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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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29->여기까지 20권
스티브가 건조한 목소리로 씹어뱉었다.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투리 타란툴라의 독은 CIA에서 생체 실험과 공작에 활용되고 있다. 아트락스와 유사한 이투리 타란툴라 독은 근육에 전해지는 전기 신호를 차단하고 세포를 파괴한다. 심장과 폐가 일시에 정지하므로 손쓸 틈도 없다.
스왈스키 상사의 동공이 튀어나올 듯이 부풀어 오르고, 안면 근육이 제멋대로 뒤틀렸다.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가 아우성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멕피가 베레타를 뽑았다. 부하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의도다.
“그럴 필요 없네.”
스티브가 고개를 흔들었다. 희생자의 눈에서 빛이 스르르 꺼졌다. 멕피가 스왈스키의 경동맥에 검지와 중지를 붙였다. 맥이 잡히지 않았다.
“쉿, 퍽큐!”
멕피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스왈스키 상사가 비명을 지르고 사망하기까지 60초가 지나지 않았다. 정예 중의 정예인 쉐도우가 하잖은 거미에 물려서 목숨을 잃었다. 기가 막히다 못해 억장이 무너졌다.
벌써 두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블랙 데스스토커에 물린 대원 한 명은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중이다. 둘 다 하잖은 벌레에 당했다. 차라리 블랙맘바나 표범에게 목숨을 잃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것이다.
“아악, 스왈스키!”
투타타타- 스왈스키의 파트너가 MP5를 난사했다. 무의미한 화풀이가 새로운 손님을 불렀다. 와수수- 나뭇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뛰어!”
누군가가 소리쳤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 위에서 검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진동을 귀신같이 감지한 나무 거머리다. 푸른색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이투리 나무 거머리는 체장이 30mm~60mm인 중형 거머리다.
이놈이 무서운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은폐성이다. 종이짝처럼 얄팍한 몸으로 의복이나 장비에 붙으면 육안으로 구별이 쉽지 않다. 바로 잡아내지 못하면 치설로 옷에 구멍을 뚫고 피부에 빨판을 박는다. 거머리의 타액에는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 히루딘(hirudin)과 신경을 마취하는 히멘틴(Haementin)성분이 있다. 피를 빨려도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자각 증상이 없다.
두 번째는 다량의 흡혈 능력이다. 60mm 거머리가 흡혈하면 120mm까지 늘어난다. 한 마리가 흡혈하는 피의 양이 100cc에 이른다. 다섯 마리만 주둥이를 박아도 빈혈이 발생한다. 세 번째는 흡혈 과정에서 감염되는 기생충과 세균이다. 오한, 발적, 소양, 설사 등 다발적인 이상 증상을 유발하며 3일이 지나면 전투력을 상실한다.
쉐도우는 이미 두 차례 거머리 소나기를 덮어쓴 전례가 있다. 집요한 흡혈귀에게 아까운 피를 나눠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죽어라 뛰어서 아비시니아 그늘을 벗어났다. 위험지역을 벗어난 쉐도우는 의복과 장비에 DDT를 뿌리고 알코올로 몸을 세척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으으, 지겹다. 지겨워!”
스티브는 진절머리를 냈다. 이래서 이투리는 오기 싫었다. 거머리 습격만 세 번째다. 당장 집어치우고 정글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물론 생각일 뿐이다.
“스토브 중사, 진행 방향은 정확한가?”
“GPS 신호는 이상 없습니다. 데빌 스프링은 현 지점에서 정서 쪽 4.5km입니다.”
화면을 확인한 스토브 중사가 장담했다.
“좋아, 출발!”
써펀드의 생체발전기는 멈췄지만 터틀과 옥토퍼스가 위치 신호를 계속 보내는 한 방향을 잃을 일은 없다.
“잠깐!”
