질들의 비타민 D 합성을 배려할 만큼 자상하다고 볼 수 없다.
블랙맘바는 살벌한 저주파 음과 간간이 들리는 한숨 소리를 따라갔다. 설마 했던 염소우리다. 고상 가옥에 염소가 거주(?)하고 아래층의 필로티는 돌과 흙으로 두껍게 막혀있다. 염소우리 안에 계단 입구로 여겨지는 구조물이 보였다. 입구를 아름드리 통나무 문이 떡 하니 막고 있다. 염소우리 안에 필로티로 내려가는 출입구가 있을 줄이야!
“니미 조또, 짐승 아래 사람이구마.”
블랙맘바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탓했다. 사람이 사는 가옥 아래 짐승 우리를 두는 구조는 더러 있지만, 짐승 우리 아래에 인간이 생활하는 구조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인기척에 놀란 염소가 메헤헤- 울었다. 흠칫한 블랙맘바가 MP5를 들었다. 스무 마리나 되는 염소가 난동을 피우면 난처해진다. 염소에게 소리 내지 말라고 빌 수도 없으니 잠재울 수밖에 없다.
‘염소야,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퓨퓨퓨퓨퓨- 지근 거리에서 9mm 탄을 숨골에 맞은 염소 스무 마리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어차피 부아 카이망 의식(조상신의 이름을 건 복수 의식)에 제물로 바쳐져 고통스럽게 죽어갈 운명이니 다행인지도 몰랐다.
우리에 뛰어든 블랙맘바가 통나무 문을 지그시 밀었다. 지름 30cm 통나무에 꺾쇠를 박아서 엮은 무식한 문이지만, 억수갑을 버틸 수준은 아니다. 아니 1.5마력 본신의 힘으로 충분한 해결할 수 있는 장애물이다.
“이것 봐라?”
통나무 문이 완강히 버텼다. 격파하려고 주먹을 움켜쥐던 블랙맘바가 고개를 흔들었다. 발사라가 있는데 뭔 걱정인가. 비상 파우치에서 발사라를 꺼내서 문을 고정한 쇠사슬을 슥 그었다. 바바박- 불꽃이 튀었다.
“헐!”
발사라가 자르지 못하는 물체가 있을 줄이야!
아니다. 이것은 강력한 결계 주술의 힘이다. 카무게란 놈이 간단치 않은 주술사란 소리다.
“이 자슥, 억수로 귀찮게 하네.”
파우치에서 천사의 알을 꺼내서 쇠사슬에 접촉했다. 천사의 알이 파랗게 빛났다. 대기가 부르르 떨렸다. 역장이 해소되었다. 발사라로 쇠사슬을 잘랐다. 삭- 팔목 굵기의 쇠사슬이 썩은 새끼줄처럼 잘렸다.
뿌득- 통나무 문이 나자빠진 자리에 시커먼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아래 시커먼 공동이 입을 딱 벌리고 있다. 계단을 중간쯤 내려가자 좌측에 철문이 나타났다. 뻑- 발길질 한 방에 철문 힌지가 뚝 떨어졌다.
“이게 정상인데 말이야. 엉?”
의기양양하게 들어서던 블랙맘바가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살짝 놀랐다. 아니 얼른 눈을 감았다가 떴다. 높은 광도에 대비 없이 노출된 야안이 시큰거렸다. 실내는 대낮처럼 환했다. 천장에 백열들이 매달려있고, 한쪽 구석에 무라타 발전기 두 대가 웅웅 돌아가고 있다.
블랙맘바는 문화적 충격에 입을 딱 벌렸다. 오십 평 남짓한 실내는 첨단 화학 연구실이다. 벽면에 늘어선 각종 분석 기계, 시약이 가득한 약장, 실험 도구, 쳄버, 베드등의 보조 도구가 방을 채웠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커다란 스테인리스 수조에 담긴 핏물이 지독한 비린내를 풍겼다.
“카무게 녀석의 작업장이군.”
