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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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28
공공장소에서 남자와 여자가 몸싸움하면 누가 이길까? 무조건 여자가 이긴다. 소위 문명사회에서 여자의 신체 각 부위는 흉기다. 아차 하면 희롱, 추행이라는 끔찍한 형법 용어와 마주하게 된다.
발리사리는 날렵한 동작으로, 아니 자신의 몸을 무기 삼아 탱크처럼 밀고 들어갔다. 기자의 직감이랄 것도 없다. 전장의 유일한 생존자, 전투복이 피와 땀으로 젖은 남자, 수백 명의 게릴라 시체가 켜켜이 싸여있는 현장에서 태연히 잠을 청하는 남자, 눈앞의 남자는 이번 작전을 실행한 콜네임이다. 인터뷰만 따면 대특종이다.
“내 몸에 손대면 성추행으로 고소할 거예요.”
도드라진 가슴을 내밀고 돌진하는 박력에 밀린 용병들이 주춤했다. 순식간에 저지선을 뚫은 발리사리가 블랙맘바의 면상에 마이크를 들이댔다.
“나는 쁘띠 프랑스의 발리사리 기자예요. 당신이 이번 작전의 컨설턴트 맞죠?”
선잠에서 깬 블랙맘바가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시커먼 막대 마이크가 총구처럼 자신의 얼굴을 겨냥하고 있다. 막대기를 따라 올라간 시선에 빨간 루주를 칠한 입술이 둥둥 떠 있다. 쥐잡아 먹은 입술이 전장의 핏물과 교차했다. 짜증이 확 치밀었다.
“햇빛 가리지 말고 비켜.”
“햇빛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요.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해주시겠어요?”
발리사리가 상체를 살짝 비틀며 허리를 숙였다. 까만 브라우스 앞섶이 벌어지며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그녀의 취재 스킬중의 한가지다.
“지랄! 나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 햇빛이 백배는 중요하다. 당신이 이곳에서 하루만 버텨보면 햇빛이 황금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다.”
블랙맘바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나르시즘에 빠진 여자를 상대로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용병 제1 수칙은 최상의 컨디션 유지다. 지금은 부족한 수면을 보충해야 할 시간이다.
발리사리는 비키란다고 비킬 만큼 예의 바른 여자가 아니다. 원래 기자와 예의는 별로 친하지 않은 단어다. 프랑스 정보국의 콜네임은 영국의 0번 첩보원 이상으로 베일에 싸인 존재다. 눈앞의 특종을 날릴 멍청한 기자는 없다. 게다가 명품을 본척만척하는 싸구려 눈높이에 분노가 치밀었다.
“몇 가지 질문에 대답만 해주면 돼요. 당신이 콜네임인가요?”
‘허, 미치겠네. 카바에 이 자식이 울고 싶자 뺨 때리네.’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도 할 일이 쌓였다. 어머니를 찾고 장씨 가문과의 구원을 정리해야 한다. 노바토피아 건설과 사마리아 농장의 공장 건설도 바쁘다. 살인은 아무리 미화해도 살인이다. 할 일이 태산인데 언제까지 인간 백정 노릇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아가씨, 콜네임이 뭔지 모르지만, 아가씨 목숨부터 챙기쇼.”
핏- 블랙맘바의 손끝에서 빛이 반짝했다. 치익- 발리사리의 어깨에 붙어있던 검은 물체가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대가리에 표창이 꽂힌 금속성 광택 나는 검정 거미가 버르적거렸다.
“그놈은 이투리 특산의 락트로덱투스다. 앞발을 번쩍 들고 엄니를 꽂으면 아가씨는 피자 화덕에 들어가게 되지. 5분이 지나면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하고 30분이 지나면 싸무 전문의가 떼로 붙어도 하데스로 굴러떨어지는 아가씨를 끌어올리지 못해.”