멕피가 스티브를 제지하고 30m 전방의 거목을 가리켰다. 스티브가 야시경 감도를 높였다. 거목의 껍질이 벗겨져 있다. 멕피를 돌아보았다. 어쩌라고? 하는 의미다. 코끼리나 원숭이가 나무껍질을 벗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멕피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까마득한 높이에 나뭇잎으로 거려진 인공 구조물이 보였다.
“피그미족인가?”
“피그미족은 저런 정교한 구조물을 만들지 않소. 대충 만들어서 쓰다가 버리고 떠나죠. 샘, 도브스 확인해.”
“옛 썰!”
샘과 도브스가 상호 은폐와 접근을 교차하면서 나무와 거리를 좁혔다. 원주민의 무기는 기껏해야 활이나 창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
보마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올룸보가 이빨을 지그시 물었다. 뜻하지 않게 일단의 군인들이 나타났다. 허접한 게릴라가 아니라 고도로 절제된 움직임을 보이는 특수병이다.
“이봐? 위에 누구 있나?”
도브스가 나무 밑에서 소리 질렀다.
“양키?”
올룸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양키는 마하두라카의 적이다. 마하두라카는 수차례 양키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이투리에 괴물을 풀어놓은 배후가 양키라고 했다. 하긴 양키든 아니든 상관없다. 이투리에서 마하두라카와 피그미족 외에는 전부 적이다.
“즉각 내려와라. 내려오지 않으면 죽인다.”
도브스가 손짓을 하며 소리쳤다.
“미친놈!”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내려오라는 의사가 분명했다. 항복해서 목숨을 건질 것인가? 남자답게 싸우다 죽을 것인가? 항복하면 놈들이 포로 대우를 해줄까? 턱도 없다.
아프리카에는 인권이나 인도적이란 단어가 없다. 동료가 아니면 적이다. 적을 사로잡으면 손목과 발목을 자르고 성기를 자른다. 본인은 물론 자손도 복수를 못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아프리카의 법이다. 양키라고 다를 것도 없다.
놈들이 마하두라카를 뒤쫓고 있다면?
어떤 인간보다도 인간적인 마하두라카의 선한 얼굴이 떠올랐다. 약해빠진 녀석이라고 구박하면서도 은근히 챙겨주던 쌈디 보둔의 무서운 얼굴도 떠올랐다. 괴물을 맨손으로 때려잡는 쌈디 보둔이 간절했다. 보둔이 있으면 양키 따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마하두라카와 보둔의 보호가 없었으면 이미 열 번은 죽었다. 마하두라카와 함께한 며칠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되고 행복했다. 인간 대우를 받고, 칭찬도 받았다. 손발을 잘리고 싶지도 않고, 주인인 마하두라카의 행적을 실토할 생각도 없다.
“젠장! 여자를 안아보지도 못했는데.”
눈독을 들이고 있는 야니쿠가 생각났다. 15살이 지난 야니쿠의 실팍한 엉덩이가 눈앞에서 실룩거렸다. 안타까웠다. 충성을 바칠 주인을 만나고 장가도 갈 수 있게 되었는데 악령이 붙었다. 역시 좋은 일이 갑자기 생기면 마가 낀다.
“난 약해빠진 인간이 아니다.”
올룸보는 입을 악물고 글록 손잡이를 꽉 쥐었다. 총알은 50발이나 있다. 아무리 잘 훈련된 군인도 총알을 맞으면 죽는다. 떼를 써서 얻어놓은 수류탄도 있다. 쌈디 보둔에게 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도브스는 무릎쏴 자세로 나무 위의 구조물을 조준했다. 정체를 알 수 없으면 적이다. 쉐도우 수칙 1조는 적의 말살이다. 도브스가 왼손을 들어 올려서 두 번 까닥거렸다. 제압 사격신호다.
탕-탕- 올룸보가 빨랐다. 호흡을 멈추고 신중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총기 사용법은 현지 정보원 교육을 받을 때 배웠고, 마하두라카도 떠나기 전에 사격 자세를 잡아주었다.
