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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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17
퍽- 깡- 둔탁한 파열음과 날카로운 금속음이 동시에 울렸다. 피부와 근육을 파고든 칼날이 뼈에 박혔다. 놀랍게도 음속으로 휘둘러진 보검 용연이 쌈디의 팔을 잘라내지 못했다.
쌈디는 51구역의 MK 프로젝트 결과물이자 부두교 주술로 좀비가 된 희생물이다. 유전자 조작과 인공 근육 이식으로 만들어진 괴물이 좀비화 되면서 피지컬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네바다의 51구역은 유전자 가위라 불리는 크리스퍼(CRISPR-Cas9효소)를 이용해서 생식세포 DNA 일부를 잘라내고, 목적한 DNA를 이어붙여서 쌈디를 만들었다. 인큐베이터에서 배양하는 과정에서 인공 근육을 부착하고 유전자를 변형시켰다. 여타의 훈트나 키메라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우연과 실수가 겹쳐 외부로 유출된 쌈디는 부두교 호웅간의 손에 들어갔다.
쌈디의 신체는 좀비화 과정을 거치면서 리빌딩되었다. 바나듐디옥사이드 인공 근육은 단백질을 흡수해서 바나듐디옥사이드알부민으로 변형되었다. 콜라겐 인공 피부는 표피의 기저층과 진피가 울트라키틴 허니콤 복층 구조로 변했다. 뼈의 재료가 된 바륨주석합금은 티탄산과 결합해서 다이아몬드 합금 강도를 세배 웃도는 티탄산바륨주석합금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가 진행되는 바탕에 좀비의 네오마이크로바이옴(neomicrobiome)이라는 신종 장내 세균시스템이 있다. 좀비 주술사 오구는 희대의 마약인 요룬바를 활용해서 네오바이크로바이옴 시스템을 세밀히 조정한다. 특수한 장내 세균들이 공기 중의 원소, 또는 투여된 재료의 원소를 분리해서 세포와 화학적 결합을 이루도록 만든다. 좀비는 세균의 독성으로 인해 자아를 잃는 대신 강력한 신체를 얻게 된다. 물론 좀비가 되고 싶은 인간은 없다.
과학과 종교가 특정 집단에 사유화될 때 윤리와 도덕률은 마비되고 인간은 도구로 전락한다. 51구역의 놀라운 생명공학 기술은 731 관동군의 생체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얻어졌다. 생명공학 기술이 원시 주술과 결합해서 태어난 괴물이 쌈디다.
쌈디야말로 MK 프로젝트를 진행한 소크라테스 위원회와 CIA가 바라는 최종병기다. 다행히 쌈디는 블랙맘바의 품에 들어갔고, 대우선사의 신통력을 빌어 인간으로 환원되었다. 위원회가 저간의 사실을 알았다면 전력을 기울여서 블랙맘바를 추적했을 것이다.
“이게 뭐야?”
오셀롯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팔이 싹둑 잘리고, 머리가 두 조각 나야 마땅한 상황이다. 아무리 신인류라 하더라도 생체조직의 강도와 탄성은 한계가 있다.
“이익!”
오셀롯이 불끈 힘썼다. 이두박근 삼두박근이 돌출되고 광배근이 부풀어 올랐다. 눈알에 핏발이 서도록 힘을 썼지만, 턱도 없다. 속도를 잃은 용연의 파워는 천분의 일로 떨어진다. 근육에 물린 칼날이 꼼짝도 않았다.
“허랏!”
오셀롯이 주춤하는 틈에 쌈디가 허리를 퉁겨 올렸다. 땀을 삐칠 거리던 오셀롯이 탈곡 끝난 볏짚처럼 날아갔다. 쌈디가 하박에 박힌 용연을 쑥 뽑아서 팽개쳤다. 팔이 절반이나 잘렸지만 쌈디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잘린 부위에서 끈적한 거품이 쏟아져 나와 상처를 덮었다. 분수처럼 쏟아지던 피가 뚝 멎었다.
“헐! 할 말 없네.”
블랙맘바는 엉덩이를 원위치시켰다. 사부의 추뢰술을 견딜 때 알아봤지만, 상상초월의 사기적인 신체다. 이 시대의 진정한 괴물은 쌈디다.
