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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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23
관안과 공간지각력을 구사하는 블랙맘바가 실체와 그림자를 구분 못 할 리 없다. 전면에 등장한 카무게가 허깨비임을 바로 알아보았다. 하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자신의 이목을 숨기고 등 뒤에 나타날 수는 없다. 허깨비가 입을 열었다.
[페트로, 네놈 덕분에 대업을 망쳤다. 담발라의 저주를 받아라. 재산과 행복은 네놈의 운명과 영원히 비켜가리라.]‘염사에 이어 텔레파시까지!’
블랙맘바는 해연이 놀랐다. 이놈은 진짜배기 좌도방 술사다. 세상에 이런 놈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인구에 회자하는 염사(thoughtography)는 인간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존재를 필름에 재현하거나 뇌가 구성한 상(像)을 특정 물체에 비쳐 보이는 심령사진을 말한다. 그 정도는 눈요기에 불과한 천박한 능력이다.
진정한 염사는 자기 생각이나 상을 다른 공간에 구현하는 고도의 정신 동력이다. 허깨비를 구현할 수준이면 카무게는 좌도방 술법의 최고봉에 자리한 능력자다.
“대업은 개뿔이, 네놈이 카무게냐?”
말을 던져놓고 공간지각력을 풀어서 놈의 진체를 추적했다.
[그렇다. 내가 선지자 카무게 마캉달이다. 르와의 적 페트로, 네놈 때문에 선신 루스루훼가 세상을 파괴하는 악신으로 현신했다. 세상 사람이 네놈을 저주할 것이다.]“헐!”
입이 쩍 벌어졌다. 말하는 꼬락서니가 딱 인질범이다. 인질범의 공통점이 책임 전가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심각한 일은 전적으로 당신들 책임이다.’ ‘인질 사망의 책임은 전적으로 퇴출 항공기 제공을 거부한 정부에 있다.’ ‘경찰의 무책임한 공격 때문에 인질이 희생되었다.’ 등등.
“임마, 세상은 원래 지옥이야. 담발라의 근원은 선행이 아니더냐. 네놈이 클뢰브르(담발라의 상징인 왕뱀)를 오염시키는 바람에 재미있는 지옥이 재미없는 지옥으로 바뀌었어. 너 같은 놈이 날뛰면 천국도 지옥이 되는 법이여.”
흰소리를 늘어놓으며 실제로는 카무게의 진체를 추적하고 루스루훼라 불린 생물체를 감시했다. 루스루훼의 행보가 심상치 않았다. 놈이 맘보의 가슴에 주둥이를 처박고 있다.
[흐흐흐, 곧 지옥을 보게 될 거야.]카무게가 마르두(주술 지팡이)를 번쩍 치켜들고 주문을 외웠다. [당세 루훼 르와 뇨리타 아브리 와다우 우발레 카딩고 왕가 왐바 투압!]
‘투압!’ 하는 외침과 동시에 마르두의 해골에서 빛이 번쩍했다. 키루루- 빛을 받은 루스루훼가 머리를 쳐들고 팔다리를 쭉 뻗었다.
“헐! 내가 미친다.”
블랙맘바의 눈이 커졌다. 겨우 이삼 분 흘렀다. 그 사이에 생물체가 두 배로 커졌다. 피부도 거무스레하게 변했다. 저것은 흉악한 괴물일 뿐이다. 아기 형상에 홀려서 주춤거릴 계제가 아니다. 쉬악- 쿠크리가 3m 공간을 단축했다.
“엇!”
쿠크리가 생물체를 그대로 통과했다. 손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놀라는 순간 생물체가 튀어 올랐다.
‘태어난 지 오 분도 안 된 생물체가 점프해?’
블랙맘바의 목이 90도로 툭 꺾였다. 얼굴을 스쳐 간 발길질이 어깨를 찍었다. 퍽- 소총탄에 맞는 충격이 전해졌다. 훌쩍 물러난 블랙맘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하마터면 얼굴에 발 도장을 찍을 뻔 했다. 그는 적지않게 당황했다. 자신의 타격은 먹히지 않고 상대방의 타격은 먹히는 개같은 상황이다.