“억!”
도브스가 뒤로 나자빠졌다. 목에서 피가 쏟아졌다. 방탄복이 가슴 피탄을 막아주었지만, 목을 보호하지는 못했다.
“도브스!”
놀란 샘이 포복으로 도브스에게 접근했다. 탕- 탕- 30m 높이에서 샘의 움직임을 빤히 내려다보던 울룸보가 연타를 날렸다. 퍽- 샘의 등에 총탄이 박혔지만, 방탄 플레이트를 뚫지 못했다. 샘이 펄쩍 뛰어서 바위에 엄폐했다. 퍽퍽퍽퍽- 샘이 연타를 날렸다. 올룸보는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저런 망할, 총기가 있었나?”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은 멕피가 이를 갈았다. 기껏해야 원주민의 화살 공격을 예상했던 그로서는 뜻하지 않게 뺨을 맞은 셈이다.
“박살 내!”
카카카카- 미니미 두 정이 불을 뿜었다. 나무 파편이 자욱이 튀었다. 허벅지 굵기의 통나무로 짜 맞춘 보마는 5.56mm 미니미 총탄을 너끈히 버텨냈다. 올룸보는 간간이 글록으로 반격했지만, 턱도 없이 밀렸다. 올룸보가 수류탄 핀을 뽑았다.
“옜다. 먹고 떨어져라.”
수류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수류탄이다. 피햇!”
멕피가 고함을 질렀다. 쉐도우가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빌리 처리해!”
스티브가 명령했다.
“우웍!”
신장 2m를 웃도는 거구의 메스티조가 땅을 박찼다. 10m를 도약한 남자가 떨어지는 수류탄을 손바닥으로 쳐서 날렸다. 꽝- 총알같이 튕겨 나간 수류탄이 숲 속에서 터졌다.
“놈을 처리해!”
“우웍!”
빌리가 땅을 박차고 질주했다. 나무 위에서 날아온 파라블럼탄이 빌리의 몸통에 퍽퍽 박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단숨에 40m 공간을 단축한 빌리가 달리는 탄력을 빌어서 주먹을 날렸다. 꽝- 빌리의 주먹질에 거목이 부르르 떨렸다. 보마가 우직하고 흔들렸다.
“빌어먹을! 보둔이다.”
놀란 올룸보가 탄창에 남은 탄환 다섯 발을 몽땅 쏟았다. 빌리가 훌쩍 물러났다. 탄자가 허무하게 땅바닥에 박혔다. 물러났던 빌리가 땅을 박차고 포탄처럼 몸을 날렸다.
꽝- 숄더 차징을 당한 거목이 거세게 흔들렸다. 보마를 지탱하는 가로 지름대가 뽑혔다. 지지대를 잃은 보마가 추락했다. 땅바닥에 떨어진 보마가 박살 났다. 둥지가 박살 났는데 알이 성할리 없다. 올룸보는 땅바닥에 태질당한 개구리 꼴이 되었다. 척추와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터졌다.
“으으으!”
올룸보가 눈을 떴다. 극심한 고통이 정신을 일깨웠다. 화광반조 현상이다. 억지로 고개를 돌려서 하늘을 올려보았다. 마지막으로 파란 하늘을 보고 싶었는데 캐노피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젠장, 내 인생에도 꽃이 피는가 했는데…….’
올룸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억울했다. 좋은 주인도 만나고, 장가도 갈 수 있었는데 막판에 동티가 났다. 시커먼 그림자가 올룸보를 덮었다. 뿌드득- 육중 발이 연약한 목을 밟았다. 샹가네 마을의 똑똑한 청년 올룸보의 최후다.
“저런,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멕피 소령이 안타까워했지만 늦었다. 일단 명령을 받은 프레데터는 다른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는 멈추지 않는다.
