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22
x 422
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14
앨버트 호수를 발원지로 하는 이투리 강은 따뜻하고, 르웬조리 산맥의 빙하를 발원지로 하는 에플루 강은 차갑다. 따뜻하고 차가운 두 강줄기가 섞이는 아파돔베는 수생 생물의 낙원이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두물머리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생물이 서식한다. 치명적인 기생충도 있고,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고대 생물도 있다. 인간을 한입에 꿀꺽 삼킬 수 있는 물고기도 서너종류 있다. 그렇다해도 심히 지나친 거대 생물이 수중을 유유히 노닐고 있다.
카당카는 이투리 강과 에플루 강이 싣고 온 흙과 모래가 아득한 태고부터 쌓여서 만들어진 하중도다. 흐름이 정체된 강은 카당카 주위를 늪으로 만들었다. 카무게는 카당카를 둘러싼 늪 동서남북에 르와가 빙의된 생물인 오마를 풀어놓고 저주의 심연이라 불렀다.
블랙맘바가 상륙한 지점은 동쪽 저주의 심연이다. 서쪽 저주의 심연에서 뾰족한 기음이 물안개 깔린 수면을 흔들었다. 키우우우- 수장룡처럼 긴 목이 수면 밖으로 불쑥 올라왔다.
틸라피아를 쫓던 악어가 화들짝 놀라 뭍으로 튀었지만 늦었다. 거대한 입이 급강하했다. 케룩- 대가리를 덥석 물린 악어가 허공으로 끌려 올라갔다. 체장 4m 악어의 몸부림이 허무해 보일 정도로 괴물은 거대했다. 서쪽 저주의 심연을 지키는 타이타노보아다.
물론 고대 뱀인 타이타노보아가 아니라 르와가 빙의된 블랙맘바의 변신체다. 손가락 크기의 지네도 일천 배쯤 덩치를 늘리면 아르트로플레우라(고대 지네, 체장 3~4m)로 보이게 된다.
카무게가 카당카에 자리 잡은 지 5년이 지났지만, 담발라 부두교도들은 그 누구도 저주의 심연에서 물고기를 잡을 엄두도 못 냈다. 교도들은 르와가 빙의된 괴물을 피해서 물고기를 잡았고 키담바의 마을도 그 와중에 눈에 띄어 불행을 당했다.
“빌어먹을 짐승이 오늘도 소란을 떠네.”
저주의 심연이 내려다보이는 수상가옥에서 진홍색 치파오를 입은 남자가 깃털처럼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장포형 치파오 앞뒤에 수 놓인 황금색 용이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다.
이투리 정글에서 용을 수놓은 진홍색 치파오를 착용할 미친놈은 지구상에 단 한 명 있다. 화려한 금발에 조각처럼 섬세한 얼굴의 남자, 에피듐의 또 다른 잔재, 인터폴이 부여한 코드네임 오셀롯이다.
오셀롯은 자존망대한 인간, 아니 에피듐이다. 인간을 벌레라고 부르는 놈이 오죽하겠는가. 오셀롯은 파야의 호텔 후원에서 아끼는 애병까지 버리고 도주했다. 그 길로 엔네디와 수단을 거쳐서 키부호 북쪽 고마까지 내달려서 카무게에게 의탁했다.
오셀롯은 아라고 동굴에서 힘을 얻은 이래로 수십 년간 제 잘난 맛으로 살아온 인간이다. 한갓 잡종에게 묵사발 난 치욕을 감내할 인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은거를 택한 이유는 그가 싸이코지만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폴의 추적을 피하고 블랙맘바의 시야에서 사라지기엔 이투리보다 더 나은 은신처가 없다. 그가 카무게를 찾은 이유는 테이머에 특화된 주술사로 최고의 정신능력자이기 때문이다.
오셀롯은 지난 2년간 부상을 치료하고, 사념파 에너지인 정신 동력을 세 배 이상 강화했다. 자신의 장점은 스피드와 강철도 찢는 파워다. 여기에 막강해진 사념파를 활용한다면 블랙맘바라는 놈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오셀롯은 카무게에 큰 신세를 진 셈이다.