[흐흐흐, 놀랐나? 루스루훼는 질량을 가진 생물인 동시에 영체다. 열흘이면 하늘을 덮을 만큼 성장한다.]“개 풀 뜯는 소리!”
쉬악- 쿠크리가 깨알 크기의 날파리 허리를 자르는 스피드로 공기의 결을 타고 흘렀다. 뿌연 도막이 만들어졌다. 도막에 들어간 생물체는 슬라이스 치즈처럼 썰려야 마땅한데……. 칼날에 걸리는 중량이 없다. 안개를 자르겠다고 칼을 휘두르는 격이다.
“이럴 수가!”
식겁한 블랙맘바의 손 속이 늦춰지는 순간 생물체의 눈이 번쩍했다.
“윽!”
블랙맘바가 휘청휘청 물러났다. 플래시 뱅(섬광탄)이 터진 듯 눈앞이 하얗게 변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흐흐흐, 무화(霧化)는 루스루훼의 권능이다. 통제할 수 없는 앙신의 강림이다. 세상의 종말이다.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다 죽는다. 다음에 만나면 루스루훼가 네놈의 사지를 찢어서 개먹이로 던질 것이다. 으하하하!]카무게가 전형적인 악당 멘트를 던지고 퇴장했다. 염사체가 퍽하고 꺼졌다.
“옴마니 반 메홈 오옴~”
진언을 외어 삿된 기운을 몰아내고 정신을 다잡았다. 쩌저정- 하얀 막이 와장창 무너졌다. 눈앞이 밝아졌다.
“미친 새끼! 진체를 박살 내 주지.”
저놈은 제대로 미친놈이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미친놈은 몽둥이가 약이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놈의 기가 잡혔다. 30m 허공이면 놈이 다른 수상가옥에 웅거해 있다는 소리다.
끼루루- 막 바닥을 박차고 빠져나가려는 순간 루스루훼가 수타면 뽑듯이 길게 늘어났다. 전광석화, 중력과 공기저항을 무시한 움직임이다. 웅- 공진을 밀어 넣은 억수갑으로 대가리를 후려쳤다.
억수갑이 하릴없이 공간을 갈랐다. 퍽- 고무줄처럼 늘어난 신체 한 부분이 뺨을 치고 사라졌다. 한 대 먹인 루스루훼가 멀찍이 떨어져서 흰자위밖에 없는 눈으로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니 쳐다보는 듯했다.
“크악, 망할 놈!”
용병 밥을 먹은 이래로 뺨을 맞기는 처음이다. 블랙맘바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선홍색이 잉크 번지듯 풀려나왔다. 살육모드로 변신이다. 뇌 활동이 오로지 상대의 소멸에 맞추어 작동하기 시작했다.
루스루훼는 접촉을 통해서 물리적 충격을 가했다. 놈의 신체가 어떤 식으로든 물질로 구성되었다는 뜻이다. 놈을 제압하려면 발사라가 적격이다. 발사라는 물체를 분자 단위로 해체한다. 비상 파우치를 열고 발사라를 손에 쥐었다.
끼익- 기세등등하던 루스루훼가 몸을 움츠렸다. 동자 없는 희멀건 눈알이 발사라에 못 박혔다. 쉭- 블랙맘바가 달려들었다. 핏핏핏- 발사라가 종횡으로 공기를 쪼갰다.
생각대로다. 쿠크리는 매가리 없이 통과했지만, 발사라에 미세한 절삭감이 느껴졌다. 스사삭- 발사라가 루스루훼를 마늘 다지듯 다졌다. 끼우우- 끔찍한 비명이 울렸다. 수백 수천 조각난 루스루훼가 흐물흐물해졌다. 젤 상태로 변신한 놈이 주르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깜둥이와 싸우던 기억이 퍼뜩 떠올랐다. 널판 틈으로 도주하는 검은 액체를 움켜잡았다. 묽은 밀가루 반죽을 쥔 느낌이다. 양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잡고 공진파를 뿜어냈다. 우우웅- 양손에서 벌의 날갯짓 소리가 났다. 끼우우- 끼우우- 밀가루 반죽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다.
‘아하, 이놈은 공진파에 약하구나.’
