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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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용병과 인간의 조건3
가장 큰 실수는 경계 실패다. 아무리 안방이라도 정찰을 소홀히 한 놈은 죽어 마땅했다.
두 번째 실수는 적을 얕보았다.
적을 개활지로 유인해서 장갑차와 바이크를 앞세워 포위 돌격으로 섬멸했어야 했다. 장비를 제대로 써먹지 못할 바위산으로 유인 당한 놈이 바보다. 라텔팀의 전력과 얼디 하마르 전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무드는 애꿎은 무스타만 씹었다. 인간이 자신의 앞날을 안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어지겠는가!
프랑스 특공대의 동선이 파악된 것은 두 시간 전이었다.
고맙게도 놈들은 포인트를 잡아 진지 구축이 진행 중인 바위 언덕으로 접근했다.
아무드는 부대 주력을 20km 후방에 둔 채 바이크 정찰대 60명을 이끌고 전속력으로 이동했다. 일단 정찰대를 소탕해서 놈들의 이목을 가린 후 적의 본대를 들이 칠 계획이었다.
전방 3km지점에서 픽업 대열이 느릿느릿 와디를 따라 바위 언덕으로 접근했다. 아무드는 그물에 기어 들어오는 멍청한 개구리들이 귀여워 죽을 지경이었다.
무스타가 붉은 계곡에 묻히는 바람에 하비브 병력 전체가 손아귀에 들어왔다. 아무드도 나름 야망이 컸다. 프랑스 특공대를 격파하고, 마쿰보를 포획하면 11인 위원회가 12인 위원회가 될 수도 있다.
북부군 군사위원 압둘 알 아무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아무드가 단꿈에 젖어 있을때 깨비텐은 현실에 환장을 하는 중이었다.
깨비텐은 체질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그는 특이하게도 커피에 소금을 타 마셨다. 염분 보충용 정제 소금은 아스피린 크기다. 물 없이 꼴깍 삼키면 된다. 폴은 반드시 커피에 소금을 넣어 마셨다.
그는 군에서 지급되는 정제염에 마약이 들어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진한 커피가 마약 성분을 중화시켜 준다는 더 웃기는 믿음도 굳건했다. 용병들의 금기와 터부는 지적 수준과 관련이 없었다.
켁- 켁-
소금 탄 커피를 마시던 깨비텐이 식도를 들어 낼 듯이 쿨룩거렸다. 컥컥대던 깨비텐이 커피를 손바닥에 뱉어냈다.
“제기랄, 이게 뭐야!”
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커먼 물체가 손바닥에서 꿈틀거렸다. 커다란 등에다. 목구멍을 넘어가다 끌려 나온 등에가 꿈틀거렸다. 피를 적선 받으려고 날아든 놈이 달달한 커피 향에 끌려서 투신했다.
깨비텐이 등에를 검지와 엄지로 눌러서 박살냈다.
“으으, 지겨워!”
손을 바지에 닦아내는 얼굴이 짜증으로 얼룩졌다.
옴부티가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깨비텐, 파리나 등에는 단백질 보충원으로 적합지 않다. 영양을 보충하려면 블랙맘바처럼 메뚜기나 딱정벌레가 훨씬 낫다.”
“나도 알아. 이놈은 그저 자살할 곳을 찾았을 뿐이야. 챠드가 얼마나 싫었으면 등에가 자살하겠냐고.”
“그런가?”
옴부티는 그냥 멀뚱했다.
농담도 얼굴을 온통 가리고 하니 재미가 없었다. 상대방의 표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블랙맘바는 깨비텐의 커피 속에 뛰어드는 등에를 알았지만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단백질 보충이 된다.
“잠깐! 옴부티 속도를 늦추시오.”
옴부티가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떨어뜨렸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굳어졌다. 매캐한 쇠붙이 냄새와 화약 냄새다. 공기 중에 떠도는 냄새 분자를 예민한 후각이 잡아냈다.
공간지각력을 풀었지만 잡히지 않았다. 상당히 먼 거리다. 매복 장소로 유력한 곳은 1000미터 전방의 바위 언덕이다.
“깨비텐, 전방에 등에가 많다.”
“와킬(wakil, 대표자,보호자), 어느 쪽이요?”
블랙맘바는 와킬이란 호칭이 부담스러워서 말렸지만 옴부티가 고집을 부렸다.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전방 바위 언덕이다. 거리는 일천 미터. 확실치는 않다.”
까마득히 보이는 전방의 바위 언덕은 그리 높지 않았다. 3~6m높이의 언덕이 장벽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우회하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깨비텐이 쌍안경을 들고 바위 언덕을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도트 정찰을 했다.
“위험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억!”
