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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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22(수정)
거미도 신체가 커지면 영리해지는 걸까. 타란툴라가 거미줄 그물을 투망하듯 던지고 뒤따라 낙하했다. 거미답게 은밀하고 음흉한 이중 기습이다.
이투리 정글의 사전에 스포츠맨십, 정정당당, 선전포고 이런 단어는 없다. 오로지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두 가지 단어가 있을 뿐이다.
규칙없는 싸움이라면 블랙맘바도 대찬성이다. 낙하하는 그물을 청파보로 슬쩍 피해서 도약 하려는 순간, 시커먼 그림자가 그물 뒤에서 튀어나왔다. 흠칫한 블랙맘바가 진각을 밟고 쭉 미끄러졌다. 푸악- 바닥에 두껍게 깔린 나뭇잎과 부식 유기물이 진각에 밀려 부유했다.
타란툴라가 꽁무니에 달린 거미줄의 힘을 빌어 허공에서 방향을 툭 꺾어 덮쳤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타란툴라의 3중 트릭은 예상치 못했다.
시야를 가린 부유물 속에서 시커먼 독니가 튀어나왔다. 뿌직- 총검보다 긴 타란툴라의 독니가 방탄복을 뚫고 어깨에 박혔다. 목적을 달성한 타란툴라가 껑충 뛰어서 물러났다. 희생물의 발악에 상처를 입지 않으려는 독물의 본능적인 회피다.
“억!”
극통을 느낀 블랙맘바가 대가리를 후려쳤지만, 골판만 일부 벗겨졌다. 타격 타이밍이 늦었다. 억수갑이 스쳐간 자리의 골판이 벗겨졌지만 긁힌 수준에 불과했다. 블랙맘바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독액이 파도처럼 혈관과 림프관을 타고 번졌다. 독니에 찔린 부위에서 시작된 작열감이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졌다. 조직의 항독소와 아트락스(Atrax, 거미 독)가 격돌하자 피부가 벌겋게 타올랐다.
쏴아아~ 척수에서 하얀 알갱이가 쏟아져 나왔다. 아트락스는 순식간에 하얀 알갱이에 빨려들어갔다. 마비되었던 신체가 한순간에 풀렸다.
“이거 좋군!”
블랙맘바는 기력이 솟구치는 포만감을 느꼈다. 천 년 동자삼을 먹어도 이보다 효과가 좋을 것 같지 않았다. 문제는 아랫도리다. 아랫도리에 뻐근하니 힘이 들어갔다.
먹잇감의 상태를 살피던 타란툴라는 만찬의 기대감으로 눈을 번쩍였다. 제법 저항하는 먹이지만, 독니에 찍힌 이상 저항은 끝이다. 걸쭉한 죽으로 만들어 흡입할 즐거움만 남았다. 신이 난 타란툴라가 펄쩍 뛰어서 달려들었다.
타란툴라가 먹잇감을 공격하는 과정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과 비슷하다. 강력한 뒷다리로 도약해서 앞발의 갈고리발톱으로 희생물을 움켜쥐고 이빨을 박는다.
양자의 차이는 목등뼈를 부수느냐 독액을 주입하느냐의 차이다. 타란툴라는 독도 강하지만 엄니 자체의 위력도 대단하다. 손바닥 크기의 타란툴라 엄니가 인간의 발톱을 꿰뚫는다. 골드 리트리버 크기가 되면 장갑차도 뚫는 위력이 나온다.
“가소로운 것!”
다리를 활짝 벌린 타란툴라는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물론 보통 사람의 이야기다. 우웅- 공진파가 억수갑에 투입되었다. 피슛 피슛- 블랙맘바를 움켜잡으려던 앞발 4개가 일시에 잘려나갔다. 타란툴라가 굴하지 않고 총검보다 긴 엄니를 내리찍었다.
타란툴라는 실수했다. 억수갑이 전광석화처럼 내리꽂히는 독아를 움켜잡았다. 뿌드득- 기음이 울렸다. 끼에엑- 독아가 좌우로 벌어졌다. 입이 찌어지고 머리가 찢어지고 가슴이 찢어졌다. 타란툴라가 독액을 분수처럼 뿜으며 저항했다. 젖은 나뭇잎이 칙칙 타들어 가고, 바위에서 연기가 솟았지만, 블랙맘바는 끄떡도 않았다.
