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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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27
“죄송할 것 없다. 본관이 수고한 만큼 당신도 수고하면 돼. 사우나실(DGSE 7층 작전부장실의 별칭)보다야 이투리 정글이 좋지 않나?”
블랙맘바가 씩 웃었다. 매키시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말도 마십시오. 고문께서 2차 구출팀의 생존자와 유해를 송환한 며칠 후, 수영장(DGSE 8층 총국장실의 별칭)에 불려간 카바에 부장과 소관은 평생 먹을 욕을 한꺼번에 먹었습니다.”
“성과를 냈는데 왜 욕을 먹나?”
“제르맹과 카바에 부장이 삽질했지요. 구출팀의 유해를 발굴하고, 생존자까지 구출한 DGSE와 국방부는 일약 스타가 되었습니다. 국방부를 물어뜯던 언론이 미사여구를 총동원해서 정부를 찬양했습니다. 신이 난 제르맹이 까날 쁠리 대담프로에 나와서 정의의 주먹 4차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떠들어댔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국방부와 내무부 어디에도 파병 기록이 없었던 겁니다. 그림자인 특별고문님만 투입되었는데 파병 기록이 있을 리 없지요. 죽다 살아났으면 국으로 처박혀 있을 것이지……. 제르맹이 궁지에 몰리자 친구인 카바에 부장이 언론에 콜네임 투입을 슬쩍 흘렸습니다.”
“뭐라고, 카바에가 미쳤나?”
블랙맘바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보니파스 부장의 승승장구에 제동을 걸고 싶었을지도 모르지요. 어차피 총국장 경쟁은 승부가 났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미테랑이 노발대발했습니다. 무능한 똥 덩어리들이 나쇼날 트레조르를 오염시켰다고 펄펄 뛰었습니다. 정의의 주먹 작전의 내막을 뻔히 아는 대통령과 DGSE 상층부는 기가 찰 수밖에 없지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이나 챙기는 주제에 삽질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사실 육 개월간 사태를 해결 못 한 무능한 국방부와 수수방관한 DGSE는 욕을 먹어 싸지요. 제르맹 장관은 사직하고 카바에 부장은 정직당했습니다. 현재 써펀드가 정보부장 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지휘봉을 잡은 써펀드가 ‘현장에서 놀아라.’ 하고는 대뜸 엉덩이를 차서 이곳으로 날려버리더군요.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공무원이 고위직에 있으면 천재지변이라는 소리가 맞습니다. 하하하!”
매키시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블랙맘바의 활약으로 대외적인 체면은 세워졌지만, DGSE 내부는 죽 끓듯 끓었다. 실권을 잡은 보니파스는 DGSE를 뒤집어엎었다. 최대 피해자는 정보부였다. 루만 작전의 정보 실패와 정의의 주먹 작전에서 국방부 못지않게 삽질한 전력이 써펀드의 식탁에 올랐다.
정보부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어려웠다. 루만에서는 제 오열이 숨어든데다 CIA 첩보원을 블랙맘바의 안내인으로 붙이는 삽질까지 했다. 이투리에서 50명의 정보원을 반 년간 투입하고도 블랙맘바 일인이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아서 찾아낸 생존자와 유해 흔적을 찾지 못했다. 초인과 범인의 차이지만 변명이 먹힐 분위기가 아니었다.
써펀드는 정보 계통을 밑바닥부터 점검해서 썩은 가지를 잘라내고, 다운사이징하고, 예산을 삭감했다. 미친 써펀드가 날뛰기 시작하자 카바에 부장은 머리를 싸매고 두문불출했다. 매키시도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실지로 엉덩이를 걷어차였다. 국가적 대사를 일개 팀장에게 맡겨두었다는 욕설도 덤으로 들었다.
보니파스 작전부장은 공공연하게 차기 총국장으로 낙점된 인물이다. 매키시는 끽소리 못하고 아프리카로 달려와서 기피 대상 일호를 면대해야 하는 곤란 지경에 빠진 것이다.
