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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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18
쌈디가 흠칫했다.
‘생긴 건 밥맛인데 생존 감각은 쩌는 놈이네.’
섬세한 이목구비와 황금을 가늘게 뽑아낸 듯한 금발이 눈을 아프게 찔렀다. 두피에 바짝 달라붙은 오글오글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썰면 두 접시는 나올듯한 두툼한 입술을 만져보았다.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저놈은 주인과 인류를 위해서 사라져야 한다. 꼴 보기 싫어서가 절대 아니다. 사심을 품은 쌈디가 참외 서리 들어가는 악동처럼 발가락 끝으로 슬금슬금 거리를 좁혔다.
오셀롯은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좀비와 에피듐의 신체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좀비는 통증에 무감하며 사기적인 재생능력이 있다. 에피듐은 좀비보다 재생력이 많이 떨어지지만, 소생력이 있다. 목이 분리되어도 운이 좋으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척수에서 생성된 세포 활성화 물질이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 갔다. 하얀 알갱이에 자극받은 신경 말단이 고농도의 에피네프린을 횡경막과 연결된 근육에 전달했다. 쿠룩 쿠룩- 마비되었던 횡경막이 격하게 진동했다. 뇌가 보내는 전기 신호와 상관없이 작동되는 에피듐의 재생 시스템이다.
오뉴월 소불알처럼 축 늘어져 있던 폐가 수축을 시작했다. 절단된 기도를 막고 있던 거품이 부글부글 끓었다. 산소가 대량으로 빨려 들어갔다. 산소를 공급받은 신경 말단부가 에피네프린을 방출해서 근육을 살렸다.
신체 기능이 살아나자 하얀 알갱이가 간으로 밀려들었다. 간이 대량 방출한 근육 활성화 단백질이 림프와 혈관을 타고 목과 머리 상처로 쏟아져 들어갔다. 함몰된 관자놀이가 제 모습을 찾아가고 기도와 식도가 연결되었다.
“허, 검은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는 말이 수사적 표현인 줄 알았는데 저놈은 진짜 살아나네.”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수십 톤의 석탄 버럭에 깔리고, 표범의 발톱에 내장을 쏟아내고도 살아난 놈이 할 말은 아니다.
“망가진 놈을 데리고 다니려면 귀찮은데…….”
집요한 쌈디가 슬금슬금 오셀롯에게 접근했다. 주인께 도움될 놈도 아니고, 노랭이 벌레라고 말한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다. 모른척하고 머리를 밟아 으스러뜨릴 작정이다.
“쌈디, 저놈을 문어로 만들어서 나무에 매달아 둬.”
블랙맘바는 여자의 마음에 둔할 뿐 눈치 백 단이다. 쌈디의 사심을 모를 리 없다. 블랙맘바의 말 한마디로 오셀롯은 생존 기회를 날렸다. 차라리 쌈디가 머리를 짓이기는 편이 생존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에이 불쌍한 놈, 그러게 왜 성질 나쁜 와키르에게 벌레라고 했어? 쯧쯧!”
쌈디가 세상의 슬픔을 다 짊어진 듯한 표정을 짓고 오셀롯의 발목을 잡아 비틀었다. 뿌드득- 발목이 기형적으로 돌아갔다. 오셀롯은 말단 신경에 가해진 끔찍한 충격에 깨어났다.
“끄악!”
“쉿!”
쌈디가 입술에 손가락을 붙였다. 오셀롯이 쌈디를 올려보았다. 독기 서린 눈에 시퍼런 불똥이 뚝뚝 흘렀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엉아 기분 나빠지잖아.”
쌈디가 입가를 실룩이며 군홧발로 무릎을 밟고 종아리뼈를 들어 올렸다. 뿌지직- 임계치를 넘은 정강이뼈가 복합 골절을 일으켰다.
“으악, 망할 싸이코 새끼야!”
“임마, 싸이코는 너야. 나는 싸이코가 아니라 위대한 뚜바이부르파님의 호위무사 쌈디님이라고.”