오셀롯이 양팔을 벌리고 고개를 젖혔다.
“오라, 오라, 나에게 오라.”
부그르르- 늪이 소용돌이쳤다. 악어를 깔끔하게 뱃속에 집어넣은 거망이 맷돌 크기의 대가리를 수면으로 불쑥 쳐들었다. 세로로 쭉 찢어진 밥주발 크기의 눈알이 요악한 빛을 뿜었다. 뭔간 탐탁지 않은 눈치다.
“오라, 내가 주인이다. 심연의 저주여 나에게 오라!”
오셀롯의 눈동자가 하얗게 백열했다. 우왕좌왕하던 타이타노보아가 수면을 치고 튀어 올랐다. 쏴아아- 어뢰처럼 물 밖으로 튀어나온 타이타노보아가 단번에 300m를 단축해서 오셀롯의 발아래 거대한 대가리를 너부죽이 내려놓았다.
“으하하하!”
오셀롯이 통쾌한 웃음을 흘렸다. 드디어 놈을 굴복시켰다. 철판 같은 비늘이 번들거리는 대가리를 쓰다듬었다. 상급의 존재는 애완동물도 상의 존재로 장만해야 한다. 쓸만한 애완동물도 얻었겠다. 이젠 떠날 때가 되었다.
“블랙맘바, 기다려라.”
절로 이빨이 갈렸다. 흥분하자 칼날처럼 예리한 손톱이 100mm쯤 빠져나왔다. 지난 2년간 상처가 욱신거릴 때마다 손톱으로 허벅지를 찢으며 복수를 맹세했다. 손톱으로 혀를 살짝 그었다. 자신의 피도 맛있었다.
“까만 벌레!”
거목에 의지해서 지은 작은 움막의 입구가 들춰지고 흑인이 나왔다.
“나리, 부르셨습니까?”
“노란 벌레의 선물을 가져와라.”
“예, 나리!”
흑인이 다시 움막으로 들어가서 커다란 칼을 들고 나왔다. 도폭이 유난히 넓고 창 자루 없이 검병만 있는 언월도다.
“까만 벌레, 그동안 고생 많았다.”
오셀롯이 언월도의 칼날을 손가락으로 주욱 훑었다. 쭈우웅- 길고 일정한 맥놀이가 범상치 않은 물건임을 웅변했다. 윙- 언월도가 번쩍했다.
“감사합니다. 컥!”
표정이 밝아지던 흑인의 목이 툭 떨어졌다. 언월도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크크큿, 죽일 가치는 없지만, 너무 오랫동안 피가 그리웠어. 애완동물의 배도 채워야 하고 말이야.”
오셀롯이 흑인을 툭 걷어찼다. 뱀 대가리가 5m나 쭉 솟아올라 날아오는 흑인의 허리를 물었다. 텁- 불쌍한 흑인이 뱀 아가리에 쭉 빨려 들어갔다.
카무게가 알면 땅을 칠 노릇이다. 안면 있는 놈이 찾아왔다고 거처를 준비해주고, 시중들어줄 교도를 보내주고, 가르침까지 내렸다.
오셀롯은 은혜를 배신으로 갚았다. 카무게가 아끼는 오마인 타이타노보아를 가로채고, 이유 없이 교도를 죽였다. 벌이 이슬을 마시면 꿀이 되고, 뱀이 이슬을 마시면 독이 된다. 오셀롯은 인간의 잣대로 가늠할 수 없는 존재다.
블랙맘바는 치열한 구도를 통해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오셀롯은 인간의 조건을 버리고, 인간이 되기를 거부한 존재다. 에피듐은 위대한 존재인 콘크레투스조차 제어가 힘들어 폐기한 존재다. 인간의 도덕과 윤리 따위는 헛소리일 뿐이다.
“한심한 벌레들! 내 너그러움을 경배해라.”
오셀롯이 황당한 소리를 남기고 타이타노보아 등에 훌쩍 올라탔다.
[가자!]키이잉- 거대한 파충류가 화광이 비치는 방향으로 살같이 미끄러졌다.
