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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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19(수정)
“와 꾸!(감사합니다!)
“마한 타하이 르와.(영혼을 르와에 맡겨라.)”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내용은 대충 짐작되었다. 광신도들의 작태에 사흘 전에 먹은 마른 대추야자가 곤두섰다.
“레 미제라블!”
분노 이전에 한탄이 나왔다.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부두교와 마찬가지로 식인 부족이 등장한 단초도 돈많은 유럽인들과 미국인이 제공했다. 식인의 역사가 예상과 달리 근세기라는 이야기다.
식민지화가 한창 진행되던 19세기 중반, 주머니 든든한 백인들이 물밀 듯이 아프리카로 몰려갔다. 소위 사파리 여행의 시작이다. 백인들은 현지 몰이꾼을 대량으로 고용해서 육식동물, 초식동물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냥했다.
귀족과 신사계급의 거실과 서재는 수사자 박제, 들소 뿔, 코끼리 어금니로 장식되었다. 하다못해 스프링복이나 시타퉁카 대가리 박제라도 벽에 걸려있어야 신사 행세를 할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게임(game)이 동물(animal)의 의미로 쓰인다. 나이로비나 킨샤샤 여행사에서 게임하고 싶다고 말해보라. 즉각 정글이나 초원으로 안내할 것이다.
무자비한 사냥으로 인해 동물 개체 수가 줄어들고 서식지가 달라졌다. 사냥을 업으로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굶주린 원주민들은 농경 부족을 습격해서 배를 채웠다. 백인들이 즐긴 사파리가 키가니 부족, 키쿠유 부족 등의 사냥 부족을 식인 부족으로 만든 것이다.
관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식인 습관은 조상의 정신을 이어받는 제례의식, 피식자의 용기와 능력을 얻는 유감의식으로 이어졌다.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아프리카 땅에서 행해진 백인들의 악행은 노예무역만이 아니다. 식민지배는 식민지에 수많은 부정적 영향을 남겼지만 묻히고 미화되고 합리화되었다.
19세기 말, 케냐 차보에서 고스트와 다크니스라는 이름의 식인사자가 130명이 넘는 인간을 죽였다. 영국인 특등 사수 패터슨 중령이 공포의 식인사자를 추적해서 죽였다. 백인들은 패트슨의 영웅적 활약에 열광했지만, 사자의 분노는 생각지 못했다.
사자가 왜 인간을 덮쳤을까? 백인들이 플랜테이션 농장을 대규모로 조성하면서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잇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사는 것이 목적이다. 굶주린 사자들은 살기위해 인간을 잡아먹었다.
그렇다고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인 행위에 면죄부가 발급될 수는 없다. 인간은 주체적인 존재일 때 인간이다. 무지와 가난, 식민지배에 모든 책임을 돌린다면 그 또한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이기주의의 극한이다. 같은 맥락에서 초자연적인 권능을 얻으려는 목적의 식인 행위는 과거 백인들이 벌인 노예사냥과 다를 바 없다.
블랙맘바는 MP5와 드라구노프 어느 쪽을 선택할지 잠시 망설였다. MP5가 연사력이 좋지만, 파괴력이 달린다. 담발라 전사들이 은폐한 막사, 관목, 풀숲을 관통할 파워가 부족하다.
MP5를 백 팩에 수납하고 드라구노프를 잡았다. 손에 착 감기는 균형감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기꺼웠다. 텍티컬 베스트에 부착된 파우치의 찍찍이를 조절해서 탄입대를 드라구노프 용으로 교체했다. 20발들이 탄창 5개를 탄입대에 밀어 넣고 표창 50개가 꽂혀있는 두루마리 비갑을 왼팔 하박에 감았다.
주공은 쌈디다. 자신의 준비는 이 정도면 차고 넘친다. 200m 안쪽의 거리는 저격이라 말할 것도 없고, 공간지각력을 발휘할 필요조차 없다.
“쌈디, 쇼 타임이다.”