“어머, 친절한 설명 감사해요. 마스크와 고글을 벗어보시겠어요? 당신 콜네임은 뭔가요? 007인가요? 당신 단독으로 이 많은 게릴라를 죽였나요? 그게 가능한가요?”
발리사리가 콜네임을 기정사실로 하고 따발총처럼 쏘아댔다.
‘어이구 내가 앓느니 죽는다.’
겁을 주어서 쫓아버리려 했지만 집요한 여기자는 끄떡도 않았다.
“이 자식아, 거지발싸개 같은 소리 하덜말고 환자 후송이나 도와줘.”
참다못한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이 여자는 사디스틱한 불감증에 더해서 뻔뻔하기가 천하무적이다. 공진파로 입을 막아버리고 싶지만, 죄 없는 민간인에게 할 짓이 아니다.
“뭐 뭐라고요? 당신은 예의도 없나요?”
깜짝 놀란 발리사리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기자 생활 10년에 이런 몰상식한 인간은 처음이다. 아니 자신 같은 미녀에게 이 무슨 야만적 언사란 말인가. 그녀는 이 남자에게 예의부터 가르쳐야겠다고 작심했다. 언론은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동시에 몰상식한 인간을 계몽해야 한다.
“헉!”
결기를 돋우던 발리사리가 헛바람을 불었다. 바로 눈앞에서 나무에 기대어 느긋하니 담배를 피우던 인간이 사라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발리사리의 놀람은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몸이 휙 부양했다. 거한이 발리사리의 뒷덜미를 잡고 번쩍 들어서 거목의 가지에 외투 걸듯이 척 걸었다. 옆구리에 오셀롯을 끼고 나타난 쌈디다. 발리사리는 허공 3m 높이에 도롱이 벌레처럼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악, 이게 뭐야. 내려줘. 덩치 큰 바보 자식아, 이거 내려주지 못해.”
발리사리가 아우성쳤다. 쌈디는 들은 둥 만 둥 순간이동으로 사라진 블랙맘바를 뒤따라 숲으로 들어가버렸다.
“와키르, 얼굴도 예쁘던데 왜 도망쳤나?”
“임마, 공동묘지에 가서 물어봐. 세상 남자들의 십 퍼센트는 여자 잔소리 때문에 죽었어. 게다가 쟤는 기자라고.”
“하긴 에델 아가씨에 비하면 못난이다.”
“거기서 에델이 왜 나와.”
“주인이 잊을까 봐 그런다.”
“아이고 내가 미친다. 그놈은 죽었나? 호흡이 없다.”
“비명이 없으면 죽었다.”
퍽- 쌈디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오셀롯을 땅바닥에 팽개쳤다.
“커어!”
비명도 숨소리도 아닌 이상한 소리가 터졌다. 겨우 골지체가 생성되던 축대 뼈가 분절되었다. 죽은체하던 오셀롯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을 내고 말았다.
“확실한 방법이군. 크크크!”
블랙맘바가 낄낄거렸다.
“와키르, 이 자식 대단하다. 외상은 이미 안정화되었고 뼈가 붙고 있다.”
“벌써?”
두웅- 공간지각력으로 오셀롯의 내부를 살폈다. 분절 말단부의 콜라겐이 맹렬히 증식하고 있다. 갈비뼈는 이미 가골(假骨)이 형성되었다. 대단한 재생 시스템이다. 이 상태라면 일주일이면 뼈가 붙고 한 달이면 석회화한다.
“허, 손가락이!”
잘려나간 손가락 끝의 세포가 재생되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불사체라 할 만하다. 물론 신체 재생 능력을 보유한 동물은 여럿 있다. 도마뱀은 꼬리와 다리를 재생하고, 멕시코 도롱뇽인 우파루파는 신체 절반이 잘려나가도 재생한다. 불가사리도 잘려나간 신체를 복구한다.