“흐흐흐, 홍수가 용왕묘를 덮쳤군. 이해한다. 이투리 정글은 휴먼 활동에 지극히 비우호적인 지역이다. 당신들은 자연적인 변수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키시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죽음의 천사 블랙맘바의 또 다른 별명은 과장 분쇄기다. 책임추궁을 당하기 전에 우는 소리 늘어놓기 작전이 성공했다. 자진 납세하라는 아리바 과장의 조언이 맞았다.
“울라, 저 친구는?”
매키시가 쌈디를 쳐다보고 눈에 이채를 띄었다. 루만 작전이 끝나고 아쥐 레머가 귀환할 때 데려온 흑인이다. 자신이 직접 프랑스 국적 취득 절차를 밟았기에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데 외모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내 아우다.”
“특별군사고문님의 동생?”
매키시의 입이 쩍 벌어졌다. 당시에는 덩치만 큰 바보였다. 240cm에 이르는 당당한 체격, 붉은 피부, 한 손에 중기관총 메그를 장난감처럼 들고 있는 모습에서 포스가 줄줄 흘렀다. 수백명의 게릴라를 박살내고 멀쩡하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초인이다. 천하의 블랙맘바가 자신의 아우라 칭했다. 대박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쓸데없는 생각 마라.”
냉엄한 경고에 매키시의 고개가 쑥 들어갔다. 콜네임을 염두에 두었지만, 블랙맘바가 내키지 않으면 틀렸다.
“쯧!”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정보기관 녀석들은 쓸만한 인물만 보면 이용할 생각부터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그림자로 살아가는 콜네임은 자신만으로 충분했다. 형제인 쌈디를 피의 강으로 밀어 넣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고맙다. 주인!’
쌈디의 입이 헤 벌어졌다. 주인이 자신을 아우라 했다. 아우는 동생이고 한국식으로 따지면 2촌이다. 부모 자식 다음으로 가까운 사이다. 하인이든 동생이든 상관없지만, 말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졌다.
“반갑소. 오랜만이오.”
“지난번에 신세 많이 졌소.”
쌈디가 매키시의 손을 살짝 잡고 무게 있는 인사를 건넸다. 약해빠진 인간의 손을 꽉 잡았다간 큰일 난다. 매키시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던 원주민이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말과 태도가 완벽해졌다. 욕심이 부쩍났다. 보니파스 부장도 블랙맘바를 발굴한 덕분에 출세하지 않았던가. 자신이라고 그렇게 출세하지 말란 법이 없다.
“별도로 처리할 일이 있다.”
블랙맘바가 김칫국을 마시는 매키시의 정신을 되돌려놓았다.
“말씀만 하십시오.”
“재수 없이 인질이 된 한국인 강철 리다. 치료해서 한국으로 보내라.”
“차질없이 처리하겠습니다.”
매키시가 얼른 머리를 숙였다. 블랙맘바의 부탁은 많을수록 좋다. 블랙맘바의 부탁은 목숨 한 개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 퍼져있을 정도로 그는 의리있는 인간이다.
“왔군!”
검은 점이 줄줄이 나타났다. 부카브에서 이륙한 지원팀과 의료팀이다. 일부는 부니아의 베이스캠프에서 병력을 싣고 오는 헬기다.
“캠프의 숲이 몽땅 불탄 덕분에 착륙하기는 좋군.”
폴이 중얼거렸다. 슈우우- 펑- 펑- 펑- 폴이 신호탄을 연속 쏘아 올렸다.
투타타타- 거대한 치누크가 상공에서 호버링했다. 패스트 로프가 줄줄이 던져지고, 폴의 부하 용병들이 속속 내려왔다. 착지한 용병들이 지상 상태를 파악하고 하얀 깃발을 맹렬히 흔들었다.