오셀롯이 아우성쳤지만, 쌈디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엉망이 된 다리를 툭 던지고 성한 다리를 잡았다. 순서는 같았다. 발목을 박살 내고 정강이뼈를 분절하고 대퇴골을 부러뜨렸다.
“포버 오머!(불쌍한 남자!) 뽕 띱♪ 오셀롯 풀버(문어) 뽕 띱♬ 뽕 띱♬”
쌈디가 박자에 맞추어 오셀롯의 발목뼈, 정강이뼈, 대퇴골, 갈비뼈, 어깨뼈, 팔뼈를 차례로 부러뜨렸다. 진정으로 자기 일을 즐기는 모습이다. 후렴구와 뼈가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빗소리와 어울려 음산함의 극을 달렸다. 기어이 처삼촌 벌초하듯 금발도 우둑우둑 쥐어뜯었다.
“끄으으!”
결국, 오셀롯이 거품을 뿜고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 대략 축대뼈와 사지뼈 30개가 부러진 오셀롯은 문어처럼 풀어졌다.
‘무서운 놈!’
블랙맘바마저 소름이 쭉 끼쳤다. 저놈은 수사적인 표현을 일부러 문자대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운신과 상관도 없는 머리카락은 왜 쥐어뜯는지. 오셀롯만 불쌍해졌다.
쌈디가 덩굴 무화과 껍질을 죽죽 벗겨서 오셀롯을 둘둘 감았다. 누에고치를 만들어서 번쩍 어깨에 메고 아비시니아를 타고 올라갔다. 쌈디는 30m 높이에서 뽁뽀기로 가지를 깔끔하게 깎아내고 커다란 누에고치를 대롱대롱 매달았다. 작업을 끝낸 쌈디가 두 손을 탈탈 털었다.
아비시니아는 껍질을 벗기면 끈적한 진이 솟는다. 개미나 벌, 거미 등의 독충은 아비시니아 진을 무척 싫어한다. 쌈디는 자신의 기준에서 오셀롯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
“으으, 페트로! 페트로가 금발 보둔을 죽였어.”
격전장과 겨우 50m 떨어진 지점의 바위가 꿈틀했다. 바위와 동화되어 있던 인간이 배밀이로 물러났다. 목에는 소리와 기척을 죽이는 아이템인 프웬이 달랑거렸다.
남자는 까마득한 허공에 매달린 금발 보둔의 시체를 올려보았다. 보둔과 페트로의 싸움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신적인 존재의 싸움에 인간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흐으으, 빨리 알려야 해. 도망쳐야 해.’
흑인 남자는 황망히 정글 깊숙이 사라졌다.
“흐흥! 질긴 녀석, 이제야 움직이는군. 카무게가 점점 마음에 드네. 쌈디야 가자.”
블랙맘바는 담발라 정보원이 은신했던 바위를 흘끔 쳐다보고 백 팩 끈을 졸랐다. 담발라 한 놈이 은신해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체 내버려 두었다. 성실한 안내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블랙맘바와 쌈디가 훌쩍 사라졌다.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까마득한 공중에 도롱이 벌레처럼 매달린 오셀롯의 신음만 남았다. 천망회회 소이불루라 했다. 악은 더 큰 악에 잡아먹히게 되어있다.
오셀롯은 더 이상 싱가포르 마리나 항구의 지하실에 출입할 수 없게 되었다. 납치한 인간을 와이어로 목을 조를지, 톱으로 허리를 자를지, 송곳으로 눈을 파낼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다.
흔적없이 실종되던 젊은 여자와 어린아이의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이투리 정글 깊숙이 숨어있는 카당카의 거목에 매달려있는 오셀롯이 취미생활을 즐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카당카 서쪽 원시림, 기계충이 파먹은 듯 지름 400m 남짓한 동그란 공터가 있다. 담발라가 훈련소로 활용하는 에도스다. 에도스는 수십 미터 뻗어 올라간 거목이 없을뿐 관목과 수풀이 무성해서 공중 정찰로는 발견할 수 없다.