“캡틴, 재수 없이 목에 한 방 맞았습니다.”
샘이 도브스를 어깨에 메고 나타났다.
“빌어먹을!”
멕피가 나무를 걷어찼다. 10명의 대원중에 3명이 전투 열외 되었다. 2명은 벌레에 당하고 이번엔 벌레 같은 놈에게 당했다.
“헤이리 중위, 루이스 중위와 통신 연결되었나?”
“안됩니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습니다.”
“미치겠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멕피 소령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도대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엉망진창이다.
“통신기를 물에 빠뜨렸나?”
“무슨 말씀, 통신기는 수중 100m에 들어가도 한 달간 작동합니다.”
물정 모르는 스티브의 말에 멕피가 버럭 했다. 통신기는 화기만큼이나 중요하다. 루이스가 함부로 관리할 리 없다. B팀에도 모종의 사고가 생겼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겨우 7명 남은 부하를 쪼개서 보내 수도 없다.
“팀장님, 놈이 글록을 사용했습니다.”
박살 난 구조물을 조사하던 스토브 중사가 원주민의 권총을 찾았다.
“원주민이 AK도 아니고 글록을 사용해?”
중국이나 소비에트연방에 포섭된 현지 첩보원이 간혹 피스톨을 사용하지만, 기껏해야 토카레프나 토카레프를 베낀 54식 피스톨을 사용한다.
글록을 받아든 멕피가 얼굴을 찌푸렸다. 총번이 지워졌다. 죽은 원주민의 정체가 몹시 의심스러웠다. 스티브가 원주민의 유류품을 수색 중인 쉐도우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허접한 물건 따위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멕피 소령, 시간이 없소. 임무가 우선임을 잊지 마시오.”
스티브가 재촉했다.
“크으, 빌어먹을 깜둥이 새끼! 출발”
분통을 터뜨려봐야 소용없다. 멕피는 엉뚱한 곳에 팀원을 떨군 조종사를 저주하며 이동을 명령했다.
스티브가 이끄는 쉐도우 팀이 퍼들이라 부르는 세노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경이었다. 카당카에서는 아레바 인질 응급치료가 마무리되고, 쌈디가 오셀롯의 뼈를 재차 자근자근 부수고 있을 시간이었다.
“전원 경계!”
멕피 소령의 지시에 쉐도우가 세노테를 중심으로 사주경계에 들어갔다.
“스티브 요원, 권양기도 없는데 인양을 어떻게 할 거요?”
멕피 소령이 수프처럼 뻑뻑한 데빌 스프링을 들여다보며 걱정했다.
“권양기보다 백배는 효율 높은 프레데터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오. 빌리, 그렌델 3종을 확인하고 써펀드를 가져와라.”
“우워!”
빌리가 일호의 망설임 없이 세노테에 뛰어들었다. 한 시간 후 악어와 뱀을 합친듯한 끔찍한 형상이 수면 위로 불쑥 솟았다. 크기가 물소 대가리와 비슷했다. 빌리가 써펀드 대가리를 땅에 던졌다.
“오우!”
쉐도우 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써펀드는 세로로 찢어진 눈을 부릅뜬 채로 죽었다. 미리 언질은 받았지만, 흉악한 눈알이 노려보는 비주얼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억!”
놀라기는 스티브가 더 놀랐다. 써펀트 목이 잘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써펀드의 껍질은 세라믹 방탄플레이트를 삽입한 NIJ 레벨 III 방탄복에 버금가는 강도를 자랑한다. 7.62mm NATO FMJ탄을 방어하는 수준이다. 껍질뿐이 아니다. 뼈는 티타늄에 버금가는 강도다.
“빌리, 몸통도 찾아와.”
스티브가 버럭 소리쳤다. 메스티조 거한이 두말하지 않고 다시 늪으로 뛰어들었다. 멕피 소령이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위원회에 파견된지 5년째지만, 이해 불가능한 일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