퍽퍽퍽- 퍽퍽퍽- 드라구노프 쓰리텝 속사 스나이핑, 초탄 반동을 자연스럽게 다음 표적으로 이동해서 이탄을 날리고 그 반동으로 3탄을 날리는 블랙맘바만의 비기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인육을 배급하던 맘보 셋이 먼저 쓰러지고, 차례를 기다리던 담발라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초당 3발을 쏘는 쓰리텝 저격의 파괴력은 가공지경이다. 이론적으로 개활지에서 쓰리텝 속사 저격을 펼치면 분당 120명을 사살할 수 있다. 한 시간이면 7,200명, 여단급 부대를 지워버릴 수 있다. 물론 인간은 고정된 표적이 아니다. 반격을 받으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여하한 정예 부대도 속사 저격의 악몽을 떨칠 수는 없다.
투투투투- 나무 아래서 MAG가 불을 뿜었다. 쇄설물이 자욱하게 흩날렸다. 강력한 7.62mm 탄이 인간, 구조물, 솥단지, 수풀, 바위를 가리지 않고 박살 냈다. 기관총과 드라구노프의 합작이 담발라의 파국을 불렀다. 단 10초 만에 병력 절반이 쓸려나갔다. 아우성은 뒤늦게 터졌다.
“우쿠불라라!(죽여라!)”
“우아악, 타파다하이!(살려줘!)”
“아우디!(적이다!)”
담발라가 엄폐물을 찾아서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9시 방향이다. 쏴라!”
“알피지 알피지!”
날벼락을 만난 부드셀라와 바롱이 목이 터지라고 외쳤다. 부드셀라는 본인이 안배해둔 감시인이 악마를 끌고 왔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전멸이란 용어의 군사적 의미는 전투 병력 절반이 전투열외(사망+중상)된 상황이다. 요룬바를 복용한 담발라 전사에겐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일순간에 동료 절반이 무력화되는 무지막지한 화력에 불구하고 담발라는 단 한 명도 등을 보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10초가 채 지나지 않아서 반격탄이 쏟아졌다.
블랙맘바는 고공에서 내려다보며 엄폐한 담발라를 차분히 잡아냈지만, MAG를 난사한 쌈디는 집중 타격 대상이 되었다. 총구 화염이 요란뻑적했기 때문이다.
퍽- 퍽- 퍽- 쌈디가 주춤 주춤했다. 소총탄이 방탄 플레이트를 뚫지 못했지만 얻어맞고 기분 좋을 놈은 없다.
“송장벌레들이 감히!”
소총탄을 몇 발 얻어맞은 쌈디가 폭발했다. MAG를 수납하고 뽁뽀기를 뽑아들고 튀어 나갔다. 송장벌레라는 표현은 시체를 파먹는 대표적인 청소 곤충이기 때문이다.
“우웍!”
포효가 에도스를 뜨르르 울렸다. 거구가 잡목과 거친 풀을 으깨고 돌진했다. 인공 근육과 스텐스가 이식된 쌈디의 주력은 블랙맘바를 능가한다. 타타타타- 씨우웅- 꽝- 훈련장에서 총탄과 RPG가 날아왔다. 사행보를 시전한 쌈디는 탄막을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고공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는 블랙맘바가 고사 지낼 리 없다. 퍽퍽퍽- 쌈디를 영격한 RPG 사수와 조수들의 머리가 여지없이 터져나갔다.
쌈디는 단 5초 만에 130m를 주파했다. 산사태를 방불케 하는 무지막지한 기세가 담발라 진영을 덮쳤다. 푸왕- 아음속으로 날아드는 중량 40kg, 전장 2.4m 장병기는 공포다. 돌풍이 그리 넓지 않은 에도스를 휘돌았다.
쩍- 꽝- 뿌악- 통나무에 엄폐한 담발라는 통나무와 함께 쪼개지고, 바위에 엄폐한 담발라는 바위와 함께 쪼개졌다. 뽁뽀기가 일으킨 회오리에 핏물과 신체 일부분이 분쇄된 나뭇잎과 나뭇가지 바위 파편과 뒤섞여서 휘돌았다.
“휘유, 저놈을 누가 말려.”
이쯤 되면 RPG나 박격포가 초라해진다. 만부막적의 위용에 블랙맘바마저 일시간 방아쇠를 놓고 감탄했다. 쌈디의 위용은 사헬에서 쿠크리와 글록을 들고 날뛰던 블랙맘바를 능가했다.
“운강, 운강!”
부두셀라가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 미친 페트로를 일시라도 저지할 존재는 좀비 군단밖에 없다. 막사 뒤에서 굵은 쇠몽둥이를 든 시커먼 인간들이 튀어나왔다. 오구가 조정하는 좀비 무리다.