블랙맘바는 질린 얼굴로 실내를 돌아보았다. 이투리 정글에서도 오지인 아피돔베에서 갖출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그우우- 묵직한 하울링이 울렸다. 지상에서 들었던 저주파 포효다.
퍽- 주먹에 가격당한 벽에 구멍이 뻥 뚫리며 돌덩어리가 우르르 떨어졌다. 두께 300mm 남짓한 두터운 돌벽이다. 우둑우둑 벽을 뜯어내고 성큼 들어섰다.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블랙맘바의 눈이 파랗게 불타올랐다. 벽면을 따라 쭉 늘어선 철제 우리에서도 시퍼렇게 빛나는 눈알들이 블랙맘바를 노려보았다.
“헐! 이것들이 다 뭐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블랙맘바도 시퍼런 십여 개 눈알엔 움찔했다. 고대 포유류와 파충류가 오리알 굵기의 철창에 갇혀있다. 디노팰리스, 카르누페스(고대 악어), 타이타노보아(고대 뱀), 스밀로돈, 아니 자신의 생물학 지식으로 그렇게 보였을 뿐 실제로는 다른 생물이다. 고대 생물은 성체가 아니었다. 타이타노보아는 15m 길이에 1,000kg이 넘는 거물이다. 철창에 들어있는 놈은 겨우 8m에 불과했다.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면 이투리 정글에서 조우한 고대 동물도 마이마이와 담발라가 배후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해할 수 없지만, 놈들이 모종의 목적을 위해서 주술과 유전학을 응용한 생물체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블랙맘바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카무게가 조력자 없이 이만한 시설을 갖출 수 있을까? 턱도 없는 소리다. 조력자는 거대한 단체 아니면 정부기관이다. 음습한 음모의 냄새가 풀풀 풍겼다.
시간을 확인했다. 04시 10분이다. 일출까지 겨우 두 시간 남았다. 블랙맘바는 별다른 행동 없이 사육실을 빠져나왔다. 괴물 따위는 나중에 지워도 된다. 자신의 목적은 인질이다. 계단을 끝까지 내려가자 위층과 동일한 철문이 나타났다. 도어 락을 발사라로 동그랗게 잘라내고 문을 밀었다. 녹슨 경첩이 삐드득 울렸다. 후끈한 열기와 고약한 냄새가 확 덮쳤다.
‘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멸치 젓갈을 두엄더미에 일 년쯤 묻어 놓은 냄새랄까? 코가 썩어 문드러지는 악취는 인내력의 화신인 그도 견디기 힘들었다. 실내에 들어서자 악취의 농도가 짙어졌다. 살이 썩는 냄새까지 섞여 있다. 시퍼런 눈알이 실내를 훑었다.
“빙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50평 넓이의 흙바닥에 이리저리 퍼져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잠에 빠진 듯 문이 열려도 반응이 없었다. 아니 삶을 이어갈 기력이 사라진 모습이다.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면상은 구분이 힘들지만, 스나이퍼의 눈은 사람들의 근골이 후투족과 다름을 단번에 파악했다.
드디어 목적물을 찾았다. 그런데 숫자가 모자랐다. 카룽고가 20명이라고 했는데 16명이다. 블랙맘바는 신중히 생각지 않았다. 인질들의 상태로 볼 때 며칠 사이에 4명이 죽고 남는다.
스나이퍼의 본능이 환경을 파악했다. 감옥은 반지하 형태로 토굴을 파고 천정과 벽면을 동바리(광산 갱도를 떠받치는 굵은 통나무)로 짜 맞추었다. 인질을 커다란 지하 우리에 가둬둔 셈이다.
“존만이가 짱구를 엄청나게 굴맀구마.”
블랙맘바는 살짝 감탄했다. 천장 벽면에 폭 30cm 슬롯이 길게 나 있다. 외부에서는 추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환기구다. 슬롯을 통해서 스며든 달빛이 실내에 어슴푸레한 빛을 던졌다. 공기가 자연 유동 되도록 감옥 상부를 일부러 지상에 노출했다.