에도스 가장자리의 허름한 막사 앞은 중간급 지휘자들이 인원을 수습하고 재편성하느라 소란했다. 부드셀라와 바롱은 주술 피리를 불어서 생존자를 수습했다. 주술 피리가 발산하는 초고주파 음은 4km 밖의 교도가 들을 수 있다. 집결하지 못한 교도는 죽었다는 소리다.
“바롱, 수습된 교도가 몇인가?”
“63명입니다.”
“63명!”
부드셀라의 얼굴이 컴컴해졌다. 정확히 396명의 교도가 죽었다. 이투리에는 부상병이 있을 수 없다. 표범, 하이에나, 테러버드, 독수리, 큰 뱀, 설치류, 흰개미, 불개미 등등 이투리 정글에는 수많은 청소부가 있다. 즉각 구출되지 못한 교도는 청소부가 끝장낸다.
“금발 보둔과 칭크가 페트로를 제압할 수 있을까요?”
“알 수 없지. 솔직히 나는 우리가 크란의 집단 최면에 말려들었다는 의심마저 든다. 아직도 악몽에 빠져있는 느낌이다.”
부드셀라의 말에 바롱이 우울한 얼굴로 출동 준비를 마친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왜 곧바로 후퇴했습니까? 보둔과 페트로가 싸울 때 화기를 동원해서 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부드셀라는 겁쟁이가 아니다. 바롱은 병력을 곧바로 물린 부드셀라의 지시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페트로의 이름은 가볍지 않다. 우리가 해치울 수 있으면 금발 보둔과 칭크 친구들도 해 치울 수 있다. 놈들은 악마다. 우리가 쏘는 총알은 놈들을 죽일 수 없고, 놈들이 쏘는 총알은 빗나가는 법이 없어. 그런 존재가 페트로다. 나는 금발 보둔이 페트로를 해치워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장비가 충실한 타격대 100명이 온전히 남아 있습니다. 유탄 발사기와 기관총도 있고요. 페트로도 총탄을 맞으면 죽습니다.”
“흐흐흐, 총탄을 덮어쓰면 죽겠지. 자네는 덤불을 헤집고 달리는 블랙맘바를 맞힐 수 있나? 까마득한 우듬지를 뛰어다니는 콜로부스를 맞힐 수 있나? 내가 본 페트로는 그것들보다 더 빠르고 은밀하다. 폐트로는 인간이 아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반드시 화망을 집중해야 해.”
“알겠습니다. 오구 운강과 좀비가 합류했습니다. 페트로가 금발 보둔을 이겨도 성치는 않을 겁니다. 붙어볼 만합니다.”
바롱이 수긍하자 부드셀라는 눈을 감았다. 피로가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금발 보둔은 친구도 아니고 교도도 아니다. 죽든 살든 알 바 아니다. 페트로를 죽여주면 좋고, 죽이지 못하더라도 힘을 빼주면 된다. 카당카는 홈그라운드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지구전을 벌이려면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한다.
딸랑- 딸랑- 오구 운강이 이송(운강이 힘을 발휘하는 딸랑이 달린 지팡이)을 들고 막사에서 나왔다.
“부드셀라 대장, 피곤해 보이는군. 묘약을 드시겠소?”
“사양하겠소.”
부드셀라가 손을 저었다. 마약을 먹으면 당장은 각성효과가 있겠지만, 몸을 망친다. 부드셀라는 요룬바에 취하지 않은 유일한 담발라다.
“제대 의식을 치를 시간이오.”
“지금 해야 하오?”
“그렇소. 상대가 강적인 만큼 반드시 해야 하오. 제물은 충분하오. 르와와 한몸이 된 전사들은 블랙맘바처럼 잔인해지고 올빼미처럼 은밀해질 거요. 때가 때인만큼 복잡한 의식은 생략하고 성체와 성수 의식만 치르겠소. 대장은 용감하니 먹지 않아도 좋소. 흐흐흐!”
오구가 상체를 흔들며 웃자 이송의 방울이 따르르 울렸다.
‘망할 새끼, 방울 소리에 페트로가 찾아오겠다.’
