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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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용병과 인간의 조건4
꽝- 연사 모드를 잡던 ASG17 상공 2m지점에서 포탄이 터졌다. M24고폭탄은 수류탄 4배 위력이다. 파편에 휘말린 유탄발사기 사수와 조수의 육신이 갈갈이 찢어졌다.
탄약수는 더 재수가 없었다.
폭압에 튕겨나간 유탄발사기가 상체를 때렸다. 재수없는 탄약수는 어육이 되었다. 값비싼 자동유탄발사기가 기껏 다섯 발을 점사하고 퇴장 당했다. 장쒼의 숨은 공로다.
기관총 진지 두 곳도 폭압에 뒤집혔다. 2~3m상공에서 뿌려지는 스틸 레인이다. 엄폐한 적에게 이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은 없었다.
“동양인 괴물놈이 또 있었군. 저놈은 폭탄마다.”
마이크가 입을 딱 벌렸다.
“박격포를 돌격 소총처럼 쓰는 놈을 볼 줄이야.”
적정을 관찰하던 깨비텐도 감탄을 했다.
블랙맘바의 학살극에 툭하면 구토를 하던 장쒼이다. 찌질한 루키가 드디어 화려하게 비상했다.
졸지에 박격포 벼락을 맞아 우왕좌왕하는 게릴라들은 또 다른 벼락을 맞았다. 블랙맘바의 스나이핑이다. 좌측 데그차레프 사수의 손목이 날아가고 조수는 얼굴 반쪽이 날아갔다. 우측 기관총좌도 저격탄이 날아들자 숨을 죽였다.
뼈를 깍는 훈련과 전장에서 다져진 되지엠 랩의 전투력이 톱니바퀴처럼 맛물려 돌아갔다. 아무드 군의 교차 사격이 주춤하는 틈을 비집고 찰리와 델타가 양 사이드로 돌아 측면 협공에 들어갔다.
찰리의 에밀과 모리스가 M60과 미니미를 난사하고, 델타의 부리머와 샤트르는 저격을 시작했다. 삼면 공격을 받은 프롤리나트는 머리도 들지 못했다. 노출된 신체는 여지없이 블랙맘바의 저격탄에 날아갔다.
퍽- 안면에 총탄을 맞은 부관이 벌렁 나자빠졌다. 바로 옆에서 권총을 휘두르며 독전하던 부관이다. 기겁을 한 아무드가 바위에 얼굴을 처박을 듯이 몸을 숨겼다,
“으윽, 이럴 수가!”
아무드는 얼굴에 튄 피를 손바닥으로 훔쳐냈다. 부관의 얼굴에서 튄 피다.
아무드는 기가 막혔다. 박격포와 기관총, 스나이핑의 절묘한 조합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 적은 소수지만 오소리처럼 사납기 그지없었다. 기습에 불구하고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아무드의 눈이 번들거렸다. 분노가 아니라 두려움에 질린 눈이 진지를 돌아 보았다. 공중 폭발탄에 파편을 뒤집어 쓴 놈, 난사를 당해 걸레가 된 놈, 저격을 당해 머리가 터진 놈…….바위 언덕이 부하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병력 절반이 쓸려 나갔다. 전멸도 시간문제다. 참담하기 이를데 없었다. 무섭도록 정확한 저격에 견딜 재간이 없었다. 이판사판이다. 아무드는 난전을 결심했다.
“전원 돌격!”
“우와와, 알라후 아크바르!”
바이크 스무대가 일제히 튀어 나갔다. 프롤리나트 전사의 함성이 총성과 포성을 눌렀다.
“저, 저!”
아무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선도 바이크의 라이더가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휙 나가 떨어졌다. 경호성이 끝나기도 전에 쇄도하던 바이크가 줄줄이 나자빠지기 시작했다.
바이크 2개조가 300미터를 채 돌파하지 못하고 전멸 당했다. 30초 이내에 벌어진 사건이다. 뒤에 남은 친위병들의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아무드는 부하들을 악어 아가리에 밀어 넣는 결정적인 실수를 한 셈이다. 라텔팀에는 블랙맘바라는 괴물이 버티고 있다. 뒤를 받치는 백업 요원들도 일급 스나이퍼다. 엄호를 받지 못하는 바이크 돌격대는 해장거리에 불과했다.
“돼지먹이로 처넣을 되지엠 랩!”
뿌드득- 아무드가 이빨을 갈았다. 노스코리아 군사 교관들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다.
그는 참담한 얼굴로 살아남은 친위병들을 돌아 보았다.
대여섯 남은 친위병들도 성한 놈이 없었다. 저주받을 박격포 때문이다.
“작전상 후퇴!”
