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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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아파돔베 Fist of Justice 30
키상가니에서 대기 중이던 멕피는 간단한 출동 명령을 받았다. ‘이투리 정글에 잠입하는 스티브 요원을 보조하라.’ 단순한 명령이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다.루이스 대위가 이끄는 B팀은 행방불명, A팀은 3명이 죽고 7명이 남았다.
부하 70%를 잃고도 눈앞의 황당한 괴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야말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손발이다. 손발은 머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지만 이래서야 열불이 치솟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실행 중인 헨젤과 그레텔 작전만 해도 자신은 아는 게 없다. 멕피는 헨젤과 그레텔이란 작전명을 붙인 책상머리 인간의 머리를 쪼개서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엉덩이를 걷어차여 불타는 아궁이에 처박힌 멍청한 마녀는 당연히 소비에트연방이다. 자식의 손에 빵 한 조각 들려서 버린 아버지와 엄마는 국민을 탄압하고 부를 독점한 제삼 세계 지도자들이다. 그러면 헨젤과 그레텔은 누굴까? 아무리 생각해도 조국인 아메리카합중국은 아닌 듯 했다.
조국은 세계를 흔드는 최강국이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마녀에게 손목 비틀리는 허약한 아이가 아니다. 그럼 눈앞에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든 조국이 마녀일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헨젤과 그레텔을 포함한 수많은 작전이 포함된 소크라테스 프로젝트의 실상은 공유지의 비극으로 설명할 수 있다.
참치를 예로 들어보자. 참치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다랑어에는 참다랑어, 날개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가다랑어 등이 속해있다. 참치 중의 제왕은 일본에서 혼마구로라 칭하는 참다랑어다.
참다랑어는 일본, 스페인, 프랑스를 비롯한 각국의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참다랑어는 유엔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에서 수출 금지안이 부의되지만 매번 부결된다. 이유는 최대 어획국이자 최대 소비국인 일본의 로비 때문이다. 참다랑어의 80%가 일본에서 소비되는 만큼 그럴 만도 하다.
무지막지하게 소비되는 광어(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소비되는 회가 광어회다.)는 멸종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양식이 쉽기 때문이다. 참다랑어 멸종 위기는 소비 때문이 아니라 양식이 어렵기 때문이다.
석유, 우라늄, 희토류, 보크사이트 등의 전략 자원은 양식이 곤란한 참다랑어와 다를 바 없다. 공해 상의 참다랑어와 공유지의 풀은 먼저 선점하는 놈이 임자다. 미국은 제3세계라는 공유지에 묻혀있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백악관 속의 백악관이라 불리는 위원회가 추진하는 소크라테스 프로젝트의 표적은 제삼 세계다. 목적은 제삼 세계의 자원을 확보해서 미래 자원 고갈에 대비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한 반미주의 예방이다. 여기에는 민족주의적 지도자가 탄생할 싹을 자르는, 다소 거친 작전도 포함된다. 제삼 세계 국민의 행복과 미래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미국은 세계적인 자원 부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소유의 자원은 아껴두고 공유지의 자원으로 배부르게 먹고살고, 공유지의 자원이 고갈되면 내 소유의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다.
헨젤과 그레텔은 국가라는 거대한 이익집단의 부속품, 그것도 이익집단의 대항 세력을 말살하는 창두(槍頭)인 멕피가 해결하기는 곤란한 화두임이 분명했다.
“제기랄, 깔끔하게도 잘랐네.”
절단면을 확인한 스티브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절단면은 힘으로 뜯어내거나 톱질한 흔적이 없다. 무엇인가로 감탄이 나올 만큼 매끈하게 잘라냈다. 51구역에서 지급된 특수 재질의 날붙이로 참치 대가리를 잘라도 이처럼 매끈하지 않다.
문제가 심각했다. 비밀병기인 그렌델의 목을 무 자르듯 댕강 잘라버릴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소비에트연방에서 개발한 프레데터일까? 외계인일까? 스티브의 작은 머리가 의문사로 가득 찼다.