해파리에 속하는 투리토프시스 튜트리큘라는 폴립 상태로 돌아가는 역 윤회를 통해 영생불사한다. 물곰이라 불리는 완보동물은 진공상태와 절대온도(-273℃)에서도 견디고, 치명적 방사선의 1,000배를 조사해도 죽지 않는다.
포유동물은 신체 기관 재생 능력이 없다. 인간은 도롱뇽도 아니고 불가사리도 아니다. 오셀롯이 신인류라고 자존망대할만 했다. 물론 진실은 콘크레투스가 유전공학으로 생산한 에피듐의 찌꺼기다.
51구역의 괴물이 뇌리를 스쳐 갔다. 쌈디는 수중에서 써펀드 괴물과 붙어서 완패했다. 물론 육상에서 싸우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쌈디 수준의 괴물이 활보하면 지구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생물은 환경에 적합하게 진화한다. 지구환경 적합도로 볼 때 투리토프시스 튜트리큘라나 완보동물은 지구에서 진화과정을 거친 생명체라 보기 어렵다. 우주 생물이 운석에 실려서 지구에 유입되었다고 보는 편이 신빙성 있다.
특이성은 또 다른 특이성을 잉태한다. 완보동물의 특성을 지닌 고등 생물이 우주로부터 유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 51구역의 외계인 소문은 낭설이 아닐 수도 있다.
척수/뼈/근육/신경을 복합 이식하는 인체 실험이 아우슈비츠와 731부대에서 실제로 행해졌다. 마루타의 머리를 잘라내고 다른 마루타의 머리를 붙이는 끔찍한 실험으로 판타지 소설의 네크로맨서나 할법한 실험이다.
체형이 비슷한 마루타 두 사람을 코마 상태로 만들고, 목을 날카로운 메스로 절단한다. 목을 서로 교환해서 다른 몸체에 접합한다. 특수고분자 화합물로 척수를 접합하고, 신경, 근육, 혈관, 힘줄을 외과적으로 이어붙인다. 실험 기록에 의하면 실험체가 10분간 살아있었다고 한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머리 교체는 현대 의술 수준으로도 불가능하다. 타인의 손가락조차 면역 거부 반응으로 인해 이식 성공률이 낮다. 머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미치광이 수술이 가능할 리 없다.
생체 이식과 유전 공학에서 가장 큰 난제는 면역 거부 반응 억제다. 신뢰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만 개발되면 기술적 어려움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우파루파 도롱뇽의 면역체계는 이식된 조직을 공격하지 않는다. 완보동물류의 DNA를 인간이나 동물에 이식하고 우파루파의 DNA를 이식해서 거부 반응을 해소하면 이투리에서 조우한 괴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파충류는 인간보다 면역체계가 강력하고 면역거부 반응을 해소하기도 쉽다. 면역억제제만 개발되면 파충류 괴물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소리다.
‘깜둥이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하늘의 섭리가 아닐까?’
세상은 쌍으로 움직인다. 음양오행설이 아니라도 세상은 물고 물리며 돌아간다. 세상을 겪을수록 이 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섭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 세계에서 자신이나 깜둥이 같은 존재는 반칙이다. 반칙이 등장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허접한 테러리스트나 게릴라, 사악한 부두교도를 때려잡으라고 자신과 같은 존재가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와키르, 이놈 재수 없다. 목을 뽑아버리자.”
쌈디가 생각에 빠져있는 블랙맘바를 일깨웠다. 구겨져 있던 오셀롯이 움찔했다. 블랙맘바가 머리를 흔들었다.
“버리기엔 그릇이 너무 아까워. 다시 박살 내.”
‘악귀보다 더 잔인한 놈!’
오셀롯의 입에서 거품이 나오고 눈이 뒤집어졌다.
“폴, 가젤 한 대를 여기로 보내.”
블랙맘바가 올룸보의 수상가옥 좌표를 알려 주었다.
“여긴 뭐야?”
“망가진 안내인을 나무 위에 보관해 두었다.”
“헐, 아직 살아있으려나.”