“음발라 카담부 아부달 델라뚠 우크불라라!”
오구 운강이 음산한 주문을 외웠다.
“크오오!”
좀비 열 구가 깔아뭉갤 기세로 쌈디에게 달려들었다. 홍수 참에 둑 터진 저수지가 따로 없다.
“흥, 부정한 물건들!”
슈앙- 뽁뽀기가 벼락 치듯 떨어졌다. 좀비가 팔뚝보다 굵은 쇠몽둥이를 양손으로 들어서 막았다. 삽북- 충격음도 없이 거짓말처럼 쇠몽둥이를 자른 뽁뽀기가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깔끔하게 쪼개버렸다. 역한 피비린내가 확 퍼졌다. 좀비가 인간에게나 위협적일 뿐, 체급과 파워에서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슈앙- 음속으로 날아든 삽날에 좀비의 몸통이 가로세로로 쪼개졌다.
뽁뽀기 삽날은 실용화되지 않은 리퀴드 메탈을 다이캐스팅으로 뽑아서 단조 접쇠 가공후 다이아몬드 코팅으로 마감한 기물이다. 강철봉 따위와 비교하면 뺨 맞는다.
“어헉, 쏴라!”
부드셀라도 좀비가 페트로를 제압하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발을 묶는 동안에 화력을 집중해서 잡을 요량이었다. 투타타타- 건물 틈바구니에 은신한 놈, 나무 위에 올라간 놈, 구덩이에 들어간 놈, 심지어 화장실 똥통 속에서도 총탄이 날아왔다.
“웍!”
쌈디가 뽁뽀기를 맹렬히 휘둘렀다. 오셀롯의 팔방풍우를 보고 커닝한 짝퉁이다. 짜자자장- 삽날에 총탄이 부딪는 소리가 팝콘기에서 옥수수 튀듯 했다. 쌈디는 블랙맘바가 아니다. 서너 발 피탄된 쌈디가 훌쩍 뛰어서 전권을 벗어났다.
“안 돼!”
오구 운강이 목이 터지라 고함질렀다. 좀비가 총탄에 강하지만 집중타를 버틸 만큼 내구성이 좋지는 못하다. 운강의 외침은 전장 소음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쌈디를 둘러싸고 공격을 퍼붓던 좀비들이 집중타격을 받고 산산이 찢어졌다.
“아악, 안 돼. 으흐흑!”
운강이 새끼 잃은 승냥이처럼 울었다. 퍽- 운강의 뒤통수가 터졌다. 총탄은 회색 이물질을 끌고 이마로 빠져나갔다. 툭- 손에서 이송이 떨어졌다. 단 한 번도 그의 손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주술 지팡이가 질퍽한 땅바닥에 뒹굴었다.
퍽퍽퍽- 퍽퍽퍽- 쓰리텝 속사가 담발라를 휩쓸었다. 40m 고공에서 내려다 보는 올빼미 시선이 전장을 장악했다. 기침만 해도 총탄이 날아왔다. 일단 포착되면 머리가 터지고 가슴이 뚫렸다.
날렵하게 위치 이동해서 통나무에 몸을 숨긴 바롱의 발에서 피가 튀었다. 바롱이 고개를 쳐들고 비명을 지르는 순간 입에 총탄이 박혔다. 피와 뇌수를 끌고 빠져나가는 총탄이 너울거리는 횃불에 반짝였다.
“으헉, 바롱!”
비현실적인 장면에 부드셀라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퍽- 어깨가 부서졌다. 총탄이 어깨뼈를 박살 내고 빠져나갔다.
“으윽!”
부드셀라는 불굴의 투혼을 끌어냈다. 소총을 왼손으로 바꾸어 잡는 순간 시커먼 그림자가 덮쳤다. 같은 무게의 황금 다섯 배 가격의 비싼 삽날이 부드셀라의 목을 스쳐 갔다.
‘젠장, 처음부터 잘못되었어!’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부드셀라의 마지막 의식이 툭 끊어졌다. 부드셀라의 죽음을 끝으로 조직적인 저항도 끝났다. 에도스를 외곽의 숲에서 산발적인 총성만 울렸다. 담발라가 아무리 철저히 은신해도 쌈디의 후각을 속일 수 없다.
