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2
x 42
제8장 용병과 인간의 조건2
“우리 팀이 아무리 정예라도 한 타스도 안됩니다. 이미 마크를 잃었습니다. 놈들이 파리떼처럼 달려들고 있습니다. 전투가 거듭될수록 전력이 급격히 깎여 나갈 겁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지만 솔직히 개죽음 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리머가 블랙맘바를 힐끗 보며 말했다. 신중한 부리머가 깨비텐의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심중에 의심이 짙다는 의미다.
“인정한다. 한국 속담에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 블랙맘바의 탐지 능력이면 교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우리는 되지엠 랩이다. 작전 이탈 불명예를 덮어 쓰느니 작전 중에 죽는 게 낫다.”
에밀이 모기에 뜯겨 퉁퉁 부은 눈꺼풀을 내밀었다.
“깨비텐, 빨리 출동합시다. 너구리든 족제비든 얼른 모가지 끌고 갑시다. 메르디앙 샤리에서 싱싱한 아가씨들이 팬티 벗고 기다리고 기다린단 말입니다.”
“그럼, 모기에게 빨리느니 여자에게 빨리는 게 당연히 좋지. 큭큭큭”
마이크가 낄낄댔다.
용병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샤리강을 끼고있는 은자메나 본부는 나무가 우거지고 에어컨이 돌아간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여자를 끼고 뒹굴고 싶은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다.
“에밀이 메르디앙의 콜걸을 사는 건가?”
벨맨의 말에 에밀이 블랙맘바를 가리켰다.
“블랙맘바가 열심히 벌어 줄 겁니다.”
“그렇지. 블랙맘바 덕분에 셍제르제의 고급 콜걸을 열 번을 부르고도 남을 만큼 벌었어. 수당을 팍팍 올려 주는 프롤리나트를 환영해 줘야지. 뱅뱅.”
벨맨이 손가락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생제르제의 콜걸을 한 번 부르는 돈으로 메르디앙에선 백번 쯤 뒹굴 수 있습니다.”
장쒼이 끼어 들었다.
“이 자식은 물건은 작은 놈이 엄청 밝힌단 말이야.”
모리스가 킥킥거리며 장쒼의 뒷통수를 때렸다.
“캐시 카우는 프롤리나트인가? 아니면 블랙맘바인가?”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는 블랙맘바가 잘라 놓은 이삭을 줍기만 하면 됩니다.”
마이크의 물음에 에밀이 웃으며 답했다. 동료들은 마이크의 변신을 내심 반겼다. 팀 내 불안 요소가 사라지고 분위가 좋아졌다.
“블랙, 할 말이 있나?”
“없다. 파리가 귀찮기는 하지만 불편하지 않다.”
‘불편하지 않다구?’
깨비텐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수사적 언어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그는 블랙맘바에게 고마운 눈빛을 보냈다.
중년 남자의 느끼한 눈빛을 받은 블랙맘바가 흠칫했다.
그는 실제로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시원한 샤리 강변보다야 못하지만 사헬이 크게 나쁠 것도 없었다.
식량도 풍부하고, 취미로 사냥도 할 수 있다. 이동할 차량도 있고, 동료들도 여럿이다. 동굴 속에서 지네 따위로 연명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유람이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깨비텐이 지시를 내렸다.
“현재처럼 픽업은 차례로 알파, 브라보, 찰리, 델타로 부른다. 탑승 인원만 조정한다. 알파는 옴부티-깨비텐-블랙맘바, 브라보는 마이크-벨멘-장쒼, 찰리는 에밀-후안-모리스, 델타는 부리머-샤트르다. 젠장, 냄새나는 사내놈 파트너라니, 구멍도 없는 놈을 어따 써. 얼른 메르디앙에 가야지.”
팀원들이 모두 웃었다.
“장쒼, 이동이나 숙영 중에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무엇인가?”
난데없는 깨비텐의 질문에 이빨을 내놓고 웃던 장쒼은 기합이 바짝 들었다.
“옙, 첫째 전방 경계와 후방 경계를 철저히 하고, 둘째 열 살 전후의 어린애들과 여자, 노인을 접근 시키지 말고, 셋째 경고를 무시하고 접근 하면 즉시 사살합니다.”
“좋아, 모두들 잘 들었지? 지금부터 총기는 소음기를 장착한다. 탱고 정보원이나 소규모 정찰대는 블랙맘바에게 맡긴다. 래쿤과 조우하면 즉시 무전 연락하고, 필요시 바이크를 사용한다. 너구리 몰러 나가자. 알러!”