“우웍!”
분노한 쌈디가 부러진 거목을 잡고 휘둘렀다. 뻑- 예상치 못한 급습에 오셀롯의 허리가 반으로 접혔다. 우지직- 전봇대만큼 굵은 원목이 뚝 부러졌다. 인간의 허리가 부러지지 않고 아름드리 나무가 부러졌다. 맞은 놈이나 때리는 놈이나 똑같은 괴물이다.
“에이 씨, 스티로폼이여 수수깡이여.”
쌈디가 부러진 나무둥치를 창처럼 날리고 뒤따라 돌진했다. 오셀롯은 시야를 가린 나무둥치를 신경질적으로 쳐냈다. 뿌악- 박살 난 나무둥치가 시야를 가린 미세한 틈을 비집고 볼링공 크기의 주먹이 얼굴에 쑤셔박혔다. 오셀롯의 고개가 휙 꺾였다.
“헛!”
생각보다 얕은 충격에 쌈디는 아차 했다. 고무처럼 유연하고 탄력 있는 놈의 신체를 깜박했다. 윙- 콰앙- 후소퇴가 머리 위로 넘어와 쌈디의 정수리를 찍었다.
“크윽!”
사지가 으스러지는 충격이다. 쌈디는 강력한 목 근육으로 충격을 버티며 돌진했다. 턱- 오셀롯의 목을 팔로 감았다. 바짝 밀착해서 왼 다리를 깊숙이 집어넣었다. 오셀롯은 연속 타격을 받은 상대가 더욱 거세게 날뛰자 기가 질렸다.
“이얍!”
쌈디가 엎어치기를 시도하는 순간 오셀롯도 쌈디의 목을 팔로 감고 무릎으로 밀어냈다. 그 상태에서 서로의 목을 꺾기 위해 필생의 힘을 쏟았다. 쌈디의 뒤꿈치가 젖은 땅에 깊은 고랑을 팠다. 역시 출력은 쌈디가 뒤졌다.
세 불리를 느낀 쌈디가 오셀롯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오셀롯도 질세라 쌈디의 목을 물었다. 싸움은 똥개도 피한다는 맞물고 늘어지기로 들어갔다. 좀비와 에피듐은 뿔을 맞댄 들소처럼 푸푸 거리며 밀고 밀렸다.
어이가 없어진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임마, 하이에나처럼 물고 늘어지는 게 고귀한 뮤턴트가 할 짓이야?”
오셀롯이 고개를 비틀어 쌈디를 노려보았다. 악의로 가득한 핏발선 눈이 서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오셀롯이 먼저 이빨을 빼냈다. 쌈디도 어깨를 놓아주었다.
“퉤 퉤, 더러워 죽겠네. 이봐 잡종, 정체가 뭐냐?”
오셀롯이 이빨에 끼인 살점을 뱉어냈다. 음성에 쇳소리가 섞였다. 지쳤다는 증거다.
“임마, 너나 깨끗이 씻고 다녀. 이 자식은 아무나 잡종이래. 나는 쌈디여.”
지치기는 쌈디도 마찬가지다.
“잡종, 너도 신인류냐?”
“신인류? 그게 뭐냐?”
“구인류는 허약해 빠진 인간들이다. 신인류는 선택받은 초인이다. 너는 신인류다.”“초인? 초인은 주인이나 큰 사부님이다. 나는 보통 사람이다.”
어눌한 대답에 오셀롯이 열을 냈다.
“너는 블랙맘바에 이용당하는 거라고. 신인류는 지배자다. 언제까지 노예로 살 거냐? 나와 손잡고 세상을 지배하자.”
“인류의 지배자! 수십억의 인간이 숭배하는 전능한 성자! 멋있군. 그런데 가능할까?”
쌈디의 눈이 몽롱해졌다.
‘흐흐흐, 눈빛이 흐려졌군.’
오셀롯은 쾌재를 불렀다. 그는 대화 중에 사념파를 슬금슬금 투입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법이다. 전투 중에 줄곧 사념파를 던졌지만 놈의 정신 방어력이 워낙 강해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근거리에서 사념안과 사념파로 동시 공격한 효과가 나왔다.