인질은 이곳에 그대로 두는 게 제일 안전하다. 토굴의 입구만 막아버리면 환기구로 독가스를 흘려 넣지 않는 한 인질을 해칠 수 없다. 블랙맘바는 지하 토굴을 조용히 물러 나왔다. 인질들이 놀라 소리라도 지르면 난처해진다. 위층 실험실에서 헤드셋을 열었다.
-쌈디, 끝났나?
-끝냈다. 외곽 경계 초소 일곱 개는 모두 지웠다. 이놈들 엄청나게 더럽다. 만지지 마라. 커다란 고상 가옥 네 개는 경계병이 많아서 건드리지 않았다.
-잘했다. 인질은 찾았다. 아래층 필로티를 흙벽돌로 막은 염소 우리다. 쇼 타임이다.
-알았다.
-롸저
통신을 끝낸 블랙맘바가 드라구노프를 들었다. 고대 동물 유사체는 어리지만, 인질에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십여 마리나 되는 숫자가 외부로 빠져나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블랙맘바가 사육장에 들어서자 동물들이 울부짖고 발버둥 쳤다. 블랙맘바의 살기에 대항하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퍼런 눈깔에 담긴 적의와 분노가 섬뜩했다. 우리에 갇혀있지 않았으면 당장 잡아먹을 기세다.
“잘 가라, 지구는 너희가 설칠 세상은 아니란다.”
블랙맘바는 만화에나 나올법한 유치한 문구를 뇌까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DGSE가 블랙맘바 전용으로 심혈을 기울여 개조한 드라구노프다.
카카카카- 7.62mm 총탄이 5,400J 운동량으로 고대 포유류와 파충류를 산산이 찢어냈다. 20발 탄창 두 개를 비운 블랙맘바가 무심히 사육실을 나갔다.
“헉!”
단잠에 빠졌던 카무게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튕기듯이 벌떡 일어났다.
“어 어떤 놈이 오마를~ 으억!”
카무게가 가슴을 움켜쥐고 털썩 쓰러졌다. 코피가 주르륵 쏟아졌다. 오마와 정신 감응이 강제로 끊어진 후유증이다.
경계 강화 지시를 내리고 잠들었던 그로서는 날벼락이다. 카무게는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설렁줄을 잡아당겼다. 채 열을 세지 않아서 사다리가 출렁거렸다.
“마캉달이시여, 소인 부드셀라입니다.”
새벽에 두 차례나 불려 온 부드셀라도 못할 짓이다.
“들어오라”
부드셀라가 문을 열고 들어서서 엎드렸다.
“부드셀라, 오마가 죽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다.”
“예에? 어떤 놈이?”
부드셀라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카당카를 지키는 오마는 저주의 심연에 열 마리가 있다. 연옥의 문에는 여섯 마리가 루스 루훼의 출생을 기다리고 있다. 주술로 재생한 오마를 죽일 존재가 있단 말인가?
“은타간타가 보낸 크란일 가능성이 높다. 놈이 부리는 악어 괴물과 좀비 수리는 만만치 않다. 즉시 중화기 타격대를 보내서 저주의 심연부터 확인하라.”
“넵, 동양인 친구들에게도 알릴까요?”
“내버려둬라. 얕보이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부드셀라가 날 듯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제기랄, 레그바의 계시는 크란을 조심하란 의미였어. 크란 이놈, 이 중요한 시기에 공격하다니……. 죽일놈!”
카무게는 땅을 쳤다. 몇 달 동안 잠잠한 통에 추적자인 크란을 깜박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고 주술사의 적은 주술사다. 카무게는 크란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죽음의 천사가 강림했음을 꿈에도 몰랐다.
카무게가 연옥의 문이라 부르는 토굴 감옥에서 외따로 떨어진 고상 가옥에 불이 켜졌다. 사도청은 불을 켜고 귀를 기울였다. 웅웅대는 발전기 소음에 묻혔지만 소음기를 장착한 총성을 분명히 들었다. 항산파의 진전을 이은 그는 감각이 남달리 예민했다.
사도청은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가 모부투 실각 공작 책임자로 파견한 첩보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