용병들이 표범에 쫒기는 흑멧돼지처럼 달려 나가서 픽업에 올랐다. 한시라도 빨리 파리 떼를 피하고 싶은 처절함이 눈물겨웠다.
래쿤 작전 9일째,
작전대로라면 이미 래쿤을 빼내서 복귀했어야 할 시점이다. 라텔 팀은 주로를 포기하고 와디를 타고 달렸다. 반군 정찰대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서다.
픽업 4대가 다시 동쪽을 향해 맹렬히 달렸다. 지난번 행로가 보델레 남쪽 가장자리를 달렸다면 이번에는 보델레 중앙을 가로지른다는 점이 달랐다. 오랜 가뭄으로 와디가 단단하게 말라붙었다. 상태가 엉망인 서북 주로보다 오히려 주행 속도가 높아졌다.
차량 엔진을 식히는 동안 깨비텐이 옴부티와 벨맨을 불렀다.
“벨맨, 벌써 일주일이 넘었어. 오소리들 상태가 걱정일세.”
“감기 외에 별다른 질병은 없지만 심한 일교차로 인해 체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블랙맘바는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졌지만 말입니다.”
깨비텐이 풀썩 웃었다.
“그 친구는 처음부터 이해 불가능한 인간이야. 우리와는 유전자가 다른 친구지.”
“그렇죠. 한국과 중국에 신비한 무예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인간이지요.”
“블랙맘바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오소리들이 걱정일세. 전투력이 떨어지고 있어.”
“오소리란 놈은 자기 영역이 있단 말입니다. 방랑하는 오소리 떼는 정상이 아닙니다. 깨비텐은 짐작되는 바가 있지요?”
벨맨의 질문에 깨비텐은 흠칫했다.
심중의 의혹을 말할 수 없지만 작전 기간이 길어진다에 한 달 봉급을 걸 의향이 있었다.
“빨리 끝내야지. 자넨 블랙맘바의 컨디션을 잘 살피게. 팀의 작전과 생존은 블랙맘바의 손에 달렸어.”
그는 슬쩍 질문을 피해 갔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벨맨이 머리를 끄덕였다. 깨비텐의 말은 과장되지 않았다. 갓급 스나이퍼인 블랙맘바는 어쌔신이자 근접격투술의 달인이다. 믿기 어렵지만 그는 원거리 근거리 불문하고 전투의 신이다. 블랙맘바에게 문제가 생기면 팀 전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옴부티, 현재 위치는 어디요?”
옴부티가 지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토룬가 오아시스 인근이요. 딱 절반을 달린 셈이요. 이 지역은 모래가 날려 와서 사막화된 지역이요. 에키야까지 오아시스 마을이 여섯 개 있소.”
“내일 오전이면 도착하겠군. 이번엔 래쿤을 볼 수 있기를.”
깨비텐은 진심으로 자신의 의혹이 피해망상의 산물이 되기를 바랐다. 의혹이 사실로 나타난다면 결과는 파괴적이다.
짧은 휴식을 마친 픽업 행렬이 다시 코로타로를 향해 달렸다. 픽업 뒷자리의 블랙맘바는 늘 그렇듯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 있었다. 바이오리듬은 최상이었다. 별무리 속으로 빠져들어 간 후로 감각이 더욱 예민해지고, 근육은 활력이 넘쳤다.
주행 중에도 주변 생물의 움직임이 낱낱이 잡혔다. 신체가 한 단계 진화했다. 거친 대지에서 죽어 나자빠질 것 같지는 않았다.
“옴부티, 습지라고 했지 않소.”
먼지가 부옇게 일어나자 깨비텐이 투덜거렸다.
“십 년 전만 해도 습지였소. 챠드호가 말라붙자 이 모양이 되었소. 그래도 이곳은 물이 흔한 편이요.”
옴부티는 시선을 블랙맘바에 두고 성의 없이 대답했다.
블랙맘바는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었다. 자동차 서스펜션보다 백배는 성능이 좋은 서스펜션을 엉덩이에 부착한 것 같았다.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와킬, 불편하지 않습니까?”
“전혀 불편하지 않다. 와킬이란 호칭이 불편하다.”
덤덤한 반응에 옴부티의 얼굴이 난감해졌다.
옴부티는 투아레그 전사다. 전사는 뛰어난 전사를 존경한다. 블랙맘바는 대전사 와킬(Wakil)의 강림이다.
‘당신이 거부해도 나는 주인으로 모실겁니다.’
옴부티는 속으로 단단히 다짐했다.
“블랙, 적정 탐지를 부탁한다.”
“알았다.”
블랙맘바는 탐탁지 않았지만 레이더가 되기로 했다. 동료를 잃는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았다.