무엇으로 어떻게 잘랐을까? 코끼리 10배의 힘을 가진 외계인이 다이아몬드 칼날을 음속으로 휘두르면 유리처럼 매끈한 절단면이 만들어질까? 51구역에서 연구 중인 초진동 블레이드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용화되려면 수십 년은 지나야 한다. 발사라와 블랙맘바의 존재를 모르는 스티브는 뇌가 타도록 기억을 더듬었다.
“없어. 없다고!”
스티브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머리를 뒤져봐도 써펀드의 머리를 잘라낼 수 있는 무기가 없다. 단 한 가지 가능한 상황은 모종의 이유로 써펀드의 허니콤 생체구조가 무너졌을 경우다.
“소령, 칼로 찔러보시오.”
‘젠장 손발 노릇이나 하라 이건가.’
멕피 소령이 속으로 투덜거리며 대검을 뽑았다. 불편한 심기까지 더해서 써펀드 대가리를 찔렀다. 팅- 금속성 피부가 칼날을 튕겨냈다.
“엇!”
놀란 멕피가 심호흡을 하고 대검을 역수로 쥐고 힘껏 내리찍었다. 땅- 칼날이 피부를 헤집긴 했지만, 진피를 뚫지 못하고 튕겼다.
“으억!”
멕피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반탄력에 손목이 시큰거렸다.
“대단하군! 이게 가능한 일이요?”
멕피가 감탄했다. 흉악한 뱀 대가리는 크기도 대단하지만, 껍질 방어력이 더 놀라웠다.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던 조국의 능력은 그 이상이오.”
스티브의 말에 자부심이 실렸다. 그렌델은 죽으면 피부의 허니콤 구조가 무너지며 강도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강도가 떨어진 피부조차 강철 칼날을 튕겨냈다. 써펀드의 생체구조는 문제없다는 의미다.
생체발전기는 프레데터의 목이 잘리면 작동 중지된다. 데빌 스프링의 물은 탄산칼슘과 탄산마그네슘 농도가 대단히 높다. 써펀드 사체를 방부제 용액에 담가놓은 셈이다. 시강(屍剛), 시반(屍斑)을 통해 부패 정도를 알아볼 수 없다. 목을 잘라서 죽였는지, 죽인후 목을 잘랐는지 죽은 시점을 추정할 수 없다. 가해자를 추적할 중요한 단서 한 가지를 잃어버렸다.
“이놈이 왜 안 나오지?”
스티브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빌리가 써펀드 몸통을 찾으러 잠수한 지 한 시간이 넘었다. 데빌 스프링은 수심이 깊지만, 면적은 1,000㎡에 불과하다. 빌리의 능력이면 수색에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다시 한 시간이 흘렀다. 참다못한 스티브가 호출 발신기를 눌렀다. 10분 후 빌리의 상체가 수면에 불쑥 나타났다.
“빌리, 왜 늦었어?”
스티브가 짜증 냈다.
“아우 우어!”
“멍청한 놈, 귀찮아 죽겠네.”
스티브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훈트 프레데터는 육체적으로 강해진 만큼 두뇌가 망가지고 언어능력도 상실했다. 스티브가 백 팩에서 장비 세트를 꺼냈다. 컴퓨터가 전기신호와 발성을 분석해서 의미를 출력하는 첨단 기기다.
센서가 달린 화이바를 빌리의 머리에 덮어씌우고 컴퓨터와 연결했다. 띠띠띠띠- 화면에 알파벳이 주르륵 출력되었다.
[몸통이 없다. 문어와 거북이 배가 불룩하다. 문어와 거북이 이길 수 없다.]“가지가지 하는군.”