폴이 두말하지 않고 무전기로 연락했다. 상공에 떠 있던 가젤이 선회해서 동쪽으로 향했다.
“어이, 상사!”
“악트!”
“선착장으로 가라. 강 속에 괴물이 있다. 선착장에 계류된 모코로를 타지 말고 보트로 강을 건너라. 강변에서 총을 세 발 쏘면 피그미족 두 명이 나타날 것이다. 데려 오도록.”
“위!”
상사가 용병 둘을 데리고 사라졌다.
작전은 끝났다. 귀찮은 뒤처리는 지원팀과 13연대 용병들이 처리하면 된다. 허기와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블랙맘바가 담배를 문 채 꾸벅꾸벅 졸았다. 쌈디가 숲 속으로 휙 사라졌다.
잠시 후 나타난 쌈디가 들고온 실버백 가죽을 나무 아래 깔고 잠든 블랙맘바를 안아서 눕혔다. 쌈디는 주인의 숙면을 위해서 멸종위기종인 마운틴 고릴라의 가죽을 벗기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는 주인의 쪽잠이 고릴라보다 백배는 중요했다. 누군가 따진다면 ‘그래서 어쩌라고? 고릴라가 지구를 구하기라도 한단 말이야?’ 라고 대거리할 인간이 쌈디다.
멕피 소령이 이끄는 쉐도우 A팀은 블랙맘바가 거쳐온 길을 되짚어서 동쪽으로 향했다. 멕피는 루이스가 이끄는 B팀이 원숭이와 하마 때문에 끝장났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스티브는 목표 지점을 오인한 조종사를 저주했다. 이투리 정글의 13km는 무한한 인내를 요구했다. 햇빛이 차단된 숲은 컴컴한 터널과 다를 바 없었다. 무겁고 습한 공기와 계속되는 독물의 습격에 진이 빠졌다. 외부의 습기와 내부의 땀으로 젖은 의복과 군화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대원 절반은 정글도로 진로를 개척하고 절반은 MP5 마운트에 랜턴을 꽂고 사주 경계를 해야만 했다. 쉐도우의 전투력은 세계 최강이다. 침묵의 암살자인 표범을 세 마리나 잡아내고 블랙맘바와 붐슬랑도 여지없이 머리가 터지거나 두 동강 났다. 급작스럽게 나타난 코끼리는 빌리가 묵사발 냈다.
문제는 독충이다. 떼로 덤비는 말벌과 쉬파리, 독나방, 불개미, 이름도 모르는 독충이 수시로 혼을 쑥 뽑았다. 강력한 저주파 발생기와 살충제 분무기가 없었으면 두 손을 들어야 할 상항이다.
특히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픽업만큼이나 두꺼운 나무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에 십상이었다. 저주파 발생기가 소용없는 나무 거머리 때문이다.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라.”
멕피 소령이 주의를 시켰다. 시퍼런 이끼가 두텁게 덮인 아비시니아 고목은 십중팔구 거머리 서식처다. 쉐도우 팀은 까치발로 살금살금 나무 아래를 지나갔다. 위험은 나무 위에만 있지 않았다.
“윽!”
팀원 한 명이 낮은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전투화 가죽을 뚫고 발등에 엄니를 꽂아넣은 범인이 잽싸게 도주했다. 손바닥 두 배 크기의 거물 타란툴라다. 황갈색 이투리 타란툴라의 독성은 지독했다.
“어어어!”
쿵- 다리가 마비된 대원이 쓰러졌다. 재수 없는 쉐도우 대원은 곧바로 혀가 마비되고, 횡경막이 마비되었다. 입가로 묽은 거품이 새나왔다.
“저런 바보 자식!”
멕피 소령이 달려들어 에피네프린과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했지만, 호흡부전을 살리지 못했다. 거미 독은 적합한 항독소가 개발되지 않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독거미 종류는 많지만,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만한 수준의 거미는 한 두 종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투리 타란툴라는 예외다.
“끝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