쌈디가 숲으로 뛰어들었다. 아름드리 나무가 썽둥 잘리고, 관목과 양치식물이 회오리바람에 날리듯 떠올랐다. 쌈디는 머리카락을 뒤져서 서캐 잡아내듯 담발라를 잡아냈다. 요룬바를 복용하고 식인 카니발을 거친 담발라는 마지막 한 명까지 저항했고, 마지막 한 명까지 뽁뽀기의 제물이 되었다.
쌈디가 뽁뽀기를 들고 설친 지역은 대패로 밀어버린 듯 맨땅이 드러났다. 유기체에서 쏟아져 나온 혈액이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시체는 대략 160구, 절반은 산산조각나서 뿌려졌다. 초토화된 에도스에 무거운 정적이 드리워졌다. 난전에도 살아남은 큼직한 횃불만이 여기저기 펄럭였다.
“지겹다, 지겨워.”
블랙맘바가 고개를 저었다. 같은 인간인데 이토록 무지할 수 있을까? 사하라 사막은 낭만이라도 있었다. 이투리는 끝없이 지겨울 뿐이다.
“와키르, 몇 놈 사라졌다.”
“이투리가 알아서 하겠지.”
정글을 배회하는 담발라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주술사의 도움 없이는 이투리 정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투리 정글을 벗어나도 문제없다. 악마가 강림했다고 떠들어대는 부두교도의 말을 믿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와키르, 인간은 너무 어리석다.”
쌈디가 시체에서 옷을 북 찢어서 삽날과 봉에 묻은 선혈을 닦아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쉽게 생명을 버리는가? 의미없는 죽음일 뿐이다.
“어리석다기보다는 주체성을 잃었다고 봐야겠지. 인간은 신을 창조하고 자신이 만든 신이라는 피조물에 매달리는 부조리한 존재다.”
블랙맘바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만든 홀로코스트다. 원인 모를 슬픔이 온몸을 찌르르 울렸다. 특정 대상이 없는 슬픔이다. 그냥 인간을 불쌍히 여기는 슬픔이다.
담발라도 행복해지려고 신을 믿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삶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삶 자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물론 머리가 터지고 허리가 잘린 시체가 듣기엔 늦어버렸지만…….
트로이 전쟁이 발발한 원인은 철딱서니 없는 올림포스 여신들의 질투다. 인간은 신이 움직이는 장기판의 졸이다. 신들은 수없이 죽어 나자빠지는 인간의 싸움을 관전하고 훈수를 둔다.
신들은 최소한의 자책감도 없고, 인간을 불쌍히 여기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인간은 유희의 대상일 뿐이다. 닭싸움, 개싸움을 즐기는 인간과 다를 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올림포스의 기반은 인간계다. 신들은 인간계를 동경하고 툭하면 남신 여신이 인간과 바람을 피워서 새끼를 깐다. 그리스 인들은 신을 만들고, 그 신에 속박되는 인간의 부조리를 조소해서 올림포스 신화를 창조했을지도 모른다.
종교는 공통으로 사후 세계를 협박용 카드로 사용한다. 부두교도 다르지 않다. 토테미즘, 애니미즘에 카톨릭이 뒤섞인 부두교는 종교라기엔 연민이 느껴질 만큼 구멍이 숭숭하다. 황당한 믿음에 매몰된 교도들이 한없이 어리석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어리석은 게 아니라 중독된 것이다. 오목눈이가 자신보다 덩치가 열 배는 큰 뻐꾸기 새끼를 진짜 자신의 새끼로 믿을까?
오목눈이의 속내를 알수야 없지만 믿음이 아니라 중독일 것이다. 오목눈이는 입을 짝짝 벌리고 먹이를 달라고 지랄 터는 뻐꾸기 새끼의 재촉에 얼이빠져서 기계적으로 벌레를 잡아다 주었을 것이다.
인간도 오목눈이와 별 다르지 않다. 말보로 광고를 보라. 썩 잘생긴 카우보이가 우수에 찬 눈빛을 황야의 지평선에 던지고 있다. 그 입에 말보로가 척 물려 있다. 한마디로 쩐다. 자신도 모르게 말탄 카우보이의 마초적인 포스에 홀린다. 자신도 말보로를 물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폼을 잡으면 멋있을 것 같은 무의식적인 홀림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