끼아악- 타란툴라가 처절한 비명을 남기고 두 조각났다. 격렬한 공방은 단 3초 만에 끝났다. 철퍼덕 쏟아진 내장에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주변의 초목이 누렇게 시들었다. 독성이 대단한 놈이다.
“별 것도 아닌 게 설치고 지랄이야.”
블랙맘바가 두 조각난 괴물 타란툴라를 팽개쳤다. 타란툴라는 훌륭한 레그바였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에피듐을 중독시킬 수 있는 독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를 오판한 보스급 괴물은 상대의 경험치만 올려주고 아이템 드랍도 없이 생을 마쳤다.
파악- 블랙맘바가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땅을 박찼다. 공간지각력을 펼칠 필요도 없다. 공기 중에 떠도는 부두교 특유의 악취가 길을 안내했다.
“저거였나?”
오래지 않아서 까마득한 공중에 올라앉은 수상가옥 네 채가 눈에 들어왔다. 담발라가 공중정원이라 부르는 카무게의 성소다.
이투리 정글에서 거목이란 소리를 들으려면 줄기 지름 3~4m, 수고 50m 이상은 되어야 한다. 정글의 교목은 광합성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미친 듯이 솟아오른다. 첫 번째 가지는 최소 지상 20~40m에서 뻗어 나온다.
수상가옥은 굵은 가지에 돛대처럼 긴 바닥 지지대를 설치해서 마루를 먼저 깐 다음 벽체와 지붕을 엮어 나간다. 거목의 가지와 가지에 지지대를 걸쳐서 만드는 수상가옥은 규모의 제한을 받는다. 눈앞에 보이는 가옥은 장소적 제한을 넘었다. 바닥 면적이 열 평도 넘었다.
“흐흐, 무슨 도깨비놀음을 하는지 확인해 볼까?”
블랙맘바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컥- 카무게가 가슴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심령이 연결된 오마가 죽으면 뇌를 쥐어짜는 듯한 충격이 닥친다. 믿었던 레그바(문지기), 스파이더 오마가 당했다. 오늘 밤만 도대체 몇 번째던가. 설마 했던 강적이 결국 코밑에 들이닥쳤다.
“퉤, 저주받을 페트로!”
카무게가 입안에 고인 핏덩이를 뱉어냈다. 부드셀라가 이끄는 충성스런 교도 600명, 오구가 끌고 간 좀비 열 구, 무술 능력을 보유한 칭크 친구들도 모두 죽었다. 놀랍게도 보둔중의 보둔인 오셀롯조차 놈을 저지하지 못했다.
최강의 오마인 스파이더도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죽었다. 아무리 죽음의 르와, 인간의 악감정을 토대로 강해지는 악령이지만, 이 정도로 막강한 권능을 발휘할 수는 없다.
“흐으으~ 삼일, 삼일 남았는데…….”
루스루훼만 현신했으면 이곳에 남아있을 필요도 없었다. 대업은 끝장났다. 아프리카 동부의 부두교도를 규합해서 은타간타를 제압하고, 모부투를 밀어내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불완전한 루스루훼를 깨워서 놈과 공멸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도주해야 할까?’ 카무게는 좌고우면하며 방안을 뱅글뱅글 돌았다.
카무게가 전면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성소를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병력과 오마를 모두 잃은 그가 끝까지 집착하는 루스루훼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저주받은 불사의 생명체다.
부두교는 현재 서아프리카 베냉 공화국 지역에 번성했던 다호메이 왕국의 국교였다. 다호메이 건국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세 부족이 요루바족, 퐁족, 에베족이다.
전설에 의하면 세 부족의 추장이 신의 계시를 받아 동쪽으로 긴 여행을 떠났다. 대지가 갈라지고 용암이 치솟는 땅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이들은 빛을 뿜는 운석을 발견했다. 운석 속에는 파란빛을 뿜는 알 세 개가 들어있었다. 세 사람은 알을 신의 선물, 천사의 알이라 불렀다.