신호수의 지시에 따라 불타버린 공터 이곳저곳에 치누크 3대와 가젤 3대가 속속 내려앉았다. 넓은 캠프가 착륙한 헬기로 빽빽했다. 가젤 한 대는 공중에서 비상 대기했다. 폴의 말대로 불이 나지 않았으면 에도스라도 착륙을 하려면 벌채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치누크에서 군복과 흰 가운이 쏟아져 나왔다. 카메라를 멘 기자도 몇 명 튀어나왔다. 완전무장한 용병 80명이 블랙맘바 앞에 정렬했다. 블랙맘바는 오불관언 나무에 기대앉아 시가 연기를 피워 올렸다. 오만해 보일 정도의 여유다.
“악트!”
지휘관의 구호를 따라 용병들이 일제히 경례를 올렸다.
“쉬어, 중환자도 있으니 서둘러라.”
“악트!”
용병들이 현장 정리에 들어갔다. 십여 명의 의료팀이 인질에게 달라붙어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이강철이 일착으로 치료를 받았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시오.”
“당신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겠습니다.”
블랙맘바가 가타부타 말없이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이강철은 베드에 실려 옮겨지는 중에도 블랙맘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속속 치누크에 탑승했다. 폴이 지휘하는 용병 80명과 올랑드가 지휘하는 바라쿠타팀 20명이 바쁘게 움직였다. 게릴라들의 시체를 한자리에 산더미처럼 모으고, 화기와 필요한 자료들을 수거했다. 전날 발생한 거창한 화재와 폭우로 인해 건질만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문님, 카무게는 잡았습니까?”
“놓쳤다.”
“그놈을 잡아서 법정에 세워야 하는데.”
매키시가 안타까워했다.
“당신이 가서 잡아오던가.”
블랙맘바가 시커먼 숲을 가리켰다. 매키시가 끽소리 못하고 찌그러졌다. 자신은 평범한 인간이지 이투리를 휘젓는 괴물이 아니다.
“매키시 과장, 이쪽으로 500m 직진하면 수상가옥 4채가 있다. 그곳이 카무게의 거처다. 성과를 내고 싶으면 그곳을 조사하라. 놈들에게 희생된 여자 인질이 그곳에 있다.”
“감사합니다.”
블랙맘바는 양날의 칼이다. 잘못 건드리면 물리지만, 얻어먹는 떡고물도 만만치 않다. 희색이 만면한 매키시가 인질을 체크하느라 정신없는 올랑드를 흘끗 돌아보았다. 정의의 주먹 작전의 책임자는 바라쿠타 팀장 올랑드다.
“가자!”
잠시 망설이던 매키시가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갔다. 의리와 보고체계 찾다가는 남의 꽁무니만 따라간다.
“흐흐흐, 저 녀석 밤에 가위눌리지 않으려나.”
쌈디가 실실 웃었다. 매키시가 달려가는 방향에 몸통지름 600mm, 체장 15m짜리 타이타노보아 시체가 있다. 죽였지만 꿈에 나올까 두려울 것이다.
“아차, 오셀롯!”
그곳에 오셀롯을 공중에 매달아 놓았다. 주인이 개인적으로 쓸 물건(?)이다. 인간들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다. 쌈디가 휭하니 사라졌다.
“이래서 귀족과 양반은 아랫배가 나왔나?”
쌈디가 알아서 챙기니 신관이 편하다. 매키시가 30m 허공에 매달린 수상가옥을 수색하려면 꽤 고생할 것이다. 수상가옥의 풍경도 별로 아름답지 않다. 복부가 터진 인질과 갈기갈기 찢어진 맘보의 시체만 있다.
블랙맘바는 편안한 자세로 담배만 맛나게 빨았다. 도넛이 퐁퐁 올라가고 학이 춤추며 날아갔다. 나체 여인이 만들어지고 어머니 얼굴도 만들었다. 담배 연기를 공진파로 조작해서 형상을 만들기는 일도 아니었다.