신이 난 블랙맘바가 전력을 다해 공진파를 연속 때려 넣었다. 검은 밀가루 떡이 하얀색으로 변하며 팔이 묵직하니 무게가 느껴졌다. 뻑 뻑- 수타면 치듯이 사정없이 바닥에 내리쳤다. 발버둥치던 도우가 축 늘어졌다.
[아악! 루스루훼가 이럴 수는 없다. 너는 페트로가 아니다. 너는 도대체 어떤 존재냐?]카무게의 텔레파시가 전해졌다. 염사체가 없어도 현장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능력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뚜바이부르파다.”
[뚜바이부르파, 담발라의 저주가 있어라.]마지막 말은 들릴 듯 말 듯 가늘어졌다. 놈의 기력이 쇠했거나 도망갔다는 소리다.
“미친놈, 저주하든지 말든지. 이놈을 처리하고 더러운 목을 싹둑 잘라주마.”
백 팩에서 물병을 꺼냈다. 피자 도우처럼 축 퍼져있는 루스루훼를 물병에 욱여넣고 뚜껑을 닫았다. 소설에서도 요괴를 봉인할 때는 흔히 술병이나 솥을 사용했다.
“어이없는 일투성이군.”
블랙맘바가 투덜거리며 문을 밀고 나왔다. 이투리 정글도 지저 세계 못지않게 엉망진창이다. 병 속에서 꿈지럭거리는 루스루훼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발사라라는 억고기병(億古奇兵)이 없었으면 제압할 대책이 없는 괴물이다.
‘혹시?’
이놈이 깜둥이와 같은 아드라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스쳐 갔다. 깜둥이가 지저 세계에 존재하듯이 지상에 남은 아드라스 중의 몇 개체가 소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외부 환경 변화를 견디기엔 알 형태가 가장 안정적이다. 알 형태로 장구한 세월을 버틴 아드라스가 모종의 개념을 부여받아 이런 형태가 되지 않았을까? 블랙맘바는 거의 사실에 가까운 추리를 이어갔다. 황당한 추리지만,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여자분은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구마.”
눈을 부릅뜨고 죽은 젊은 백인 여성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루스루훼와 싸우는 와중에 발생한 기파가 여자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젊은 나이에 탐사단의 멤버에 끼일 만큼 재원이고 당찬 여자다. 어쩌다 부두교 주술사의 손아귀에 들어가서 괴물의 숙주 노릇을 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어차피 대라신선이 와도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지만 짠했다. 손바닥으로 눈꺼풀을 쓸어서 감겼다. 감겼던 눈꺼풀이 다시 위로 말려 올라가고 퀭한 눈이 나타났다. 분노가 훅 치밀었다.
“카무게, 네놈은 반드시 죽여주마.”
파악- 궁신탄영으로 몸을 날렸다. 가슴과 배를 바짝 끌어당기고 등 근육과 광배근을 펼쳐서 신체를 U자로 만들었다. 부드러운 관절을 이용해서 몸을 S자로 유연하게 흔들었다. 스아아아- 인간이 지면과 평행 자세로 허공을 유영했다. 나무에서 나무로 날아가는 뱀을 보고 터득한 비사신법이다.
40m를 수평으로 날았다. 별별 방법을 다 써도 날개 없는 것은 추락한다. 주춤 떨어지는 순간 락샤샤를 쭉 뻗었다. 퍽- 크래커가 수상가옥 기둥에 깊숙이 박혔다.
“차앗!”
출력 2마력의 근육이 불끈했다. 추락하던 몸이 카무게의 진체가 감지된 수상가옥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잽싸게 토꼈군.”
열두 평 남짓한 실내엔 아무것도 없다. 의자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따뜻했다. 놈은 조금 전까지 의자에 앉아있었다. 두웅- 공간지각력이 발동되었다. 놈의 심상이 잡히지 않았다.
“대단한 놈이다.”
감탄사가 나왔다. 놈은 진짜배기 주술사다.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감각을 피해서 사라질 정도면 텔레포트 능력까지 갖춘 놈이다. 카무게는 주술사이기 전에 초능력자다.