스티브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렌델에 심어진 생체발전기는 피아식별 장치를 겸한다. 터틀과 옥토퍼스는 생체발전기가 사라진 써펀드를 단순한 먹이로 인식했다. 간단한 논리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 누구도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다. 써펀드가 죽음으로 약점을 알려준 셈이다.
스티브는 써펀드 대가리를 휴대용 냉장고 케이스에 넣고 봉인했다. 찜찜하지만 작전은 끝났다. 자신이 이투리 정글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소령, 프레데터 회수 작전은 끝났소. 헬기를 부르시오?”
“루이스를 버려두고 철수할 수는 없소.”
“임무가 먼저요. 작은 일에 연연치 마시오.”
“작은 일이라~ 그러면 스티브 요원이 먼저 퇴출하시오.”
멕피는 속이 배배 꼬였다. 이래서 책상물림이 싫다. 동료는 형제와 다를 바 없다. 형제의 생사를 작은 일이라 말하는 스티브가 몹시 거슬렸다. 임무 완수를 지상 목표로 여기지 않았다면 뼈를 몇 개 부러뜨리고 싶었다. 그 전에 메스티조 프레데터가 자신을 찢어발기겠지만…….
“좋소. 일단 내일까지 기다려 봅시다.”
멕피 소령의 불편한 기색을 눈치챈 스티브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순간의 결정이 파국을 몰고 올지도 모른 채 말이다.
카당카 담발라 캠프,
생존한 아레바사 인질 14명과 여자 시체 3구, 이강철을 수습한 치누크 2대의 로터가 맹렬히 바람을 일으켰다. 거체를 둥실 떠올린 치누크가 부카브 소재 프랑스 동북 자원개발본부로 방향을 잡았다. 자원개발본부의 병원 시설은 아프리카 최고 수준이다. 생존자들은 현지 병원에서 안정을 취한 후 본국으로 후송된다.
“블랙!”
블랙맘바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폴의 음성이 깊은 물 속인 듯 아득했다. 평소답지 않게 머리가 띵했다. 두개골 속의 뇌를 들어내고 안개를 한가득 퍼담은 듯 몽롱했다. 다량의 살인을 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 피로다.
“피곤하겠지만, 잠은 집에 가서 자야지.”
눈앞에서 폴이 빙글빙글 웃고 있다. 블랙맘바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을 손끝으로 찍어냈다.
“정리는 끝났나?”
“대충 끝났다. 지하실이 대박이더구먼. 이놈들은 단순한 게릴라 집단이 아니다. 장비가 엄청나. 부하들 30명을 투입해서 싹 들어냈다.”
“괴물 시체는 건드리지 않았겠지?”
“자네 말인데 여부가 있나. 실험 기기와 자료만 실어냈네. 괴물 여섯 마리가 죽어있는 방은 내가 직접 컴포지션을 설치하고 백린탄을 타이머에 걸어놓았네. 한 시간 후에 재만 남을 거야. 하지만~”
“친구,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저주받은 생명체다. 상상하지 못할 세균과 기생충이 있을 수도 있어. 외부에 알려져 봐야 혼란만 생긴다. 과학 발전이 국가 발전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야.”
단호한 말에 폴은 입을 다물었다. 프랑스는 다른 강대국에 비해서 유전 공학, 생체 공학 분야가 낙후된 편이다. 애국심이 발동된 폴은 UMA(미확인 생명체,Unidentified Mysterious Animal)에 은근히 욕심냈다.
“휴, 알겠네. 어쨌든 친구 잘 둔 덕분에 코망당 진급은 문제없겠어.”
“아미 발 미유 까흐껑.(친구가 돈보다 낫다.) 그래서 친구가 좋은 거야. 한턱 내.”
블랙맘바가 오래된 프랑스 속담을 인용했다.
“당연하지. 지부티로 가세. 보름이나 햇빛을 보지 못했으니 선텐을 제대로 해야지. 해변에 누워서 미끈한 아가씨와 알만데브 해협의 유조선을 구경하는 재미도 제법 괜찮아.”