음흉하기는 쌈디가 한술 더 떴다. 그는 머릿속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기분 나쁜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다. 큰 사부가 말씀하기를 긴고주는 살인을 제약하는 동시에 사악한 주술과 최면으로부터 정신을 보호한다고 했다. 큰 사부의 말씀대로 끈적한 기운이 뇌를 파고들지 못했다. 쌈디는 당하는척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대가리 나쁜 새끼, 네놈은 주인님의 한주먹감이여. 네놈 말대로면 네놈이 구인류고 주인이 신인류 거든.’
쌈디는 속으로 오셀롯을 비웃었다. 자기 논리의 모순도 모르는 놈이 불쌍했다.
스스스- 오셀롯의 왼쪽 무릎에서 바그나크(호랑이 발톱과 유사한 닌자 무기)가 옷을 찢고 솟아올랐다. 경화된 뼈를 돌출시켜 적을 공격하는 오셀롯의 비기다. 스악- 빗살처럼 솟아오른 무릎이 쌈디의 복부를 찍었다. 위험! 쌈디의 복부가 종이짝처럼 등에 달라붙었다. 큰 사부가 가르쳐준 유가술이다.
고수의 싸움은 공간의 싸움이다. 한치가 길면 한치만큼 위험해진다. 미리 대비했지만, 놈의 무릎에서 칼날이 솟아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러나려는 본능을 주인의 가르침이 저지했다. 육참골단, 피윳- 쌈디의 왼손이 오셀롯의 목을 쳤다. 까마귀 발톱을 닮은 세 손가락만 남은 왼손은 10mm 철판도 찢는다. 식겁한 오셀롯이 황급히 몸을 뺐다.
“쿠룩!”
‘윽!’
동시에 비명이 터졌다. 오셀롯의 목이 반쯤 끊어지고, 쌈디의 복부가 길게 찢어졌다. 폭음과 기합이 뚝 멎었다. 10분 동안 반경 100m를 초토화한 격투가 끝났다. 오셀롯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고, 쌈디가 두 걸음 물러나서 흘러나오는 내장을 밀어 넣었다. 비등하게 진행되던 격투는 한 순간의 정신자세에서 결판났다.
“후, 주인 덕분에 살았다.”
쌈디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설마하니 놈의 무릎에서 예리한 뼈가 튀어나올 줄 몰랐다. 미리 대비하지 않았으면 내장이 걸레로 변할 뻔했다.
순수한 피지컬 능력은 자신이 반 수 달렸다. 지구력과 신체 회복 능력은 자신이 앞서지만, 힘과 스피드에서 뒤졌다. 살아남은 놈이 강한 자라는 주인의 말이 이해되었다.
“잘했다!”
검은 뭉치가 휙 날아왔다. 쌈디는 압박 밴드를 받아서 찢어진 배를 감았다. 입가에 비시시 웃음이 떠올랐다. 가벼운 상처(?)를 얻고 주인의 인정을 받았으니 남는 장사다.
오셀롯의 목에서 쏟아지던 피가 차츰 줄어들었다. 진득한 거품이 상처를 감쌌다. 시퍼렇게 번득이는 눈이 쌈디를 향했다. 인간이라면 삼도천을 건넜겠지만, 오셀롯은 에피듐이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죽음이 두렵지 않았나?”
뜯겨나간 성대에서 바람이 쉭쉭 새나왔다.
“주인이 말하기를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라 했다. 주인의 말씀은 항상 옳거든. 이만 끝내자. 나도 피곤하다.”
쌈디가 풀 파워로 주먹을 휘둘렀다. 뻑- 관자놀이가 함몰된 오셀롯이 풀썩 쓰러졌다. 쌈디가 오셀롯의 어깨를 밟고 두 손으로 목을 움켜잡았다. 이놈은 사람의 형상일뿐 사람이 아니다. 정체가 무엇이든 목이 분리된 생명체는 죽는다.
“쌈디, 잠깐!”
블랙맘바가 쌈디를 제지하고, 전방의 거대한 바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짱께 여덟 분, 비싼 관람료를 낼래? 대화할래?”