사교에 이성이 잠식된 광신도는 상식 불통이다. 세상에는 덧없는 노력이 있다. 광신도를 이해하려는 노력, 집 나간 마누라의 마음을 돌리려는 노력, 국개의원이 뇌물을 받는 루트를 찾으려는 노력, 죽은 자식 불알을 살려보려는 노력 등등.
블랙맘바는 죽자사자 달려드는 부두교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부두교의 껍데기만 알고 있는 그로서는 당연히 이해하기 어렵다.
부두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죽음을 두려워하는 종교다. 특히 페트로에게 죽임을 당하면 무덤에서 좀비로 되살아난다고 믿는다. 좀비는 악몽이고 공포다. 좀비가 되기 싫은 담발라가 악착같이 덤비는 것이다.
부두교의 죽음은 평안이나 새로운 시작이 아니다. 악령이 되어 가족과 친지를 괴롭히거나 주술사의 이용물이 된다. 그래서 부두교의 장례는 사자를 위로하는 행사가 아니라 죽은 자와 산 자를 경계 짓는 행사다.
인간은 죽어서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면 누군가를 죽여서 그 영혼을 바롱 삼디(죽음의 정령)에게 뇌물로 주어야 한다. 바롱 삼디가 만족하면 죽을 운명을 한 번 벗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믿음은 교묘하게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자극한다. 마캉달과 반군 우두머리들이 교도들을 이용하려고 만들어낸 협잡이지만, 무지하고 탐욕스런 원주민들은 기꺼이 이용당했다. 교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서 목숨을 던지는 트랩에 빠졌다. 부두교도들은 요룬바에 취하지 않아도 죽자사자 달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담발라 캠프는 단 10분 만에 지옥도를 연출했다. 블랙맘바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얼빠진 소리를 신봉하는 인간이 아니다. 폭력은 더 큰 폭력으로 눌러야 한다는 신조를 고집하는 죽음의 천사다.
인간이 인간을 먹는 자들,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는 자들이다. 시간에 쫓기고 인질의 안전에 부담을 느낀 블랙맘바는 한 점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MP5 총신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왼팔 하박에 감아둔 비갑의 표창 50개가 동났다. 피에 취한 쌈디는 오른손에 메그, 왼손엔 뽁뽀기를 들고 넓은 캠프가 좁다고 담발라를 일망타진했다.
육중한 기관총 발사음이 뜸해지고 날카로운 칼라시니코프 발사음도 뜸해졌다. 저항이 급격히 사그라졌다. 불길이 일렁이는 캠프엔 시체만 즐비했다.
삑삑- 삐이익- 고음의 피리가 계속 울렸다. 살아남은 담발라가 거미 새끼처럼 흩어져서 후방의 숲으로 빠졌다.
“정비, 정비하라!”
부드셀라가 악썼다. 삑-삑-삑- 부관이 피리를 짧게 세 번 불었다. 집결하란 신호다. 캠프를 탈출한 교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겨우 60명이 모였다. 뒤늦게 합류할 교도가 있겠지만, 무려 400명의 교도가 바롱삼디에게 끌려갔다. 부드셀라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고난과 박해를 견디며 기른 무력을 한순간에 잃었다.
“부관, 바롱을 불러라.”
부관이 무전기 손잡이를 돌리기 전에 무전기가 먼저 울었다. 띠릭- 띠릭- 부드셀라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마캉달이다.
“투살레 부드셀라!”
-부드셀라, 놈은 페트로다. 운강(좀비를 지휘하는 주술사)이 좀비 부대를 끌고 간다. 바롱의 타격대도 곧 도착한다. 놈은 담발라의 대적자다. 반드시 죽여라.
“알겠습니다. 반드시 죽이겠습니다.”
부드셀라가 이빨을 악물었다. 전설로만 들었던 페트로의 위용은 상상을 절했다. 페트로와 접촉한 부하들은 한순간에 몸이 쪼개지고 머리가 사라졌다.
막사를 때려 부수고 중기관총을 난사하는 거구의 흑인은 끔찍했다. 운강이 좀비 군단을 끌고 와도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두려움이 복수심을 앞섰다.