“자네가 내는 거지?”
“이거야 원, 억만장자가 가난뱅이 군인에게 너무 하는 거 아니냐?”
“시끄러워. 와킬 상회에서 받은 연말 배당금만 10만 프랑이야. 우는소리 하면 형수님께 까발릴거야.”
“흐흐흐, 알았네! 알았어.”
폴이 손을 번쩍 들었다.
“캠프 쪽도 정리되었나.”
“자네답지 않게 건물이고 시체고 난장을 쳤더군. 일곱 번째 막사에서 죽은 놈들이 예술이더군. 기가 막힌 가마질르(Garnazelle, 프랑스 솔론 지방의 개구리 꼬치구이)였어.”
“탄창에 채울 시간이 없어서 표창을 사용했다. 험하게 죽은 놈들은 쌈디 솜씨야.”
“흐으~ 쌈디 이 친구 물건일세. 자네와 콤비를 이루면 사단 한 개쯤 털어먹기는 여반장이겠어. 근데 자네라면 게릴라들을 괴멸시키지 않고도 인질을 빼낼 수 있었을 텐데……”
“이놈들은 부두교의 일파로 식인을 즐기는 담발라 광신도 집단이다. 놈들은 어린아이와 피그미족을 즐겨 먹었다. 잘 조사해보면 뼈를 묻은 곳이나 먹고 남은 잔해를 발견할 수 있을걸세.”
“더티 배스타드 쌀루!(더러운 놈들 같으니!) 소문만 들었는데 사실이었어. 그래서 놈들의 시체에서 역한 냄새가 났었군.”
폴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손발을 자르고 식인까지 즐기는 집단이라면 죽음의 천사가 내리는 천벌을 받을만했다.
“전령, 꼬르뉘 중위 불러와!”
전령이 부중대장을 부르러 달려갔다.
“그것만이 아니다. 놈들이 아레바 직원들을 납치한 진짜 이유는 여자들을 숙주로 이용해서 루스루훼라 불리는 끔찍한 불사의 괴물을 세상에 불러내려는 음모였어. 돈과 무기는 덤이지. 루스루훼는 내가 직접 목격했다. 자네만 알고 있게.”
“헐, 불사의 괴물! 세상이 망할 징조인가?”
폴이 입을 쩍 벌렸다. 블랙맘바의 말이 아니라면 미친놈의 잠꼬대로 치부될 황당한 소리다.
“이해 못 할 사건이 벌어지면 이해 못 할 배경이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인질 납치 사건이 아니다. 중국 첩보원이 엮인 걸 보면 복잡한 내막이 있다. 자네는 깊이 알려고 하지 마.”
“그러지. 나야 친구가 깔아놓은 레드 카펫만 밟으면 되는데 사서 고생할 필요가 뭐 있겠어.”
“시체는 묻을 건가?”
“포크레인도 없잖아. 자료 사진을 남겨두고 화장하라는 본국의 훈령을 받았네. 가젤이 소형 네이팜탄과 백린탄을 곧 가져올 거야.”
“그게 깔끔하겠지.”
블랙맘바가 머리를 끄덕였다. 일일이 매장할 수도 없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전염병이 퍼질 수도 있다. 불은 최고의 정화제다.
“악트!”
지친 표정의 부중대장이 불려 왔다. 용병들은 다섯 시간째 터지고, 끊어지고, 불탄 수백 구의 시체를 정리했다. 육체적 피로만이 아니라 정신이 닳아빠질 노릇이다.
“꼬르뉘, 아까 식당 옆에 작은 뼈가 버려져 있던 구덩이 기억나나?”
“위!”
“피그미족 뼈다. 그곳을 발굴하고 주변을 좀 더 찾아봐. 놈들이 식인한 흔적이다. 사진 자료를 철저히 남기고 증거물로 채취해둬. 특별군사고문님 덕분에 자네도 이번에 대위로 진급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