“헉! 전음?”
얼이 빠져있던 사도청이 화들짝 놀랐다. 천지를 울리는 천둥소리와 빗소리에 불구하고 귀에 입을 대고 말하듯 또렷하게 들렸다. 공진에 음파를 실어서 날렸으니 전음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사도청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전음은 전설이지 현실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숫자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 고수중의 고수다.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허옇게 얼굴이 떴다.
“대화할 의사가 없나?”
“대 대화하겠다.”
놀란 사도청이 악을 썼다. 왕이의 복수는 천리만리 달아났다. 두 손을 번쩍 들고 엄폐해있던 바위를 벗어났다. 블랙맘바는 바싹 마른 몸매에 눈빛이 번쩍이는 중국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무술인이군. 중국 첩보원이겠지?”
“그렇다.”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 부하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면 살려주겠다. 즉시 카당카를 벗어나서 이투리를 떠나라.”
“다 당신은 누군가? 큭!”
사도청이 비명을 질렀다. 반문한 대가는 컸다. 알 수 없는 투척무기가 귀를 자르고 지나갔다. 손놀림을 보지도 못했다. 왼쪽 귀를 감싼 손가락 사이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닭대가리는 어쩔 수 없어. 맛을 봐도 똥인지 된장인지 몰라.”
투투투투- MAG가 불을 뿜었다.
“끄윽!”
“우아악!”
총구를 내밀던 요원 셋이 기관총탄을 덮어썼다. 인간의 피와 살점이 바위조각과 함께 튀어 올랐다. 빗물에 희석된 불그죽죽한 핏물이 바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왕빠단, 바보 새끼들아, 그만두지 못해!”
식겁한 사도청이 고함을 질렀다. 이런 무지막지한 인간들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무소불위로 살아온 세월도 이놈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상대는 황망조가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만, 그마안. 당장 떠나겠다.”
사도청은 고글을 덮어쓴 악귀를 저주하고, 미적거린 자신을 저주했다. 이놈들은 인간이 아니라 맹수다. 협상과 대화는 인간과 해야 한다. 맹수가 두려운 이유는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라! 이곳은 지옥이 된다.”
“살려줘서 고맙다.”
어깨가 축 늘어진 사도청이 남은 부하 넷을 데리고 선착장으로 사라졌다. 블랙맘바는 신경을 끊었다. 뗏놈들이 무사히 카당카를 빠져나가든 말든 그들의 일이다.
“와키르, 저놈들 살려줘도 돼?”
“예뻐서 살려주는 게 아니다. 저놈들은 반군을 돕고 있다. 모부투는 뼛속까지 친미주의자다. 반군이 사라지면 자이르는 미국의 손안에 들어간다. 저놈들이 좋아하는 이이제이라고 해야겠지.”
“와키르 똑똑하다.”
“윗사람에게 그런 말 쓰지 마라.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 듣는다.”
“헉, 버르장머리 없다고! 다시는 똑똑하다고 하지 않는다.”
쌈디가 화들짝 놀랐다. 지금까지 주인께 버르장머리없는 놈은 용서하지 않았다. 자신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게 생겼다.
“상처는 문제없나? 오늘 마지막 일격은 훌륭했다.”
쌈디의 입이 헤 벌어졌다. 주인의 칭찬에 몸이 둥둥 떠다녔다.
“문제없다. 거의 회복되었다. 저놈은 왜 살려뒀지?”
쌈디가 오셀롯을 내려다보았다. 위험한 놈을 살려둔 주인의 속내가 궁금했다.
“글쎄, 쓸모가 있지 않을까?”
‘혹시, 쫄따구로 만들려고?’
무책임한 답변에 쌈디는 가슴이 덜컥했다. 주인의 부하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저놈은 좋은 놈이 아니다. 주인의 표현에 의하면 영혼이 피에 쩔은 놈이다.
주인은 자비로운 분이니 험한 일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아클란 크루 옴부티가 신신당부했다. 주인도 노바토피아에서 옴부티의 지시를 받으라고 했다.
‘몰래 목을 밟아 버릴까.’
슬그머니 주인의 눈치를 봤다. 엎어져 있던 오셀롯이 꿈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