카무게의 거처를 나와서 또 다른 수상가옥에 올랐다. 복부가 찢어진 백인 여성의 시체와 목이 잡아 뜯긴 맘보의 시체밖에 없다. 시체는 핏기없이 창백했다. 또 다른 수상가옥도 마찬가지였다. 백인 여성은 복부가 찢어졌고 맘보는 해체되었다. 루스루훼는 하나가 아니라 셋이었다. 두 개체가 피를 흡수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가 사로잡은 놈은 얌전히 나왔는데 다른 놈은 왜 복부를 찢고 나왔을까?’
생각에 잠겨있던 블랙맘바가 벌떡 일어났다.
“카무게 이노무 새끼, 배를 갈라서 미성숙된 루스루훼를 빼내서 토낀 거냐?”
블랙맘바는 이빨을 갈았다. 부두교 제사장이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지만, 정도가 심했다.
‘추적할까?’
확률은 50%다. 카무게의 텔레포트 능력과 자신의 공간지각력 대결이다. 공간지각력은 사막이나 초원처럼 장애물이 없으면 4km까지 확장된다. 삼림이 빽빽하고 자철광이 산재한 이투리에서는 감지 능력이 형편없이 떨어진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추적을 방해했다. 수시로 벌떡이는 아랫도리가 운신을 방해했다. 원인은 타란툴라가 주입한 막대한 양의 아트락스다. 타란툴라의 독액 성분인 아트락스는 비아그라 효능을 십 배 능가하는 천연 발기제다. 보통 인간은 즉사할 상황이지만, 블랙맘바는 천하의 변강쇠가 되었다.
“니미 조또, 에델은 엔네디에 있고, 진순이는 한국에 있고, 혜영이는 미국에 있는데 어쩌라고?”
블랙맘바는 불룩해진 앞섶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재수 좋은 놈은 엎어져도 돈을 줍는다고 했다. 성인 1,000명이 즉사할 독에 중독되고도 정력만 강해진 블랙맘바다.
카무게의 거처인 성소와 담발라 캠프는 의외로 가까웠다. 겨우 500m에 불과했다. 이투리 정글에서 500m는 한나절 거리지만 블랙맘바에게는 해당 없는 소리다.
캠프로 돌아온 블랙맘바는 공터에 늘어져 있는 한 떼의 거지를 발견하고 빙긋이 웃었다. 자신이 카무게를 처리하는 동안 쌈디는 인질을 지상으로 옮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쌈디다.
“짐승 껍질을 벗겨서 환자들 깔아주었다.”
쌈디가 칭찬을 바라는 국민학생처럼 누워있는 환자들을 가리켰다. 거동조차 불편한 중증의 인질 셋이 디노팰리스 가죽과 왕뱀 가죽을 깔고 누워있다. 친절한 쌈디다.
치료하려고 해도 기구도 없고 약품도 없다. 공진파로 기운을 북돋워 줄 수 있지만, 어차피 의료진이 곧 도착한다. 쌈디는 최선을 다했다. 나머지는 지원팀이 해결할 일이다.
“쌈디 똑똑하다.”
블랙맘바가 쌈디의 어깨를 두드렸다.
“쌈디는 똑똑하다는 말이 제일 듣기 좋다.”
“쌈디야, 사람이 꽁하면 못쓴다.”
“히~”
말귀를 알아들은 쌈디가 비시시 웃었다.
“와키르, 여자는?”
“죽었다.”
블랙맘바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까비!”
“뭐가 아까워?”
“여자 아깝다. 카우게는?”
“놓쳤다.”
“삽질만 했네.”
쌈디가 돌아서서 조그맣게 말했다.
“망할 놈, 말을 해도 꼭…….”
쌈디 말이 맞다. 삽질만 했다. 얻은 거라곤 병 속에 든 루스루훼가 전부다.
“여자들은 어떻게 되었소?”
롤랑이 다가와서 물었다.
“모두 죽었다.”
심사가 불편해진 블랙맘바가 롤랑을 백안시하고 한국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여자를 찾으러 가는 바람에 대화가 끊어졌었다. 디노팰리스 가죽을 깔고 누워있던 한국인이 고개를 들었다.
“상공부 공무원 나리, 성함이 뭐요?”
“이강철이오.”
‘헉!’
블랙맘바가 숨을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