깨비텐이 헝겊 인형처럼 끌려 대시보드 아래로 쑤셔 박혔다. 블랙맘바의 억센 손길이다.
“탱고!”
블랙맘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총탄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깨비텐이 헤드셋을 열었다.
-놈들이다. 산개하라.
옴부티가 거칠게 핸들을 꺾었지만 한 발 늦었다.
바위 언덕에서 날아온 7.62mm총탄이 앞 유리를 박살내고, 차체를 두드렸다. 휀다와 문짝이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다.
투타타타-
뒤늦게 요란한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군.”
아무드는 혀를 찼다. 놈들이 한 발 빠르게 매복을 알아차렸다. 기습이 물 건너갔으니 화력전이다.
“교차 사격. 앞 선 두 놈을 잡는다.”
좌우측에 두 정씩 거치된 데그챠레프 경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데그챠레프 경기관총은 1928년 소련의 데그챠레프가 개발했다. 상부에 47발 들이 드럼형 탄창을 장착한다.
데그챠레프는 사정거리 1500미터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주력 기관총으로 활약한 골동품이다. 구조가 간단하고 사용 방법도 단순하다. 프롤리나트는 리비아로부터 골동품을 삼천 정이나 지원 받았다. 탄창의 한계로 인해 연사 능력이 약하지만 파괴력은 현용 기관총과 다를 바 없었다.
쌍방 간의 교전 거리가 소총 사정거리를 벗어난 800미터다. 기관총 4정의 교차 사격은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선도차를 따르던 세 대의 픽업이 놀란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챨리 델타 좌우로 우회. 브라보 거리를 벌려라.
깨비텐의 지시에 브라보 운전대를 잡은 모리스가 황급히 픽업을 돌려 도주했다.
장쒼은 픽업 짐칸에서 MO60박격포를 들고 뛰어 내렸다. 마이크의 도움을 받아 장쒼은 놀라운 속도로 포격 준비를 마쳤다.
아무드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놈들의 반응이 놀라웠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도주 해 봐야 벼룩이다. 기동성은 자신의 바이크 부대가 훨씬 우월하다. 독안에 든 쥐는 느긋하니 때려잡으면 된다.
옴부티는 고개를 바짝 숙이고 픽업을 지그재그로 몰았다.
총탄이 픽업 옆구리에 퍽퍽 박혔다. 쉥하고 귓가를 지나가는 총탄에 소름이 쭉쭉 끼쳤다.
“옴부티, 왼쪽”
블랙맘바가 고함을 질렀다. 옴부티는 반사적으로 핸들을 좌로 꺾었다.
꽝- 픽업 진행 방향에 RPG고폭탄이 날아와 폭발했다.
“크악, RPG가 왜 여기까지 날아오는 거야.”
먼지를 뒤집어 쓴 깨비텐이 비명을 질렀다. 유효 사거리 300m인 RPG가 800m를 날아왔다. 깨비텐이 비명을 지를 만 했다.
“이런, 연료 유폭이다.”
파편에 연료통이 피격되었다. 블랙맘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픽업 뒷부분에서 불길이 일었다.
“야 일라 히이, 하리 끄!(아이고, 불이야!)”
옴부티가 비명을 질렀다. 급하니까 아랍어가 튀어 나왔다.
“메떼 부 아 라브히!(빨리 탈출해야 돼!)”
블랙맘바는 허둥거리는 옴부티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달리는 차량에서 뛰어 내렸다.
“야 일라 히이!”
방풍 쉴드에 머리를 호되게 부딪친 옴부티가 비명을 질렀다. 뒷좌석에 탄 깨비텐도 몸을 날렸다. 불이 붙어서 질주하던 픽업이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앞장선 대가를 치른 셈이다.
“엎드려 있어.”
블랙맘바는 옴부티를 잡목 속으로 밀어 넣고 표범처럼 뛰쳐나갔다.
“이런!”
그는 혀를 찼다. 손에 들린 총이 AK다. 신이라도 사거리를 연장할 재주는 없다.
“블랙맘바! 바이크다.”
깨비텐이 고함을 질렀다.
“저런, 망할!”
욕이 절로 나왔다. 바위 언덕 뒤쪽에서 바이크 십여 대가 일제히 튀어 나왔다. 놈들이 좌우로 나누어 달려 나왔다. 배후 차단을 하려는 의도다.
“블랙, 받아라.”
깨비텐이 자신의 드라구노프를 집어 던졌다. 블랙맘바는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돌려 잡았다. 그는 작은 바위를 엄폐물삼아 곧바로 저격에 들어갔다.
껑- 껑- 껑-
총을 잡아채서 사격 자세를 잡고, 표적 마킹과 사격까지 한 호흡에 이루어졌다.
“울라!”