고향으로 돌아온 세 추장은 부족의 주술과 비약을 총동원해서 천사의 알을 부화했다. 요루바족은 뱀, 퐁족은 거미, 에베족은 악어가 알에서 나왔다. 세 부족은 알에서 나온 위대한 르와를 현신한 천사, 루스루훼라 불렸다.
루스루훼는 초월적 권능을 가진 위대한 보둔이었다. 울부짖으면 가뭄이 들고, 발로 땅을 치면 물이 솟았다. 부정한 인간은 번개를 불러서 죽였으며, 산을 무너뜨려 보석을 찾아주기도 했다. 루스루훼의 권능은 상식을 초월했다.
세 부족의 추장은 루스루훼의 초월적 권능에 힘입어 다호메이를 건국하고 왕이 되었다. 호웅간은 루스루훼에 풍부한 인신공양을 바쳤으며 루스루훼는 외적을 물리치고, 반란을 진압했다. 기록에 의하면 거미 루스루훼가 기세를 올리던 반란군 일만 명을 하루 동안에 전멸시켰다고 전해진다. 이때부터 인신공양이 부두교의 중요한 제례의식으로 자리잡았다,
1740년 다호메이 왕국은 요요 왕국과의 전쟁에서 패한다. 이때 루스루훼가 사라졌다. 아니 루스루훼가 사라지는 바람에 전쟁에 졌다.
다호메이 왕국은 17세기 말에 건국된 왕국임에도 그 흔적은 전설로만 남았다. 왕가가 루스루훼에 의지해서 국교인 부두교를 바탕으로 신비주의적 통치를 했기 때문이다. 주체성 없이 뱀 대가리, 거미 눈깔, 악어 꼬리로 통치했으니 사상이나 문화가 남아있을 리 없다. 그 후 다호메이 왕가의 후예는 아랍과 유럽에 노예를 공급하며 연명했다.
카무게는 다호메이 적통 호웅간의 맥을 이은 대 주술사다. 그는 우연히 이투리 정글에서 루스루훼의 알을 얻었다. 루스루훼의 알을 부화하려면 부두교 비전의 방법을 써야 한다.
먼저 알을 백인 여성의 자궁에 삽입한다. 백인 여성을 고집한 이유는 카무게 본인만 알 것이다. 천사의 알이 자리를 잡으면 교접을 통해 여자를 임신시킨다.
수정란이 착상하면 루스루훼의 알에 갇혀있던 기운이 수정란으로 침습한다. 루스루훼가 인간의 수정란을 숙주로 탄생하는 것이다. 카무게가 말하는 위카(그릇)는 백인 여성, 정확히는 자궁을 말한다. 다섯 명의 백인 여성 중 두명은 부작용으로 죽고, 세명의 자궁에서 루스루훼가 자라는 중이다.
루스루훼가 그릇을 벗어나는 시기는 일정치 않다. 빠르면 180일, 늦으면 360일이다. 호웅간은 루스루훼의 탄생이 임박하면 그 시기를 알 수 있다. 현재 한 개체의 루스루훼 탄생이 임박했다.
루스루훼가 태어나면 주술로 키운 오마의 피를 먹여서 키운다. 양육 과정에서 호웅간과 루스루훼의 유대감이 형성된다. 카무게는 블랙맘바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군사적 피해뿐만 아니라 루스루훼의 이유식인 오마 여섯 마리가 박살 났기 떄문이다. 카무게의 원한이 깊을 수밖에 없다.
카무게가 엄지로 관자놀이를 누르고 손가락 네 개를 세웠다. 텔레파시를 받은 맘보가 곧바로 반응했다.
“맘보, 루스루훼를 깨워라.”
-마캉달, 위카가 죽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루스루훼를 통제하기 어려워집니다.
“즉시 깨워라. 어차피 페트로가 들이닥치면 끝장이다. 책임을 묻지 않겠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카무게의 지시를 받은 맘보 셋은 곧 닥칠 끔찍한 운명도 모른 채 각자 담당한 위카를 찾아갔다.
카무게와 교신한 맘보는 가사 상태에 빠진 백인 여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출산이 임박한 위카는 가사상태에 빠진다. 영양과 기를 급속히 강탈당하기 때문이다.