“올랑드!”
블랙맘바가 지하실로 향하는 올랑드를 불렀다. 올랑드는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못 들은 척 슬금슬금 멀어졌다. 될 수 있으면 무지막지한 인간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
쌈디가 늘 하던 말이다. 피이잇- 아미 로프가 40m 밖의 올랑드를 향해 날아갔다. 손목을 까딱하자 말단부의 크래커가 허리를 휘리릭 감았다.
“억, 이게 뭐야? 으윽!”
올랑드가 놀랄 틈도 없이 주르륵 끌려갔다.
“올랑드, 뛰지 않으면 몸통이 잘릴 거야.”
끔찍한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몸통을 감은 피아노 선 같은 밧줄이 팽하고 조였다. 살을 파고드는 금속성 실에 놀란 올랑드가 허겁지겁 뛰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올랑드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졸지에 개 끌리듯 끌려온 그는 자존심이 잔뜩 상했다.
“임마, 그러게 곱게 부를 때 와야지. 너는 까마득한 하급자가 못 들은 척하면 기분이 좋겠나?”
“끙!”
올랑드는 할 말을 잃었다. 새파랗게 젊지만, 특별군사고문은 차관급이다. 까마득한 상급자가 맞다. 그는 블랙맘바가 뻣뻣한 인간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여전히 깨닫지 못했다.
“올랑드, 공을 세워야지. 이투리 정글에서 반년이나 썩었는데 소득이 없으면 원통하겠지?”
“그러면 이곳 말고 다른 본거지가?”
올랑드도 바보가 아니었다. 블랙맘바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머리가 좋군. 서쪽으로 2km 직진하면 에도스가 나타난다. 그곳이 놈들의 제2본거지다. 200명쯤 뻗어있을 거야. 레종 에뜨랑제가 주워 먹기 전에 얼른 가봐.”
“감사합니다.”
올랑드가 언제 삐졌냐는 듯 GPS로 좌표를 확인하고, 정보부 요원을 끌고 사라졌다.
“출세하려면 고생은 좀 해야지.”
블랙맘바가 비죽이 웃었다. 담발라가 마지막 저항을 한 서쪽 에도스까지 가려면 늪과 독충이 장난 아니게 많은 원시림을 통과해야 한다. 전장도 엉망진창이다. 수습하려면 고생깨나 해야 한다.
“폴, 저쪽 지하실에 내려가 봐. 짭짤할 거야.”
블랙맘바가 염소 우리를 가리켰다.
“흐흐흐, 친구 잘 둔 덕분에 또 진급하겠네.”
폴의 입이 찢어졌다. 친구가 짭짤하다고 말할 정도면 대박이다.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소령이 고급장교다.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하는 코스가 제일 어렵다. 폴이 부하들을 데리고 지하실로 달려갔다.
“뭐, 친구가 잘되면 좋은 거지.”
대충 교통정리를 마친 블랙맘바는 나무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기자의 촉은 썩은 고기를 찾은 파리보다 더 예민하다. 블랙맘바가 VIP임을 파악하고 몰려들었다. 블랙맘바를 지키던 용병들이 접근하는 기자를 총대로 밀어냈다.
“아니, 왜 취재를 막는 거요.”
“저분은 휴식이 필요합니다.”
“저 사람의 휴식이 시민의 알 권리보다 더 중요하단 말이요? 프랑스에서 종군 기자의 취재를 막는 법은 없소.”
기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내 말은 그게 아니지 않소? 저분은 무척 지쳤단 말이요. 당신은 오줌쌀 힘도 없을 때 누가 쉬파리처럼 앵앵거리면 좋겠소?”
“뭐야,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보긴 뭘 봐! 저쪽에도 취잿거리가 늘렸는데 왜 여기서 앵앵거리는 거요.”
블랙맘바를 상대로 인터뷰를 따려는 기자와 저지하는 용병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