부드셀라는 오구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담발라는 원래 식인을 하지 않았다. 오구가 키쿠유족 교도들을 끌고 합류하면서 피그미와 백인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부관, 전사들을 인솔해서 의식을 시작하라.”
부드셀라는 무쇠솥 안의 피그미를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다. 피그미를 먹으면 이투리 정글의 르와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투리 원숭이가 코웃음 칠 소리다.
“휴, 어디부터 잘못되었을까?”
부드셀라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가난과 무지를 벗어보려고 부두교에 몸을 던졌다.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부두교는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늪이었다.
콩고는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와 함께 20세기에도 식인 풍습이 남은 부족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부족이 키쿠유족이다. 앨버트 호수 인근에 부임한 국경의사회 소속 여의사는 추장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신들 백인은 쇠고기가 제일 맛있다 하고, 아랍인들은 양고기가 제일 맛있다 하고, 동양인들은 돼지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사람 고기를 먹어보면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오늘 특별히 사람 고기를 대접해 주겠다.]식겁한 백인 여의사는 부임 당일날 짐을 싸서 돌아갔다. 키쿠유족 원주민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은 쇠고기, 돼지고기를 먹는다. 우리는 사람을 먹는다. 뭐가 다르지?’ 듣는 사람은 어이가 우주로 날아간다.
불행히도 부드셀라의 걱정이 맞았다. 블랙맘바는 운강의 방울 소리를 들었다. 퍽- MP5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전방에서 열심히 숲길을 더듬어 달리던 남자의 뒤통수에서 피가 튀었다. 블랙맘바가 엎어진 남자를 숲 안쪽으로 툭 차넣고 지나갔다.
“안내하느라 수고했다.”
예의 바른 쌈디가 인사를 하고 뒤따라갔다. 방울 소리와 후각을 괴롭히는 쾌쾌한 악취, 암모니아 냄새 분자는 놈들의 집결지를 추적하기에 충분했다.
“쌈디, 놈들이 카니발 중이다.”
공기 중에 떠도는 냄새는 키담바 마을의 냇가에서 맡았던 바로 그 냄새다. 인간을 삶을 때 발산되는 악취다.
“나도 안다. 몽땅 죽인다.”
쌈디의 눈이 사나워졌다. 속이 뒤집어질 듯한 악취가 점점 짙어졌다.
블랙맘바가 손을 들었다. 갑자기 울창한 숲이 사라졌다. 교목이 사라지고, 관목과 잡풀이 우거진 넓은 공터, 에도스다. 위장 막사, 통나무로 만든 장애물, 나무를 칼로 파서 만든 표적지, 블랙맘바는 한눈에 담발라의 훈련장임을 알아보았다.
쉭- 아미 로프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손목을 툭 잡아채자 표창이 가지를 휘릭 감았다. 팽- 블랙맘바가 허깨비처럼 허공을 날아서 40m 높이의 까마득한 가지에 올라앉았다.
거리는 110m, 전방의 훈련장 전경이 훤히 보였다. 횃불을 밝힌 공터에 여섯 개 나란히 걸려있는 솥에서 김이 뭉게뭉게 올라왔다. 솥 앞에 짧은 바지만 걸친 담발라가 줄 서있다.
칼과 국자를 든 맘보(부두교 여사제) 셋이 솥 안의 고기를 건져서 잘라주고 있다. 담발라 일부는 가로누운 통나무에 퍼질러 앉아서 고기를 뜯고 있다.
스나이퍼의 눈이 담발라의 숫자가 160명임을 한눈에 찍어냈다. 본거지를 떠났던 놈들과 도주한 놈들의 숫자와 대략 일치했다. 담발라와 맘보의 대화가 고스란히 들렸다.
“쀼다(눈알)”
“에기 둔나 와낙산.(훤히 잘 보일 것이다.)”
맘보가 솥에서 동그란 눈알을 건져서 담발라의 그릇에 담았다.
“드가하(귀)”
“시두 쿠마 마굴란(잘 들을 것이다.)”
맘보가 국자로 귀를 건져서 나무그릇에 담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