“뭐야?‘
사도청의 얼굴이 시퍼레졌다. 왕이와 동금보가 나간 지 채 3분도 지나지 않아서 폭음과 총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담발라 군의 막사 밤하늘이 벌겋게 타오르고 있다. 카무게가 공격받는다? 상상도 못 했던 사태다. 카당카는 자신이 공강군 연대를 끌고 와도 점령할 자신이 없는 천혜의 요새다. 중국 최고의 방어 요새로 유명 짜한 양산박도 카당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조장 동지, 비직이 상황을 파악해야겠습니다.”
옷을 입고 대기 중이던 부조장 장지랑이 소총을 들고 일어났다.
“기다려. 섣불리 나서지 마라. 일단 왕이를 기다린다.”
사도청은 사질인 왕이를 믿었다. 왕이 수준의 무술인을 어찌할 존재는 많지 않다. 제 앞가림은 충분히 할 제자다.
화약 무기 시대에 웬 무술인? 하겠지만 무술인은 비정규전 활용도가 대단히 높다. 중세 군대는 주먹밥과 창칼만 있으면 싸울 수 있었다. 현대식 군대는 순전히 장비빨이다.
예를 들어 700명으로 조직된 미군 기계화 대대는 100대가 넘는 수송 차량, 기관총 100정, 대전차 유도탄 50기, 전자 장비 100세트 이상, 자동유탄발사기 등 분대 지원화기 70기, 야포 20문, 기타 정비 보급품과 개인용품 등 어마어마한 장비와 보급품이 필요하다.
전투가 벌어지면 탄약 소모는 살인적이다. 어마어마한 장비도 탄약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반면에 무술인은 보급이 필요 없다. 칼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아니 칼이 부러지면 몽둥이를 들어도 된다. 블랙맘바가 나쇼널 트레조르인 이유이기도 하다.
“조장, 왕이를 믿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비직은 카무게같은 주술사가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 했습니다.”
장지랑이 고집부렸다.
“우리 임무는 전투가 아니라 공작임을 명심하시오.”
은근히 걱정되었던 사도청은 에둘러 승낙했다.
철컥- 쌈디가 총열을 교체했다. M60보다 파괴력이 떨어지는 FN MAG가 서방의 제식 기관총으로 채용된 이유는 신뢰성과 정비성이 우수하고, 총신 교환이 빠르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FN MAG는 사격 자세 그대로 5초면 총신을 교환할 수 있다.
“와키르, 몽땅 튀었다.”
지름이 500m에 달하는 담발라 캠프가 벌겋게 타올랐다. 열대 우림은 높은 습도로 인해 산불이 발생하지 않는다. 산불이 난 원인은 백린탄과 소이탄이다.
블랙맘바가 침울한 얼굴로 불타는 캠프를 바라보았다. 너울거리는 불꽃에 비친 얼굴 음영이 유난히 짙었다.
“대략 400명을 잡았군. 살아남은 바퀴벌레가 150명인가? 불길이 염소 우리로 번지면 곤란한데.”
블랙맘바가 걱정했다. 습도가 높고 염소 우리가 캠프에서 300m는 떨어져 있지만, 은근히 인질이 걱정되었다. 입구를 바위로 틀어막은 조치는 자신이 생각해도 적절했다.
번쩍, 짜자작- 블랙맘바의 걱정을 하늘이 듣기라도 한 듯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번쩍 쿠르릉- 수십 수백 개의 낙뢰가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인 이투리를 밝히고, 천둥이 온갖 소음을 집어삼켰다. 쏴아아- 폭우가 쏟아졌다.
이투리 정글은 엄청난 증발량으로 인해 상공의 대기가 늘 불안정하다. 언제 폭우가 쏟아질지 모른다. 불길이 피시시 죽었다. 일대는 온통 연기와 수증기로 가득 찼다. 강력한 상승기류가 전투 파쇄물과 피비린내를 말아 올렸다. 자욱한 피비린내와 탄내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인간세계가 아니라 연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