깨비텐과 옴부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맹렬히 달리던 바이크들이 연신 땅바닥에 처박혔다.
고속 기동 표적도 엄폐물이 없으면 일급 스나이퍼의 먹잇감에 불과하다. 블랙맘바가 좌측의 다섯 대를 처리하는 동안 마이크를 비롯한 팀원들이 우측의 다섯 대를 해치웠다.
“저 저럴 수가, 멈춰랏!”
기겁을 한 아무드가 뒤이어 튀어 나가는 바이크 조를 급히 제지했다. 바이크 일개조가 단 5초 만에 괴멸되었다. 소름이 쭉 끼쳤다. 말로만 들었던 외인부대 스나이퍼팀이다.
“유탄 발사기 준비 되었나?”
“준비되었습니다.”
아무드가 고함을 지를 때 깨비텐도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장쒼, 박격포는 고물상에 팔아먹었나!”
퐁-
대답이라도 하듯이 1.8kg고폭탄 발사음이 경쾌하게 울렸다. 60mm M24고폭탄이 초당 238m의 비교적 느린 속력으로 비행했다. 포탄은 3초 후 바위 언덕 전면에서 폭발했다.
전형적인 곡사 화기인 박격포는 엄폐한 적들을 손쉽게 타격할 수 있다. 되지엠 랩에서도 빈번한 산악전이나 시가전에 대비하여 별도의 박격포반을 운용했다.
프랑스 보병 지원화기인 MO60박격포는 무게 21kg의 경박격포다. 사정거리 3500m로 속사가 특징이다. 고속유탄발사기를 구하지 못한 깨비텐이 울며 겨자 먹기로 들고 나온 무기다.
펑- 그 순간 지근거리에 유탄이 착탄했다.
장쒼은 머리를 감싸고 바짝 움츠렸다.
“이런 멍청이! 십 미터 밖에 떨어진 깡통이다. 놈들의 유탄 발사기를 빨리 잡아.”
마이크가 툭 튀어나온 엉덩이를 걷어찼다.
화들짝 놀란 장쒼이 포다리를 포신 아래턱에 연결하고, 고폭탄의 신관을 근접작동 방식으로 바꾸었다.
“둘, 삼, 공”
마이크가 수정 좌표를 불러줄 때 장쒼은 이미 장약, 편각, 사각등 사격 제원을 모두 산출해 냈다.
퐁-
제2탄이 바위언덕 후면을 정확히 강타했다. 정신을 차린 장쒼이 최고의 폭탄마답게 2탄을 정확히 날렸다.
“오케이!”
신이 난 마이크가 팔을 휘둘렀다. 마이크 중사는 블랙맘바에게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고 정신을 차렸다. 불만 없이 장쒼의 부사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왕빠단, 실컷 처먹어랏.”
퐁- 퐁- 퐁-
폭탄마 장쒼이 벨맨과 마이크의 도움을 받아 특유의 속사를 퍼부었다. MO60박격포 정규 편제는 사수, 장전수, 탄약수, 관측수 4명이다. 장쒼이 사수와 장전수를 겸하고, 마이크가 관측수, 벨멘이 탄약수를 맡았다.
장쒼은 3초당 한 발꼴로 포탄을 날렸다. 탄약수를 맡은 벨멘이 정신없이 고폭탄을 포열에 삽입했다.
“이자식아, 허리 좀 펴자.”
끔찍한 속사에 삽탄하는 벨멘이 비명을 질렀다.
박격포는 명중도가 낮고 기후 조건에 취약하다. 그로 인해 박격포는 실전에서 점표적이 아닌 지역 표적으로 운용되어 왔다. 장쒼은 박격포 운용 상식을 바꾸었다. 그는 박격포를 점표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되지엠 랩 유일의 포수다. 장쒼이 감각적으로 사격 제원을 산출해서 날린 고폭탄이 언덕 후면을 정확히 때리기 시작했다.
박격포는 포반과 포다리로 인해 휴대가 불편하다. 반면에 고각 사격으로 포탄을 수직 낙하 시킬 수 있다. 일반 곡사포보다 살상 반경이 넓어진다.
퐁- 퐁- 퐁-
“잘한다!”
적진을 관찰하던 깨비텐이 감탄을 했다.
장쒼이 날린 M24고폭탄이 적진 3m상공에서 15m×15m면적에 파편을 흩뿌린다. 프롤리나트 게릴라들은 머리 위에서 뿌려지는 강철 비를 피할 재간이 없었다.
장쒼은 10m 간격으로 바둑판처럼 포탄을 낙하시켰다. 2분 동안에 무려 40발을 쏟아 부었다. 나 홀로 융탄 포격이다. 프롤리나트 진영이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바위 언덕 후사면에 엄폐한 아무드군은 날벼락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