맘보가 품에서 시퍼런 액체가 든 병을 꺼냈다. 오마의 피다. 피를 여자의 배에 문질러 바르고, 입을 벌리고 요룬바를 부어 넣었다. 여자의 복부가 요동쳤다. 흠칫한 맘보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카무게든 맘보든 경험이 있을 리 없다. 전승되는 지식에 따를 뿐이다.
“담발라 우띠 아물레 아물레 위카 루훼 루훼……끄윽!”
맘보의 주문이 뚝 멈추었다. 블랙맘바의 손아귀에 목을 틀어 잡히고 주문을 외울 수 있으면 신이다. 블랙맘바가 목을 짤짤 흔들었다.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아차!”
블랙맘바가 손아귀를 풀었다. 하마터면 목등뼈를 박살 낼뻔했다.
“페트로!”
맘보의 검은 얼굴이 거짓말처럼 하얗게 탈색되었다. 모든 르와의 천적인 페트로가 등장했다. 그녀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졌다. 빙의된 르와가 난동을 부렸다.
“끅, 끄윽~”
“이년 왜 이래? 쇼하나?”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맘보가 부들거리는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뒤를 돌아본 블랙맘바의 눈이 커졌다.
“저게 뭐야!”
남산만 하게 부풀어 오른 여자의 배가 불룩불룩 움직였다. 눈을 멀겋게 뜬 백인 여자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블랙맘바는 산모가 마약에 중독된 상태임을 알아보았다. 희한하게도 훤히 드러난 여자의 아랫도리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열기가 올라 거치적 거리던 아랫도리가 잠잠해졌다.
“뭐냐고?”
블랙맘바의 눈이 시퍼런 빛을 뿜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가 인간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자들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투쟁한다. 약한 것은 도태되고 강한 것은 살아남는다. 투쟁을 통한 행위는 살인도 용인된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부리고, 좀비로 만들고, 먹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욱스 쿠 다사이, 욱스 쿠 다사이 오 카 미드 아 루스루훼 웬 루스.(탄생한다. 위대한 루스루훼가 탄생한다.)”
“망할 년이 도대체 뭐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자신은 이들의 언어를 모른다. 추궁해봐야 헛짓거리다. 손에 들린 맘보를 휙 집어던졌다. 콰직- 벽체가 퍽 뚫렸다. 코코아 잎과 아비시니아 잎을 매세다 덩굴로 엮어 만든 벽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아아악”
맘보가 긴 비명을 남기고 추락했다.
“젠장, 깜박했네.”
30m 고공에서 추락한 여사제가 죽음을 면할 가능성은 일품도 없다. 죽일 마음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여자를 죽여버렸다.
“빌어먹을, 달라붙은 정령이 살려주겠지.”
블랙맘바는 찜찜한 기분을 털어버렸다.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는 사교 집단의 제사장이라는 지위만으로 죽어 마땅하다. 문제는 하혈이 쏟아지는 백인 여성이다.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존재가 귀여운 아기라고 여긴다면 사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 인간이다.
블랙맘바는 갈등했다. 여자는 죽은 것이나 진배없지만 살아있는 상태다. 여자와 뱃속의 무엇을 한꺼번에 잘라버릴지 말지 결정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키이이- 나왔다. 행여나 배를 찢고 괴물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얌전히(?) 산도를 통해서 빠져나왔다. 체구는 정상적인 아기와 비슷했다. 언 듯 보면 인간이지만 자세히 보면 인간이 아니다. 동공이 흑백으로 구분되지 않았고, 입은 악어처럼 뾰족하다. 손에는 물칼퀴가 달려있고, 귀 뒤에 물고기 아가미 비슷한 기관이 달렸다.
“헐, 머꼬?”
웅크리고 있던 주홍색 생물이 벌떡 일어났다. 인간 아기는 누 새끼처럼 태어나서 곧바로 일어서지 못한다. 최소한 일 년은 지나야 일어선다.
“흐흐흐!”
음산한 웃음소리가 머리를 두드렸다. 블랙맘바가 팽이처럼 돌았다. 손날이 뒤쪽에 나타난 물체를 연속 끊어쳤지만, 질량이 느껴지지 않았다. 맞은편에 해골 지팡이를 든 주술사가 나타났다.
“염사(念寫)!”
블랙맘바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