깨비텐의 속내는 복잡했다.
얼디 하마르 전투를 벌인지 7일이 지났다. 200명 가까운 프롤리나트 병력이 죽었다. 프롤리나트 지도부가 전투 상황을 파악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물이 졸아든 웅덩이에 올챙이 모이듯 프롤리나트 병력이 몰려오고 있다. 블랙맘바가 잡아온 정보원 키로의 입을 통해서 확인된 상황이다.
블랙맘바가 저격을 당하면 큰일이지만 전면에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적의 매복을 파악하는 뛰어난 감각이 필요했다.
블랙맘바는 깨비텐의 복잡한 심사가 훤히 보였다.
인간의 감정은 뇌파 파동이다. 공진파를 발하면 간섭을 통해 감정 기복이 읽혀진다.
‘조심해야 겠어!’
졸지에 탐지견이 된 블랙맘바는 기분이 무거웠다.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얼디 하마르에서 전투력을 쏟았다. 전투 후부터 동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블랙맘바는 자신의 신체가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충 동양의 신비 무예를 익혔다는 정도로 얼버무리고 있는 중이다. 야행성 맹수 이상으로 어둠에 익숙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 괴물 취급을 받을 것 같았다.
후미 델타 짐칸에는 M60이 거치되어 있다. M60을 잡은 부리머가 쌍안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반군 게릴라들은 지리에 익숙한 놈들이다. 부리머가 아무리 열심히 쌍안경을 들여다보아도 매복한 놈들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잔뜩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토코 둠을 지나자 갑자기 풍경이 달라졌다.
말라붙은 와디와 딱딱한 지표가 사라지고, 잡목림과 사구가 연이어 나타났다. 식생이 뒤죽박죽이었다. 자갈이 섞인 모래 언덕이 나타나는가 하면 숲이 나타나고, 바위산이 나타났다.
정오가 넘어가자 태양이 피부를 녹일 듯이 이글거렸다. 블랙맘바는 땀에 젖은 리탐을 풀어냈다. 후사경에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가진 새카만 얼굴이 박혀 있었다. 거울 속에서 눈 주위만 동그랗게 흰색으로 남은 판다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헬의 태양은 짚은다리 태양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일주일 만에 얼굴이 새카맣게 탔다. 고글을 낀 눈 안쪽만 제 피부색을 유지했다.
단백질 현지 조달을 열심히 한 덕분에 얼굴이 축나지는 않았지만 피부를 태우는 자외선은 어쩔 수 없었다. 눈이 시큰거렸다. 고글도 강렬한 햇볕을 차단하기에 불충분했다. 투아레그족은 복면 전사가 아니라 복면을 쓸 수 밖에 없는 전사였다. 짚은다리 박무쌍이 사헬의 블랙맘바로 바뀌었다.
아무드 대령은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히죽이 웃었다.
먼지를 풀풀 날리며 달리는 차량 행렬이 쌍안경에 잡혔다. 바위 언덕에 포진한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든든했다.
“개구리 놈들 선도 정찰대군. 지옥행 티켓을 발부해주지. 공짜로 말이야.”
소위 썩은 미소가 두툼한 입술에 걸려 달랑거렸다.
아무드는 3일전 하비브 위원으로부터 프랑스 특공대가 빌마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정보를 받았다. 보스가 어떻게 고급 정보를 입수했는지 알바 아니었다. 그는 즉시 보델레 전역에 정보망을 깔았다.
보루꾸와 바싸 지역이 아무드 담당지역이다. 삼개월전 지급받은 소련제 바이크 덕분에 정찰 영역이 크게 넓어졌다. 그는 바이크 백 대로 열 개의 정찰조를 구성했다. 프랑스 특공대의 꼬리를 잡기위해 보델레에 정찰조 전부를 풀어 놓았다. 덕분에 놈들의 꼬리를 잡았다.
그는 5일 전에 무스타 대대의 비극을 보고 받았다.
중대 병력이 전멸 당했다니 어이가 없었다. 무스타 중령의 독립 대대는 BTR까지 보유한 정예 병력이다. 더욱이 무스타 대대에는 22명의 티베스티 산악 전사들까지 있다. 블랙맘바에게 괴멸된 후방 기습조다.
산악 전사들의 전신은 암살자다. 소련 교관으로부터 현대식 무기 훈련까지 받았다. 그들까지 전멸했다는 보고에 기가 막혔다.
“병신 같은 무스타!”
블랙맘바의 존재를 모르는 아무드는 죽은 무스타를 욕했다. 무스타는 코뿔소처럼 그저 돌격밖에 모르는 놈이다. 공명심에 사로잡힌 놈이 큰 실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