부하들이 용감하게 싸웠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아무드는 미련 없이 자신의 바이크에 올라 탔다. 20년 동안 전장에서 살아 남은 노하우가 전장에서 쌓은 빠른 상황 판단이다. 살아남은 대여섯 명의 게릴라들도 뒤돌아 보지 않고 도주했다.
-사격 중지
깨비텐의 명령에 전장의 소음이 한 순간 뚝 끊겼다.
전투는 격렬한 만큼이나 빨리 끝났다.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양쪽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난타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프롤리나트 3군 보루꾸 정찰대의 괴멸로 나타났다.
-삑, 전원 손실 보고하라.
-부리머 이상무
-마이크 이상무
-모리스 이상무
……
라텔팀의 사상자 없이 전투가 끝났다.
수훈 갑은 아무드군의 잠복을 일찍 눈치챈 블랙맘바, 수훈 을은 폭탄마 장쒼의 절묘한 박격포 운용이었다. 스나이퍼팀을 상대로 원거리 전투를 벌인 아무드의 결정적 작전 미스였다.
라텔팀의 부상자는 깨비텐이 유일했다. 달리는 픽업에서 뛰어내릴 때 관목에 쓸려 귀가 찢어졌다.
장쒼은 박격포를 정비할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포신을 쳐다 보았다. 고폭탄 50발을 쏟아 부은 포신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크크크, 달아오른 구멍은 물로 식혀줘야 하는 법이다.”
마이크가 낄낄거리며 페니스를 꺼내 포신에 오줌을 쌌다.
교범대로라면 3발 사격하고 10초의 텀을 두어야 한다. 장쒼은 3초당 한 발씩 50발을 미친 듯이 쏟아 부었다.
“장쒼 훌륭하다. 최고의 포수다.”
마이크가 장쒼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장쒼의 입이 찢어졌다. 살상당한 게릴라 절반이 박격포에 당했다. 칭찬을 들을 만 했다.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가 언덕을 뒤덮었다. 핏물이 바위틈으로 줄줄 흘러 내렸다. 붉은색 바위에 더 붉은 핏물이 흘러 기괴함을 더했다. 찰리와 델타 대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적진을 수색했다.
“깨끗하군”
목이 반쯤 뜯겨나간 시체를 부리머가 툭 찼다.
늘 그렇듯이 블랙맘바의 저격에 당한 시체는 깔끔했다. 박격포탄에 당한 시체에 비하면 머리가 터지거나 심장에 구멍이 뚫린 사체는 확실히 깔끔했다.
언덕 후사면에서 저항하던 반군 대다수는 박격포에 당했다. 장쒼이 근접 신관을 조절해서 반군 머리위에 스틸 레인을 뿌린 결과는 참담했다.
폭탄에 찢긴 시체는 처참했다. 내장이 쏟아져 나오고, 눈알이 튀어 나와 대롱거렸다. 회백색 뇌수가 쏟아져 나온 시체도 있었다.
죽은 자보다 산 자가 더 처참했다. 인간의 목숨은 의외로 질기다. 복부가 찢어지고 가슴이 빠개지고 신체 일부가 날아간 부상자들이 아우성쳤다. 차라리 죽은 자들이 편했다.
장쒼은 자신이 저지른 참상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것이 포수와 저격수의 차이다. 저격수는 스코프를 통해서 희생물이 쏟아내는 핏물을 생생히 본다.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와 희생자의 죽음이 연결된다. 반면에 포수는 좌표에 따라 포탄을 날린다. 적이 죽는지 사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행위와 희생자가 연결되지 않는다. 일종의 게임이 되는 셈이다.
사헬 벨트의 11월 일교차는 20℃를 넘는다. 중상을 입고 방치된 게릴라들이 살아날 확률은 전무했다. 뜨거운 태양아래 서서히 말라죽거나 밤이 되면 체온 저하로 얼어 죽는다.
말라 죽든 얼어 죽든 장시간 고통에 시달린다. 피냄새를 맡고 하이에나들이 몰려들면 산채로 뜯어 먹히는 비참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마이크 중사가 모리스 병장과 미구엘 상병을 데리고 부상자들의 잔명을 끊었다.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후송하지 못할 바에야 사살이 인도적인 조치다. 물론 인도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전쟁터라는 사전 속에 인간적, 인도적이란 단어는 없다.
전쟁은 악의의 충돌이고, 무조건 더럽다. 전쟁터의 휴머니티란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허구에 불과하다.
구축중인 유개호와 야포 진지를 발견한 부리머의 눈이 커졌다.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부리머가 샤트르를 돌아보았다.
“혹시 파이프가 새는 건가?”
정보가 새고 있을지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게릴라들의 첩보망에 걸렸을 수도 있다.”
샤트르가 부인했다.
“무슨소리, 우리는 올롱가에서 죽자고 달려 왔다.”
“바이크를 보유한 놈들이다. 우리보다 지리에 밝고 원주민 정보원도 많다.”
샤트르는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부리머의 의문에 동의하기엔 너무 무서웠다.
“아니야, 뭔가 이상해. 깨비텐과 이야기 해 봐야겠어.”
부리머는 석연치 않은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찝찝했던 기분이 현실화되는 기분이다.
“깨비텐 탄약이 바닥입니다.”
부리머 중사가 걱정했다.
스나이퍼팀이 보병처럼 세 번이나 대규모 전투를 치루었다. 애초에 이런 대규모 전투는 예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렇겠지. 우리는 되지엠 랩일세.”
깨비텐은 남의 일처럼 심드렁하게 말했다.
탄약이 부족하면 노획해서 쓰면 된다. 알제리와 수단에서도 전투의 절반은 적의 무기와 탄약으로 치렀다.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이 다루지 못할 무기는 없다. 깨비텐은 탄약 부족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깨비텐, 잠깐 확인할게 있습니다.”
샤트르가 깨비텐을 데리고 가서 공사중인 유개호 진지를 보여 주었다.
“제길, 놈들이 야포 진지까지 만들었구먼. 우리가 서두르지 않았으면 오소리 시체 열구가 황무지에 뿌려질뻔 했어.”
깨비텐이 혀를 찼다.
“좌우에서 야포로 때리면 견딜 재간이 없죠.”
옆에서 부리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가 완성되어 야포가 설치되었으면 큰일날뻔 했다.
“부리머, 내 머릿속에 들리는 더러운 추측이 사실일까?”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됩니다.”
깨비텐은 내내 찜찜했던 기분이 실체화되는 기시감을 느꼈다. 올롱가 마을에서 허탕친 뒤로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하지 못한 기분이 내내 따라다녔다.
사헬 벨트 초입의 얼디 하마르 전투는 게릴라 위력 정찰대와 우발적으로 맞붙은 전투다. 방금 끝낸 전투는 우연히란 말로는 설득력이 약했다.
프롤리나트가 정찰 위성을 운용할 리 없다. 사헬 벨트는 끝없이 넓다. 보델레 저지만 해도 30,000㎢를 넘는다고 했다.
놈들은 라텔팀의 이동 경로에 정확히 매복 작전을 썼다.
다행이라면 적들이 충분한 준비를 못했다. 라텔 팀이 미친 듯이 달려서 일찍 도착한 탓이다.
눈앞에 보이는 유개 참호와 야포 진지는 적어도 3일 이상 공사를 해야 할 규모다. 시멘트가 굳은 상태로 볼 때 이틀이 지났다.
3일전이면 자신들이 올롱가 인근에 도착했을 무렵이다.
게릴라들이 야포를 설치한 후 팀이 이곳을 통과했다면?
당연히 포탄을 뒤집어쓰고 발려 버렸을 것이다. 삼색기를 두른 관짝이 오바뉴 연병장에 줄지어 늘어섰을 것이다.
‘정보가 샌 건가?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간다!
생각만 해도 얼음물을 뒤집어 쓴 듯 정수리가 써늘해졌다.
라텔팀은 정규 전투 부대가 아니다. 재빨리 치고 빠져야 할 구출팀이다.
구출팀의 생명은 은밀함이다.
작전 경로가 파악되면 초망 속으로 몰리는 피라미 신세가 된다. 대규모 포위망에 걸려들면 분대 규모의 라텔팀은 순식간에 녹아 버린다.
깨비텐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임무도 중요하지만 리더로서 부하들을 생환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용병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다.
정보가 새 나갈 곳은 DGSE와 본부 참모부다.
‘과연 우리 쪽일까? 내가 피해망상에 빠진 건 아닐까?’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DGSE와 본부가 정보를 흘릴 이유가 없었다. 머리털이 빠져라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연대 본부는 물론이고 DGSE창설후 배신자가 나온 예가 없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그물에 갇혀 총탄을 뒤집어쓰고 싶지도 않았다.
깨비텐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동안 확인 사살이 마무리단계에 접어 들었다. 부상자들이 알아듣지 못할 말로 자비를 구했다. 용병들은 냉정하게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
블랙맘바는 무표정한 얼굴로 비참한 장면을 바라보았다.
무쌍은 행자승이지만 블랙맘바는 죽음의 천사다. 살아 있는 반군은 위험하다. 죽은 반군은 단백질 덩어리다. 결국 인간이 아니라 그냥 적이라는 소리다. 어느새 그도 전장의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